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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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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숨이 깊게 흘러나온다.

작게 떨리는 어깨, 땀에 젖은 손바닥, 과하게 끌어올린 마나가 신체 내부에서 요동쳤다.

나는 창을 거두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창을 감싸고 있던 녹옥빛의 기운이 서서히 사라졌다.

편린의 기운.

파사현정(破邪顯正)이었다.

“아이고….”

나는 곡소리를 내며 털썩 주저앉았다.

할 게 없는, 아니, 교류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다소 여유로운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쥐여주기보단, 내 안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했다.

지금도 훈련장에서 열심히 훈련하던 참이었다.

주말이지만 텅 빈 실내 훈련장,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었다.

조명은 어둑했고, 나 혼자만이 내는 소리가 안을 가득 채웠다.

말했지만, 교류전은 모두가 참여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지금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라 볼 수 있었다.

내가 중점적으로 보고 싶었던 것은 간단했다.

====

[권능: 조화의 편린(片鱗)]

①파사현정(破邪顯正)

ㅡ 사한 것을 부수어라.

② ???

③ ???

====

나. 정해인의, 편린.

“어렵다.”

진심이었다.

진짜 너무 어렵다.

나는 두 번째 확장 권능을 개방하고자 했다.

편린.

이 세계에서 가장 이질적이면서도 중요한 힘.

고위 마인, 혹은 악신에게 대적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저항 수단.

유하나의 질서의 편린.

강아린의 허무의 편린.

천여울의 갈망의 편린.

그리고 성시우… 아니, 나 정해인의 조화의 편린까지.

이 세계에 편린은 정확히 네 개가 존재한다.

더도, 덜도 없다. 정확히 네 개.

모두 다른 기원을 가지지만 공통점은 분명했다.

편린은, 마인을 상대로 저항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내가 가진 첫 번째 확장 권능, 파사현정(破邪顯正)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 편린의 잠재력은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

편린의 확장 권능은 대상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성장 결과도 다르다.

따라서 원작 주인공인 성시우를 어떻게 육성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는데….

‘…난 어떡하지?

아예 모른다.

성시우의 루트야 익숙하지만, 정해인의 루트는 나도 처음이다.

파사현정을 기점으로 확장이 시작된 편린의 길은, 이후 어떻게 뻗어나갈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나도 파사현정(破邪顯正) 자체를 처음 봤으니까.

성시우는 항마(抗魔).

유하나는 악살접(惡殺蝶).

강아린은 패도멸악(覇道滅惡).

천여울은 성화(聖火)이다.

이름도, 방향성도, 성향도 제각각이지만.

첫 번째 확장 권능은 공통적으로 마인에게 저항할 수 있는 힘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두 번째 확장 권능을 해방하는 순간, 그 힘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도약한다.

따라서, 편린을 이른 시점에 얻게 된 나는, 2차 확장도 빠르게 이루고 싶었다.

그래서 요즘 온갖 시도들을 반복해 왔는데….

“아직 멀었나.”

솔직히 욕심이긴 했다.

아직은, 그 문을 두드리기엔 한참 이른 시점이었으니까.

“죽겠네.”

이것저것 다 해보겠다고, 마력을 쥐어짜고 몸을 던져가며 훈련하다 보니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두 번째 문을 두드리는 시늉을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거칠게 숨을 고르며, 잠깐 휴식을 취하던 그때.

-철컥.

훈련장 문이 열리는 소리.

누군가가 훈련장으로 들어왔다.

훈련장을 전세 내는 것도 여기까진가 싶어 자세를 푼 채 앉은 상태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응?

거기에는 내가 아는 얼굴이 있었다.

주서준. 그리고 그의 옆엔, 귀엽게 생긴 여학생.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가온 학생이라는 건 확실하다. 몇 번 지나치며 마주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둘은 내가 안에 있는 줄도 모르고, 사이좋게 웃으며 훈련장 안으로 들어왔다.

자연스레 나누는 대화와 행동.

거리감 없는 시선과 손짓.

어째 모양새가….

‘사귀나?

딱 그런 느낌이었다.

굳이 남의 연애사까지 끼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 사람 한명도 없을걸? 내가 선배한테 들은 꿀 장소….”

여학생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주서준은 쓱, 안쪽을 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피식 웃더니, 곁의 여학생에게 말했다.

“있는데? 사람.”

난 그의 말을 정정했다.

“아니, 없는 거 맞아. 나갈 거라서.”

할 것도 다 했겠다, 겸사겸사 빠져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그들을 지나치려는 때.

“해인… 이라고 했나?”

주서준의 부름에 나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잘생긴 외모에, 자신감까지 물씬 풍겼다.

계속 말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입을 열었다.

“아, 미안. 쉬러 가는데 붙잡았네.”

“괜찮아.”

