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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멀티버스의 교차로에 도달한 나는, 어둠의 길을 고른 평행세계의 자신과 우주의 미래를 걸고 최후의 결전을 펼치게 되는데….
“루이나 엘피니엘, 4위계라 했나?”
“고유 마법은 3개쯤 있긴 해요.”
“천칭의 소유자라….”
백발이 성성한 노인은 내 말에 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고민이 될 만했다.
나는 일반적인 4위계 마법사의 강함을 벗어났다. 순수 전투력만 따지면 5위계도 나한테 안 됐다.
허나 그것과 내가 정말 고위 마법사의 능력을 갖췄냐는 별개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건 백발의 노인에게 중요한 요소였다.
왜냐하면 그가 원하는 건 강한 마법사가 아니었으니까.
기초가 단단하고, 마법에 능하며, 학술에 흥미가 많은, 그런 마법사를 원하는 백발의 노인에게 나는 참 애매한 존재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백발의 노인의 입장에서 애매한 거고, 내 입장에선 전혀 아니긴 했지만.
결국 백발의 노인이 저런 인재를 원하는 건 명확한 목적이 있어서였는데, 나는 그 목적을 잘 수행할 자신이 있었다.
3위계였을 때라면 몰라도 지금의 나는 4위계.
당당히 어깨를 펴도 됐다.
“황제를 구하고 작위를 받은 만큼 신뢰성은 증명되긴 했는데, 흠.”
백발의 노인, 마법학교 라피엘의 총장 모이른 카르티잔은 잠시 고민하고는 말을 이었다.
“이렇게 하지. 현재 교수진에 공백이 생겨 인원을 보충하긴 해야 하니, 우선 강사로 고용되는 건 어떤가?”
“알겠어요.”
“자세한 건 내 비서에게 듣게나. 이만 가서 쉬도록 하게.”
총장의 축객령에 나는 총장실을 벗어났다.
오후의 햇볕을 맞으며 기지개를 켰다.
마법학교 취직.
대성공.
“말세군요. 전신 화상 화염 마법사가 학문의 성지에 발을 들이다니.”
“저는 이제 그냥 화염 마법사인데요.”
“그러니까요. 구별 방법이 사라져서 총장님도 속아버리지 않았습니까.”
제리가 안타까움에 고개를 젓는다.
뭐가 그리 안타까운 거지.
내 가르침을 독점하지 못 하고 모두와 나누게 돼서인가?
그럴듯했다.
“제리 님도 참. 욕심쟁이군요.”
“잘은 모르겠지만, 터무니없는 생각을 한 건 알겠군요.”
“오해예요.”
나는 제리를 빤히 봤다.
내 시선에 제리가 기겁했다.
“제 고유 마법은 안 드립니다.”
“그게 아니라, 천방지축이던 제리 님이 사람을 가르친다니 어색하네요.”
“어쩌겠습니까. 루이나 씨가 학생을 가르치고 싶다는데.”
제리도 강사가 됐다. 5위계 마법사면 충분히 교수가 될 실력이었으나, 제리의 경우 신뢰성의 문제가 있어서.
무명의 마법사를 바로 교수로 임명하긴 그랬으니 우선 강사로 고용한 것이다.
“그리고 저는 딱히 천방지축이 아닙니다.”
“저희 첫 만남에 어땠는지 얘기해 볼까요?”
“가보겠습니다.”
제리가 사라진다.
나는 제리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에서 학생들이 웃으며 떠든다. 주로 특별활동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았는데, 그 별거 없는 일상 얘기가 오히려 이곳을 이질적으로 만들었다.
해피 중세랜드에서 특별활동이라니.
이건 거의 해피해피 중세랜드 급이었다.
여기서 앞으로 지내야 하는 건가.
나는 마법학교에서의 생활을 상상했다.
흠.
나쁘지 않네.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천천히 숙소로 이동했다.
내가 배정받은 숙소는 교직원 전용 숙소였는데, 사실상 조그마한 저택이라 혼자 쓰기엔 꽤 넓었다.
에서 짐을 꺼내 정리한 나는 침대에 앉았다가, 그대로 드러누웠다.
좀 살 거 같네.
몇 주일간 노숙을 하다가 드디어 침대에 누우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하여간.
