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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품에 안은 윤채하를 펜트하우스 단지 앞, 한적한 벤치에 내려놓았다.
“맛있게 먹었어?”
“웁.”
내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격하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다행이다.”
“웁.”
간신히 입안의 파스타를 전부 삼킨 그녀가, 눈물이 그렁그렁 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다음부턴… 내가 다 삼킬 때까지 기다려줘….”
“응. 미안.”
사과의 의미로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그리고 뒤늦게 천여울도 뒤따라 나왔다.
우리는 말없이 포탈 통관소를 향해 걸었다.
향하는 곳은, 가온 아카데미의 동쪽 끝에 위치한 포탈통관소였다.
약속 장소인 C-3 구역으로 향했다.
아직 수업까지의 시간은 조금 남아있었지만 통관소 건물로 들어서자, 도한성 교관과 몇몇 학생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교관님.”
“오셨군요.”
내가 인사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른 학생들이 오기 전까지 통관소의 풍경을 구경했다.
가온은 서해 부근에 떠다니는 공중섬.
따라서, 세계와 대한민국을 잇는 가장 거대한 포탈 허브의 역할도 동시에 하고 있었다.
- 뉴욕행 12번 포탈, 최종 탑승을 시작합니다.
안내 방송이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흘러나왔다.
통관소 내부에는 가온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각국의 현역 영웅들과 인력들로 가득했다.
이곳은 단순한 학교 시설만의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통관소를 구경하고 있던 도중, 거의 모든 학생이 모였다.
도한성 교관이 학생들 앞에서 입을 열었다.
“2학기 첫 실전 훈련, 게이트 수습을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오늘, 공략이 끝난 게이트들의 사후 처리를 도울 겁니다.”
통상적으로 게이트가 공략이 끝나면, 내부에는 미처 처리되지 못한 잔존 괴수가 존재한다.
혹은, 게이트가 닫히기 전 외부로 탈출한 녀석들도 있다. 그 잔당들을 추가적으로 토벌하는 것. 그것을 수습이라고 부른다.
실습으로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가장 기초적인 임무라 볼 수 있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교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제… 조를 추첨하겠습니다. 3인 1조로 구성이 될 거고, 말씀드렸던 것처럼 기본적으로 랜덤입니다. 큰 문제가 있을 경우에만 제가 관여하도록 하겠습니다.”
도한성 교관이 손목을 두 번 두들겼다.
“워치를 확인해 주세요. 추첨을 시작하겠습니다.”
그의 말과 함께, 내 워치의 홀로그램 스크린에 화려한 슬롯머신 같은 추첨 창이 떠올랐다.
수많은 학생들의 이름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누가 되는지는 상관없다.
바로 그때, 내 옆에 서 있던 천여울이 양손을 가슴 앞에서 살짝 모으더니 조용히 중얼거렸다.
“… colo sao….”
그녀의 손끝에서 아주 희미한 신성한 빛이 반짝였다.
“… 뭐해?”
그리고 다음 순간, 슬롯머신이 멈췄다.
[유닛 7: 정해인]
[유닛 7: 윤채하]
[유닛 7: 천여울]
놀랍게도, 나와 윤채하, 그리고 천여울이 한 팀이었다.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천여울을 바라봤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게 신성력 이지.”
천여울은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당당하게 중얼거렸다.
“…….”
도한성 교관은 워치를 확인하더니, 우리 셋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지긋이 바라보다가….
“뭐, 순위권 학생들을 아예 한곳에 몰아넣는 것도, 나쁘지는 않죠.”
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나와 윤채하 천여울의 랭킹은 전부 10위 안쪽.
애매하게 분배할 바에 그냥 한 곳에 몰아넣는 게 밸런스적인 측면에서 나을 수도 있다.
학생들은 서로 배정된 유닛을 확인하며 끼리끼리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는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워치를 확인하시면 유닛별 게이트가 배정되어 있을 겁니다.”
도한성 교관의 말에, 나는 워치를 켰다. 홀로그램 스크린에, 새로운 임무의 개요가 떠올랐다.
[유닛 7: 임무 배정] [위치: 전북 익산, '거미줄 숲' B급 게이트]
[임무 설명: 공략 완료된 게이트 외부로, 거미형 몬스터들이 상당수 탈출한 것으로 확인. 민간인 지역으로의 확산을 막고, 잔존 괴수를 전부 수습할 것.]
전송된 작전 개요를 바라봤다.
거미 찾는 게 귀찮을 것 같긴 한데,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두 명의 팀원을 바라보았다.
“하암.”
천여울은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커다란 하품을 했다.
“…….”
윤채하는, 아예 서서 졸고 있었다.
파스타를 먹었으니 혈당 스파이크가 온 걸까.
그래.
이게 내 팀이지.
‘그냥 버리고 갈까.’
B급 게이트 정도면 나 혼자….
“후….”
결국 깊은 한숨과 함께 그 생각을 접었다.
-톡.
나는 조는 윤채하와 천여울의 이마를 가볍게 튕겼다.
“가자.”
우리에게 배정된 3번 포탈을 향해 걸어갔다.
첫 실전 임무의 시작이었다.
- 우우웅.
포탈을 통과하자, 통관소의 서늘했던 공기와 다른 흙냄새 섞인 공기가 맡아졌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익산 한 산기슭에 세워진 작전 캠프였다.
실습 인수인계를 위해 대기하던 한 명의 현역 영웅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가온에서 온 학생들이… 어?”
