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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3 KiB

“짠.”

“이게 성분 증명서인가요.”

“여기 인장 보이지? 벨몬테 윈터헤이븐 연금술 길드에서 받았다는 증거야.”

나는 크리스가 건넨 성분 증명서를 살폈다.

「이 물은 대지의 심연에서 솟아난 온천수로, 다음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황-불의 원소의 정수, 내면의 열기를 깨운다.

광물염-땅의 원소가 응결된 형태, 육체를 강화한다.

순정수-물의 원소의 가장 순수한 모습, 정신을 맑게 한다.

자연의 숨결-바람 원소가 정제된 성질. 생명을 순환시킨다.

본 온천수는 네 가지 원소가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황과 광물염의 함량이 탁월하여 회복과 원기 증진에 뛰어난 효과를 보임.

연금술 길드 벨몬테 윈터헤이븐 지부장

파라셀 인증」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면 수도의 부자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지갑을 열 만했다.

“루이나 님? 어때?”

“크리스 님은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면 굉장히 신속하고 지능적으로 움직이네요.”

“나는 늘 그랬어 루이나 님. 증명서 봤으니 이제 다른 장비도 확인해야겠지?”

크리스는 이번엔 나를 짐마차로 데려갔다.

짐마차에는 나무통이 잔뜩 실려 있었는데, 그 숫자가 상당히 많았다.

나는 일렬로 늘어선 여러 개의 짐마차에 눈을 깜빡였다.

“크리스 님은 몸이 5개인가요? 저걸 혼자 어떻게 움직이시려는 거죠?”

“당연히 사람을 고용해야지. 걱정 마 루이나 님. 사람 고용 부분은 문제가 없으니까.”

“역시 대상인 크리스 님이에요. 든든하군요.”

“사람 고용에서 가장 위험한 건 뒤통수를 맞는 건데, 만약 그러면 루이나 님이 응징해 줄 거잖아? 아무 문제가 없는 거지.”

“갑자기 안 든든해졌어요.”

크리스 이 녀석 이러려고 나를 자꾸 투자자로 끌어들이는 거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하여간 루이나 님. 이게 내가 새로 구매한 장비의 전부야. 잘 마련했지?”

“돈을 최대한 벌겠다는 욕망이 느껴져서 아주 좋았어요.”

“이제 중요한 건 저기에 담을 온천수인데…. 루이나 님. 어떤 온천수가 제일 좋았어?”

“저요? 저는―.”

“뭘 하나 했더니 온천수를 다른 곳에 가져다 팔 생각이었느냐. 돈머리는 참 잘 돌아가는구나.”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나는 몸을 돌렸다.

플로라가 있었다.

나는 곰방대를 뻐끔대는 플로라가 신기해 물었다.

“성은에서 떨어져도 돼요?”

“누구를 무슨 중증 환자 취급하는구나. 성은은 애초에 그런 용도가 아니다.”

“그렇군요.”

난 또 성은에서 떨어지면 그 순간 사망하고 그런 줄 알았지.

“불경한 생각을 하는 표정이구나.”

“저는 항상 윗사람을 공경해요.”

“온천수를 팔고 싶다면 내 온천의 온천수를 떠가야 하지 않겠나? 치유의 샘 소문은 전부 내 온천 때문에 생긴 건데.”

“저게 사실이야 루이나 님?”

“네. 사실이에요.”

치유의 온천 소문은 전부 플로라의 성은 덕에 나온 거였으니, 만약 하나를 고른다면 플로라의 온천이 맞았다.

“소문의 근원지를 파악했구나?”

“네.”

“잘 됐다! 그럼 플로라 님! 잘 사용할게!”

“그래.”

그렇게 말하며 플로라는 손을 내밀었다.

크리스는 플로라의 손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이내 눈을 가늘게 떴다.

“플로라 님? 이게 무슨 의미야?”

“그런 말을 하는 것치고 무슨 의미인지 귀신같이 알아맞힌 표정이다만?”

크리스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 고작 온천수 퍼가게 해주고 돈을 받겠다고?”

“내 온천이다만?”

“루이나 님. 이 사람 완전 돈에 미쳤어. 내가 살다 살다 물을 돈 주고 팔려는 사람은 처음 봐.”

“크리스 님. 지금 자기소개를 하시는 건가요.”

진짜 크리스의 입에서 나오기에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루이나 님은 대체 누구 편이야.”

“저는 정의의 편이에요.”

“됐어. 어차피 사람들은 윈터헤이븐의 온천수라고 하면 전부 다 좋아해. 굳이 돈 주고 플로라 님의 온천을 구매할 필요는 없어.”

