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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부의 재능
우리를 노리고 접근한 적의 숫자는 총 마흔 정도쯤 되었다.
구성은 룬 베어와 비슷한 짐승형 몬스터가 대부분에, 독수리를 닮은 비행형 몬스터가 몇 있는 정도였다.
특기할 만한 부분으로는 몬스터 중 웨어울프가 있었다는 점이 있겠다. 2층에서 보스로 등장했던 그거 맞다.
상층에 올라가면 잡몹으로도 등장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긴 한데, 18층은 딱히 상층도 아니지 않나.
물론 2층의 보스 개체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했던 것 같지만, 일개 잡몹치고는 매우 강한 축에 속할 거다.
그런 놈들이 집단으로 지능적인 움직임을 취한다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과연 에픽 퀘스트라고 해야 하나, 초장부터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내 스펙이 그보다 훨씬 높아서 괜찮았지만.
“굉장하다, 진혁악마님도 마법사야?”
싸움이 끝나고, 원거리에서 쇠구슬을 던져 모든 몬스터를 제압해 버린 나를 보며 꼬마-에인이 그렇게 물었다.
진짜 악마인 건 아니지만, 악마한테 마법사느냐고 묻는 건 뭔 경우래.
그리고 방금 내가 한 행동의 어디가 마법처럼 보인 건지 모르겠다. 그냥 쇠구슬만 던졌잖아.
저 꼬마의 눈에 이게 마법처럼 보인다면, 엄마가 마법사라는 말의 신뢰도까지 좀 떨어지는데.
별 것도 아닌 일을 진짜 마법이라고 착각하고 있을 수도 있잖아.
막, 엄마 손은 약손 그런 것처럼.
아니, 아무리 그래도 자기 엄마의 직업을 헷갈리지는 않겠지? 그냥 신기해서 그렇게 말한 거겠지?
“마법사 아니야, 방금 그건 마법도 아니고.”
“그치만 마법 같았는데.”
“대체 어디가?”
헛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꼬마 에인은 회색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입을 우물거렸다.
“그냥 마법 같았어. 마법이랑 똑같았는걸.”
이런 어린아이의 표현력에 무엇을 기대하랴, 나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그보다, 몬스터랑 싸우느라 시간이 훅 지나가 저녁이 되었다.
아무래도 내가 소환되었던 시간부터가 늦은 오후쯤은 되었던 모양이다. 기온도 확 떨어졌고.
어차피 내가 업고 갈거긴 하지만, 아이의 체력을 고려해서라도 오늘은 이쯤에서 쉬었다 가야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그 저택에서 하루쯤 쉬었다가 나오는 것도 괜찮을 뻔했네.
여기서 바로 멈추긴 좀 그렇고, 몬스터들의 시체에서 가능한 한 멀어져서 적당한 자리를 하나 찾도록 하자.
“해도 졌으니까 조금만 더 가서 쉬자. 아직 춥지는 않지?”
“응, 나 안 추워.”
“나중에 병나지 말고 지쳤으면 바로바로 말해.”
나는 에인에게 그렇게 일러두고, 적당한 자리로 이동해서 야영지를 차리기 시작했다.
이래뵈도 엘프들과 함께 지낸 시간이 있는 만큼 숲 속에서 밤을 보내는 일에는 익숙하다.
그것 말고도 평소에 종종 야영하는 만큼 몸에 익기도 했고, 관련된 아이템도 많은 편.
이 숲 속은 나무며 덩굴 같은 것들이 빽빽해서 야영지를 차릴 공터가 마땅히 없긴 한데.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공터야 만들면 그만이니까.
“진혁악마님, 우리 나무에 올라가서 자는 거야?”
여기서 야영할 방법이 달리 없는 것처럼 보였는지, 에인이 그렇게 물었다.
“아니, 기다려 봐.”
나는 인벤토리에서 긴 장검 하나를 꺼내서 오러를 둘렀다. 그리고 그걸로 주변의 나무를 싹싹 베어냈다.
무쇠도 두부처럼 갈라버릴 수 있는 오러가 있으니, 벌목은 일도 아니지.
