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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느라 지각해서 도착한 학교가 꽤나 시끌시끌하다. 아무래도 기린고를 때려잡은 게 꽤나 반향이 큰 모양.
오는 길에 본 인터넷 기사에서도 분위기가 뜨겁기는 매한가지. 그 증거로, 우리 학교의 대약진을 눈여겨보는 기사가 속속들이 뜨고 있다.
[서울 시드 돌풍의 주인공 문혁고! 역사상 전무한 창단 첫해 세종기 도전?]
[다음 상대는 대관령고, 전국 톱급 타선 상대할 비책은 과연?]
[문혁고 이사장 인터뷰, “나는 우리 학생들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을 뿐.”]
‘…이사장은 뭐야?’
물론 뭐, 아무리 한 때 나쁜 마음을 품고 있었어도 결과적으로 야구부에 자기 쌈짓돈을 몇 억 가까이 투자한 게 이사장이다. 저 정도 인터뷰는 못 할 것도 없지.
아무튼 꽤나 언론과 네티즌들의 반응이 강하다. 서울 시드의 경기들은 강한 학교가 많은데다 수도권인지라, 관심을 많이 받는 편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학교에 기자가 꽤 와있구만.’
이제 슬슬 봄 대회가 막바지에 치달으며, 슬슬 국가대표 선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언급할만한 게 류지다.
녀석은 일본 측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류지 선수, 최근 일본 국가 대표 위원회에서 류지 선수의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는데, 청소년 대표 자리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예, 국가대표는 영광스러운 자리니까요. 제안이 오면 두말할 것 없이 수락할 겁니다.”
원작에서는 사용 불가 캐릭터였던 류지니까 어떻게 될지 확신은 못 하지만, 아마 높은 확률로 뽑힐 거다.
‘일본 청소년 대표팀 애들 대다수가 똑딱이였지, 아마.’
갑자기 툭 튀어나온 거포를 무시할 만큼 사정이 좋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아버지 관련 문제가 터진다 한들, 류지 녀석은 결국 대표팀에 뽑힐 거라고 본다.
‘핫산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야구 약소국인 파키스탄에서 핫산같은 투수가 얼마나 소중하겠는가. 아마 나중에 성인 국대로도 15년은 족히 굴려 먹을 생각을 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운강이는…, 이번에 출전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수상한 중국인들이 찾아와서 뭔가 제안하는 것 같은데 계속 거절하는 모양새다. 이번에 홍콩 대표팀이 중국 쪽으로 통폐합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홍콩 소속이 아니면 뛰지 않겠다며 완강하다.
‘…뭐, 홍콩 민주화 운동 참여한다고 드래프트도 참여 안 하고 본국 간 녀석이니까.’
아마 이번에도 큰 변수가 없으면 그럴 확률이 높다. 설득은 해보겠지만, 워낙 애국심이 큰 녀석인데다 딱히 말릴 명분도 없어서 당장 뭐 어떻게 할 생각은 없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뭐, 혼돈 그 자체지.’
최강국의 왕관을 짊어진 한국.
뽑히는 건 당연 하늘의 별 따기다.
물론 문혁고 측에서도 이야기가 나오는 선수가 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투수 둘이다.
-일단 금성묵은 국대 갈 수 있지 않냐? ㅇㅇ
-이동혁 얘 좀 쌈빡한 거 같은데, 오랜만에 튀어나온 언더핸드 파이어볼러임]
-와, 둘다 아직까지 대회 방어율 0,0이네]
금성묵과 리동혁, 둘이 봄 대회에서 보여준 임팩트 덕분에 국대 승선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물론 당장은 부정적인 의견이 상당하다.
-아니, 3년 내내 증명한 얘들이 수두룩한데 잠깐 반짝한 거품들 뽑아야 할 이유가?]
-ㅋㅋㅋㅋㅋㅋ 어우 야알못들 ㅅㅂ, 괜히 우리나라가 괜히 국대위원회 둔 줄 아나. 그런 애들은 서류 통과도 못 해요.
여기서 들어온 중재.
나름 네임드 유저로 유명한 전문가가 나서 가능성을 정리했다.
-현직 분석위원인데, 일단 성묵게이는 뽑힐 확률 80% 이상임. 좌완 파이어볼러에다가 홈런까지 깔 수 있는 게 큼 ㅇㅇ 물론 샘플이 적은 것도 맞는데, 위원회 역할이 그런 것도 감안해서 최고의 선수를 뽑는 거라 별문제는 안 될 확률이 농후함.
-그런데 이동혁 선수처럼 샘플이 너무 적어도 문제임. 성묵게인 그래도 16이닝 가까이 샘플이 있는데, 이동혁은 4이닝이 끝임. 아마 봄 대회에서 뭐 큰 임팩트 하나 안 보여주면 가능성 없다고 봄.
