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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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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 엘프

이중으로 버프를 받은 칼날의 손맛은 상상 이상이었다.

아무런 저항 없이 쑥 들어가서, 두부나 젤리 같은 것을 찌르는 느낌이었다.

박아넣은 칼을 쥐고 손목을 비튼다. 검손잡이를 쥔 채, 마력강화의 힘을 살려 그대로 놈의 몸 위를 질주했다.

-카가가가가가가각!

달리는 그대로 비늘이 잘려나가며 피가 튄다. 덩치가 크고 피통이 많은 대신, 방어력은 높지 않은 것 같다.

50인 이상 규모의 레이드라고 해도, 데미지가 안 박히면 공략 자체가 불가능할 거다.

그러니 9층 수준의 도전자들로도 데미지 자체는 입힐 수 있도록 설계된 거겠지. 그렇다면 나한테는 아주 편하다.

나 하나가 9층 도전자 백 명 어치만큼 강한 건 아니다.

하지만 각 층의 보스를 단독으로 격파할 수 있는 만큼, 나는 9층 도전자 스무 명 어치 정도로는 충분히 강하다.

-콰가각!

나와 함께 뱀용의 몸에 상륙한 인원들도 각자 사정없이 무기를 휘두르며 상처를 입혀 나간다.

나 못지않게 강한 메르세데스나 왕국군 군단장 라인하르트, 그리고 엘레노어까지.

각자의 방법으로 뱀의 비늘을 벗기고 그 살을 파헤쳤다.

이렇게만 흘러가면 오래 걸리지 않아 쓰러트릴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겠지.

-꿈틀.

사슬에 묶인 뱀이 거칠게 몸을 뒤흔들었다. 놈의 몸에 올라타 있는 우리에게는 완전히 지진이나 다름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도 마법은 쓸 수 있다. 공중에 떠오르는 칠흑의 마법진.

그 곳에서 하이엘프들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던 검은 가지가 무수히 튀어나와 우리를 덮쳤다.

-카캉!

저 가지 공격 자체는, 이놈의 근처에서 날뛰는 잡몹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지 하나하나의 힘은 약하다. 충분히 튕겨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물량과 그 부가 효과, 저 수많은 가지 중 하나라도 쳐내지 못하고 맞으면 끝장이다.

-카강! 카앙! 카앙!

가지를 이용한 공격이 오기 시작하면서, 인원 대부분이 방어에 급급해졌다.

이 마당에, 공세를 이어나갈 수 있는 건 소수.

나와 메르세데스처럼 마력강화의 방호력으로 가지를 받아낼 수 있는 이들 몇몇뿐이다.

다행이게도, 왕국군의 정예병력인 기사들은 수준은 떨어지지만 마력강화가 가능한 이들이 몇몇 있었다.

-쿠르릉!

마력의 빛에 휩싸인 기사들이 몸을 날리자, 가지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뚝뚝 부러진다. 나도 똑같이 공세를 이어나갔다.

구속이 이어지는 동안에 최대한 데미지를 입혀 놔야 한다. 이렇게 좋은 딜타임은 아마 다시는 안 올 거다.

그렇게 몇 분간 뱀용의 몸을 난도질하던 중,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구속의 사슬이 파괴되며- 놈이 몸을 일으켰다.

[세계를 삼키는 뱀이 분노합니다!]

그와 동시에 눈앞에 떠오르는 알림창. 이것도 커뮤니티에서 알려준 대로다. 예고 후 발생하는 광폭화 패턴.

“광폭화다, 리콜!”

배에서 온 힘을 쥐어짜 소리쳤다. 내 쩌렁쩌렁한 말소리에 반응한 근처의 기사들이 복창해 전파했다.

손목에 착용한 마도구를 조작한다. 잠시 후, 우리는 전이 마법에 의해 역소환되었다.

근접 딜 타임 종료, 그러면 다음은- 다시 재장전을 마친 공성병기들의 차례다.

-콰과광! 콰광!

