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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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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훼법

일반적으로, 전사와 마법사의 싸움은 대개 속도의 차이로 승패가 갈린다.

화력 면에서는 마법사가 대체로 우월하지만, 강력한 화력을 위해서는 그만한 캐스팅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

전사는 마법사가 화력을 투사하는 데 필요한 캐스팅 시간보다 더 빨리 접근할 수만 있다면 승리.

마법사는 전사가 접근하기 전에 캐스팅을 마치고 공격에 나설 수 있다면 승리.

하지만 재버워크는 이 기본적인 전투 양상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다.

캐스팅 속도 자체도 빠르지만, 오브로 시전하는 즉발 마법이 완벽하게 빈틈을 메운다.

마법을 즉발하는 상대로 마법을 쓰기 전에 접근한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나라면 할 수 있다.

오브 마법은 ‘즉발’이지 ‘자동’이 아니니까. 재버워크가 아예 반응하지 못할 수준까지 속도를 내면 되는 거다.

그걸 위해 필요한 것은 버프를 넘어선 도핑, 연비와 반동 문제로 봉인하고 있던 오러 서클을 사용할 때다.

-키이이이잉!!

양팔과 양다리에 각각 하나씩, 복제 호문쿨루스 때의 네 배인 네 개의 서클을 동시 전개한다.

적색 마탑주의 말에 따르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마력회로의 숫자는 220개가 한계.

그리고 오러 서클은 체외에 형성하는 마력회로와 같다. 즉, 인간의 한계를 억지로 넘어선다는 것.

당연히 신체에는 어마어마한 부하가 걸린다. 검령도 내게 짧은 시간만 발동해 공격력을 증폭시키라고 조언했었지.

하지만 그런 어중간한 방법으로는 재버워크를 이길 수 없다. 나는 서클을 모두 마력강화의 증폭에 사용했다.

-쿠르르릉!

인터페이스에 나타나는 스탯이 이전에 본 적 없는 수준까지 상승한 것을 보며, 나는 땅을 박찼다.

한 번의 발구름만으로 전신이 삐걱거리지만, 그에 따른 속도는 음속을 가볍게 돌파한다.

재버워크가 눈을 깜빡이는 아주 짧은 순간, 나는 이미 그의 앞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콰과곽!

제대로 들어간 참격, 하지만 소리도 손맛도 이상했다. 놈의 몸에 얇은 배리어가 펼쳐져 있던 거다.

하지만 방금 일격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오러가 뿜어내는 공격력은 재버워크 수준의 마법사에게도 감당 불가능.

다음 순간, 재버워크는 다시 한번 전이를 사용해 멀찍이 떨어졌지만- 나는 1초도 걸리지 않고 곧바로 다시 접근했다.

재버워크의 등 뒤에 또 하나의 오브가 떠올랐다. 상황을 생각해 보면 보나 마나 방어 마법일 것이다.

놈이 사용하는 다섯 가지의 오브 마법 중 하나, 손톱만 한 크기까지 압축시킨 마법 방어막.

오브를 통해 일정 거리 안으로 다가오는 공격을 미리 감지하고, 공격 경로에 배치해 막아낸다는 사기 스킬.

전신에 펼치고 있던 배리어의 강도를 생각해 보면, 아마 압축 방어막은 오러 공격조차 막을 수 있을 거다.

그렇다면 나는 공격력을 더 끌어올릴 뿐, [사고 가속]을 발동해 정확한 타이밍에 기술을 사용한다.

이미 오러 서클이 하나 휘감긴 팔에, 또 하나의 서클을 형성해 겹으로 공격력을 높인다.

노리는 것은 목, 일격에 머리를 절단해 버린다!

“뒈져라!”

-카앙!

그러나, 다음 순간 내 검은 허무하게 튕겨 나가고 말았다.

말도 안 돼, 아무리 단단한 방어막이라고 해도 깨부술 수 있을 텐데? 이걸 튕겨냈다고?

나는 한번 더 [사고 가속]을 발동해, 내 검을 튕겨낸 방어막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

다르다.

마탑과 커뮤니티에서 수집한 정보와는 형태가 완전히 다르다. 손톱만 한 압축 방어막이 아니다.

공간을 찢어놓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새까만 균열이 여럿 겹쳐 있다.

그리고 지금은 저 정체불명의 방어마법만이 문제가 아니다. 다른 오브 하나가 빛을 발하고 있다.

즉사 수준의 위력을 내는 마법 광선이 지근거리에서 발사된다. 거기에 놈의 등 뒤에 떠오른 수십 개의 마법진.

오러 서클을 통한 무리한 도핑으로 끌고 온 공격 턴이, 완벽한 카운터를 맞고 말았다.

**

오러 서클은 기본적으로 공격의 한순간에만 발동해야 하는 스킬.

하지만 나는 내구력과 재생력을 통해 반동을 감당하며, 연속적으로 서클을 유지한다는 수단을 택했다.

거기에 더해 원래 사용 방식대로 한 번 더 휘감은 서클까지, 이번 공격은 사실상 모든 것을 쏟아부은 올인 베팅이었다.

정체 모를 마법에 의해 그것이 튕겨 나간 순간 찾아온 반동은, 마력강화의 첫 자력 사용 때와는 비교도 안 되었다.

-뚜둑!

몸 안에서 뭔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억지로 끌어올린 마력이 역류하며 속을 뒤집은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데미지에도 쉴 틈은 없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광선에 몸이 반으로 갈라질 거다.