“진혁악마님 대단해, 마법 같아.”
그렇게 나는 몇 분 만에 야영에 필요한 공간을 완벽히 확보했고, 빠르게 야영지를 차려내었다.
그나저나 얘는 이젠 나무를 베는 것마저 마법 같다고 하네,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는 건 신기해하지도 않으면서.
에인의 머릿속에서 마법 같은 것과 그렇지 않은 건 어떻게 구분되어 있는 건지, 감이 안 온다.
**
나는 어린애들이랑 부대끼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돌보는 것 자체는 잘하는 편이다. 이는 내 성장 배경에서 기인한다.
가족도 친척도 엄마 한 명뿐인 사고무탁의 편모가정, 내가 어릴 때부터 엄마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게 일상이었다.
엄마는 나를 혼자 두는 것을 꺼렸지만, 그렇다고 정신없는 일터로 데려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자연스럽게 나는 방과 후에는 항상 복지센터에 맡겨져 있게 되었다.
복지센터에는 다양한 사연의 아이들이 모여든다. 나랑 비슷한 환경의 아이들도 있었고, 더 심한 환경의 아이들도 있었다.
당연히 나보다 어린아이들도 많이 있었고, 복지사 선생님들의 손은 아이들의 숫자에 비해 항상 부족했으니.
아이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상황이 종종 일어나고는 했었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고.
돌이켜보면, 그때까지만 해도 마냥 엄마 등골만 빼먹던 호로새끼는 아니었는데 말이지.
-옴뇸뇸.
내가 만들어 준 잡탕죽을 맛있다는 듯이 먹고 있는 꼬마를 보니 저절로 그때 생각이 난다.
내 인벤토리에는 여러 가지 음식들이 있지만, 이것들을 당장 에인에게 먹일 수는 없었다.
상태를 보니 꽤 오랜 시간 기아 상태로 지낸 듯싶은데, 난데없이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안 될 테니.
치즈돈까스 도시락이야 당연히 안 될 테고, 화이트롤은……어떨지 알 수 없어서 일단 보류.
그래서 일단 도시락에 들어있는 밥이랑 잡다한 재료들을 섞어서 죽을 만들어 주었다.
죽 만드는 법은 잘 몰랐지만, 이럴 때 쓰라고 커뮤니티가 있는 거 아니겠어?
[작성자 : 서진혁#2661]
[제목 : 도움요청)오래굶은 애한테 치돈먹이면 당연히 안되겠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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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중에서 애한테 먹일만한거 있을까
없으면 대충 분해해서 죽이라도끓여줘야할것같은데
먹여도 될만한거랑 아닌거 좀 꼽아주셈
죽 만드는 법도 좀 알려주면 ㄳ하겠음
물론 글을 올린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댓글에 개소리만 달렸지만, 그거야 뭐 늘 있는 일이고.
참고로 이 글에 달렸던 주된 개소리로는 ‘치돈 줄’ 이라거나 ‘와 농농이 뭐임’ 같은 것들이 있었다.
웃긴 건 ‘농ㅋㅋㅋ쭉ㅋㅋㅋ’ 이라고 댓글을 단 놈이 이후 가장 자세하게 여러 팁을 줬다는 점인데.
듣기로는 원래 아동복지사 일을 하던 도전자라는데, 세상에는 진짜 별의별 놈이 다 있는 것 같다.
-옴뇸뇸.
뭐, 내 부족한 요리실력으로 만든 잡탕죽을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거적떼기를 입고 있어서 좀 빛이 바래는 감도 있지만, 어쨌든 귀엽게 생긴 꼬마니까.
아마 열 살만 더 먹어도 굉장한 미소녀가 될……어라, 그러고 보니까 얘 남자야 여자야.
이쁘장하게 생기긴 했는데 묘하게 헷갈리네. 하필 어린애다 보니까.
“야, 너 남자냐 여자냐.”
“몰라.”
“그걸 왜 모르는데.”
얘는 뭔데 자기 성별도 몰라? 마력을 전개해 몸을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긴 한데.
