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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황자의 반란은 신속히 마무리됐다.
비록 수괴인 2황자와 그의 오른팔인 남부 사령관은 놓쳤지만, 그 외의 수많은 잔당을 잔뜩 잡아들인 것이다.
특히 2황자의 심복이었던 로데릭이 별궁에서 자결한 채로 발견됐으니, 2황자 입장에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도주한 2황자는 남부 사령관의 영지에 틀어박혀 독립을 선언했다. 바야흐로 제국이 내전 상태에 빠지게 된 거다.
“전쟁은 피를 부르는데, 병사들만 불쌍하게 됐네요.”
나는 짧은 감상평을 남기고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었다.
내 앞엔 뮤란이 앉아 있었다.
뮤란은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나와 눈을 마주쳤는데, 나는 뮤란이 아닌 그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기엔 한 늙은 연금술사가 고요히 서 있었다.
“…원하셨던 연금 마법을 양도할 연금술사입니다.”
“그래서 마법은 어떻게 넘기는 거냐.”
나는 늙은 연금술사에게 별다른 질문 없이 천칭을 발동했다.
저 연금술사가 돈을 원했든, 아니면 다른 거래를 했든 그건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결국 중요한 건 마법이니까.
“수고하셨어요.”
“허.”
연금 마법을 넘긴 늙은 연금술사는 어딘가 아쉽지만, 동시에 속 시원한 표정을 짓고는 여관을 떠났다.
나는 파이프 담배를 털어 끄고는 연금 마법을 음미했다.
이 달콤하고 씁쓸한 맛.
제대로 얻었다.
“…어떠신가요.”
“제대로예요. 역시 믿음과 신뢰의 연금술 길드군요?”
“…잘됐네요. 그럼 다음 목적지를 들을 수 있을까요?”
“저희 다음 목적지는…그걸 뮤란 님이 왜 묻나요?”
너무 자연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대답할 뻔했다.
우리 다음 목적지를 네가 왜 알려고 해.
뭐 하는 녀석이야.
당황스러운 상황에 내가 되묻자, 뮤란은 오히려 본인이 당황스럽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야 저도 따라가야 되니까요.”
“혹시 제가 요구 조건에 뮤란 님의 동행도 요청했나요?”
“…그건 아니지만, 연금 마법은 익히는 건 쉬워도 숙련이 매우 어려워요. 반드시 누군가 가르쳐줘야 돼요. 루이나 님도 연금 마법을 감상하려고 얻은 건 아닐 텐데요?”
확실히 맞긴 했다.
나는 마법을 수집하려고 모으는 게 아니다. 쓰려고 모으는 거다.
내가 재능이 너무 부족해서 못 익힌 거지, 보통 연금 마법을 익히는 것 자체는 쉬웠다.
그걸 응용해 결과를 만드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그래서 본인이 따라다니며 가르쳐 주겠다는 건가요?”
“…네.”
“제가 어디로 갈 줄 알고요.”
“…어디든 상관없어요. 이건 약속이니까요.”
“알겠어요.”
다른 건 몰라도 마법을 가르쳐주겠다는 말이 와닿았다.
“안 그래도 누군가에게 마법을 배워보고 싶었어요. 여태 혼자서 마법을 익히려니 심심했거든요.”
“네? 혼자요? 루이나 님은 저한테 마법을 배우는 중 아니었나요?”
“제리 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제가 언제 제리 님한테 마법을 배웠어요.”
“그럼 저는 대체 여기에 왜 있는 거죠?”
의문에 빠진 제리를 뒤로한 채 나는 뮤란에게 다음 용건을 물었다.
“성은은요?”
“…황실에 문의해 받아왔고, 막 가공을 마쳤어요. 여기요.”
뮤란은 테이블에 성은을 올려놨다.
그리고 가죽 주머니도 같이 올렸다.
“여기 선금으로 받았던 금화 10개예요. 거기에 의뢰비는 받지 않기로 했어요.”
