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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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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 잠을 잔다.

수 세기에 걸친 오랜 겨울잠이 그 특징이었다.

심지어는 펠리시 같은 용머니도 이 순리를 거스를 순 없었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용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심장에 있었다.

드래곤 하트라 불리는 심장 속에 응축된 방대한 마나가 그 거대한 몸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마나가 다 줄어들 즘이면 예고없는 겨울잠에 빠지는 것이다.

잠깐 졸았다 깨어나보니 세상이 멸망중이었던 펠리시가 그랬다.

“마음 같아서는 어디서 끌어다 쓰고 싶지만...”

용을 움직이는 마나를 보급할 수 있을 리가.

산맥을 통째로 흡수해도 잠을 피해갈 순 없었다.

그래서 펠리시는 납득했다.

세상의 이치라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주딱을 만나기 전까진 그럴 줄 알았지.

“흐으, 하아아...”

평범해 보이는 반팔 티 한 장.

언젠가 주딱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얻어낸 그의 옷감이었다.

펠리시는 아침에 일어나 반팔티에서 향기를 맡는 것으로 시작했다.

색을 볼 수 있는 용답게 그 반팔티에 묻어나오는 주딱의 색감은 어떤 것보다 강렬했다.

평생을 굶다가 로제 불닭 떡볶이를 맛본 것만 같은 강렬함이었다.

“가지고 싶구나.”

가지고 싶다.

소유해서 레어에 보관하고 싶다.

이계에서 넘어온 존재, 주딱.

그 색감을 맡으면 부족했던 마나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실제로도 그랬다.

“주딱만, 주딱만 내게 있으면...”

어쩌면 잠을 자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용에게 있어서 가장 위험한 권태감?

그런 건 주딱의 신비한 문물 덕에 지루할 틈을 느낄 수가 없었다.

-번뜩!

폴리모프했던 펠리시의 동공이 세로로 길게 찢어지며 본능이 고개를 들었다.

소유욕을 빼놓고는 드래곤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

가지고 싶은 게 생기면 무조건 가진다.

그런 게 바로 용이었지만...

“으으...”

곧 튀어나왔던 붉은 꼬리가 축 쳐져 바닥에 늘어졌다.

“참아야해...”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용이 만물의 꼭대기에 서 있을 때의 이야기였을 뿐.

펠리시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을 잊지 못했다.

주딱의 힘을 엿봤던 그 날.

빛이 번뜩이고, 모든 것이 가루로 사라지던...

“어떻게 가질 수 없겠느냐?”

깝쳤다간 바로 종말행이다.

펠리시가 보기에 이 모든 세상은 주딱의 유희에 불과했으니.

압도적인 존재의 유희에 방해되지 않아야만 했다.

그녀가 얌전히 도시에 웅크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힘으로는 절대 주딱을 가질 수 없다. 입술을 비쭉 내밀고 고민하던 때였다.

[개념글: 주딱님만 몰래 봐요!]

(두 손을 머리에 가져댄 토끼 수인족 짤)

∩ >ㅅ< ∩

오늘 비료상자 고마어여!

사랑행!

[추천7645] [비추천12]

  • 어이쿠 이것 참 ㅎㅎ

  • 작성자의 인품과 마음, 배려심이 느껴지는 따뜻한 글입니다 허허^^

  • 주딱*) (눈이 튀어나온 개구리 콘)

ㄴ 작성자) 꺅!

ㄴ 와 주딱 댓글 ㄹㅇ 다네

ㄴ 인생업적 달성했누 토끼쉑;

“흐음?”

토끼 수인족이 헐벗고 있을뿐인 개념글.

그 개념글에 주딱이 쏜살같이 나타나 댓글을 달았다.

아니 이번만 그런 게 아니었다.

[개념글: 주딱 잡아먹깅!]

(입을 크게 벌린 채 눈을 동그랗게 뜬 짤)

와아앙!

[추천8532] [비추천12]

  • 주딱*) 아얏! 허허, 이것 참 ㅎㅎ

ㄴ 아얏! ㅇㅈㄹ ㅋㅋㅋㅋㅋ

ㄴ 아니 이런 건 씹 귀신처럼 찾아보네

  • 작성자) 그래서 언제 놀러올거야!

ㄴ 주딱*) .

ㄴ 작성자) 야! 대답해!

ㄴ 이런 건 씹 귀신처럼 도망치네 ㅋㅋㅋ

ㄴ 역시 대황병신주딱

“주딱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펠리시는 주딱의 실물을 본 적이 있었다.

그건 정말이지 기적이었다.

파딱의 업무를 다하려 폐허로 내려갔다가 설마 주딱을 마주칠 줄은.

“평범한 인간 남자처럼 보였었지.”