“계산이 굉장히 빠르시네요?”

플로라가 성은을 세상에 공개하는 게 아니면 치유의 온천 소문은 윈터헤이븐 전체가 누리게 된다. 굳이 진짜 치유의 힘이 있는 물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거다.

“살짝 사기꾼이 된 기분이네요.”

수요가 있으니 판매하는 거지만, 별개로 소문의 진상을 알면서 아무 관계 없는 온천수를 팔려니 살짝 걸렸다.

내 말에 크리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차피 어떤 온천수를 쓰던 사람들이 원하는 기적 같은 힘은 없어. 기분만 내게 해주면 되는 거야 우리는.”

“확실히 그러네요.”

“그러니 루이나 님. 슬슬 준비하자.”

“어떤 걸요?”

“저 나무통에 온천수 채워야지.”

“아하. 잠깐만요.”

나는 숙소에서 쉬고 있던 레온을 데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도와주세요. 힘쓰는 건 레온 님 전문이잖아요.”

“…알겠습니다.”

우리는 근처의 온천으로 가 나무통에 온천수를 가득 채웠다.

“이제 이걸, 75번 반복하면 돼.”

“너무 일을 크게 벌인 거 아닌가요.”

“이래야 돈을 많이 벌어.”

“돈은 중요하죠.”

나는 낑낑대며 나무통을 굴려 짐마차 위에 쌓았다.

앞으로 74번 남았다…!

“돈 조금 벌겠다고 난리를 치는구나.”

졸졸 따라온 플로라는 곰방대 연기를 길게 뱉으며 혀를 찼다.

돈을 벌고 싶어서 엉엉 우는 우리가 불쌍한 모양이었다.

크리스가 속삭였다.

“루이나 님. 플로라 님 너무 열 받지 않아?”

“다 들린다.”

딱. 플로라가 손가락을 튕겼다.

직후 땅에서 나무줄기가 여럿 솟아 인간의 형태를 갖췄다.

완성된 나무 인간들은 힘차게 나무통을 들고는 그 안에 온천수를 담았는데, 그걸 본 크리스의 입이 쩍 벌어졌다.

플로라가 피식 웃었다.

“마법 실력이 부족하면 몸이 고생하는 법이다.”

“루이나 님. 어떻게 해. 플로라 님이 너무 멋져 보여.”

“더 숭배하거라.”

“플로라 님. 이왕 인심 쓰는 거 플로라 님 온천도 공짜로 주는 건 어때?”

“하하.”

“히히.”

온천에 정겨운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플로라는 웃는 표정을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

“단돈 금화 10개에 가져가라.”

“내 짐마차에서 그 더러운 줄기 떼.”

마찬가지로 웃는 표정으로 대답한 크리스는 다시 내 옆에 와 속삭였다.

“완전 돈에 미친 사람이야. 저러다 강물도 팔아먹겠어.”

“다시 말하지만 크리스 님이 할 소리가 아니에요.”

플로라가 도와줘서 작업은 금방 끝났다.

“식사 할까요!”

오늘의 저녁은 야외 바비큐. 요리 담당은 크리스였다.

요리 주머니를 흔들며 고기에 꼬챙이를 꿰는 크리스를 내버려둔 채 나는 등불을 흔들었다.

화륵. 장작에 거센 불길이 솟구쳐 오른다.

화로를 완성한 나는 플로라가 만든 통나무 의자에 앉아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따뜻하다.

이럴 때 딱 그거만 있으면 완벽한데.

“가서 벌꿀주라도 가져올까요?”

“루이나 님은 혹시 피가 술로 돼 있어?”

“예전에 확인해 봤는데 아니긴 했어요.”

“자꾸 술 찾는 거 배고파서 그래. 기다려. 금방 만들어줄게.”

요리 주머니를 정리한 크리스는 본격적으로 바비큐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니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크리스 쟤는 요리 주머니를 왜 해방했지.

남장은 그만뒀나?

까먹은 걸 수도 있었지만, 나는 지적하는 대신 슬쩍 시선을 돌렸다.

레온이 조용히 모닥불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레온의 앞에 대고 손바닥을 휘휘 저었다.

“…….”

휙.

“…….”

휙휙.

“…….”

“휙휙휙―.”

“뭐 하십니까.”

“안 보이는 거 아니었나요.”

“눈앞에서 손을 휘젓는데 그게 안 보이면 실명이겠죠.”

“집중하는 줄 알았어요.”

“잠깐 생각 중이었습니다.”

레온은 짧게 설명하고는 재차 불을 응시했다.

저건 그거였다. 적당히 아무 말이나 한 거였다.

