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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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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사를 풀플레이트 기사로 진화시켰다.

그다음 흰색 왕을 찍었다.

“체크메이트예요.”

“수고하셨습니다.”

“프린드 님 굉장히 잘하시네요. 몇 번 깜짝 놀란 순간이 있었어요.”

“그런 거치고 일방적인 게임이었는데 말입니다.”

프린드는 평온한 태도로 기물을 정리했다. 나도 내 앞에 놓인 기물을 정리하고 손을 내밀었다. 승부가 끝난 후엔 악수. 체스의 기본 매너였다.

프린드와 악수를 마친 나는 방금 한 게임을 복기했다.

단단하지만, 느리지 않은 플레이 스타일.

한 수 한 수를 저울에 올리며, 완벽한 손익을 계산하는 기풍은 도저히 어린 나이에 완성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기야. 기풍이라는 건 사람의 성향과 연관이 깊으니까. 거기에 이런 보드게임은 오히려 어린 나이에 두각을 못 드러내면 영근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바둑만 해도 GOAT 라인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놀라게 했다.

“프린드 님은 아직 어리니까요. 조금만 나이를 먹어도 금방 저를 위협할 거예요.”

“루이나 님. 그런 거치고 루이나 님이랑 한 살 차이밖에 안 나지 않아? 프린드 님이 성장하면 그에 맞춰 루이나 님도 성장하지 않을까?”

역시 크리스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정확히 파악했다.

나는 생략했던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

“즉 평생이 걸려도 저를 못 이긴다는 뜻이에요.”

“그럴 줄 알았어.”

나는 고개를 돌려 크리스를 쳐다봤다. 크리스는 분홍색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사람을 홀렸는데, 요리 주머니까지 출렁여서 학생들 교육에 안 좋은 모습이었다.

나중에 학장이 나를 부르면 필시 크리스를 간수하라고 주의를 주기 위해서이리라.

나는 천천히 크리스에게 물었다.

“여기엔 왜 오셨나요.”

“루이나 님이 약한 사람을 괴롭히며 즐거워하는 걸 구경하려고.”

“저는 딱히 괴롭히지 않았어요.”

“상대가 약한 거랑 즐거워한 건 긍정하는구나.”

“진짜 왜 왔나요.”

“잠깐 점검?”

그렇게 말한 크리스는 체스판을 살폈다.

현재 우리 ‘아르카나 체스 연구회’는 크리스 특제 제품을 사용했다.

나무 인형 병사 기물이라든가.

은발녹안의 청야를 든 기사 기물이라든가.

은발녹안의 등불을 든 마법사 기물이라든가.

명백히 의도가 불순한(돈을 벌어보겠다는) 수작이 들어 있었지만, 공짜로 제공해 줬기에 일단 받았다.

크리스가 성공하면 나도 돈을 벌기도 했고.

다만 이게 성공할지는 회의적이었다.

여태 말은 안 했지만 다른 도시를 갈 때마다 아르카나 체스를 틈틈이 했었는데, 크리스 특제 제품을 사용하는 체스 클럽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직 소문이 안 퍼져서일 수도 있지만, 이 부분은 확신한다. 설사 소문이 퍼져도 안 썼다.

왜냐고?

부끄럽잖아.

신사들이 얼마나 부끄럼쟁이인데 이런 체스 제품을 쓸 리가 없었다.

몰래 집에서 혼자 사용하면 몰라도, 체스는 상대가 필요한 보드게임. 클럽에 가입하는 게 필수였다.

체스를 즐긴다면 공공장소에 계속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는 뜻이었고, 따라서 이…캐릭터 상품화시킨 체스 제품을 신사들에게 파는 건 여러모로 걸림돌이 많았다.

뭐, 사업이 전부 성공하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가끔은 실패작도 나와야 사업이 건강히 돌아갔다.