하지만 믿지 않는다.

너무나도 평범한 인간 남자 같았으니까.

용의 정신에 갤러리란 탭을 간단히 각인시킬 정도라면, 그가 평범할 리 없었다.

아니, 그인지 그녀인지 그것인지도 모른다.

그래, 외신.

외신이나 다름없는 주딱의 존재를 형체로 고정시키는 것만큼 멍청한 일이 없으니.

“분명 나를 단번에 알아봤겠지.”

이제 생각해보면 기적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모습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단번에 자신을 알아봤음에도 모른 척 하는 건 역시...

“유희를 하려고.”

그렇다면 펠리시는 그 장단에 맞춰줄 뿐이었다.

하지만 겉을 맴도는 것을 허용하는 분위기니, 펠리시는 이를 기회로 삼았다.

바로 지금 보고 있는 헐벗은 개념글들을 눈에 익히면서.

  • 이성에게 플러팅하는 법...txt [3]

  • 은근슬쩍 노출하는 법 >< [12]

“...!”

이런저런 필멸자들의 지식까지 익혀갔다.

언젠가 주딱을 가지기 위해서.

“이제 완벽하다.”

오랜만에 다시 카페에 찾아갔을 무렵이었다.

그리고 보고야 말았다.

-텅그렁!

“손님?”

웬 여자애를 두고 자상하게 웃고 있는 주딱의 모습을.

요즘들어 파딱이 자주 찾아온다.

그 존재는 켈리어튼 수호룡이나 다름없는 용용죽겠지.

매번 내게서 티타임 세트를 받아가긴 했는데, 이렇게 차를 사랑할 줄은 몰랐다.

“커피라도 드릴까요.”

일단 명색상 카페였다.

말을 건네자, 충격 받은 용용이가 페니를 가리키며 말을 절며 말했다.

“따, 딸?”

“뭐...!”

그 말에 페니를 바라봤다.

처음 모습보다 훨씬 자라긴 했는데, 아직 그렇게 보이나?

“점원입니다.”

“아, 그렇구나.”

오해를 정정해주자 용용이가 크게 숨을 고르며 원상태로 돌아왔다.

“...충격이야.”

한순간에 애취급 받은 페니만 우울해져서 구석으로 갈 뿐이었지만.

용용이가 이상하리만치 나만 빤히 본다.

그러더니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는 내게 다가와 말했다.

“혹시 그대, 오늘 장사 하느냐?”

“네, 뭐 1시간 정도는 할 생각입니다. 한 잔 드릴깝쇼.”

“응, 부탁하겠다.”

커피를 내리려 등을 돌리자 내게 다가오는 시선이 한층 더 따가워졌다.

‘들킨 건가.

주딱임을 들켰나 싶었다.

뭣보다 용들은 사람의 감정과 색감을 눈과 코로 느낄 수 있다고 했으니.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럼 굳이 모른 척 할 이유가 없지.

나라는 걸 알았다면 진작 날 제압하거나 표시를 냈을 거다.

그녀의 입장에서 나는 핵발사 위험 버튼인데, 정작 본체는 인간에 불과하니까.

내가 직접 장사할 생각은 1도 없었다.

하지만 처음이니 테이블 위에 놓인 수건에 물기를 닦고 커피를 내릴 즘이었다.

“아.”

커피에 물을 붓다가 흘렸다.

물을 닦으러 수건을 찾아 등을 돌린 순간이었다.

“엥?”

수건이 사라졌다.

농담이 아니라 어딜 둘러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착각인가 싶어 일단 휴지로 닦고 옆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원두를 갈아 필터에 넣고 휴지를 버리려는데.

“아니.”

꾸깃꾸깃 접어둔 휴지도 사라졌다.

주변을 돌아보다 무심결에 용용이와 눈이 마주치자, 묘하게 자세가 뻣뻣했다.

“생각보다 힘들구나...”

그리고 묘한 말까지.

“흠.”

다시 천천히 등을 돌린 후 커피를 마저 내렸다.

그럴때마다 뒷통수에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커피를 잔에 따르고 천천히 고개를 돌린 순간이었다.

“이제는... 더는 안 돼.”

무어라 불길하게 중얼거리는 손님이자 파딱을 향해 커피를 들고 다가갔다.

그때 돌연 용용이가 고개를 불쑥 들었다.

어쩐지 황금색이 아닌 붉게 번뜩이는 눈을 마주한 그 순간이었다.

“커피 나왔습니다.”

“...!”

불쑥 들이민 커피에 용용이의 눈이 세상 동그랗게 뜨였다.

그리곤 커피에 뭐라도 보이는지 한참을 눈을 깜빡이다 나를 바라봤다.

“...이게 커피라고 했느냐?”

“예?”