반으로 잘려도 안 뒤지는 몸이긴 하다만, 저 광선은 절단면을 불태워 버린다. 아마 못 살겠지.

“후읍!”

튕겨나간 검을 그대로 놓아버리고, 억지로 몸을 뒤로 날렸다.

그 순간 닥쳐오는 푸른 마법의 광선, 여전히 초라한 모습이지만 그 위력은 잘 안다.

이미 뒤로 뛴 상황, 하지만 나는 이제 공중에서도 움직임의 궤도를 바꿀 수 있다.

검술 스킬인 ‘소드 차지’의 돌진 판정을, 신체에서 한 방향으로 마력을 분출하는 것으로 재현한다.

정면에서 일자로 쏘아지는 광선을 억지로 우측으로 굴러 피해내고, 자세를 다잡았다.

아직 공격은 끝이 아니다. 재버워크가 캐스팅한 수십 개의 마법진이 동시에 불을 뿜었다.

이번에는 매직 미사일이나 파이어 볼 같은 기초 마법이 아니다. 튀어나오는 것은 황금빛 화살.

마법진 하나하나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화살을 난사한다. 수십 대의 중기관총이 면전에서 쏘아지는 것 같다.

피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양손으로 검을 붙잡고, 날아드는 화살을 하나씩 쳐낸다.

[사고 가속]

-캉! 캉! 캉! 캉! 카가강! 카강!

스킬의 효과로 느릿하게 변한 시야의 힘을 빌려, 어떻게든 막아내고 있지만.

그 사이에 재버워크는 다시 텔레포트로 거리를 벌렸다. 또 다른 마법을 추가로 캐스팅하며.

씨발, 욕을 안 할 수가 없네. 놈의 스펙도 스펙이지만, 판단이 너무 안일했다.

내가 수집한 재버워크의 정보는 커뮤니티에서의 단편적인 제보와 각각의 마탑에서 전해 들은 것.

원래 재버워크는 18층에서 잠깐만 모습을 드러내는 중립 NPC로, 싸우는 모습은 정말 조금밖에 보여주지 않는다.

당연히 정보도 불확실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그 점은 마탑에서 전해 들은 걸로 보충했다고 생각했는데.

젠장, 머리에 너무 열이 올라 있었나. 어이없게 놓친 템포를 다시 잡아야 한다.

황색 마탑에서 빌려 온 마도구, ‘천뢰의 장갑’ 발동.

건틀릿 형태의 이 마도구의 효과는 매우 단순하다. 발동 즉시, 사용자의 몸을 마력 입자로 바꾸는 것.

번개 속성을 띤 입자가 된 사용자는 빛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할 수 있으나, 어떤 물리적인 공격도 불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라이트닝 차지]와 [대전]을 활용하면, 입자 상태에서 놈에게 돌진하는 것만으로 전격을 먹일 수 있다.

-파지지직!

순간적으로 번개 그 자체가 된 채, 재버워크에게 그대로 돌진한다- 그리고 난데없이 뒤바뀐 시야.

“뭐야.”

마도구의 발동 효과가 꺼지며 원래대로 돌아온 몸, 그리고 돌진했던 나는 오히려 재버워크를 등지고 있다.

등 뒤에서 다시금 날아오는 광선과 마법을 삐걱거리는 몸으로 피해 내며, 상황을 파악했다.

마도구의 효과를 발동시키자마자 재버워크는 재빨리 문제의 방어 마법을 전개했다.

하지만 내 돌진은 방어 마법에 막히지 않았다- 아하, 알겠다.

“공간 마법이었군.”

내 혼신의 검을 튕겨낸 건, 공간 마법으로 되돌아온 내 검이었다.

**

[사고 가속]을 발동시키고, 느려진 세계에서 현재까지 얻은 정보를 정리했다.

즉사 수준의 위력을 내는 광선, 자유자재로 시전하는 단거리 전이, 그리고 공격을 반사하는 공간 마법.

세 번째 마법은 방어막이 아니라 포탈이었다. 좌표를 반전시켜 공격을 거꾸로 튕겨내는 뭐 그런 거였겠지.

어마어마하게 성가신 마법이지만, 굳이 그런 마법을 사용한 이유는 뻔하다.

평범한 방어 수단으로는 내 공격을 막을 자신이 없었던 거다. 한 대만 제대로 들어가면 이긴다고 봐도 되려나.

문제는 저 공간 마법을 어떻게 파훼하느냐인데……일단 평범한 검격이라면 너무 쉽게 반사되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지향성이 없는 광역 공격, 그리고 놈이 마법을 펼치기 전에 기습하는 것 정도인데.

어느 쪽이건 평범하게는 불가능하다. 놈은 번개로 변한 내 돌진에도 대응해 냈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반응했지- 그렇게 생각하며 재버워크의 모습을 다시 살펴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어느샌가 등 뒤에 떠 있는 네 번째 오브, 그 위에는 눈동자를 닮은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드디어 꺼내셨군, 예지 마법.

커뮤니티와 마탑에서 손에 넣은 정보를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저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예지가 아니고서야 벼락의 속도로 돌진하는 내 공격에 맞춰 마법을 전개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몇 초 뒤의 시야를 미리 불러오는 마법이랬던가, 성능은 훌륭하지만 제약이 많다고도 했지.

“좋아.”

나는 인벤토리에서 두 개의 마도구를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