성은은 압축된 후 등불의 형태로 가공됐는데, 그 별빛을 닮은 자태에 나는 성은을 쓰다듬었다.
마이 프레셔스….
“루이나 님? 눈이 풀렸어. 괜찮은 거 맞아?”
“저는 늘 정상이에요.”
“아니, 눈이 풀렸다니까?”
“저는 늘 정상이에요.”
나는 평소에 쓰던 등불을 조심히 내려놓고 성은 등불을 허공에 띄웠다.
그러자 크리스가 말했다.
“둘 다 쓰지는 않네? 이제 마법으로 등불을 띄울 수 있어서 틀림없이 등불을 2개 다 쓸 줄 알았어.”
“제게 걸린 제약 때문에 등불을 여러 개 써도 효과가 없거든요.”
“아하.”
등불이 1개든 100개든 내가 마법을 발동할 수 있는 등불은 1개뿐이었다.
굳이 거추장스럽게 여러 개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백은색 등불은 허공을 둥둥 떠다니다가, 제리를 툭 하고 쳤다.
제리가 화들짝 놀랐다.
“저는 왜요?”
“제가 한 게 아니에요. 적영이 멋대로 한 거예요.”
“루이나 님이 발동한 마법이잖아요.”
“발동은 제가 했지만, 움직이는 건 자기 멋대로거든요.”
내가 따로 명령하면 듣긴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인다고 해야 되나. 여러모로 재밌는 마법이었다.
“일종의 인공자아를 만드는 마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습니까.”
“물론 인공자아의 기반은 저긴 해요.”
“그럼 루이나 님이 한 거 맞지 않습니까….”
하지만 나는 생각만 하지 실행하진 않잖아.
아무래도 내 적영은 이제 막 태어난 애라 호기심이 많나 보다.
“루이나 님.”
레온이 진중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유가 먹고 싶은 거죠? 주문하세요.”
“아닙니다.”
“아니군요.”
뭐, 그래.
슬슬이긴 했다.
나는 원래 쓰던 등불을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이것만 보관소에 맡기고 지혜의 마녀를 만나러 가볼까요?”
“에잉.”
발리온 드라고밀은 시가를 입에 물었다가, 그럴 기분이 아닌지 다시 시가를 케이스에 집어넣었다.
“하나밖에 없는 제자가 이 모양이니 어디 가서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나.”
“죄송합니다 스승님.”
“미안할 게 있나. 내 잘못이지 전부.”
허허 웃은 발리온은 헤이즈에게 질문했다.
“어떠냐? 황도는?”
“정신없습니다.”
“정신없는데 여긴 왜 왔어. 일이나 보지.”
“인사를 드릴 정도는 됩니다. 그래도 대충 마무리는 돼서요.”
걱정했던 대로 발리온에게 몸을 의탁해야 될 일은 생기지 않았지만, 그에 준하는 커다란 사건이 벌어졌으니까. 보고는 하러 오는 게 도리 아니겠는가?
“죽다 살아났다고 들었다.”
“그렇습니다.”
“자존심을 부리지 않는구나. 많이 달라졌어.”
“그런 게 하등 쓸모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헤이즈는 이번에 정말 많은 걸 깨우쳤다.
자존심도 그중 하나였다.
“평소에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며 자존심을 세워봤자, 위기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더군요.”
“그걸 이제야 알았느냐 아둔한 제자야.”
“스승님의 말씀을 진작 새겨들을 걸 그랬습니다.”
“에잉.”
혀를 찬 발리온은 이내 헤이즈의 몸을 훑어봤다.
그리고 시가를 재차 꺼내 입에 물었다.
“그 짧은 사이에 검술 실력이 늘었구나. 심경에 변화라도 생겼느냐?”
“우리는 연단 마법을 쓰지만 마법사가 아니다. 그 말의 뜻을 정확히 인지했습니다.”
“그것 또한 이제야 알았느냐, 이 아둔한 제자야. 이러다 또 마법을 익히겠다고 설치는 건 아니겠지?”
“하고 싶어도 못 합니다. 주고 왔거든요.”
