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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3 KiB

신에 대한 인간의 갈망은 문화와 시대를 초월해 나타난다.

이 세계야 신의 실존이 명확히 드러났지만, 신의 실존이 명확하지 않았던 과거 전생에서도 사람들은 신을 쫓았다.

고대 동굴 벽화부터 현대 철학까지, 인간은 자신보다 큰 무언가를, 궁극적인 의미와 목적을 찾아왔다.

어쩌면 사람은, 기댈 무언가가 필요한 걸지도 몰랐다.

[정지하세요.]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에 나는 자리에 멈춰 섰다.

방금 머릿속에 울린 목소리의 주인은 레온이었는데, 이렇게 생각만으로 대화가 가능한 건 전부 제리가 발동한 정신감응 마법 덕이었다.

투명화 마법에, 텔레파시 마법에, 진짜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제리였다.

무슨 고유 마법이길래 이렇게 응용 폭이 넓지?

이쯤 되면 진짜 순수하게 궁금했다.

[안 알려드린다고 했을 텐데요.]

[들렸나요.]

[정신감응 중이라는 걸 잊지 마시길.]

[모두 그만 떠들고, 지상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레온이 시키는 대로 땅을 살폈다.

확실히 조금 이상했다.

이건….

[독입니다.]

나는 죽어가는 풀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말라비틀어진 게, 무슨 여기가 사막 한가운데라도 되는 듯한 모양새였다.

[무슨 독에 당한 건가요?]

[그거까진 모르겠습니다.]

[흐으음.]

나는 팔짱을 꼈다.

독이라.

나는 슬쩍 일행을 살폈다.

신성력을 각성한 레온은 독은커녕 온갖 삿된 걸 거부했고, 제리는 치유 마법을 썼던 걸 생각하면 정화도 가능할 거였다.

나? 나는 덕에 애초에 독에 닿지도 않았다.

[문제없겠네요. 계속 움직여요.]

우리는 계속 산으로 올라갔다.

검술 수련을 꾸준히 한 덕에 딱히 힘들지는 않았다. 굳이 힘든 게 있다면 투명화 탓에 다른 일행의 위치를 정확히 몰라서, 자칫하면 놓친다는 거?

그래도 집중하면 풀들이 눌리는 걸 바탕으로 위치 특정이 어렵진 않았다.

그렇게 나는 레온의 발자국을 밟으며 계속 이동했다.

그때였다.

섬뜩한 감각이 피부를 찔렀다.

[적입니다.]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레온이 먼저 움직였다.

휘두른 검이 불덩어리를 가른다. 반으로 나뉜 제각각의 불덩어리가 땅에 떨어지고, 나는 타오르는 불꽃 사이로 붉은 선을 쏘았다.

붉은 선이 직각으로 꺾이며 적을 폭격하고, 녀석의 모습이 드러났다.

로브를 쓴 마법사.

어떻게 우리의 위치를 알았냐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제리의 투명화 마법은 단순히 투명한 상태로 만들 뿐이라.

공간에 숨는 것도, 존재를 지우는 것도, 정보를 왜곡하는 것도 아니기에, 제리의 투명화는 상대의 감각이 예민하기만 해도 발각됐다.

실제로 레온도 투명화 상태의 내가 다가오니 감각으로 알아채 뒷담화를 열심히 하다 말고 입을 다물지 않았나?

저 로브를 쓴 마법사도 비슷할 거였다.

스르륵. 우리는 투명화를 풀었다. 이미 발각된 이상, 괜히 우리끼리 혼란만 일으키는 투명화는 거치적거릴 뿐이었다.

레온이 말했다.

[제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직후 레온의 몸이 길게 늘어졌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속도로 레온이 적에게 접근하고, 그의 검에서 신성한 빛이 번뜩였다.

기기기긱! 레온의 검과 투명한 막이 부딪힌다. 방어 마법. 겉모습으로 추측하면 바람의 원소였다.

나는 즉시 나무 병사를 소환해 로브의 마법사를 압박했다.

직후 녀석이 손가락을 흔들었다.

녀석이 손을 흔들 때마다 바람이 춤을 춘다. 지휘자의 지휘를 따라 합주하는 오케스트라처럼, 바람이 일사불란하게 정면을 난도질한다.

레온의 검이 대기를 찢는다. 채찍을 휘두를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레온의 검에서 들리고, 신속에 도달한 레온의 검이 수백 개의 바람을 베었다.

