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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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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문쿨루스

꿈틀거리는 검은 몸체를 가진 괴수가 나를 향해 갈고리를 날려 왔다.

나는 날아드는 갈고리를 무시하고 앞으로 전진해, 다리에 오러를 둘러 괴수의 몸을 걷어찼다.

그걸로 끝이었다. 괴수의 몸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며 머지않아 빛으로 화해 사라졌다.

“진짜 딱 18층 수준밖에 안 되네.”

나는 이번 전투 도중에 입은 유일한 피해, 갑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드롭 아이템을 회수했다.

18층 미궁 지역의 특징은 등장하는 몬스터 대부분이 마법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미궁 자체가 어떤 마법사가 만든 공방이 사악한 무언가의 영향을 받아 변이해 생겼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자세한 설정은 커뮤니티에 자세히 정리되어 있긴 하지만, 별로 영양가 있는 내용은 아니라서 안 읽었다.

“그러니까 이게……B 타입 호문쿨루스 맞나.”

다만 커뮤니티에 정리된 18층 미궁 몬스터의 종류는 꼼꼼히 읽었다. 내가 쓰러트린 것은 호문쿨루스라는 몬스터.

마법 실험의 부산물로 생긴 찌꺼기들이 내재된 마력의 영향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괴물이라고 한다.

방금 그 갈고리가 달린 괴수는 호문쿨루스 B타입, 연금술 실험에서 태어난 부산물로 높은 방어력이 특징이라고 들었다.

물론 그 높다는 게 평범한 18층 도전자들 기준이다 보니, 오러를 두른 공격 앞에서는 그냥 종잇장이었다.

뭐, 미궁 지역 공략은 이미 예전부터 이런 상황이긴 했다.

특별한 기믹이 있는 게 아닌 이상, 보스도 조금 센 잡몹 정도로밖에 안 느껴지는 상황이었으니.

실전감각이 무뎌지는 것을 걱정해 아이템을 빼고 싸우는 방법도 이제는 의미가 없다.

오러를 운용할 수 있게 된 시점에서, 아이템 한두개는 내 스펙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애초에 내 아이템이 하나같이 [내구] 업그레이드만 올린 것들이었다는 점도 있고.

-갸오오오!

갈림길을 하나 지나치자, 이번에는 머리가 세 개 달린 해골 모습의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마력감지를 항상 전개해 두고 있었던 만큼, 딱히 놀랄 건 없었다.

왼손의 방패에 오러를 두르고, 가볍게 휘둘러 해골 머리통 세 개를 동시에 박살 내버렸다.

-쾅!

아직도 방패에 오러를 두르는 건 유독 효율이 나쁘다. 하지만 평범한 잡몹한테는 이 정도도 과분했다.

머리통이 박살나며 즉사한 해골의 드롭 아이템을 확인했다. [호문쿨루스 C의 뼛가루], 잡템이다.

에인의 지팡이에 들어갈 재료를 구하러 온 건데, 죄다 이런 잡몹들만 나와서 실망스럽다.

분명 마력량이 매우 많은 변이 호문쿨루스라던가, 흑마법사 리치라던가, 그런 것들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필드 보스랑 비슷한 판정인 미니 보스라고, 출현율이나 스폰율이 매우 낮게 잡혀 있는 것 같다.

다른 서버에선 사냥 중인 다른 도전자들에게 제보를 받아 미니보스만 쏙쏙 골라 먹으면 그만이라던데.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한탄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이래서 솔플은 안된다니까.

“검령이라도 데려올 걸 그랬나.”

검령을 미궁에 풀어두고 미니 보스 스폰 알림이로 써도 괜찮았겠지만……아쉽게도 칼레온은 지금 내게 없다.

에인을 마탑에 혼자 두는 게 살짝 걱정이라, 중급 마석을 네 개나 박아넣어서 보호자로 붙여 놨거든.

지속시간이랑 쿨타임 문제 때문에 결국 비는 시간은 생기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애초에 내 전투에선 미끼 용도로밖에 딱히 쓸데가 없으니, 그렇게라도 유효하게 써먹으려 한 건데.

“쓰읍……”

상황이 이렇게 되니 괜히 아쉽다. 에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만.

이게 다 미궁의 몬스터들이 생각 이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필드 보스급이 팍팍 나와주면 얼마나 좋아?

어쩔 수 없네, 혹시 몰라서 내버려 두려고 했지만- 바로 보스의 모가지를 따러 가야겠다.

**

오픈 커뮤니티의 지도를 활용해 찾아간 보스룸, 문을 열자마자 음산한 분위기가 감돈다.

말했듯이, 18층 미궁은 어떤 마법사의 공방이 사악한 무언가에게 영향받아 몬스터의 소굴로 변이해버린 곳.

이곳의 보스는 그 마법사 본인이 자신의 실험체들과 뒤섞여 탄생한 굉장히 강력한 호문쿨루스라는 설정이다.

그리고 어두운 안개 저편에서 철퍽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타난 보스는, 그 설정에 맞게 징그러운 외형을 하고 있었다.

금방 바다에서 건져낸 익사체에 호문쿨루스의 파편을 붙여둔 것처럼 생겨먹은 모습.

[코끝을 찌르는 진득한 썩은내와 거품처럼 부풀어 오른 몸, 바다에 빠져 죽은 시체가 걷고 있었소.]

[이것은 질 나쁜 괴담이 아닌, 그 공방의 주인이었던 마법사의 말로요.]

[무모한 모험가여, 부디 저 끔찍한 마법사의 모습을 보고 배우는 바가 있기를 바라오.]

