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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1 KiB

탐색을 하려면 우선 찾고 싶은 것을 명확히 정해야 됐다.

내가 찾고 싶은 것은 불사조다. 그것도 사람으로 변신했다…는 주장이 있는 불사조.

목적이 정해졌다면 그다음은 체계적인 접근이다.

그래서.

사람으로 변한 불사조를 어떻게 찾아야 되는가.

“루이나 님. 다행인 점이 있어.”

“뭔가요.”

“황도에 비하면 사람이 적어.”

크리스 얘는 무슨 팔만 부러졌으니 전신 골절보다 낫다는 소리를 하고 있어.

나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봤다.

시골 남작령일지라도, 남작성이 위치한 성읍은 성읍이었다. 사람이 바글댔다.

마법으로 밀가루가 대량 생산돼서 그런가. 이 세계는 중세랜드답지 않게 어딜가나 사람이 많았다.

역시 해피 중세랜드다. 모든 게 중세랜드의 상위 호환이었다.

근데 사람은 좀 적었으면 좋았을 텐데.

별건 아니고, 그냥 내가 인파를 싫어했다. 전생에서도 서울보다 지방에서 사는 걸 좋아했으니까.

“여관을 찾으세요?”

돌연,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은 소년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나는 슬쩍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내 앞에는 아직 어린 소년이 손바닥을 비비며 웃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나를 관광객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이곳의 주민이 아니라는 점에선 관광객이 맞았지만, 내 목적은 관광이 아니라. 심지어 나는 이미 숙소를 잡은 상태기도 했다.

뭐, 이제 막 도착한 사람처럼 성문 앞에서 얼쩡대고 있었으니까. 착각해도 이상하진 않았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법이 없으면 귀찮게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는데,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생각이 있어 입을 다물었다.

흠.

생각을 마친 나는 소년에게 말했다.

“이름이 뭔가요?”

“림보입니다.”

“림보 님. 당신의 능력을 증명해 주시면 좋은 가격에 고용할게요. 어떤가요.”

탐정 지망생 용병이 한 말이 사실이라고 가정하자. 부상을 입은 불사조가 남작령에 숨어들었다고.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과연 불사조는 어떤 행색을 하고 있을까?

그건 뻔했다.

신원미상의 외부인으로, 뒷골목을 떠돌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걸 가장 잘 아는 건 같은 뒷골목 출신이었다.

바로 림보 같은 사람들 말이다.

림보가 뒷골목 출신인 걸 어떻게 아냐고 물으면, 그냥 보면 알았다.

옷차림도 옷차림이지만, 어린 나이에 벌써 세상에 찌든 태도를 하려면 환경이 중요했다. 적어도 부모가 없는 수준은 돼야 했다.

하여간.

원래 뒷골목 같은 슬럼가의 일을 외부인이 알기는 어려웠다. 즉 뒷골목을 뒤집어엎을 게 아니면 같은 뒷골목 출신을 고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탐색하는 법이었다.

내 말에 림보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뒷골목의 일들이라면 제가 잘 알아요. 거기서 평생 살았거든요.”

“좋아요.”

나는 은화를 림보에게 건네며 말을 꺼냈다.

“그건 선금이에요. 성과를 내시면 성과금을 따로 챙겨드릴게요.”

솔직히 림보가 제대로 된 능력을 보여준 건 아니었다. 저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다만 림보는 내가 왜 자신을 고용하려는지를 정확히 눈치챘다. 말해주지 않았음에도.

그 시점에서 림보는 자신이 써먹기 편하다는 걸 증명한 거나 다름없었다.

찾으면 림보보다 나은 사람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뒷골목 안내가 뭐 그리 중요한 임무라고. 이 정도면 충분했다.

고용도 했겠다. 나는 당장 궁금한 걸 질문했다.

“뒷골목에 이상한 일은 없었나요?”

“뒷골목은 늘 이상한데요. 음. 평소와 다르게 이상한 점을 물으시는 거겠죠?”

“이해가 빠르네요.”

림보는 고민에 잠겼다. 최근 무슨 일이 터졌는가를 되짚어보는 건데, 잠시 후. 림보가 입술을 뗐다.

“평소랑 똑같은데요?”

“구체적으로는요?”

“평소랑 똑같이 왕초가 자기 패거리를 두들겨 패고, 평소와 똑같이 사람이 죽고, 평소와 똑같이 여자들이 몸을 팔아요.”

“외부인이 없다는 뜻 맞죠?”

“네.”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뭔가 접근 방법이 잘못된 느낌이 났다.

상상을 해보자. 불사조가 사람이 됐다면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이미지적으로는 몸만 사람이고 행동은 짐승과 비슷할 거 같은데, 또 몰랐다. 음유시인이 돼 유창하게 사람들을 웃기며 돌아다닐지 누가 아는가.

결국 정보의 부재가 문제였다.

정보가 부족하니 텅 빈 부분을 추측으로 채우게 되고, 추측만 무성하니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어쩔 수 없나.

나는 상념에서 벗어나 림보에게 물었다.

“무언가 짐작 가는 곳이라도 없나요.”

“으음. 따라오세요.”

앞장서는 림보를 따라 나는 성읍을 가로질렀다.

시골 남작령이라 했지만, 말했듯 해피 중세랜드는 어딜 가든 사람이 북적대서. 시골 남작령도 엄밀히 따지면 상당한 규모였다.

그렇게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을 지나쳐 계속 이동하자, 곧 한산한 거리가 등장했다.

어떤 세상이든 위와 밑이 나뉘기 마련이다. 그곳에 지성체가 존재한다면, 설사 정신이 이어져 서로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해도 위와 밑이 나뉘었다.