“다른 건 아니고… 채하한테 말 하나만 전해줄 수 있어? 요즘 완전 두문불출이라 얼굴을 못 보겠더라고. 근데 너랑은 자주 만나는 것 같아서….”

윤채하는 요즘 새로 얻은 힘을 다듬느라 바빴다.

수업이 끝나면 아주 방에서 튀어나오질 않는다.

메세지는 자꾸 오긴 한다.

근데 요즘따라 아침에도 그렇고 자꾸 이상한 질문만 하길래 답변도 안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 뭔데?”

“음… 그냥, 곧 있을 개인전. 우리 둘이 언젠가 만나서 붙게 될 텐데. 나 옛날이랑 많이 달라졌다고. 그거, 알고 있으라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자신감 넘치는 눈빛, 나는 그를 유심히 봤다.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졌다.

주서준은 착실히 성장 중이다. 그것도 꽤 빠른 속도로.

“전해줄게.”

“오, 고마워.”

나는 짧게 응답한 뒤,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채하가 누구야?”

“있어, 친구.”

주서준이 간단히 대답했다.

나는 그 말에 작게 웃었다.

문득, 두 사람이 개인전에서 마주하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요즘 윤채하는 마법 훈련보다는 내면의 기운을 다듬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반면에 주서준은 내외 모두 눈에 띄게 강해지고 있었다.

‘모르겠는데.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예전 같았으면 윤채하가 밀릴 거란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주서준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이었다.

물론, 윤채하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재밌겠네.

이건,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


라벤더 향이 물씬 풍기는 기숙사 방 안.

“왜 대답을 안 하지.”

윤채하는 무릎 위에 팔을 올린 채, 워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

[summer]: 티라노사우루스랑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랑 싸우면 누가 이겨?

라는 메세지를 보냈다.

그녀답지 않은, 아주 엉뚱한 질문이었다.

사실, 보내놓고 그녀 스스로도 당황했다.

‘내가 이런 걸 보내다니.

…그리고 읽씹.

보기 좋게 씹혔다.

무려 29분째였다. 아, 방금 막 30분째가 됐다.

표정은 무표정이었지만, 눈빛만큼은 어딘가 억울해 보였다.

워치 옆, 펼쳐진 책상 위에는 두툼한 잡지 한 권이 펼쳐져 있다.

[방구석 마법사도 궁금해하는 관계의 법칙~ 궁극의 필살 플러팅 199선!]

아카데미 서점 구석진 공간, 아무도 안 보는 잡지 코너에서 발견한 물건.

처음에는. ‘뭐야 이건? 싶은 눈빛으로 넘겼다.

그러나.

‘마법보다 어려운 건 이성의 마음♥’

‘하루 평균 연락 횟수로 알아보는 친밀도 그래프!

‘의미 있는 스킨십 vs 습관적 스킨십! 구별법 대공개!

그 어처구니없는 문구들에 황당한 웃음이 나왔지만, 이상하게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관심 있는 이성에게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엉뚱한 질문을 해보세요! 지적인 이미지를 가진 당신! 반전 매력! 백치미!]

그 한 줄에 설득당해, 결국 ‘궁극의 필살 플러팅 199선 중 하나를 골라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

윤채하는 턱을 괴고, 다시 워치의 메세지를 열어봤다.

“….”

답장은 여전히 없었다.

입술을 꾹 다물고, 책장 사이로 시선을 돌렸다.

책상 위의 제목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방구석 마법사도 궁금해하는 관계의 법칙~』

“아, 씨.”

내가 미쳤지.

저 방구석 마법사라는 키워드에 그만 눈이 멀어버린 것 같다.

마침 그녀는 매우 방구석이었고, 또 엄청 마법사였으니까.

만약 잡지 제작사가 이걸 노리고 만든 거라면, 아주 성공적인 마케팅이었다.

“… 확 불태워버릴….”

작게 중얼거리려던 그 순간.

-띠링!

“!”

귀가 쫑긋. 눈이 번쩍.

윤채하는 반사적으로 워치를 들여다봤다.

[belief_]: 미안, 훈련하느라 읽었는데 답변을 못 했네.

[belief_]: 아니 근데 자꾸 뭔 질문을 하는거야 뭔 사우루스??

[belief_]: 대답해야 되는 거야? 고민 좀 해보게.

“히히….”

입꼬리가 스르르 올라간다.

그녀의 손끝이 옷자락을 살짝 움켜쥐었다.

최근 들어 자꾸 느껴지는 지금 이 감정.

윤채하에게 있어선 너무나 낯설고, 너무나 새롭고,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이상할 정도로 말랑한 기분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 진짜였나?

윤채하는 힐끗거리며 시선을 책상 위로 옮겼다.

“…….”

-텁.

그리고는 조심스레 잡지를 덮었다.

마치 귀중한 마도서를 다루듯, 아주 살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