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4 KiB

#60화 괴도 도팽(Dauphin) (4) - 경찰과 도둑

「색욕에 사로잡힌 방탕 남작, 카시바 드 몰레에게.

수많은 여인을 강제로 취해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고, 이에 항의하는 이들을 폭력과 위협으로 입 다물게 한 그 죄를 알고 있네.

닭이 세 번 울기 전, 광장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빌도록 하게.

만약 이를 무시한다면 몰레 남작가의 피는 당대로 끊어지게 되겠지.

-괴도 도팽-」

“카시바 남작 말이야, 잘렸다는군.”

“잘리다니, 뭐가?”

“어허, 다 알면서 뭘 굳이 묻나. 남작이 머무는 저택에서 엄청나게 비통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는데?”

“그것참 무시무시하면서도 속 시원하군. 하루라도 허리를 못 휘두르면 혀에 가시가 돋던 인간이니, 사는 게 더 지옥이겠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자칭 기사, 페르누스 핀에게.

음식 맛이 형편없다며 식당에서 난동 및 무전취식, 술에 취해 가게 매대를 때려 부수고 이를 말리는 점주를 폭행, 움직임이 굼뜬 노인이 빠릿빠릿하게 길을 비키지 못했다며 이래서 늙은이는 뒈져야 한다며 폭언. 이 외에도 알아낸 게 많지만 지면이 부족하니 생략하도록 하겠네.

검도 제대로 못 쓰는 주제에 아버지가 기사단장이니 본인도 기사라고 주장하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으나, 머리가 부족한 이에게도 회개의 기회는 주어져야 할 터.

권고하건대, 부디 시계의 짧은 바늘이 세 번 원을 그리기 전에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빌도록 하게.

-괴도 도팽-」

“페르누스 그 쓰레기가 처형당했다는군.”

“응? 아직 예정일까지 이틀은 남았잖나?”

“술 먹고 예전 피해자들에게 찾아가서, 네가 도적놈에게 일러바쳤냐며 깽판을 치려고 했던 모양이야. 근데 어디선가 날아온 그림자가 휙 하고 놈을 데려가더니, 다음 날 오징어처럼 변해서 발견되었다더군.”

“오징어라는 게 무슨 소리인가?”

“좀 길쭉한 뼈란 뼈는 모조리 짧게 분쇄해 놓은 탓에, 몸이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린다는데? 그 꼴로 살려놓은 게 더 신기한 재주라는 모양이야.”

「태만을 일삼는 부패 관료, 그루니아 라페로에게.

가지지 못한 이들은 빵 한 조각을 훔쳐도 노예행, 가진 이들은 길 한복판에서 사람을 찔러 죽여도 정당방위.

법을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하라고까진 하지 않겠네만, 적용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그 나태함은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군.

도시 정문에서 보이는 들판이 노란 꽃으로 가득해지기 전, 본인의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겠네.

그대의 마음속에 단 한 조각의 양심이라도 존재한다면, 이를 외면하지 말게나.

-괴도 도팽-」

“그루니아가 스스로 관료직을 사임하고, 자기가 판결을 내렸던 피해자들에게 사죄했다는군.”

“허, 이런 일이 생기긴 생기는군. 그러면 이번에는 무난히 넘어가는 건가?”

“그런데 그루니아가 본인 판결이 뇌물 받고 저지른 거라고 고백하는 게 불편했는지, 주변에서 그의 입을 막아버리려고 했던 모양이야.”

“했던 모양, 이라는 건 실제로는 그렇게 안 됐다는 거겠지?”

“상류층 구역 건물 장식에 새로운 유행이 생겼다는군. 집주인이 거꾸로 밧줄에 묶인 채 건물을 장식하는 거라는데?”

“과연! 역시 높으신 분들의 문화는 우리 같은 천것들은 따라잡을 수가 없군! 하하하하!”


“네놈들은 전부 병신이냐!!”

쾅!!

경비대 회의실.

중대장이 힘껏 책상을 내리치며 악을 질렀다.

도팽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그때와 지금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그때는 훈훈한 얼굴로 우리 한번 잘해보자! 라며 소대장들을 응원하던 중대장이었으나, 지금은 눈앞의 무능한 새끼들을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다는 듯이 눈에서 살기를 피워내고 있었다.

극심한 대우 변경에도 불구하고, 소대장들은 감히 뭐라고 항변하지 못했다.

계급이 깡패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최근 경비대는 감히 변명하는 것조차 뻘쭘할 만큼 무능과 추태를 뽐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 전체에서 지금 우리들을 비웃고 있다! 귀족이고 관료고 죄다 우리보고 평소에는 거들먹대다가 막상 중요한 순간에는 하는 게 없는 밥버러지라며 욕하고 있단 말이다!!”