누군가가 나를 보면 그런 의문이 들 것이었다.
‘그래서 얘는 왜 마법학교에 취직함? 마법 찾으러 가는 거 아니었음?’이라는 의문이다.
혹시 마법학교에 영생과 관련된 고유 마법이 있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고, 내가 마법학교에 취직한 건 생각보다 간단했다.
이게 좋아 보였다.
살짝 다른 얘기인데, 원하는 걸 찾기 위해선 뭘해야 될까.
예를 들어 누군가가 특대 성은을 원한다고 치자.
이 특대 성은을 얻기 위해 돈, 무력, 인맥 등등 다양한 게 필요할 수 있겠지만, 결국 공통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건 하나였다.
정보.
어디에 특대 성은이 있는지 알아야 협상을 하든, 협박을 하든 하지 않겠는가.
나도 마찬가지다.
영생과 관련된 정보를 얻어야 가서 거래를 하든 구출을 하든 했다.
정보를 얻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용병이었다.
나만의 용병단을 꾸려, 톨트피어의 던전을 평생 찾아 헤맨 바젯처럼 영생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모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막 떠난 초기에 용병 등록도 했었는데, 이 계획은 어느 순간 폐기됐다.
이유는 간단했는데, 내가 너무 강해졌다.
굳이 용병 노릇을 하기엔 여러모로 아까워졌다는 뜻이다.
용병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현실적으로 용병이 모으는 정보엔 한계가 존재했다.
밑바닥과 닿아 있는 용병에게 고급 정보가 흘러갈 확률 자체가 낮아서였다.
그에 반해 마법학교의 교수?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질부터가 달랐다.
전 세계의 인간들이 빈민부터 귀족까지 가리지 않고 입학하는 곳이 제국의 마법학교였다.
온갖 소문의 온상지가 될 수밖에 없었고, 이런 마법학교에 머문다? 다양한 정보를 자연히 모으게 됐다.
그것뿐이냐. 마법학교의 명성이 워낙 높다 보니 마법학교의 준교수만 돼도 온갖 의뢰가 들어왔는데,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얘기를 듣겠는가.
여러모로 마법학교에 취직하면 이점이 많은 것이다.
뭐, 정보만 따지면 사실 다른 선택지도 있긴 했다.
마탑과 학파 또한 온갖 정보가 몰리는 곳이었으니까.
4위계에 고유 마법을 2개나 보유한 마법사? 어느 집단이든 두 팔을 벌려 환영하는 인재였다.
그래서 내가 원한다면 마탑이나 학파에 손쉽게 들어갔겠으나.
나는 구태여 마법학교에 왔다.
어째서일까.
그 답은 노아가 가지고 있다.
손 위에서 뇌전이 번뜩인다.
약화된 시간에 비례해 강해지는 뇌전의 뭉치를 유심히 내려다보던 나는, 주먹을 쥐어 뇌전을 흩어냈다.
정뢰(正雷). 노아의 특기 마법.
나는 이 정뢰를 노아와 공유했다.
내가 도저히 못 참고 노아에게 마법을 공유해달라 했던 그날, 노아는 의 저울에 감사의 마음을 올렸다.
그리고 내 머리에 번개가 내리쳤다.
노아를 훌륭한 마법사로 키워냈더니, 마법이 공짜인 걸 보고 깊은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깊게 다짐했다.
바로.
“제 손으로 수많은 마법사를 키워내, 훌륭한 스승이 되기로요…!”
“루이나 님. 제자를 털어먹겠다는 말을 비장하게 해봤자 어이가 없을 뿐인데.”
“조용히 하세요.”
얘는 또 언제 들어왔지.
너 뭐야.
내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크리스는 숙소를 열심히 구경했다.
“루이나 님! 여기 넓다! 나도 가끔 와서 쓸게!”
“크리스 님. 대체 여기는 어떻게 들어오셨나요.”
현재 내 일행의 행보는 다음과 같았다.
제리, 나랑 똑같이 강사가 됨.
뮤란, 나랑 똑같이 강사가 됨.
노아, 마법학교에 입학함.
크리스, 열심히 조각상을 만듦.
때문에 크리스는 유일하게 마법학교와 접점이 없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마법학교 안에 들어와 살짝 당황스러웠다.
내 물음에 크리스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루이나 님. 내가 가지 못 하는 곳은 없어.”