광폭화 패턴이 발생한 뱀용을 향해, 무수한 마력의 탄환이 날아가 처박혔다.

**

포병들이 ‘이 정도면 산도 조각낼 수 있을 겁니다’ 라고 호언장담했던 말이 떠오르는 광경이다.

뱀용은 상상 이상으로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마포에 얻어맞고 있었다.

월드 보스는 그 스펙과 규모가 어마어마할 뿐이지, 특별히 복잡한 패턴은 없을 거라던데- 정말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아!!

산조차 조각내 버릴 수 있다는 포격에 일방적으로 맞고 있지만, 비명만 요란할 뿐 어째 시원찮다.

“기본 데미지 감소가 붙어있긴 한 모양이네.”

마포를 이용한 포격도, 발리스타를 이용한 물리 공격도, 모두 제대로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고 있다.

나와 특공대원들이 긁어놓은 상처는 이렇게 멀리서 보니 볼펜으로 북북 선을 그려놓은 정도로밖에 안 보이고.

역시, 커뮤니티에서 언급된 약점을 노리지 않는 한은 제대로 처치하기는 힘들 것 같다.

[작성자 : 김창진#1421]

[제목 : 님들 나 월드보스 약점 찾은거 같음]

진혁이가 세번째 글에 올린 사진인데, 이거 확대해보니까

(사진)

이 부분 보임? 잘 보면 저기 하나만 비늘 거꾸로임, 이거 역린인거같거든

보스 이름도 뭐시기 뱀용이랬으니까 약점부위 있으면 이거일거같은데

  • 와 씨발 진짜네 어케찾았냐?

  • 이새끼는 이걸 확대해볼생각을했네 ㅋㅋㅋ

  • ㄴ ㄹㅇ 나는 다크엘프 찌찌만 확대해보고 있었는데……

  • ㄴ 윗 대댓 서버 직업 좋아하는 축구선수 급함 ㅃㄹ

  • ㄴ 1772 전사 신두형좋아함 ㅎ

  • ㄴ 아오 전평 ㅋㅋ

  • 용들 원래 역린이 따로 있음? 드래곤 잡아본사람 말좀

  • ㄴ 없는데 월드보스라 따로 있는거 아님?

  • ㄴ 월보는 원래 약점부위 하나씩 있대 공략하라고

레이드 계획을 다 세우고, 대부분이 레이드 소식만 기다리고 있을 타이밍에 올라온 글 하나.

내가 올린 스크린샷 중 하나에서 거꾸로 된 비늘이 하나 발견되었고, 추측하기에는 그게 약점일 거라고 했다.

실제 월드 레이드를 경험해 본 이들도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 부분이 약점일 것이라 의견을 내놓았었지.

타격하기만 하면 반드시 크리티컬이 터지는 부위, 우리 특공대의 제 일 목적이 바로 이것이었다.

커뮤니티에서 역린을 발견한 시간이 조금만 빨랐어도, 전투 개시 전에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겠지만.

현재로서는 직접 놈의 몸에 올라타서, 스크린샷과 위치를 대조해보며 찾아내는 방법밖에 없다.

-그아아아아!!

포격이 거의 끝나갈 때쯤, 뱀용이 비명을 지르며 광폭화 상태가 풀렸다. 다시 특공대의 시간이다.

광폭화는 일정 이상 데미지를 입히면 풀린다. 이번에 빠르게 광폭화를 뺄 수 있었던 건, 레이드 개시 직후의 초반 극딜 덕분일 터.

다음 광폭화부터는 쉽게 대처할 수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특공대가 마음 놓고 나설 기회도 없을 거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번에 못 찾아내면 힘들어져.”

우리는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 리콜 마도구를 사용해 다시 한번 뱀용의 몸에 올라타기 위해 전이했다.

그런 우리를 맞이해 준 것은, 조금 전과 같은 무방비한 비늘 대지가 아닌-

“뭐야 저게.”

  • 팔이 네 개 달린 괴상망측한 거인의 무리였다.

