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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었군."
나는 야밤에 강서구의 한 동네를 찾았다.
부자 동네에서 10여 분 정도 깊숙이 들어갔을 뿐인디, 이렇게 할렘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골목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허름한 건물들의 유리창에는 축축한 얼룩이 번져있고, 어둠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 아래엔 누군가 뱉은 가래침이 끈적하게 번져있다.
시큼한 오줌 냄새마저 사방에서 나는 것이, 용건이 있는 게 아니었다면 오래 머무르고 싶은 장소는 결코 아니다.
“양아치들 머물기엔 딱이구만.”
나는 이 거리를 걸으며, 어제 타카히나 노아가 해준 말을 떠올렸다.
“성묵 선배, 혹시 타카히나 가문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일본 제일의 야쿠자 가문 중 하나라는 거 정도?”
“네, 맞아요! 그런데 그런 누구나 아는 사실 말고 저희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비밀이 하나 있어요. 바로 용혈(龍血)에 관련된 거예요.”
“용혈?”
용혈이라면 분명 타카히나 류지의 스킬 이름이다. 저게 가문 대대로 이어지는 거였군.
“이 힘은 강력한 축복이자 동시에 속박이에요. 용혈을 진하게 물려받으면 큰 신체 능력을 얻는 대신, 걷잡을 수 없는 폭력성이 계속 솟구치게 되거든요.”
“으음….”
어쩐지 게임 속에서 눈깔이 맛탱이가 가 있더라니.
그런 비하인드가 있었구만.
“너도 같은 타카히나인데, 똑같이 용혈을 받은 거 아냐?”
“저는 약하게 받아서 일상에는 지장이 없는 편이에요. 피를 강하게 물려받을수록 머리가 붉어져요.”
“…아하.”
분홍색인 노아와 달리, 오빠인 류지쪽의 머리는 새빨간 색이다. 아마 같은 집안에서도 농도의 차이가 꽤 나는 모양이다.
“오빠가 본격적으로 야구를 할 때는 문제가 없었어요. 주기적으로 강한 투수를 상대로 타석에 들어서면, 그 폭력성을 잠재울 수 있거든요.”
“아니, 그걸로 되는 거냐…?”
사람을 후두려 패고 싶은 욕구를 고작 빠따로 투수 공 때리면 잠재울 수 있다니. 역시 야구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되는 편의주의적 세계관다운 보법이다.
“문제는 저희 아버지는 오라버니가 가업을 이어받아 차기 보스가 되길 바라셔요. 그래서 야구도 못하게 문혁고로 보내신 거고요….”
“그러면 그 충동은 어떻게 해소하는데?”
“결국 폭력을 휘두르는 수밖에 없죠. 가만히 있다가 주변 사람들을 해치게 되는 것은 싫다며 오라버니가 선택한 게, 서울의 폭력 서클을 사냥하는 거예요.”
“기왕 어딘가에 해소해야 할 폭력이라면, 나쁜 놈 때려잡는 데 쓰겠다는 건가.”
“네, 맞아요. 그 덕분에 최근 서울에서 폭력 서클의 횡포가 많이 줄었다고 해요. 요즘에는 강서 쪽에서 종종 나온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그리고는 상세한 위치를 지도 앱을 켜서 보여주는 노아. 나는 순순히 그 위치를 옮겨적었다.
“오케이, 그쪽으로 가볼게. 고맙다.”
“성묵 선배…!”
“…어?”
“꼭 저희 오라버니를 설득해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이전 같은 쾌활하고 밝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한층 진지해진 표정으로 부탁하는 그녀.
“오냐.”
나는 씩 웃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도착한 강서의 뒷골목, 양아치 사냥이 목적이라면 확실히 여기만 한 곳은 잘 없을 것이다. 일반적인 번화가 따위보다 압도적으로 양아치가 많았다.
실제로도 몇 차례인가 시비를 걸릴 뻔했다.
“저기 혼자서 돌아다니는 놈 있는데? 간땡이가 배 밖으로 튀어나온 거 아냐?”
“크큭, 너 아주 잘 걸렸다. 심심했는데…!”
멀리서 나를 목격하고는 시비를 걸려는 듯 몇 명이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그렇게 빠르게 다가오던 양아치들은 내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크흠...!"