뭐지, 클레임인가.

용용이가 가리키는 잔을 내려다보니 검은 물이 눈에 들어왔다.

“네, 검은물 커피 아닌가요.”

“그대의 눈에는 이게 검게 보인단 말인가?”

하지만 용용이에겐 다르게 보이는지, 한참을 향을 맡으며 커피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마치... 그래, 캣잎을 처음 목격한 고양이처럼.

“향도 맛도, 색감도 전부 같다니...”

잠깐 중얼거리던 용용이는 한 모금 마시더니, 머리를 파르르 흔들다 내게 물었다.

“호, 혹시 앞으로도 장사를 하느냐?”

“네? 뭐 일주일에 한 번...”

그러자 용용이의 얼굴이 화색으로 번졌다.

“일주일에 한 번만 쉬겠다니, 좋아. 쉬는 날이 언제더냐!”

“예?”

이게 뭔 소리지.

난 갤질하기에 1분 1초도 아까웠다.

카페는 어디까지나 구색 맞추기 용.

오늘은 첫날 차 나온 것뿐이지, 나는 카페를 운영할 생각이 없었다.

“일주일에 하루만 일할 겁니다.”

“...뭐?”

“제가 본업이 바빠서요.”

“하, 하지만.”

따로 할 말이라도 있나 싶어 용용이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용용이가 돌연 쭈글거리며 풀이 죽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다. 그게 그대의 뜻이라면 내가 어쩔 수는 없지...”

“제가 본업이 있어서요.”

그렇게 말하며 무심코 시계를 봤다.

그리고 나는 충격에 굳어버렸다.

17분.

무려 시간이 17분이나 지나 있었다.

커피를 내리는 시간동안 갤질의 공백이 17분이나 생긴 것이다!

“안 돼!”

“!”

내 외침에 화들짝 놀라는 용용이를 두고, 나는 필사적으로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벙커로 이어지는 숨겨진 길을 통해 집으로 돌아왔다.

-벌컥!

“앗.”

방문을 거칠게 열자, 내 침대에는 건조기가 어정쩡한 자세로 누워 있었다.

하지만 머뭇거릴 틈이 없다.

나는 곧바로 침대에 다이빙을 감행한 후, 재빨리 갤러리를 켰으니.

“휴.”

다행히 갤러리 공백이 20분을 넘기기 전에 개념글에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제목: 이 정도면 너무 치마가 짧나요...?]

(장터 요구르트 짤)

병신들 ㅋㅋ 이걸 속냐?

(엘프 대표 이미지 짤)

(엘프의 근엄한 정면 짤)

아, 참고로 저는 엘프입니다.

[추천2011] [비추천5043]

  • 씨발 또 낚였네

  • 역시 병신글은 엘황

  • 엘황 진짜 할짓없네

ㄴ 엘프일 리가 없잖아욧!!!

ㄴ (쓰레기를 마구 던지는 짤)

ㄴ 작성자) 열렬한 호응 감사합니다

“갤러리는 해야지.”

바보 같은 념글을 보니 비로소 내 불안감과 떨림, 초조함이 사라졌다.

카페는, 마침 마감 시간이니 페니가 잘 정리해 주겠지.

그렇게 다음 개념글을 찾아보러 넘어가던 찰나였다.

  • 하늘이 멈췄는데 이거 뭐냐?...jpg [421]

“음?”

눈에 띄는 제목 하나.

보통 이러면 낚시글이나 진짜 문제글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왜인지 모를 불안감에 해당 글을 클릭한 순간이었다.

[제목: 하늘이 멈췄는데 이거 뭐냐?...jpg]

일단 본인 농민임

나름 우리 지역 비 많이 오는 곳이라 대대로 농사 잘되는 곳이었는데 뭔가 이상함

(하늘에 구름이 듬성듬성 있는 짤)

(땅이 갈라지다 못해 말라붙은 짤)

구름은 껴 있는데 비가 안 온다

처음에는 그냥 하늘이 이상하네 하고 말았는데

이 ㅅㅂ 두 달째 이지랄이다

장터 아니었으면 우리 마을 사람들 진작 다 죽었을지도 모른다 ㄹㅇ

지금도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데, 진짜 이거 뭐냐?

[추천4921] [비추천42]

  • 아니 뭐냐 시간 멈춤?

  • 와 가뭄 레전드네 ㅋㅋㅋ

  • 저기 마수도 말라 붙었는데요?

  • 하늘이 노하셨네 ㄷㄷ

ㄴ 하늘이 초는 안하시나요? ㅋㅋ

ㄴ (칼 들고 달리는 개구리 콘)

ㄴ (나가 죽어 엘프 콘)

“엥?”

무려 두 달 째, 하늘에서 비가 안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