[BOSS - 심연의 익사자 세루온]

하지만 그 징그러운 외형보다 눈에 띄는 것은 보스 몬스터가 가진 굉장한 양의 마력이었다.

18층의 보스치고는 가진 마력의 양이 너무 많다. 마법사 타입의 보스라서 특별히 더 많이 갖고 있는 걸까.

아무튼 저걸 완드에 갈아 넣으면 상당히 쏠쏠할 것 같다. 나는 곧바로 검을 들고 오러를 둘렀다.

[심연의 마력이 당신을 혼란에 빠트립니다- 저항하였습니다.]

[심연의 마력이 당신의 발을 둔하게 합니다- 저항하였습니다.]

[심연의 마력이 당신의 장비를 부식시킵니다- 저항하였습니다.]

18층 보스의 공략을 귀찮게 만든다는 세 종류 상태이상은 가뿐하게 저항해 주고.

생긴게 징그러워서 오래 보고 싶지 않으니, 버프 효과가 있는 스킬과 마력강화를 모두 전개한다.

백색의 마력이 나를 감싸며, 주변을 스멀스멀 덮어오던 검은 안개가 밀려나 사라졌다.

-쿠르릉!

마력강화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천둥소리를 울리며, 단숨에 접근해 검을 휘두른다.

[약점 간파] 스킬로 생성한 약점 부위를 오러가 두른 검으로 찌르자, 요란하게 터지는 붉은 이펙트.

크리티컬 판정과 함께 [라이트닝 차지]의 벼락이 흘러들어가고, 보스는 쓰러졌다.

“해치웠나?”

일격에 쓰러진 보스는 손가락 하나 꿈틀하지 못했고, 곧 클리어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시련의 탑 18층을 최초로 클리어하셨습니다.]

“해치웠다!”

부활의 주문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격차였다.

**

1분도 걸리지 않았던 짧은 보스전이 끝나고, 나는 전이문을 그대로 둔 채 밖으로 나왔다.

전이문 활성화 권한은 다음에 다시 따면 되고, 중요한 건 저 좆밥 보스가 준 보상인데- 아무래도 꽝인 것 같다.

우선 저놈이 드랍하는 주요 아이템은 [심연의 파편]이라는 높은 등급의 고유 마법석이다.

이 마법석의 특이한 점은 가공 방법이 매우 많다는 것, 파편을 뭉쳐서 더 높은 등급의 마법석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심연의 파편]을 합쳐서 얻는 [심연의 근원]이라는 아이템이 바로 그것인데, 나는 에인의 완드에 이걸 넣어 줄 생각이었다.

최초 클리어 보상이나 최후의 일격 보상으로 파편이 아닌 근원을 바로 딸 수 있을 줄 알고 잡은 거였는데.

[정화된 심연의 파편]

최초 클리어 보상으로 준 건 묘한 접두사가 붙은 다른 아이템이었다. 이런 걸로는 만족 못 하지.

어차피 18층에서는 조금 더 체류할 예정이니, 보스가 재스폰되기를 기다렸다가 몇 번 반복해서 잡도록 하자.

[정화된 심연의 파편]을 모아서 [정화된 심연의 근원]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여기 써 있으니.

그나저나,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게 됐네. 이러면 미니 보스를 기다려보는 게 좋으려나.

-꿈틀꿈틀.

그렇게 보스룸에서 나와 미궁 입구 쪽으로 다시 걸어가던 중, 슬라임 형태의 호문쿨루스 하나가 나타났다.

호문쿨루스는 꿈틀거리더니 인간과 비슷한 형태로 몸을 변형시켰다. 저게 아마 E 타입이었지?

평소에는 슬라임 형태로 지내다가, 인간의 형태를 모방해 덤빈다는 타입.

인간을 모방한다고 해도 그냥 무기를 든 마네킹 모습이라, 딱히 인간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모양이다.

내 앞에 나타난 호문쿨루스는 검과 방패를 든 인간의 형상으로 변하여, 내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눈 깜빡할 사이에 눈앞에 도달한 검.

-카강!

“씹!”

뭐야 이 새끼, 왜 이렇게 빠르지?

아니, 빠르기만 한 게 아니다. 검격이 장난 아니게 무겁다.

그냥 잡몹인 줄 알았더니 히든 보스였나? 아니, 시스템 메시지는 안 나타났는데?

그보다,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등골이 찌릿거리며 본능에 위기감을 전한다. 뭔가 이상하다.

호문쿨루스가 변형으로 만들어낸 검을 위로 튕겨내며, 안쪽으로 파고드는 검세를 취한다.

-카강! 캉!

그러나 다음 순간, 호문쿨루스는 엄청난 힘으로 내 검을 튕겨내며 반대로 어깨를 노려왔다.

재빠르게 [혼신] 스킬을 발동해 [내구] 스탯을 증폭시키고- [철벽]까지 함께 둘렀다.

-푸욱!

그러나 호문쿨루스의 검은 내 어깨를 상당히 깊이 파고들어 상처를 남겼다.

씨발, 이 새끼 진짜로 뭐야. 무슨 공격력이 이렇게 센 거지? 내 방어력을 부분적으로나마 뚫는다고?

시스템 메시지도 안 나타나는 일반 몬스터가 이따위로 강하다고? 양심이 어디 간 거지?

어깨를 부여잡고 크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호문쿨루스의 모습을 다시 바라본 순간, 나는 곧바로 납득했다.

“아, 지랄.”

형태를 바꾼 호문쿨루스는 무척 정교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왜 이렇게 센가 했더니, 놈은 내 모습을 모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