헛기침하며 다시 지나갔다.
아마도 본능적으로 급의 차이를 느낀 모양.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으니 그냥 지나가게 놔뒀다. 그런데 그 와중에, 기묘한 흔적들을 발견했다.
'혈흔...?'
흐른지 얼마 안 된 따뜻한 피의 흔적과 흐트러진 기자재들이 보인다. 이 근처에서 방금 싸움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 흔적을 따라서 걷고 또 걸었다.
"으으으....."
그러자 길 중간에 땅에 쓰러져 널브러진 양아치 서너명이 보였다. 그중에서 의식이 있는 건 딱 한명. 복장을 보아하니 똑같은 써클에 속해있는 녀석들 같다.
‘이럴 때 정보를 얻는 법은 쉽지.’
나는 의식이 있는 녀석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접근했다. 그것도 울분이 섞인 그런 목소리로.
"어이, 정신 차려…!“
“크윽, 누구?”
“큰형님이 보냈다. 젠장, 어떤 새끼한테 당한 거냐…!"
“아, 큰형님이….”
어느 조직에든 큰형님은 있기 마련.
한창 처맞고 정신이 몽롱할 이 녀석에겐 금성묵의 그 누구보다 양아치 같은 모습이 마치 천군만마처럼 든든한 지원군처럼 느껴질 터. 실제로 녀석은 내 연기에 속아 아무런 의심 없이 자신이 목격한 정보를 술술 불었다.
"빨간 머리에 복면, 쿨럭! 그때 우리 계획을 방해했던 그 새끼야."
"……!"
확실하다. 타카히나 류지다!
아무리 여기가 게임 속이라 머리 색깔에 관대하다고 해도, 빨간 머리 같은 튀는 색상의 캐릭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녀석을 찾아냈음을 확신한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고는 다급한 목소리를 유지하며 물었다.
"그 새끼가 또…! 그놈 어디로 갔어. 짚을 수 있겠어?!"
"저, 저쪽...."
힘을 쥐어짜 내 손으로 한 방향을 가리키는 녀석. 그런데 무언가 이상한 걸 눈치챈 모양이다.
“쿨럭, 잠깐. 백호파에서 너 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었….”
“잠이나 자라, 인마”
따악!
“…끄헉!”
목을 강하게 탁 치자 축 늘어지는 녀석. 대충 바닥에 널브러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녀석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한 폐공장이 나왔다.
끼이익-!
다 낡은 철문을 옆으로 밀어젖히자 그 모습을 드러내는 내부. 확하고 먼지가 일어났다.
“콜록, 콜록. 어우씨.”
그렇게 기침하는 그 틈새 사이로 보였다.
여기에는 나 말고 누군가가 한 명 더 있다.
“하아, 여기까지 쫓아온 거야?”
낡은 책상 위에 걸터앉아 있는 붉은색 장발 머리의 남자. 얼굴을 가리려는 듯 복면을 폭 올려 쓴 녀석은 내 등장에 깊게 한숨 쉬었다.
나를 적이라고 확신한 건지, 손을 탁탁 털고는 내게 천천히 다가오는 녀석. 난 우선 신원 확인을 위해 그에게 질문 한마디를 던졌다.
"타카히나 류지, 맞지?"
"..........!!"
휘둥그레지는 녀석의 푸른 눈.
곧 알림음이 내 귀에 울려 퍼졌다.
띠링!
[타카히나 류지님의 스텟창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Yes/ No]
역시 정답이었군.
나는 고민 없이 답했다.
"yes."
띠링!
이름: 타카히나 류지
국적: 일본
나이: 19세
키: 189cm
소속: 문혁 고등학교
- 스킬/ 용혈(龍血) (S+)
-
파괴 본능이 번질 때, 파워 스텟이 크게 상승합니다.
잠재 키워드: 천타지체(EX), 수비 영재(A+)
타자 능력치 (*포텐셜)
/ 우투 좌타
파워: A+ (*S+)
컨택: B (*A+)
스피드: B
선구: A (*S)
수비: A (*A+)
어깨: A+ (*S)
추천 포지션: 3루수
'스텟 돌았네….'