-캬, 명쾌한 해석 ㄳ합니다
-현직 게이는 개추야 ㅋㅋㅋㅋ
-요약하자면 갤주: 확률 높음, 이동혁: 확률 거의 없음. 이 정도라는 거네?
-역시 좌완 파이어볼러가 벼슬아치긴 하네. 고3에 갑툭튀 해도 승선 거론되는 거 보면 ㅇㅇ
ㄴ정보) 갤주는 현재 서울 시드 홈런 1위다.
ㄴ ㄷㄷㄷㄷ 투수 임팩트 때문에 자꾸 까먹는다.
그렇게 얼추 의견 정리가 되는 상황.
이 상황에 질문이 튀어나왔다.
아마 야구를 본 지 얼마 안 된 유저 같다.
-저기, 얼마 전 입문한 야구 뉴비인데요. 왜 좌완 파이어볼러를 그렇게 빨아주는 건가요?? 그냥 공 왼손으로 던지는 건데.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쓴 글.
뉴비의 야한 냄새 넘치는 질문에 다시 한번 전문가 유저가 나섰다. 그것도 눈높이에 딱 맞는 비유를 이용해서 말이다.
-뉴비님, 가슴 큰 여자 좋아하세요?
ㄴ ㄷㄷㄷ 네 좋아합니다
-일단 투수 구속은 여자 가슴 사이즈 같은 겁니다. 크다고 만사는 아니지만, 어지간하면 크면 클수록 좋아요.
ㄴ아하…! 그럼 좌완 파이어볼러는요?
전문가 유저의 해답은 명쾌했다.
-글래머인데, 핑크색인 겁니다. 혹시 느낌이 오셨을까요?
ㄴ!?!?!? 바로 이해했습니다! 감사합니다…!!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유 돌았냐고
ㄴ이해가 쏙속 되잖아 분슝좍아~
ㄴ근데 저 비유가 얼추 맞다는 것임 ㄷㄷㄷ
현직의 비유에 감탄하는 유저들.
이제는 자기들끼리 관련된 이야기에 물꼬를 튼다.
-그럼 언더핸드 투수는 여자로 치면 뭐임??
ㄴ발레 전공하는 무용과 여자 느낌?
ㄴ오 ㄷㄷㄷ 이미지 얼추 맞음
ㄴ 거유 무용과녀? 이거 남자의 로망 그 자첸데 어떻게 참음?
ㄴ갑자기 이동혁 국대 밀고 싶어지면 개추 ㅋㅋㅋㅋㅋㅋㅋ
언제나 평화로운 고교 야구 게시판.
다소 천박해 보이지만, 의외로 야구에 진심인 사람들이다.
“여어, 오늘 왜 이렇게 늦었냐?”
쉬는 시간에 말을 걸어오는 류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급한 일이 좀 있었거든. 인터뷰는 잘했냐?”
“어, 아주 듣고 싶은 얘기만 팍팍 해주고 왔지. 솔직히 나도 국대는 뽑히고 싶으니까 말이야.”
“오호라, 애국심 뭐 그런 거냐?”
“아니? 국가대항전이면 재밌는 놈들이 팍팍 나올 거 아니야. 싹 다 먹어 치워야지.”
입맛을 다시는 류지.
용혈의 소유자 아니랄까 봐, 강적을 계속 만나는 것에 갈망이 여전히 큰 모양이다.
“성묵이 너도 국대 썰 솔솔 나오던데, 어때. 솔직히 기대하는 중이지?”
“뭐, 가는 거면 가는 거고, 말면 마는 거고.”
솔직한 속내는 ‘시발 뽑아줘!!’이지만, 일단은 쿨한 척했다.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거랑 별개로, 이 위원회 시스템이 쉽지 않다.
‘국대 위원회에서 OK안 하면 아무리 잘해도 꽝이거든.’
국제 대회에서 한국의 절대적인 군림을 위해 설립된 ‘국대 위원회’, 늘 그들의 선수 선발에는 의문 부호가 따라붙지만 항상 결과로 증명한 그들이다.
선수 선발에 잡음이 따른다는 건 일반인들과 선수 보는 눈이 확연히 다르다는 건데, 이게 원작에서도 지들 좆대로 하던 터라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도 불안해하는 거다.
이만치 활약하고 있어도, 못 뽑힐 확률 역시 충분히 있으니까.
그렇게 류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우다다 복도를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끼이익!!
그 당사자는 최아담.
트레이드 마크인 닭벼슬 머리를 휘날리며 달려온 녀석은 다급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외쳤다.
“야 미친…! 지수용 고백받는다!!”
“……!!”
“……!!”
시선을 교환한 나와 류지.
바로 책상을 박차고 복도로 뛰쳐나왔다. 이건 못 참지…!!