상대와의 차이를 가늠하는 건 생명체의 당연한 본능이기 때문이다.

차이를 가늠하니 구별하게 되고, 구별하다 보니 차등을 두게 된다.

슬럼가는 그러한 법칙에 의거해 탄생했다.

나는 술에 취해 널브러진 취객들을 흘긋 살폈다. 저들이 대낮부터 저 꼴인 건 이곳이 해가 지지 않는 영지라 그런 것인가, 아니면 저들이 24시간 내내 취해 있는 인간이라 그런 것인가.

후자일 확률이 높았다. 멀쩡히 밤이 찾아오는 곳에서도 뒷골목엔 저런 모습의 사람들이 널려 있었으니까.

뒷골목의 구성원은 다양했다.

매춘부.

범죄자.

하층민.

불량배.

그리고 부랑자.

“도착했어요.”

림보의 말에 나는 자리에 멈춰 섰다.

다리 밑.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

그곳에 부랑자들이 가만히 누워 있는 게 시야에 잡혔다.

집도, 가족도, 갈 곳도 없는 부랑자들은 밑바닥 뒷골목에서도 밑바닥이었다. 이들을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따라서 수상한 외부인이 섞여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였다.

불사조가 사람들 사이에 섞인다면, 여기만큼 적합한 곳도 드물었다.

“어때요?”

“제대로 찾아오셨네요.”

짧게 일했음에도 림보를 고용한 게 벌써 만족스러웠다.

외부인의 등장에도 부랑자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편했다. 괜한 신경전을 하지 않아도 됐으니.

나는 우선 근처의 부랑자를 위아래로 훑었다.

최소 몇 년 전부터 이 상태를 유지한 듯 자연스러웠는데, 이런 놈은 일단 탈락이었다.

내가 찾는 건 비교적 몸이 깨끗하고, 이제 막 부랑자 무리에 합류한 듯한 녀석이었으니까.

다음.

“흐으음.”

“…….”

이번 부랑자는 옷을 새로 구했든가, 아니면 씻었든가 둘 중 하나였다. 어딘가 깨끗한 느낌이 났다.

조건 자체는 내가 원하던 거였으나, 이번에도 아니었다.

왜냐고?

짐승이 사람으로 변신한 거라기엔, 너무 세상에 찌든 느낌을 풍기거든.

그렇게 나는 모든 부랑자를 하나하나 확인하다가, 마지막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고 눈을 깜빡였다.

어라.

없네?

“림보 님. 혹시 부랑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 여기 말고 더 있나요?”

“더 있긴 한데, 다른 곳은 개인으로 움직이는 거라서요. 단체로 뭉쳐 있는 건 여기가 유일해요.”

“일단 있을 법한 곳은 다 가봐요.”

접근 방식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불사조가 인간으로 변해 영지에 숨었다면 부랑자들 사이에 숨었을 게 분명했으니까.

그러니 부랑자를 전부 뒤졌는데도 불사조를 발견 못 한다면, 헛소리한 예비 탐정의 이마에 딱밤을 잔뜩 놔주면 됐다.

부랑자는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게 부랑자가 어디에나 있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적어도 사람들이 다니는 거리에 아무렇게나 누워 있으면 경비원이 와 걷어찼다.

때문에 부랑자는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그 누구도 관심이 없는 곳에 가 지내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런 곳이 어딘지는 정해져 있었다.

폐건물 안은, 최소 10년은 산 토박이들밖에 없었기에 탈락.

묘지 근처는, 삶을 이어갈 의지가 사라진 놈들밖에 없어서 탈락. 그대로 옆에 묻히면 돼서 편하긴 하겠다.

하수구 근처, 얘네는 그냥 아니야. 느낌이 그래.

나는 팔짱을 끼었다. 기껏 성읍을 들쑤시며 모든 부랑자를 조사했음에도 성과가 없는 탓이었다.

그때였다.

림보가 조심히 말을 걸었다.

“저기. 고용주님.”

“뭔가요.”

“그래서 뭘 찾으시는 중인가요? 알려주시면 최대한 도와드릴게요.”

환경이 환경이다 보니 나이대에 맞지 않는 성숙함을 얻은 림보였지만, 결국 어린애는 어린애였다. 너무 순진하게 위험한 질문을 했다.

상대가 뭘 원하는 줄 알고 저런 질문을 한단 말인가.

만일 정보 통제를 원하는 사람과 림보가 일하는 중이었으면, 저 질문을 하는 순간 림보는 죽은 목숨이었다.

하긴. 그런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미 같이 일한 순간 위험한 거니까. 리스크를 짊어진 시점에서 열심히 일해 성과금을 더 받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나는 나직이 대답했다.

“사람을 찾아요.”

“구체적으로는요?”

“그렇네요.”

나는 상상 속 불사조의 모습을 떠올렸다.

“붉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고요. 근육질 남자예요. 키가 3m고 가끔 머리카락이 불꽃처럼 번뜩여요.”

“…사람 맞아요?”

“아마도요.”

“그런 사람이 존재하긴 해요?”

“그건―.”

습관적으로 림보에게 설명하려던 나는, 문득 무언가를 발견하고 말을 멈췄다.

한 소녀가 과일 가게 앞을 기웃거리다가 몰래 사과를 훔친다.

그리고 그게 딱 걸려 몽둥이로 두들겨 맞을 위기에 처한다.

나는.

그 적발적안의 소녀를.

사람이라기엔 너무나 순진무구한 표정을 보고 작게 중얼거렸다.

“림보 님. 찾은 거 같아요. 성과금으로 원하는 금액을 부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