무려 천타지체의 소유자다.
나랑 석운강도 가지고 있고, 황금 세대로 불리는 지금 세대에 몇 명 정도 더 가지고 있어서 간과하기 쉽지만, 원래는 한 세대에 한명 나올까 말까 한 대단한 재능이다.
심지어 스킬인 용혈도 ‘파워 스텟이 크게 상승’이라는 효과로 미루어 봤을 때, 의심의 여지 없는 사기 스킬이다.
한창 스텟 창을 보고 놀라는 와중에, 정체를 들킨 게 곤란했는지 복잡한 심경이 담긴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타카히나 류지. 그러다가 곧 무언가 알아차렸다는 듯 말했다.
“소문대로구나, 백호파 핵심 간부 김성철.”
“……?”
“겉모습은 천상 양아치처럼 생긴 것과 반대로, 그 머리 굴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고 듣긴 했거든. 그런데 설마 내 신상까지 밝혀낼 줄이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겠는데.”
“………??”
시발, 김성철이 누군데?
아마 다른 금태양이랑 착각한 모양이다.
점점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 같아, 서둘러 오해를 풀어보려 했다.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백호파니, 김성철이니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
타다닥!
부웅!
"………!!"
대뜸 달려와서는 강렬한 날아차기를 날리는 녀석. 더이상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다는 건가!
나는 겨우 허리를 꺾어 피했다. 녀석의 매서운 공세가 물 흐르듯 이어졌다.
파바박!
빠악!
스트레이트를 날린 뒤 빙글 돌아 돌려차기. 그 뒤에 다시 레프트 훅. 확실하다. 이 녀석은 싸움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 녀석이다.
빠악!
"큭…!"
녀석의 발차기를 오른팔로 겨우 막아냈다. 빗겨 맞았는데도 상당한 파워. 팔이 지잉 저려온다.
‘강한데, 이 녀석…!’
호부 밑에 견자 없다더니.
역시 야쿠자 보스의 아들이라는 건가.
싸우러 온 건 아니지만, 쪽팔리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법. 나는 숨을 한 호흡 고르고는 공격에 들어갈 채비를 했다. 어떻게 싸워야 할지 따위 고민할 필요 없다.
저릿! 저릿!
그저 내 하반신의 감각이 이끄는 대로.
저 꼴리는 대로 치면 그게 상대방의 약점이다.
애초에 저릿저릿 센서는 EX스킬인 태양신맥의 일부분. 더 큰 물결에 합류했을 뿐인 능력이 시키는 대로,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허리를 활처럼 젖혔다.
“후읍…!”
‘이쪽이 비었다, 인마!’
뻐억!
"…쿨럭!!"
왼쪽 옆구리에 한 대 얻어맞고는 주르륵 뒤로 미끄러지는 타카히나 류지. 녀석이 마지막 순간에 몸을 틀어 정타로 들어가진 않았다. 그런데도 나름 타격이 있는 모양인지 휘청거렸다.
“좀 치는데, 김성철!!”
그러니까 그게 누군데…!
일격을 먹은 뒤부터 경계 태세를 강화한 건지, 그 뒤부터는 한대를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부웅!
붕!
센서가 가리키는 곳들을 향해 계속 일격을 날려보지만, 전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해내는 녀석.
확실하다.
이 녀석은 모든 공격을 눈으로 보고 피하고 있다.
'괴물 같은 동체시력이구만….'
무려 선구 포텐 S에 달하는 눈의 소유자답다.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서로의 움직임을 읽고, 휘두르고, 피하고, 막아낸다.
그렇게 얼마나 공방을 주고받았을까.
한 번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고 느낀 것인지, 녀석은 곧 내게서 몇걸음 물러났다. 주먹을 탈탈 털면서 씩 웃는 타카히나 류지.
"후아, 너 되게 강하다…!"
“어이, 아까부터 말했지만 나는 김성철이니 백호파니 아무것도….”
“알아, 너 금성묵이잖아. 나랑 같은 문혁고.”
“…?!”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녀석이 날 알고 있었다고?
“아까는 미안! 어두워서 제대로 못 알아봤거든.”