최아담의 뒤를 따라 도착한 곳에는 이미 구경꾼들이 꽤나 많다. 지수용과 한 여학생을 멀찍이 에워싼 인파들.
꽤 귀여운 여학생이 편지를 건네주며 속마음을 고백한다.
“지수용 선배…! 선도위원으로서도, 야구장에서도 너무 멋있으세요…. 이거 받아주실래요?”
“오오오……!!”
딱 하이라이트에 도착했다.
그래, 야구부의 청춘이란 이런 거다.
안 그래도 세계관 버프를 받아서 몇 배는 인기가 높은 야구인데, 선수들에게 이 정도 이벤트는 있는 게 정상이다.
“지수용 저 녀석, 솔직히 얼굴은 괜찮잖아? 피지컬도 좋고.”
“그치? 일단 하이텐션에다가 성격도 좋아서 같이 있으면 심심하지도 않단 말이지.”
“쓰읍, 니미럴. 후배가 나보다 먼저 솔로 탈출하다니, 더러운 세상….”
우리끼리 속닥대며 고백의 결과를 기다리는데, 지수용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상상도 못 한 무언가였다.
“자, 여기서 퀴즈 나갑니다…!!”
“………!?!”
“다음 중 로제타 무늬를 가진 동물은 무엇일까요? 1. 사자, 2. 치타, 3. 호랑이, 4. 재규어. 제한 시간은 10초…!”
“10, 10초…!?”
당황하며 뒷걸음질 친 여학생.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우리 셋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어째 여학생은 진심으로 맞추려는 듯 고민에 빠졌다.
“정답…! 2번 치타?”
“땡, 아쉽지만 치타는 까만 점무늬…! 로제타 무늬의 주인공은 바로 재규어…!!”
가차 없는 오답 처분을 내린 지수용.
그는 코를 쓱 매만지더니, 환하게 웃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퀴즈는 또 다음 기회에엣…!! 그럼 안녕!!”
그리고 쌩 가버린 녀석.
우리가 할 반응은 역시 정해져 있다.
“미친 새낀가?”
“수용이가 좀 제정신이 아니긴 하지.”
저런 녀석한테 차인 여학생만 불쌍한 상황.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녀는 뭔가를 중얼대고 있다.
“로제타 무늬는 재규어…, 내 불찰이야. 다음 찬스까지 수용 선배를 위해서 좀 더 동물 공부를…!!
“……….”
불쌍하다는 말은 취소.
여학생 쪽도 맛이 간 걸로 보니, 꽤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야, 금성묵. 다음 영어 수업 아니냐?”
“맞네, 우리 같은 반이지?”
같은 영어 A 클라스인 나와 최아담.
우리는 류지와 갈라져서는 분반 교실로 향했다. 그러자 먼저 앉아서 우릴 맞이하는 매니저 신혜지.
“어, 뭐야. 둘이 같이 있었어?”
“어, 수용이 녀석 고백받았대서 보고 왔는데.”
“실화야…!? 이 잼민이 새끼, 뒤질래 진짜? 그런 재밌는 걸 지 혼자 보고 있어?”
“니가 매점 간다고 자리에 없었잖아, 이 미친년아…!”
오늘도 여지없이 투닥대는 둘.
나는 교실을 스윽 둘러보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
먼저 앉아있는 올리비아.
얼굴이 아직도 붉은데, 몸살 기운이 아직 남아있는 건가?
“안녕, 올리비아.”
“아, 성묵씨…, 안녕하세요.”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최아담과 신혜지의 뒤에 앉는데, 멀뚱멀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둘.
“왜, 뭐.”
“너 쟤랑 아는 사이였어…??”
“어, 친구인데.”
“……!?!”
놀라는 최아담과 신혜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표정이다.
“아니, 뭐야. 언제 친해졌대…?”
“그러니까, 학교 최고 유명인이랑 어떻게…?”
“그럴 일이 좀 있었다, 자세하겐 말 못하고.”
“흠….”
의심쩍은 눈으로 보는 둘.
그런데 그 때, 내 등을 쿡쿡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긴장한 채 땀을 흘리는 올리비아가 서 있었다.
“저기, 그, 성묵 씨…?”
“어, 왜?”
“…옆에 앉아도 될까요?”
“……!!”
눈이 순식간에 동그래지는 구경꾼 둘. 나 역시 조금 놀랐다. 아무래도 같은 조리과 친구들과 앉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아, 맞다. 올리비아 친구 없지?’
이 인간관계가 극히 좁은 소녀는 딱히 친구가 없다. 아마 앉으려면 적당히 누굴 찾을 수 있겠지만, 아마 굉장히 어색하겠지.
“당연하지, 여기 앉아.”
나는 의자를 슥 빼줬다.
그러자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는 올리비아. 그렇게 내 옆자리에 앉은 그녀는 평소랑 뭔가가 달랐다.