한 예시로 부모도 첫째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둘째에서 제대로 키우지 않나. 뭐든지 경험이 중요한 법이었다.

나는 은발녹안의 기사를 만졌다. 그러자 변신 로봇처럼 기사의 몸이 착착 돌아가며 변했다. 나는 피닉스에 올라탄 기사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크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발상은 나쁘지 않았어요. 그러니 다음엔 조금 더 신사 친화적인 제품을 만드는 게 어떤가요?”

“…….”

“크리스 님?”

“으응?”

크리스가 뒤늦게 대답했다. 정신이 딴 곳에 가 있던 건데, 나는 크리스가 조금 전까지 집중하던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프린드가 건물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아하.

“혹시 프린드 님이 부자인가요? 대체 무슨 방법으로 프린드 님의 금고를 털 생각인가요?”

“보통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연애하기 좋을 때네요’라고 하지 않아?”

“하지만 크리스 님은 돈 말고 관심이 없잖아요.”

“맞긴 한데, 뭔가 나 점점 사람 취급을 안 받는 기분이라 이상해.”

작게 중얼거린 크리스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그게 아니라.”

“아니었나요.”

“그…이상한 말일 수도 있는데.”

“크리스 님은 늘 이상했잖아요. 특별히 더 이상할 부분이 어딨어요.”

“그래? 별거 아니고 프린드 님이 자꾸 나를 신경 써서. 왜 저러는 걸까?”

“그게 무슨 이상한 말인가요.”

돈에 미쳤던 크리스가 갑자기 남자에 미쳤다.

돈을 좋아하던 마음이 치환된 거니, 그 위력은 어마어마할 거였다.

이러다 세상이 멸망하는 게 아닌가 두려웠다.

내 말에 크리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거 아니야.”

“아니었나요.”

“뭐라고 해야지? 아 그래. 어제 프린드 님이랑 우연히 마주쳤는데 말이야.”

“네.”

“나한테 ‘크리스 님이 발매 중인 책. 잘 읽었습니다.’라고 했다니까?”

“기본적인 인사잖아요.”

나만 해도 비슷한 일이 많았다.

나랑 마주친 사람이 ‘강탈의 마녀다!’라고 소리치거나, ‘얼굴은 멀쩡한데 대체 왜’라며 한탄하곤 했으니까.

허나 내 말에 크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들어봐. 저번에는 나랑 학교 밖 식당에서 만났는데, ‘식당 사업이라도 시작하시려나 봐요?’라고 했어.”

“우연은 아니네요.”

일단 확실한 건 그거였다.

프린드는 크리스가 돈에 미친 악귀라는 걸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뭘까.

돈에 미친 악귀인 걸 알았으면 피해 다녀야지, 왜 자꾸 다가가려는 거지?

이해가 안 되네.

“알았어요. 크리스 님의 요리 주머니가 사람을 홀린 거군요?”

“근데 그렇다기엔 친해질 생각은 없던데? 가끔은 눈이 마주치면 은근슬쩍 도망가더라.”

“부끄러운 게 아닐까요.”

“그런가? 근데 프린드 님은 내 취향이 아닌데.”

“왜요?”

“뭐라고 해야지? 너무 진지한 스타일이야.”

무슨 느낌인지 알겠다.

프린드는 ‘인류를 구원한다’라는 말을 진지하게 꺼낼 법한 타입이었으니까.

“사람이 너무 무거우면 다가가기 힘들긴 해요.”

“그니까 그니까.”

“그에 반해 저희를 보세요. 사람이 가벼워서 언제든 유쾌하잖아요.”

“그니까 그니까.”

나는 크리스와의 대화를 끝내고 저택으로 돌아갔다.

“엘피니엘 남작님. 일찍 오셨군요.”

“테리 님은 항상 한결같네요.”

“감사합니다.”

요리 최상급. 가사 최상급. 눈치 최상급.

이런 사용인을 고작 평균 급여의 1.5배로 고용할 수 있다니. 싸다 싸.