한쪽 손을 들어 찡긋 웃으며 사과하고는, 얼굴에 쓰고 있던 복면을 휘리릭 벗어 던지는 녀석. 꽤 미남상의 맨얼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녀석에게 쏘아붙이듯 물었다.
“너, 나는 어떻게 안 거냐?”
“아아, 그것부터 이야기 해야 하는 건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내게 내미는 녀석. 그 화면에는 누군가와의 문자 내용이 담겨있다.
‘오빠, 금성묵이라는 선배가 오빠를 찾아갈 수도 있거든.’
‘이렇게 생긴 분인데 나쁜 사람 아니니까, 절~대로 함부로 폭력 휘두르거나 하면 안돼!’
거기엔 언제 찍힌 건지, 비열하게 웃음짓는 내 모습이 첨부되어 있었다.
“……후우.”
갑자기 알아봐서 이상하다 했더니 그런 거였나. 갑자기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다.
“동생이랑 계속 연락하고 있는 거였냐?”
“답장은 안 해. 일방적으로 노아가 보낼 뿐이지.”
하나 뿐인 여동생의 문자를 계속 읽고 씹는 건가. 여러모로 대단한 놈이구만.
“네 이야긴 종종 들었어. 야구부를 만들었다며?”
“그래, 이번에 온 것도 네 여동생에게 부탁 받아서다. 다시 야구를 하도록 널 설득해달라고 말이야.”
“노아가…?”
“그래, 타카히나 류지. 너 야구부에 들어와라.”
“…….”
내 입부 제안에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는 녀석. 그 표정이 자뭇 심상치가 않다.
“미안, 역시 안 되겠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거절하는 타카히나 류지. 나는 녀석에게 곧바로 되물었다.
“네 아버지 때문이냐?”
“…….”
말없이 눈을 감고는 고개를 숙이는 녀석. 곧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나를 똑바로 보며 말한다.
“친구, 주절주절 입만 놀려대는 건 서로 이쯤에서 마무리 하자.”
“뭐?”
“정 나를 설득하고 싶으면 말보다 더 좋은 게 있지 않겠어?”
“…호.”
생긋 웃는 녀석.
그 말이 뜻하는 바는 간단했다.
네가 뭘 바라고 여기 왔건, 그걸 이루고 싶다면 주먹을 들라는 뜻이다. 사실 웬만한 상황이면 끝까지 말로 해결하려고 했겠지만….
“그거 좋네, 남자답게 다이 한 번 치자 이거지.”
나 역시 지금 꽤 달아올랐단 말이지.
내 말이 정답이었는지 씩 웃는 녀석. 나는 바로 비장의 수를 꺼냈다.
[태양신맥에 의해 스텟이 강화됩니다!]
[파워 스텟이 B+ -> A로 강화됩니다!]
[파워 스텟이 A-> A+로 강화됩니다!]
[스피드 스텟이 B-> B+로 강화됩니다!]
묵직-!
타카히나 류지를 쓰러트려야 할 적으로 인식했다. 그 순간 강발(強勃)의 상태로 접어들어 스텟들이 세 단계 강화됐다. 그만큼 강한 상대라는 뜻이겠지.
“오호라.”
내 묵직한 상태 변화에 잠깐 놀란 표정을 짓더니, 씩 웃음 짓는 녀석.
"금성묵, 너라면 다를지도 모르겠다.“
“……!”
공간의 분위기가 뒤바뀐다.
내가 태양신맥을 극도로 발휘할 때나, 석운강이 마승을 발동할 때와도 엇비슷한 이 느낌.
‘이게 용혈(龍血)인가….’
몸속의 오감이 내게 경고한다.
눈앞의 저건 위험하다고.
근데 왜일까, 오히려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지…!”
무려 S급 3루수를 얻는 일이다.
이 정도 고난은 있어야 정상이지.
딱 다치지 않을 정도로만 두들겨 패서, 일주일 뒤에 있을 봄 대회에 끌고 가주마.
“………”
“………”
잠시 말없이 서로의 눈을 마주 본 우리 둘.
그리고는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빠악!!!
힘과 힘이 강렬하게 맞부딪혔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강렬한 타격음.
폐공장 위로 먼지가 뭉게뭉게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