“쫓아내기 전에 얼른 말하세요.”
“루이나 님의 수행원이라니까 그냥 들여보내주던데?”
“그게 정말인가요.”
마법학교의 보안, 이대로 괜찮은가.
창작물에서 세계 최고의 아카데미가 왜 허구한 날 외부 세력의 테러를 당하는지 알 거 같았다.
보안이 이러니 당하지.
내 마법 보관소…가 아니라, 제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나중에 총장님에게 문의해야겠다.
“그래서 크리스 님. 왜 오셨나요.”
“맞다. 루이나 님, 여기.”
“흠.”
나는 크리스가 건넨 조각상을 받아 들었다.
사람의 모습을 한 조각상이었는데, 은색 머리카락과 연녹색 눈동자가 포인트였다.
나는 내 모습을 완벽히 따라 한 조각상에 살짝 감탄했다.
이거 너무 정교한데?
누가 한 거지?
“뮤란 님이 협력해 줬어.”
천재 연금술사가 도와주면 이런 정교한 조각상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루이나 님. 어때?”
“나쁘지 않네요.”
“나쁘지 않은 걸로는 안 돼.”
“하지만 그래서 이 조각상을 사람들이 구매하는가로 들어가면 많이 애매하잖아요.”
“그건 루이나 님이 힘내줘야지. 우리 악신의 사제 하나 더 잡으러 갈까?”
“나가세요.”
크리스를 쫓아낸 나는 집 안을 둘러봤다.
다용도실 넷, 부엌 하나, 거실 하나, 침실 둘, 욕실 하나, 화장실 둘이라.
사람을 구해서 집안일을 맡기는 게 좋아 보였다.
아니면 청소하느라 시간을 다 날리겠다.
나는 다용도실을 훑다가, 턱을 쓰다듬었다.
여기는 벌꿀주를 비롯해 각종 식량을 넣어둘 창고로 만들면 딱 맞겠는걸.
특히 벌꿀주가 중요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벌꿀주를 마시지 못하면 하루를 시작한 기분이 안 났으니까.
그동안은 세상을 떠돌아다니느라 원하는 만큼 마시지 못했지만, 이제는 마법학교라는 고정된 구역에 늘 지내지 않나.
그밖에도 여건상 못했던 수많은 일들을 머릿속에서 굴리던 나는 집 밖으로 나갔다.
사람을 불러 벌꿀주 창고부터 만들기 위해서였다.
“더러운 공화국 놈.”
그리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멈춰 섰다.
남자가 말한다.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왔지? 또 인류를 배신하고 악신에게 붙기 위해서?”
“…….”
새하얀 정복을 입은 남자가 새까만 교복을 입은 남자를 압박한다.
정황상 새하얀 정복은 교국의 인물, 새까만 교복은 공화국의 인물인 듯했는데, 공화국은 예전에 인류를 배신한 전적이 있어 가끔 저런 식으로 시비가 걸리곤 했다.
근데 수백 년 전 일인데 아직도 그걸로 욕하는 건 조금.
아닌가? 이게 정상인가?
이 더러운 악신의 앞잡이 놈들.
그래도 신성한 교육의 현장에서 싸움은 놔둘 수 없다.
싸움은 안 돼.
나는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꽂히고, 교국 출신의 남자가 멈칫했다.
“…뭐야.”
“루이나예요.”
교국 출신의 남자가 입을 다문다.
살짝 얼굴이 빨개진 게 햇볕이 어지간히 뜨거운가 보다.
“…신입생?”
“비슷해요.”
“신경 쓰지 말고 가라. 이건 우리들의 문제니까.”
굉장히 굳센 의지였다.
그 굳센 의지에 나는 나도 모르게 로브를 펄럭였다.
펄럭.
“…….”
“…왜, 왜 그래.”
펄럭펄럭.
“뭐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
“야, 알리스.”
“뭔데 또.”
“저걸 봐.”
알리스의 일행이 손가락으로 내 로브를 가리킨다.
정확히는, 로브 안쪽에 달린 무언가를.
“추기경의, 배지?”
하아.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이러면 어쩔 수 없나.
나는 알리스에게, 명예 추기경으로서 명령했다.
“당장 다툼을 멈추고 숙소로 돌아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