“마법을 주고 왔다고?”
“네.”
아리송한 말에 잠시 미간을 찌푸린 발리온은, 직후 허허 웃으며 말했다.
“누구를 만난 거냐 대체.”
“우는 아이도 뚝 그치게 하는 복수의 마녀를 만나고 왔습니다.”
“확실히 애가 울음을 그치긴 했구나.”
“그래서 말입니다. 스승님.”
헤이즈는 각오를 다지며 말을 꺼냈다.
“수호 기사를 그만둘 생각입니다.”
“그래?”
“대신―.”
대신 한 사람의 여정을 따라갈 생각이다, 라고 하려던 헤이즈는 자신의 어깨를 꽉 잡는 발리온에 눈을 깜빡였다.
“스승님?”
“안 그래도 독립시킨 이후로 안 좋은 습관이 여기저기 붙어서 싹 다 뜯어고치고 싶었는데, 네가 먼저 제안을 하는구나. 얼른 연무장으로 와라. 사정없이 굴려줄 테니.”
그게 아니라….
어라?
헤이즈는 발리온에게 잡혀 연무장으로 끌려갔다.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말이다.
아쉽지만, 루이나를 따라가는 건 다음 기회에….
오르핀은 왕관을 천천히 들어 머리 위에 썼다.
아버지의 상징이었던 물건은 이제 오르핀의 것이 됐다.
그 무게를 실감하며 오르핀은 회의에 참가했다.
정식으로 대관식을 하기엔 여러모로 급했기에 우선 약식으로 황위를 계승한 오르핀은, 황제로서 여러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사크에게 항복 권유문과 경고문은 보냈나?”
“그렇습니다 폐하.”
“답장은 저번과 똑같은 헛소리인가 보군. 이후 대처는 어쩔 생각이지?”
“현재 병력을 반란군의 근거지 주변에 배치했습니다. 다린 제테리온 변경백의 영지를 중심으로 총 10개의 영지가 힘을 합쳤고―.”
그 외에도 주변국에 보낼 서신이나, 선물이나, 이런저런 외교 문제를 처리하던 오르핀은 오늘 회의의 핵심이자 가장 중요한 업무를 맞이했다.
논공행상.
자신을 도와준 모두에게 적절한 포상을 내리는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에게 내릴 포상을 설정하던 오르핀은 오늘의 주인공의 차례가 돼 턱을 쓰다듬었다.
“이름이 루이나였나.”
“그렇습니다.”
“그밖에 알려진 건?”
“조사 중이지만, 아직 잘….”
“화염 속성을 가진 3위계 마법사입니다.”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오르핀은 시선을 옮겼다.
제5 황자, 카이렌 에테르노의 발언에 오르핀은 흥미롭다는 듯 입술을 열었다.
“3위계라고?”
“본인 주장으로는 그럽니다.”
“그건 신기하군. 또 없나?”
“전신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건 봐서 안다. 그런 거 말고….”
“그리고 켈튼이라는 스승을 뒀습니다. 용병 등록상의 고향은 웨스트 쉐이드 그레이프턴이지만, 행적으로 추적하면 사우스 클램프 우드 출신일 확률이 높습니다. 나이는 17살이고 상인인 크리스, 성기사인 레온, 마법사인 제리라는 일행과 함께 움직이며 크로프트 학파와 연관이 깊어 보이는―.”
“잠깐잠깐잠깐.”
오르핀은 당황하며 카이렌을 제재했다.
카이렌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오르핀을 봤다.
“무슨 일이십니까. 폐하.”
“왜 그리 자세히 아나?”
“우연히 들었습니다.”
“그게 우연히 들을 수 있는 내용이라고?”
어이없었지만, 정작 본인이 태연히 주장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우연히 많이도 알았군. 아무튼 이 루이나 경에게 어떤 포상을 내리는 것이 합당할까. 모두 기탄없이 의견을 내도록.”
“막대한 포상금을 내리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오르핀은 한 귀족의 주장에 미세하게 미간을 꿈틀거렸다.