레브루크 전체의 치안을 책임지는 중대장이지만, 도시 내에는 그보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지위가 높은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자기가 언제 도팽의 표적이 될지 모른다며 두려워했고, 그 초조함을 힘으로 바꿔 중대장을 있는 힘껏 쪼아댔다.

이제는 큰 공훈을 세워 남들보다 앞서가니 어쩌니 하는 꿈 같은 소리나 할 때가 아니었다.

이대로 도팽을 잡지 못하고 날뛰게 놔둔다면, 조만간에 중대장 본인의 목이 날아가게 될 터.

중대장의 눈이 회의실의 빈자리를 향했다.

매번 잔소리를 퍼붓는 게 고까웠던 나머지, ‘바쁠 테니까 굳이 회의에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라며 쫓아냈던 어느 소대장의 자리였다.

“달리아 소대장 불러와. 다음 도팽 사건은 8소대에게 맡긴다.”

중대장의 선언에, 계속 눈치만 살피고 있던 소대장들의 입이 처음으로 열렸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중대장님. 8소대는 현재 다른 구역에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중입니다. 이들을 빼내면 기존 업무에 무리가 생길 겁니다.”

“이제 와서 새로운 소대를 투입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차라리 이미 놈과 맞선 경험이 있는 저희에게 계속 맡기시지요.”

“그게 싫었으면 진작에 잘했어야지!! 도팽 못 잡을 거면 닥치고 있어!!”

8소대장 달리아는 경비대 내에서도 아웃사이더로 이름이 높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정치질이라고는 모른 채 제 할 일만 묵묵히 해내는 그녀의 완고한 성격을 껄끄러워하는 이들도 있었고, 업무에 지극히 성실한 그녀와 비교당하는 것에 불쾌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으며, 혼자 깨끗한 척한다며 뒤에서 욕을 하는 이들도 많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중대장 역시 그런 부하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지금 중대장에게는 개인적 호불호보다 당장 모가지의 위기가 더 다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순찰 작업을 진행 중이던 달리아가 회의실로 돌아왔고, 그런 그녀에게 중대장은 선언했다.

“8소대, 기존 업무는 전부 정지하고 앞으로는 도팽 추격에만 전념하도록. 8소대가 담당하던 구역은, 다른 소대에서 인원을 차출해 분담한다.”

소대장들의 얼굴이 벌레 씹은 것처럼 일그러졌지만, 중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달리아를 향해 말했다.

“지원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해주겠네. 대신, 도팽 그놈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야 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른 이들이 상대라면 ‘최선이 아니라 결과를 내라’며 다그쳤을 중대장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경비대에서는 계속해서 겉도는 달리아가, 그런데도 소대장 자리를 유지하는 이유.

그건 다름 아닌, 그녀의 능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이었으니까.


도팽이 이번 표적으로 선언한 인물은, 레브루크의 세무관이었다.

이제 막 20대에 돌입한 세무관은 툭 터놓고 말해서 실무 쪽으로는 젬병에 가깝고, 오히려 도시 내에서 사고만 치고 다니는 망나니에 가까웠지만, 그런데도 그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이는 드물었다.

첩실의 소생이긴 했지만, 세무관은 엄연히 사르노스 백작의 자식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온갖 거드름과 함께 도시를 쏘다니는 세무관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본인의 방에 틀어박힌 채 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빌어먹을, 내가 대체 뭘 잘못했다는 거야…!”

술 먹고 난동 부리다가 평민 사내 하나 불구로 만든 거? 아빠를 살려달라며 애걸하던 딸을 그 자리에서 가지고 논 거?

그 정도야 자기 또래라면 다들 흔히 저지르는 일들 아닌가! 같은 귀족 상대로 행패부린 것도 아닌데, 왜 고귀한 피를 타고난 자신이 이렇게 두려워해야 하는 거지?

누가 보면 진짜 억울한 일을 겪었다고 오해할 만큼 온갖 불쌍한 척은 다 하는 세무관의 모습을 보며, 8소대 경비병들은 저들끼리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시발, 겨우 순찰 뺑뺑이 벗어난 건 좋긴 한데, 하필 다음 임무가 저딴 새끼 돕는 거냐.”

“아오, 일만 아니었으면 그냥 확 내가 두들겨 패고 싶네.”

아무리 커다란 곳이라고는 해도 의뢰인과 같은 방에서 내뱉기에는 퍽 위험한 뒷담화였지만, 그들은 거침이 없었다.

사실 8소대 자체가 경비대의 부정부패를 아니꼬워하는 이들이 모인 반골 집단에 가깝다 보니, 구성원들이 하나같이 깡다구가 좋은 것도 한몫했다.

그 순간이었다.

─도팽이다!! 도팽이 나타났, 커헉!!

무언가가 폭발하고, 깨지고, 날아가는 소리와 사람들의 고함과 비명이 마구 뒤얽혔다.