포탈에서 걸어 나오는 우리의 얼굴을 보고는,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 진짜, 학생들이 여기에요?”
“네. 오늘 임무를 배정받은, 유닛 7입니다.”
나는 담담히 대답했다.
그가 놀라는 것도 이해는 한다. 천여울은 이미 성녀(聖女)로 유명했고, 나와 윤채하는 최근 불가람의 공방 건으로 TV에 엄청나게 나왔으니까.
“사실 좀 귀찮아서 그렇지, 학생들 수준이 올 정도는 아닌데….”
영웅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는 이내, 이해하기를 포기했다는 듯 크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일단 따라 와볼래요? 브리핑부터 해드릴 테니.”
그렇게 말하며, 우리를 게이트 입구가 보이는 언덕으로 이끌었다.
그는 홀로그램 지도를 펼쳐, 우리 앞의 광활한 산악지형을 가리켰다.
“사실, 여기서 탈출한 거미 몬스터들의 수준만 보면 C급 정도가 맞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놈들이 여기에, 이 산 전체에 둥지를 틀고 숨어버렸다는 거?”
그가 가리킨 곳은 안개와 거대한 나무들로 빽빽한, 숲이었다.
그러나 중간중간 하얀색으로 거미줄이 쳐져 있다.
아마 녀석들이 친 게 아닐까.
“그래서 찾는 능력까지 포함해서, B급 임무인 겁니다.”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거 생각보다 피곤할 것 같긴 하다.
내가 전투는 해도 탐지에는 조~금 쥐약인 편이라.
물론 하려면 한다.
오늘 하루 종일 이 숲속에서 드잡이질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내 옆에 서 있는 두 명의 팀원에게 격려를 보냈다.
“오후 10시 전까지는 끝내보자.”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그녀들의 얼굴을 한 번씩 바라봤다.
그러나 윤채하와 천여울, 모두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반응이 왜 이래?
"파이팅."
임무가 힘들 것 같아서 텐션이 떨어진 건가. 나는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다시 한번 외쳤다.
그러나 그때.
“… 우리 끝나면 뭐 할 건데?”
윤채하가 조용히 질문했다.
“뭐 못해. 끝나면 집 가서 자야지.”
말이 10시지 내 견적상 오늘이 지나서까지 해야 할 수도 있어 보였다.
“음….”
그리고 그 순간, 천여울이 손가락을 자신의 입술에 얹고 갸웃하더니, 윤채하를 바라봤다.
“뭔가 이상하지?”
“… 응 조금?”
두 사람은 자기들끼리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천여울이 나를 향해, 아주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뭐가 이상해?”
내가 어리둥절해하며 묻자, 그녀는 내 귓가에 뜨거운 숨결과 함께 속삭였다.
“그럼, 빨리 끝내면 상 줄 거야?”
‘상?’
무슨 상.
“아, 아니다.”
그때, 천여울이 이내 고개를 살살 저으며, 제안을 던졌다.
“그럼 내기는 어때? 오후 6시 전까지 임무를 완수하면, 우리 원하는 거 한 개씩 들어주기.”
나는 워치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 시간은 오후 3시.
내가 예상한 시간은 오후 11시.
오후 6시는 택도 없는 시간이다.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럼 내가 이기면?”
“으응… 원하는 거 들어줄게 우리도.”
필요 없는데.
그래도 뭐 열심히 하면 좋으니까.
참고로 절대 6시까지 못 끝낸다. 절대.
“좋아, 내기하….”
잠깐만.
“윤채하.”
“왜.”
“너 나무 다 태우려는 거 아니지?”
“…….”
내 질문에, 윤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다.
“… 안 태워.”
그녀는 마지못해, 입술을 삐죽 내밀며 대답했다.
큰일 날 뻔했네.
하마터면 전북 익산 방화녀로 뉴스에 나올 뻔했다.
자, 그럼 이제….
“해봐 한 번.”
나는 자신감 있는 미소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10분 뒤.
- 화르륵.
“…….”
나는, 내 눈앞에 쌓인 거대한 거미들의 사체 더미를 보며,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풉.”
“킥.”
내 옆에서, 천여울과 윤채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내가 간과하고, 또 인지하지 못한 게 하나 있었다.
천여울은 편린을 얻었다.
그리고 윤채하는 이클립스를 습득했다.
둘의 공통점은… 마를 멸하는 것.
마법적 소양이 뛰어난 그녀들의 눈에는, 애초에 이 산에 도달할 때부터, 거미줄 너머에 숨어있는 모든 거미들의 위치가 보였던 것이다.
나는 아까도 말했듯이, 탐지에는 자신이 없었기에 그런 응용 접목 자체를 생각을 못 했었고.
그래서, 내기가 시작되자마자 천여울은 그저 눈을 감고 양손을 허공으로 들어 올렸을 뿐이었다.
- 슈우우우우웅….
그녀의 발밑에서부터 퍼져나간 순백의 신성력이 산 전체를 뒤덮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땅속과 나무 아래 거미줄 속에 숨어있던 수십 마리의 거대 거미들이 비명을 지르며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거미들은 윤채하가 만든 화염의 창에 한 마리 한 마리, 정확하게 꼬치구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게 딱, 10분이었다.
나는 그저 입을 벌린 채 그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천여울은 자신의 워치를 확인하더니, 윤채하를 보며 생긋 웃었다.
“어라? 지금 몇 시야?”
윤채하도 입술에 손가락을 얹으며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3시… 10분?”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나를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