최소 4위계인가. 적 마법사가 펼치는 완숙된 원소 제어에 나는 조용히 등불을 들었다.

재차 허공에 붉은 선이 그어진다. 24개로 나누어진 붉은 선이 수차례 직각으로 꺾으며 적 마법사의 사방을 점한다.

나는 입술을 뗐다.

“체크예요.”

이어서 제리가 손을 폈다.

붉은 막대가 고속으로 회전하고, 그 주변을 붉은 띠가 회전한다.

붉은 띠의 회전이 극에 달했을 때, 제리가 마법을 해방했다.

굉륜(轟輪). 크로프트 학파의 계승 마법이, 적 마법사를 덮쳤다.

제리 또한 입술을 달싹였다.

“그리고 메이트다.”

모터음이 거세게 들리며, 굉륜이 모든 걸 갈아 마실 준비를 한다.

그 앞에서.

그 폭력적인 파괴의 현장 앞에서.

적 마법사가 손가락을 들었다.

바람이 검지 손가락을 칭칭 감싼다. 그건 흡사 조그마한 폭풍과도 같은 형태였다.

저건…?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손가락에 겹겹이 바람을 쌓는 마법. 나도 아는 마법이었다. 굉륜과 마찬가지로 한 학파의 계승 마법일 텐데….

적 마법사가 손가락으로 굉륜을 가리킨다. 직후.

폭풍과 바퀴가 충돌하며,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쯧.”

제리가 혀를 찬다. 자신의 마법이 막힌 게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인데, 나는 그런 제리를 위로했다.

“고위 마법사가 고작 4위계 마법사에게 마법이 막히네요.”

“시끄럽습니다.”

“저는 조용히 말했는데요?”

“루이나 씨도 별거 안 하지 않았습니까?”

“별거 안 해도 되니까요.”

어차피.

내가 안 나서도 상황은 정리됐다.

나는 고개를 돌려 상대를 살폈다.

상대는 온몸이 붉은 그물에 묶인 채 꿈틀거렸는데, 완벽히 제압된 모습이었다.

후욱. 제리는 검지 손가락을 입바람으로 식혔다.

그 찰나의 순간 고유 마법으로 적을 제압한 제리였다.

이게 고위 마법사와 일반 마법사의 차이다.

둘 사이엔, 고위 마법사가 지고 싶어도 지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격차가 존재했다.

나는 상대 마법사에게 다가갔다.

로브로 얼굴을 푹 눌러쓴 마법사와 가까워진 나는 슬쩍 상대 마법사의 손가락을 살폈다.

손가락은 변색된 상태였다.

역시나.

나는 작게 혀를 차고 상대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동시에 상대의 손가락이 땅에 떨어졌다.

아니. 정확히는, 상대의 손가락 살이 땅에 떨어졌다.

나는 뼈만 남은 상대의 손가락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이내 상대와 눈을 마주쳤다.

텅 빈 눈두덩이가 나를 응시했다. 나는 고개를 좌로 기울여 그 모습을 끝없이 시야에 담다가, 툭하고 말을 뱉었다.

“이 산에 거주하는 게 누군지 알겠네요.”

온몸이 해골로 이루어진 마법사 따위를 사역하는 놈이라 해봤자 뻔했다.

리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언데드가 된 고위 마법사.

[스승. 스승님? 스승….]

나는 멍하니 똑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해골 마법사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파지직. 손가락에 뇌전이 맺힌다. 정뢰(正雷). 적을 심판하는 뇌전의 뭉치가 해골 마법사를 꿰뚫었다.

그리고 녀석의 몸이 정지했다.

라이프 베슬이 멀쩡하다면 불멸인 리치와 다르게, 이들은 몸체가 부서지면 그대로 영혼이 이승을 떠났으므로.

나는 유해를 에 담고, 해골 마법사가 입었던 로브를, 스트리스 학파의 문양이 새겨진 로브를 챙겼다.

그다음 말했다.

“의뢰 완료예요. 파틀러 님의 제자는, 리치에게 당했어요.”

내가 받은 의뢰는 실종자의 조사였다. 실종자의 복수가 아니라.

따라서 파틀러의 제자의 신변을 유해로나마 확보한 시점에서 내 의뢰는 완료됐다.

“그러니까 루이나 님, 이 마을은 리치에게 매년 사람을 바치고 있었다는 거지?”

“아마도요.”