보통 도둑이라는 건 오로지 은밀하고 기습적인 범행을 최고로 치는 법이 흔한데, 도팽의 경우 매번 똑같은 수단은 재미가 없다는 듯이 그 범행 방법이 매번 달라졌다.

특히 최근에는 피해자들이 거의 무슨 인간 요새 수준으로 호위나 경비들을 빽빽하게 배치한 채로 틀어박혀 있는 일이 많다 보니, 지금처럼 가로막는 방해물들을 화려하게 날려버리며 표적을 노리는 일도 흔했다.

퍼엉!

“으어어어억?!”

정체를 알 수 없는 폭발과 함께, 세무관이 머물고 있던 방 한쪽 벽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나름 도팽 대책으로 창문도 없고 유일한 출입구로 향하는 통로에는 수많은 경비가 바글바글한 건물을 선택했지만, 이런 식으로 벽을 그냥 뚫고 들어오는 도적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안녕하신가, 제군들! 예고한 대로 나 도팽이 이렇게 찾아왔다네!”

폭발의 연기 속에서, 도팽이 서슴없이 방 안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감싼, 화려한 포도주색의 정장.

머리 위에는 둥글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고, 오른쪽 어깨에는 망토 같은 긴 천이 늘어져 있어 상반신의 우측을 가리고 있다.

얼굴을 덮은 짙은 수염 때문에 정확한 연령을 알기는 어렵지만, 첫인상만을 따진다면 대략 30대에서 40대 사이 정도.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담겨 있고, 눈에는 악동 같은 빛이 가득한, 이 시대의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도둑’의 이미지와는 하늘과 땅 정도로 차이가 나는 남자였다.

“매번 매번 친절하게 ‘권고’를 하는데도 굳이 그를 마다하고 침묵을 지킨다는 건, 그만큼 내 얼굴을 보고 싶다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어찌 그 권유를 무시하겠는가! 자, 딱히 친애하고 싶진 않은 죄인이여, 그대가 쌓아온 업보에 대가를 치를 시간일세!”

“히, 히이이익!”

세무관은 덜덜 떨면서 도팽에게서 도망치려 했고, 그런 그를 가로막듯이 방 내부에 있던 호위들이 도팽에게 덤벼들었다.

개중에는 아예 풀 플레이트 메일로 무장하고 검에서 흐릿한 검기를 뿜어내는 기사까지 있었지만, 도팽의 대처는 간단했다.

파바바밧!

도팽의 손에서 날아간 카드들이 마치 다트처럼 호위들의 갑옷에 박혀 든 직후, 그 카드들이 노란빛으로 달아오르는 듯하더니 이내 무시무시한 전격을 내뿜으며 그들을 마비시켰다.

일반 병사에게는 몸통에 카드 한 장, 기사에게는 관절마다 골고루 카드를 뿌려주는 등 섬세한 조절은 덤이었다.

기세등등하게 덤벼들던 호위들이 바닥에서 움찔거리는 경련 환자 신세로 전락하자, 남은 것은 망나니 세무관 하나뿐.

도팽이 그 세무관의 몸에 손을 뻗으려 한 그때였다.

부우우우웅!

거대한 무언가가 덮쳐드는 듯한, 묵직한 파공음.

도팽이 직감에 따라 뒤로 물러나는 것과 동시에, 그가 있던 자리를 한 자루의 창대가 휩쓸고 지나갔다.

직격을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도팽의 머리카락과 한쪽 어깨에 걸친 망토가 창이 만들어 낸 바람에 펄럭였다.

새로운 난입자를 발견한 도팽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방금 그 공격의 위력도 위력이었지만, 그보다는 상대의 공격이 ‘살생’이 아니라 ‘제압’을 목적으로 했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기사…는 아니로군. 아하, 다른 경비들과 달리 도시를 열심히 뛰어다니던 그 친구들 중 하나인가.”

잡병의 그것처럼 볼품없지는 않지만, 기사와 비교하면 화려함이 부족한 갑옷.

얼굴을 덮어 가려, 그 개성을 숨기려고 하는 듯한 면갑.

성별에 따른 약간의 형태 차이를 제외하면, 그동안 도팽이 농락해 온 수많은 경비병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

허나, 그런 경비병들과는 근본적인 분위기부터 다른 기세를 지닌 여성의 모습에, 도팽이 물었다.

“나를 잡으러 왔나, 경찰. 아니, 경비병?”

“잘 아네. 천방지축처럼 날뛰는 것도 여기까지야. 도적.”

“이왕이면 괴도라고 해주면 좋겠군! 의적이라는 칭호는 좀 낯이 간지럽지만, 그쪽은 마음에 들거든!”

“어느 쪽이든 범죄자인 건 똑같아!!”

초승달 아래에서, 경찰과 도둑의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