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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쩌다 특대 성은을 들킨 건가요.”
“…저희 측의 불찰이에요. 성은의 크기가 크기다 보니 압축에 필요한 약품을 추가로 구매해야 됐는데, 여기서 누군가 눈치를 챈 모양이에요.”
“그건 참, 재밌는 사건이네요.”
동네방네 소문낸 것도 아니고, 약품 조금 추가로 구매했다고 바로 도둑이 들었다라.
둘 중 하나였다.
우연이든가, 아니면 진작부터 주시하고 있었든가.
어쩌면 내가 특대 성은을 옮길 때부터 의심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겉면이 대리석이라도 그만한 크기의 돌을 연금술 길드로 가져갔으니, 충분히 뭔가 있나 찔러볼 만했다.
“…보상은 당장 해드릴게요.”
“그래요?”
“…그리고 현재 사람을 푼 상태니 성은의 행방은 물론이고 범인의 정체도 금방 밝혀질 거예요.”
뮤란의 눈이 가라앉았다.
잠시 질척한 눈빛을 흘리던 뮤란은 천천히 말했다.
“…저희 연금술 길드를 건드린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할 예정이에요. 안심하고 기다리시면 성은을 돌려 드릴게요.”
“보상은 됐어요.”
그 큰 성은을 숨기고 옮길 방법 자체가 애초에 한정적이었지만, 일이 벌어진 후에 그런 소리를 해봤자 핑계일 뿐이었다.
성은 도난 사건에 내 책임도 일정 부분 있는 이상 보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것보다 범인이 궁금한데요.”
내 ‘이어지는 플로라의 의지…!’를 가져간 녀석은 대체 누구야.
잡히기만 해봐.
제리로 만들어 버린다.
“네? 저요?”
“그래서 뮤란 님. 범인은 누구인가요.”
“…그건 아직 모르겠어요. 다만 엄중한 마법 감시를 손쉽게 뚫었으니 프로의 솜씨는 확실해요.”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일단 알았어요.”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면 다시 찾아올게요.”
뮤란은 재차 고개를 숙이고 여관을 떠났다.
나는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 상태로 가만히 테이블을 톡톡 치자, 제리가 손가락을 튕겨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였다.
“고마워요.”
가볍게 감사 인사를 한 나는 상념에 잠겼다.
이해가 잘 안됐다.
황제도 얻지 못한 크기의 성은? 확실히 놀랍긴 하다.
허나 이게 그렇다고 지고의 보물은 아니었다.
만약 내가 진짜 성배를 연금술 길드에 넘겼다면 지금의 반응이 이해됐다. 그건 인생을 걸고 훔칠 보물이니까.
그런데 특대 성은이 그 정도는 아니잖아.
물론 특대 성은도 특별하고 훔칠 가치가 있었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거다.
마치 특대 성은을 처음부터 눈을 부라리고 찾았던 것처럼 신속한 반응을 보여주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거다.
뭔가 퍼즐이 빠졌다.
그리고 그 퍼즐이 뭔지 잘 모르겠다.
“루이나 님.”
레온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레온은 진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성은 탐색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니요. 됐어요. 이건 제 일이니까요.”
“하지만 정황상 빈민가를 조사해야 될 텐데, 그곳을 혼자 돌아다니는 건 위험합니다.”
“오해가 있네요. 어차피 저는 직접 움직일 생각이 없어요. 연금술 길드에서 사람을 풀었잖아요.”
“그렇습니까?”
레온이 의외라는 목소리를 했다. 내가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줄 알았나 보다.
나는 연기를 천장에 뱉으며 입술을 달싹였다.
“거기에 레온 님의 말대로 빈민가는 위험하잖아요? 굳이 들쑤셔서 좋을 게 없어요.”
“그건 맞습니다.”
“저희는 당분간 느긋하게 여관에 있도록 해요. 그러면 모든 게 알아서 해결될 거예요.”
나는 웃었다.
그러자 레온이 매우 작게 중얼거렸다.