“올리비아, 아직도 몸살 안 나았어?”
“아, 아뇨. 챙겨주신 덕분에 다 낫기는 했어요.”
“아닌 거 같은데, 잠깐 봐봐.”
“………!!”
손을 그녀의 이마에 가져다 대자 화들짝 놀라는 올리비아. 그녀 말대로 몸살 기운이 남은 건 아닌 것 같다.
“흠, 이상하네. 아직도 얼굴에 붉은 기가 남아서 열이 남은 줄 알았는데.”
“……….”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채 입을 뻥긋뻥긋하는 그녀. 이내 고개를 푹 숙이더니, 가방에서 뭔가를 뒤적뒤적하는 올리비아.
“성묵씨, 이거….”
“어, 뭔데?”
“도시락이에요. 오늘도 훈련 있다고 하셔서…, 저번 경기에 못 드리기도 했고.”
“오…!?”
어느 방향으로든 올리비아의 도시락은 크게 도움이 된다. 나는 기쁘게 받아서는 가방에 쓱 넣었다.
“고마워, 잘 먹을게.”
그렇게 감사를 표하는데,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역시 범인은 앞자리의 둘이다.
“오호라…?”
“이거이거, 우리한테 커플이니 어쩌니 하더니, 사돈 남 말 할 게 아니었구만?”
“……씁.”
이거, 아무래도 좀 귀찮아지겠는데.
#######
방과 후 훈련 시간,
내 예상대로 꽤 귀찮은 상황이 됐다.
“우오옷…!! 성묵 형님이 올리비아 선배님한테 도시락을…!?”
“…소승도 그분의 이름은 알고 있습니다. 유명 요리 예능에 나와서 그 실력을 떨친 여걸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이야, 성묵이. 능력도 좋아?”
삽시간에 소문이 퍼졌다.
겨우겨우 진정시켜 두기는 했는데, 앞으로도 종종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도시락은 당분간 몰래 먹어야겠군….’
안 그래도 어제 도연 누나와의 일 때문에 골치 아픈 상황에, 올리비아 건까지 모두에게 알려지게 될 줄이야.
머리가 빡빡 아프다.
이 상황에 도진이 녀석도 안 보인다.
"도진이 어디 갔어? 오늘 학교 안 나왔나?"
"아아, 오늘 급한 사정이 있다고 조퇴했어요."
머리를 긁적이며 답하는 서경수.
평소라면 내게 말했을텐데 어지간히 급한 모양. 어제 일에 대해 물어보려 했는데, 이러면 다음으로 미뤄야겠군.
훈련 대형을 정리하는데, 내게 리동혁이 다가왔다.
“금성묵 동무.”
“어, 동혁이. 뭔 일이냐?”
잠시 말해도 되나 고민하던 녀석은, 이내 결심을 한 듯 내게 말했다.
“…금성묵 동무, 슬슬 동료들에게 밝히는 게 어떨까 싶소.”
“네 출신 말이야?”
“그렇소, 이제 나에게도 문혁고의 동료들이 소중해진 만큼,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내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고 싶소. 이동혁이 아닌, 리동혁의 모습 그대로를 말이오.”
“……흐음.”
슬슬 때가 됐다고 생각하긴 했다.
이미 리동혁이 든든하게 지키는 뒷문은 문혁고의 자랑 중 하나. 그의 소중함을 동료들 모두가 알고 있다.
게다가 심성이 다들 착한 동료들의 면면을 생각해보면, 별 편견 없이 받아줄 거라는 확신까지 들었다.
“좋아, 본 훈련 전에 발표하자.”
“고맙소, 동무.”
그렇게 결정을 내린 우리 둘.
중대 발표를 위해 동료들을 불러 모으려는데, 갑자기 차 여러 대가 구장 앞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끼이익!!
“뭐지, 저건…?”
그냥 근처에 오는 김에 주차하는 차라고 하기엔, 다분히 이 구장에 목적성이 느껴지는 다수의 차량들.
“잠깐 저거….”
“카메라 아니야…!?”
다급하게 문을 열고 구장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기자들이다.
“주 기자님, 찾았습니다!!”
“저기 있다, 저기다…!”
경쟁하다시피 밀고 들어온 그들은, 이동혁을 발견하자 쏜살같이 달려와서는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이동혁 선수…! 탈북자라는 게 사실입니까!!”
“당 고위층의 자녀라는 소문이 있는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흔들리는 리동혁의 눈동자.
그리고 그건 팀 동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동혁 선배가?”
“북한 출신…!?”
같은 공간에서 부대끼던 동료가 북한 출신이라니, 아직 휴전 중인 적대국 출신이라는 임팩트는 문혁고 야구부원들을 흔들기 충분했다.
“…제기랄.”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터져버린 초대형 악재에,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