“리치면 몇 위계지? 5위계?”

“보통 그쯤이에요.”

나는 파이프 담배를 길게 빨았다가, 서서히 뱉었다.

담배 연기가 모닥불 연기와 섞여 밤하늘에 뿌려진다.

마을 위에 서식하던 신은 악신도, 외신도, 마왕도 아니었다.

그저 리치를.

한계에 부딪혀, 죽음으로 도망간 도망자를 화전민들은 신처럼 숭배했던 것이다.

모든 건 상대적이다.

세계에 신처럼 군림하려면 8위계에는 도달해야 됐다.

허나 마을 규모라면.

삶에 지쳐, 살기 위해 산속으로 도망친 사람들의 위라면.

고작 5위계 언저리면 충분했다.

비능력자에겐 온갖 신비를 다루는 고위 마법사가, 곧 신이었으니까.

“리치는 도망자야?”

“정상적인 마법사는 다들 그렇게 불러요.”

“그러면 리치는 약하겠네?”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엥? 도망자라며.”

확실히 리치는 도망자였다.

한계에 부딪혀, 죽음이라는 선택지를 골라 한계를 넘어선 도망자.

다만, 그게 리치가 약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죽음으로써 한계를 넘어선 리치는 생전의 경지보다 한 단계 위에 도달하게 된다.

4위계였으면 5위계로.

5위계였으면 6위계로.

그래서 대부분의 리치는 강하다. 아무리 약해도 고위 마법사니, 약하고 싶어도 약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리치가 된다고 딱히 제약이 걸리지도 않았다. 그들은 생전의 마법을 온전히 썼다.

하지만 그럼에도 리치는 도망자였다.

마법사들은 아무리 리치가 강해도 그들을 비웃었다. 누가 생각 없이 리치가 되냐면서.

그야.

“리치는 성장이 멈추거든요. 영원히요.”

마법사에게 성장이란 진리에 도달하는 과정이었다.

따라서 성장을 멈춘다는 건, 진리의 탑을 오르는 걸 포기한다는 것과 똑같았다.

괜히 마법사들이 리치를 무시하는 게 아니었다.

진리를 찾지 않는 마법사는, 더는 마법사라고 불릴 자격이 없었다.

그래서 불멸의 삶을 원해도 나는 리치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성장이 멈춘다니.

내가 원하는 것과 너무 거리가 멀었다.

“어쩌실 생각입니까?”

“글쎄요.”

레온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쏟아지는 별을 감상하던 나는 생각의 정리를 마친 후 입을 열었다.

“일단 근처 영주에게 신고할까요?”

이 세계의 네크로맨서는 딱히 불법은 아니었다. 백마법이니 흑마법이니 이런 개념 없이, 모든 마법은 각자가 마법이었으니까.

물론 사람들이 꺼림칙하게 생각하긴 했으나, 법적으로 때려잡지는 않지 않나? 그거면 네크로맨서들도 만족했다.

다만 리치는 아니었다.

리치가 되는 건, 제국에서 금지하는 위험한 행동이었다.

영원히 성장이 멈추고, 영원히 감정이 멈추고, 영원히 자극이 멈춘 리치는 항상 미쳐버리는 결말에 도달한다.

요컨대 스스로 조절이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는가의 차이였다.

대부분의 리치는 멈춰버린 성장에 정신이 나가서 괴상망측한 일을 저질렀는데, 단 한 번만이라도 한계를 넘는다면 영원히 성장이 멈춰도 상관없다고 맹세했음에도, 참지 못하고 재차 금기를 저지르는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리치를 ‘금붕어 마법사’라고 부르기도 했다.

각설하고.

그런 리치가 영지 근처에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영주가 토벌대를 보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는데.

제리는 나랑 생각이 다른 듯했다.

“여기는 프레체 왕국이지 않습니까. 제국과 달리 신속히 대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리치인데요?”

“제국은 리치를 국가의 반역자로 지정하고 철저히 배제하지만, 다른 나라는 아니지 않습니까? 영주 입장에서 굳이 병력을 소모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여기는 화전민의 마을이니까요.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건, 국가의 보호를 포기한다는 의미도 가집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나는 볼을 긁적이다가, 레온과 눈을 마주쳤다.

레온은 차분히 타오르는 눈동자로 나를 응시했다.

흠.

뭐, 리치의 마법도 탐나니까.

나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일단 어떤 녀석인지 확인만 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