“뭔가 이상한데….”
오해할까 봐 말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굳이 직접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도둑놈들이 훔쳐 간 게 켈튼의 물건이었다면 그게 누구든 대가를 치르게 만들었겠지만, 플로라는 냉정하게 고작 며칠 만난 친구였다. 이성을 잃고 날뛰기엔 우리 사이에 쌓인 게 너무 적었다.
“저거 비싼 로브야.”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옷감이 고급이잖아. 상인의 딸인가?”
“아빠한테 교육을 덜 받았네. 이런 곳에 들어온 걸 보면 말이야.”
속삭이듯 낄낄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걸음을 옮겼다.
저 판에 박힌 대화만으로 눈치챘겠지만 여기는 빈민가였다.
레온에게 한 얘기와 정반대로 직접 빈민가에 찾아온 것이다.
레온을 속이려던 생각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오더라.
열 받아서.
이른바 시간차 분노인 것이다.
“아가씨. 여기서 뭐 해?”
술에 취한 남자가 비틀거리며 말을 걸었다.
술 냄새는 악취가 워낙 강해 가려졌지만, 그럼에도 나는 저 남자가 취했다고 확신했다.
아무리 밤이라 해도 달빛에 얼굴이 보이는데, 내 얼굴을 보고도 작업을 건다? 취하지 않고는 불가능했다.
나는 취객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내가 찾는 건 이런 녀석들이 아니었다.
그런 내게 취객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수행원도 없이 혼자서 돌아다니면….”
“이봐.”
뚜벅. 빈민가 입구에서 누군가 걸어왔다.
느닷없는 목소리에 취객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려다, 움찔거리며 시선을 옮겼다.
입구에서 걸어온 남자는 취객의 앞에 섰다. 그다음 상대를 조용히 내려다봤다.
그 무언의 시선에 취객은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뭐, 뭐야.”
“두 번 말하지 않는다. 꺼져라.”
남자의 날카로운 말에 취객은 겁먹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그게 퍽 재밌었는지 길바닥에 드러누운 놈들이 낄낄댔는데, 남자는 그런 녀석들을 한차례 훑어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상대할 가치도 없는 놈들이군.”
“제리 님. 생각보다 도움이 되네요.”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 대체 왜 데려온 겁니까.”
“저희는 팀이잖아요.”
“처음 듣는 얘기인데요.”
“그야 처음 얘기했으니까요.”
“왜 나만….”
꿍얼대는 제리를 뒤로한 채 나는 빈민가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덩치가 큰 제리를 옆에 껴서 그런가. 귀찮게 하는 놈들은 없었다.
나는 작게 혀를 찼다.
“이래서 제가 거리를 벌리고 따라오라 한 거예요. 미끼를 안 물잖아요.”
“당신은 미끼로 쓰기엔 너무 위화감이 클 텐데요. 전신 화상 환자는 빈민가에서도 드뭅니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하는 수 없이 나는 근처에 있던 사람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
“아까부터 저희를 몰래 쫓아 오던데, 이유가 있을까요?”
상대방은 내 말이 끝나자마자 신속하게 벽을 밟고 위로 솟구쳤다.
명백히 도주하려는 움직임이었는데, 남자가 두 번째 벽을 발로 차기도 전에 푸른색 밧줄이 허공을 갈랐다.
우당탕―. 물의 밧줄에 구속된 남자가 땅에 떨어졌다.
충격에 고통스러워하는 남자에게 나는 차분히 질문했다.
“저희 초면 아니죠? 저는 초면이지만, 도적님은 저를 알 거 같은데요.”
“…….”
“안 되겠네요. 제리 님? 특기인 고문으로 이 사람의 입을 열게 하세요.”
“제게 그런 특기는 없습니다.”
“곤란하네요.”
나는 팔짱을 꼈다.
이 사람의 입을 열게 할 마땅한 방법이 안 떠올랐다.
불로 태우면 누구나 입을 열겠지만, 단순 스토킹을 했다고 그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이 녀석이 내 성은을 훔쳐 갔다고 확정된 것도 아닌데.