나는 평소대로 저택 지하로 갔다. 지하에 마련된 마법사의 공방에 진입하자 옆에서 따라오던 적영이 중얼거렸다.

[주인님. 청소 좀 하고 살아.]

“조용히 하세요.”

나는 지하실 중앙에 마련된 제작대에 다가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제작대 위에는 각종 재료가 준비돼 있었는데, 나는 투명한 보석을 집어 안에 새싹을 키우고 ‘거부’의 특징을 부여했다.

됐나?

손가락으로 보석을 튕기자 묘한 반발력이 전해졌다.

됐네.

1회용 방어 마도구 제작 완료.

연금 마법 수련은 틈이 날 때마다 했다. 원래도 활용도가 높은 마법이었는데, 지금은 더 중요했다.

현자의 돌을 만들어야 됐으니까.

현자의 돌을 만든 현자는 딱히 연금술사가 아니었지만, 결국 마도구 제작엔 연금술이 필수인 탓이었다.

물론 제작 난이도는 극악이었으나, 어차피 당장 재료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느긋이 연금술 능력을 키우면 됐다.

“친한 연금술사가 있었으면 저도 마음이 편할 텐데, 아쉽네요.”

[…….]

“왜 그러나요.”

[혹시 주인님. 누군가를 까먹은 거 아니야?]

“누구를요.”

내가 누구를 까먹었다는 거지.

레온, 크리스, 제리, 노아, 테리, 헤이즈, 카이렌, 다 기억하는데?

[한 명 없잖아.]

“누구요.”

[뮤란.]

“…어라.”

생각해보니 뮤란이 있었다.

현자의 돌 제작 이거 뮤란에게 맡기면 되는 거 아니야?

[이제야 눈치챈 게 놀라워.]

“저예요.”

근데 별개로 연금 마법의 숙련도는 올려야 했다. 나는 모든 마법을 익혀야 됐으니까.

그래도 뮤란 덕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제 여유롭게 연금술 수련을 해도 되겠다.

나는 보석을 내려놓고 이번엔 원소를 허공에 띄웠다.

현재 내가 보유한 원소는 총 7개다.

화염 원소.

물 원소.

바람 원소.

대지 원소.

나무 원소.

암흑 원소.

탐 원소.

화염은 내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원소고, 탐 원소를 제외한 나머지는 으로 얻은 후천적인 적성이었는데, 이번에 이 목록에 새로운 원소가 추가됐다.

파직. 손 위에 뇌전이 튄다.

나는 푸른 뇌전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주먹을 쥐어 없앴다.

백탑주와 거래해 고유 마법 을 얻은 뒤로 새로 생긴 뇌속성 원소였다.

의 기반이 뇌속성 원소다 보니 발생한 일이었다.

노아에게 진작 뇌속성 마법을 공유받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공유만으로는 의 기능 중 하나인 원소 적성 개화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원소 적성을 개화하고 싶다면 반드시 거래할 필요가 있었다.

잘 됐다.

나는 시간도 여유롭겠다. 새로 얻은 원소 적성을 포함해 마법들을 점검하기 위해 마력을 준비했―.

“루이나 님! 좋은 소식이야!”

“노크는 하고 들어오세요.”

그리고 갑작스럽게 난입한 크리스에 멈춰 섰다.

크리스는 다 좋은데 가끔 우리 집을 자기 집으로 착각했다.

“무슨 일인가요.”

“루이나 님이 말했잖아.”

“뭘요.”

“현자의 돌 제작에 필요한 재료. 그거 중 하나를 얻을 수 있을 거 같은데?”

“벌써요?”

이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기에 내가 눈을 깜짝이자, 크리스가 자신 있게 단언했다.

“응. 운이 좋았네.”

“어떤 재료인가요.”

다른 것보다 이게 가장 중요했다. 내 질문에 크리스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불사조의 깃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