**

뱀의 비늘에서 솟아오른, 찰흙을 빚어 만든 것 같은 기괴한 형태의 몬스터.

멀리서 보기에도 그 덩치가 상당해 보인다. 놈들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의 양도 심상치 않다.

“맙소사……대체 어디까지 타락한 거냐.”

나와 가까운 위치에서 낙하하고 있던 메르세데스가 중얼거렸다. 아니, 메르세데스만이 아니었다.

왕국군을 제외한 정예 병력, 즉 다크엘프와 하이엘프 대부분이 그것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그대로 빠르게 낙하해, 검을 휘둘러 거인 하나를 거칠게 베어버렸다. 그렇게 강하지는 않다.

“야, 이게 뭔데 그래.”

토막난 거인을 걷어차며 묻자, 내 옆에 있던 하이엘프가 인상 쓰며 말했다. 인간족은 모를 거라고.

“모른다, 모르지만……어쩐지 알 수 있다. 저 거인이 우리와 동질의 존재라는 것을.”

나를 향해 더 많은 거인이 몰려들었다. 이제 보니, 새까만 거인의 일그러진 머리에는 특징적인 부분이 하나 있었다.

“세계수를 삼켰기 때문에, 이런 일도 가능한 건가.”

거인의 귀 부분이, 마치 엘프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다는 것. 동질의 존재라는 게 그런 의미인가.

생긴 건 거대한 괴물의 형상이지만, 엄연히 세계수를 통해 창조된 생명체.

저 거인은 포레스트 엘프와 나이트 엘프에 이어서 창조된- 새로운 엘프종인 것이다.

“의식하지 마, 그럴 때 아니잖아.”

나는 이름 모를 하이엘프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비틀린 엘프 거인을 향해 돌진했다.

덩치는 크지만 그렇게 강하지는 않다. 나는 시선으로는 뱀용의 비늘을 샅샅이 훑으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전투 중에 다른 것을 상대로 시선을 파는 건 악수였던 모양이다.

-후웅, 투둑!

무언가 거대한 작살 같은 것이, 내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피가 확 튀었다.

뭐지? 가지는 아니고, 저 거인이 원거리 공격을 한 건가?

놀라며 바라보자, 거인의 새까만 네 팔에 쥐어진 무기가 눈에 들어왔다.

“아하, 지들도 엘프라 이건가.”

거인의 손에는 세계수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대한 활이 들려 있었다.

**

각각의 거인들이 검이며 활이며 무기를 들었다.

찢어진 옆구리의 상처를 살피며 다시 흘겨 보니, 무기들의 윤곽이 하나같이 익숙했다.

새까만 색깔에 찰흙을 빚어 만든 것처럼 뭉뚱그린 모습이지만, 다른 엘프들의 무기와 매우 닮았다.

그리고 저 특징적인 자세도, 궁술에 관심을 갖고 가르쳐 달라고 했을 때 본 적이 있었다.

놈들은 제대로 된 엘프식 궁술을 구사하고 있는 거다. 마법 같은 궤도를 그리며 필중하는 신비한 궁술을.

원래 엘프의 궁술은 사기적이지만,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결국 기술이 특별할 뿐, 활과 화살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니었으니까. 피하지는 못해도 쳐내고 막는 건 쉬웠다.

하지만 저 거인이 네 팔로 다루는 활의 크기는 장난이 아니고, 화살 하나하나가 고래 잡는 작살 사이즈다.

거기에 화살에서 풍기는 세계수의 기운, 아무리 봐도 특수 효과가 있어 보인다.

그렇게 활을 든 거인의 숫자는 눈대중으로 보기에도 수십, 어쩌면 백을 넘을지도 모른다.

“염병하네.”

저런 미친 활이 필중의 궁술로 쏘아진다니, 양심이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닌가 진짜.

저 놈들을 상대하면서 하나뿐인 역린을 찾는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해야지 뭐, 씨발.”

뭐, 언제는 할 만한 일이라서 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