막대한 포상금. 얼핏 후해 보이는 이 보상은 굉장히 실속이 없었다.
고작 돈으로 루이나의 활약을 퉁치겠다는 뜻이니까.
황태자, 심지어 전대 황제가 사망해 이제 황제가 될 인물을 도운 대가는 고작 그 정도가 아니었다.
“포상금 좋군요.”
“최대한 많이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법사들은 연구에 돈을 많이 쓰니까요.”
귀족들이 합심해서 떠든다.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던 오르핀은 카이렌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는 어떤가?”
“우연히 저는 루이나 경과 아르카나 체스를 둔 적이 있는데 말입니다.”
“체스?”
“그렇습니다. 그때 루이나 경이 한 플레이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어떤 플레이를 했지?”
“제가 직전에 사용했던 오프닝을 그대로 사용해, 저를 철저하게 박살 내더군요.”
그건 참, 재밌는 플레이 스타일이었다.
“저도 루이나 경과 체스를 해봤어요.”
“타시아 황녀, 그대도?”
“네.”
8황녀, 타시아 에테르노도 자신의 경험담을 늘어놓았다.
“일부러 제가 펼친 오프닝과 상성 상 불리한 오프닝을 전개해 저를 철저하게 박살 내더라고요.”
“어떤 성격인지 감이 잡히는군.”
집요하고, 지독한 성격이었다.
하긴 그런 성격이니 제2 황자가 자신의 성은을 훔쳐 갔다는 이유로 찾아온 거겠지.
오르핀은 계산적인 사람이었다.
때문에 계산 내에서 정답이라면, 그게 설사 비도덕 한 일이라도 충분히 감안하고 넘어갔다.
그래서 뻔뻔하게 루이나의 포상을 축소하는 귀족들이 역겹긴 했지만, 별개로 그들의 의견을 들어줄 생각도 있었다.
다만 오르핀이 생각하기에 루이나라는 전신 화상 화염 마법사를 굳이 섭섭하게 하는 것보다는, 귀족의 의견을 누르고 합당한 포상을 해주는 게 리스크가 적었다.
무려 황제를 구해준 공적 아닌가.
이건 반대하는 귀족도 강하게 나오기 힘든 상황이었다.
결정됐다.
오르핀은 선언했다.
“내 목숨을 구해주고 반란군 제압에 지대한 공헌을 한 루이나 경에게 남작 위와 영지를 내리겠다. 이 지위와 영지는 그의 후계자에게 계승될 것이다. 반대하는 자 있나?”
“…….”
“없나 보군.”
여기서 반대하면 그게 역적이었다. 황제의 목숨을 구해준 공적은 그만큼 강한 힘을 가졌다.
조용해진 귀족들의 모습에 오르핀은 속으로 웃으며 카이렌에게 추가로 문의했다.
“전신 화상 치료도 해주고 싶은데, 혹시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카이렌?”
“화상을 입은 모습으로 장난을 자주 치지만, 고치려는 생각 자체는 있어 보입니다. 좋아할 겁니다.”
“좋아.”
오르핀은 시종장에게 명령했다.
“당장 루이나 경을 황궁으로 불러오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오르핀은 루이나에게 꺼낼 말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없다고?”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미 수도를 떠나버린 루이나에 입을 벌렸다.
“아니.”
황당함에 입을 달싹이던 오르핀은, 이내 작게 중얼거렸다.
“황제를 구해놓고 바로 떠나는 인간이 세상에 어딨냐고.”
“죄송합니다.”
“연락할 방법은?”
“연고지가 없는 자라, 연락할 방법이 없습니다. 어디로 떠났는지도 모릅니다.”
“미치겠군.”
“레온 님! 이거 보세요! 저희 애가 1mm나 자랐어요!”
“연단 마법을 저희 애라고 부르는 건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왜요?”
“하지 말라면 하지 마세요.”
“네.”
수도를 떠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오늘도 여전히 마법을 익혔다.
연단 마법 이거 힘드네.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