조금 전까지 ‘농ㅋㅋ’ 거리는 댓글을 보다 와서 그런지, 하면 안 되는 짓을 하는 느낌이네.
하긴,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 어차피 어린애고, 엄마한테 데려다 주기만 하면 그만인데.
-옴뇸뇸.
남자애건 여자애건, 하는 짓이 귀엽다는 점은 변하지 않기도 하고.
**
식사를 마친 에인에게 담요와 망토를 겹겹이 덮어주고, 모닥불 앞에 앉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마법을 배우기 시작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당분간 그건 힘들 것 같다.
그러니 마법 대신 남는 시간 동안 검술 단련이라도 해야겠다.
어차피 꼬마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동행하는 동안은 자지 않고 지키고 있을 필요가 있으니.
이런 자잘한 시간도 유효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탑의 도전자지.
검령이 보여줬던 빛나는 원을 무기에 씌우는 기술, 딱 한 번 봤을 뿐이지만 꽤 유용해 보였다.
그걸 베껴내는 것을 목표로, 일단은 다양한 무기에 균등하게 오러를 씌우는 연습부터 시작하자.
-덜그럭.
인벤토리에서 여러 무기를 꺼내어 바닥에 늘어놓았다.
주무장으로 사용하는 직검이며 창이나 도끼 같은 것과, 부무장으로 애용하는 단검과 방패 등.
차례대로 하나씩 집어서 겉면에 오러를 씌우고, 각각의 MP 소모량이나 오러의 유지력을 체크한다.
역시 체감했던 대로, 익숙한 직검 타입이 연비와 위력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안정적이다.
그 다음으로는 단검이나 손도끼 같은 부무장이 뒤를 따르고, 그다음으로는 둔기와 대형 도끼가 뒤따른다.
아무래도 무기의 길이나 오러를 씌워야 하는 면적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 듯하다.
하지만 꼭 그렇다고만 하기에도 뭐한 것이, 가장 효율이 나쁜 무장은 내게 익숙한 방패였다.
형태며 면적이며 익숙함이며, 모든 면에서 직검의 바로 다음가는 무장인데도 말이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방어구에 두르는 건 원래 효율이 안 좋다던가?
아니, 어쩌면 재질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우웅!
인벤토리에서 미스릴 완드를 꺼내 오러를 둘러보았다.
내가 다루는 그 어떤 무장보다도 부드럽고 빠르게 오러가 둘러진다.
미스릴은 단순히 단단할 뿐만이 아니라, 마력의 전도 효율이 대단하기로 유명한 재질.
장비 욕심은 없는 편이지만, 이게 완드가 아니라 단검 정도만 됐어도 참 좋았을 거란 생각이 절로 든다.
아이템 재질에 따라 스킬의 전개 능력이 달라지는 건 썩 좋은 일이 아닌데 말이지.
정확히 어떤 점이 문제인지, 제삼자의 눈으로 보면서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검령 녀석은 나랑 다르게 순수하게 검만 쓰는 검사여서, 이런 건 잘 모르는 것 같던데.
-부스럭.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사이, 야영용 텐트 안에서 부스럭거리며 꼬마 에인이 기어나왔다.
딱히 큰 기척은 안 냈는데, 오러의 불빛이 새어 들어갔나?
“왜, 화장실?”
에인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대뜸 이상한 소리를 했다.
“진혁악마님이 마법을 써서 깼어.”
그게 뭔 소리람, 오러의 불빛 때문에 깼다는 뜻인가……아니, 잠깐만.
그러고보니까 이 녀석, 내가 오러를 쓰거나 마력을 사용할 때마다 마법이라고 하지 않았나?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는 건 별로 신기해하지 않았는데, 유독 오러를 쓸 때만 그랬지.
마법같았다, 마법이랑 똑같았다……표현력이 부족해 제대로 전달되지는 않았지만, 분명하다.
이 꼬마는 마력을 느끼고 있는 거다. 마법사의 자식이라서 그런 건가?
게다가 내 오러에서 유출되는 마력은 그리 크지도 않은데, 그걸 자다가도 느꼈다고?
뭐야 이 꼬마, 마력 감응력이 어떻게 되먹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