따라서 보통이라면 나도 이때쯤 적당히 넘어갔겠지만―.

“혹시 불과 관련된 아픈 기억이라도 있나요?”

그러는 대신 나는 레온에게 전부터 계속 품고 있던 의문을 던졌다.

내 질문에 레온은 움찔거린 후 몸을 돌렸다.

“……그건 갑자기 왜 묻습니까.”

“전부터 불꽃만 보면 표정이 심각해지잖아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말을 돌리고요.”

가장 최근엔 ‘저에게 내려진 사명이 뭔지 생각 중입니다’라는 식으로 회피했었다.

내 질문에 레온은 표정을 굳혔다.

“죄송하지만 굳이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기억은 아니라서요.”

“아니요. 충분히 그럴 만해요. 단지 저는 그거예요. 저 때문에 불편하지 않나 싶어서요. 제가 화염 원소의 마법을 주로 쓰잖아요.”

“…이런 식으로 장작이 타오르는 것만 아니면 괜찮습니다. 이런 장작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게 됐고요.”

“그래요?”

괜찮다면 다행이었다.

난 또 앞으로 화염 마법을 봉인하고 연단 마법으로만 싸워야 되는 줄 알았잖아.

“뭐야? 루이나 님이나 레온 님이나 분위기가 왜 이래?”

어느새 고기를 다 구워 온 크리스가 어리둥절하며 휙휙 고개를 돌렸다.

크리스의 말에 곰방대를 뻐끔대던 플로라가 대답했다.

“그런 게 있다. 서큐버스는 모르겠지만.”

“플로라 님. 나는 서큐버스가 아니라 인간이야.”

“식사나 하자꾸나. 서큐버스가 인간을 홀리기 위해서 요리를 매우 뛰어난 수준까지 연마했구나.”

“그러니까. 나는 서큐버스가 아니라 인간이라니까.”

우리는 크리스가 만든 음식을 양껏 먹었다.

“역시 크리스 님이에요. 요리 솜씨가 보통이 아니에요.”

“요리 솜씨는 좋은 상인의 자질 중 하나야.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여는 가장 쉬운 방법이거든. 맛있는 음식만 잘 대접해도 안 될 거래가 성사된다니까?”

나는 하늘을 봤다.

해가 지평선에 걸리다 못해 아예 넘어가고 있었다.

플로라는 고기를 뜯으며 말했다.

“다음엔 내가 음식을 대접하지. 벨몬테 윈터헤이븐은 훈제 고기가 극도로 발전했거든. 제대로 된 집에서 먹으면 감동이 올라올 거다.”

“플로라 님이 최고야. 우리 금방 떠나야 하니까 바로 내일 되지?”

“당연하다.”

그렇게 우리는 내일을 약속하며 도란도란 잡담을 나눴다.

아예 며칠 더 머물며 바비큐를 한 번 더 하자는 얘기까지 하면서.

콰아아앙―!

그리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폭발음이 들린 건 딱 그때였다.

우리는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진원지를 살핀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플로라의 여관. 거기에서.

복숭아나무 거인이 주먹으로 땅을 내려치고 있었다.

“침입자?”

예상밖의 상황에 플로라는 다급히 여관 쪽으로 달려갔다.

나 또한 등불을 챙겨 잽싸게 플로라의 뒤를 쫓았다.

쿠구궁. 다리가 잘린 복숭아나무 거인이 땅에 무릎을 꿇으며 넘어졌다.

여관이 반파된다. 손님들이 도망치고, 여관에 도착한 나는 이 모든 사태의 범인을 찾았다.

복숭아나무 거인 앞에 웬 남녀가 서 있었다.

낫을 든 여자와 근육질의 남자. 낯이 익었다. 노천 온천에서 만났던 용병 남녀였다.

근육남이 말한다.

“리퍼. 분명 미치광이 마법사는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괜찮다고 하지 않았어?”

“소란이 커서 구경 온 거겠지. 가만히 두면 우리를 공격하지는 않―.”

“너네 뭐야.”

플로라가 으르렁댄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곰방대가 들려 있었다.

낫을 든 여자가 입꼬리를 올린다. 즐거워 죽겠다는 듯 찢어지도록 쓰윽.

낫을 든 여자, 리퍼가 입술을 뗐다.

“악신의 사제…!”

허나 그것보다 레온의 말문이 열리는 게 더 빨랐다.

검을 뽑아 든 레온이 으스러지게 손잡이를 잡고, 그에 맞춰 나는 등불 안의 불꽃을 키웠다.

악신의 사제라.

지독한 놈들을 만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