“진실을 판별하는 마법을 꼭 구해야겠어요.”
“성은을 훔쳐 간 놈들과 한패라는 게 확정 되면 망설임 없이 지질 생각이군요.”
“그럴 리가요. 잠깐 깨물어줄 뿐이에요.”
등불 안에서 불꽃이 이빨을 날카롭게 세웠다.
우리 애는 안 물어요. 정말이에요.
내가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등 뒤의 손을 꼼지락대던 스토커가 조용해졌다.
이대로 시간 싸움을 하면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실제로 옳은 판단이었다. 나는 이런 곳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제리 님. 돌아가죠.”
“벌써 말입니까?”
“추운 곳에서 계속 서 있는 것도 피곤하잖아요.”
나는 물의 밧줄을 해제했다. 순간 스토커의 표정이 밝아졌다. 내가 풀어준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런 거 아닌데, 애가 설레발을 치네.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직후 땅에서 나무가 솟아올랐다.
나무 병사를 소환한 나는 스토커를 공으로 만들어 들게 한 후 제리에게 말했다.
“여관으로 돌아가요.”
“그 녀석은 어쩌실 생각입니까?”
“보시면 알잖아요. 저 상태로 숙소로 데려가 따뜻한 음식이라도 먹이면 마음을 열겠죠.”
“몸이 공처럼 구겨진 상태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인간은 없을 텐데요. 며칠이나 함께 할 생각입니까?”
“그건 제리 님이 잘 아시잖아요.”
적당히 눈짓으로 신호를 줬다. 말을 맞춰달라는 뜻이었다.
내가 뭘 원하는지 알아들었는지 제리가 능숙하게 받아쳤다.
“이미 저도 몇 년째 잡혀서 노예로 구르는 중이죠. 대충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저와 달리 저 사람은 잘못한 게 없지 않습니까?”
“그러게 누가 도망가래요. 말을 걸었을 때 아니라고 잡아떼기만 했어도 이렇게 안 했어요.”
“말하겠습니다! 전부 말할 테니 풀어주십시오!”
공 상태의 스토커가 비참하게 소리친다.
나는 무시한 채 빈민가를 벗어났다.
그러자 제리가 스토커를 비웃었다.
“협상 조건을 걸다니.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요.”
“무슨 소리예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식사도 안 먹이고 보내기 미안하잖아요. 저 때문에 땅을 굴러서 몸이 아팠을 텐데, 적어도 한 달은 무료로 음식을 제공해야죠.”
“저는 잿빛 칼날 소속입니다! 성은을 가져간 게 저희 맞습니다!”
찾았다 범인.
나는 스토커에게 잿빛 칼날의 정보를 들었다.
수도에서 꽤 유명한 도적 길드로, 솔직히 길드라기보다 갱단에 더 가까운 놈들이었다.
“본거지에 들어가려면 암호를 말해야 되다니. 상당히 본격적이네요.”
“어쩌실 겁니까?”
“가봐야죠.”
나는 제리와 함께 잿빛 칼날의 본거지로 이동했다.
“어라.”
그리고 입구에 누워 있는 사람들에 눈을 깜빡였다.
뭐지?
바닥에 누워 끙끙대는 상태를 스스로 원하던 건 아닐 테니 저건 명백히 타의였다.
누군가 잿빛 칼날의 소속원을 두들겨 팬 것이다.
궁금함에 나는 끙끙대는 사람들을 넘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끼익. 문을 열자 열풍이 얼굴을 때렸다.
나는 시선을 건물 중앙으로 옮겼다.
건물 중앙. 거기에.
언젠가 본 남자가 있었다.
얼굴이 퉁퉁 부은 사람의 멱살을 잡아 들던 갈색 머리 남자는 나를 보자마자 작게 중얼거렸다.
“체스?”
“안녕하세요.”
체스 클럽에서 만났던 타시아의 수행원이 왜 여기에 있지.
쟤도 뭐 털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