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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2 KiB

균열은 단단했다.

그런데 듣고 보니 이상했다.

  • 어캐 단단하누 시발련ㄴ아

형체가 있어야 단단하건 말랑하건 할 게 아닌가?

단순히 포탈처럼 보이는 균열에도 분명히 틀이 있었다.

이는 비가 오거나 눈이 오던 날 확인할 수 있었다.

“눈이 쌓이네?”

바깥으로 통하는 포탈을 제외한 균열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분명 존재한 것이다.

게다가 일전의 화학 무기로 입증된 바 있었다.

균열도 생명체였다.

“그럼 신세계 당해야겠지?”

균열은 일방통행이었다.

들어갈 순 있어도 나올 순 없었다.

“그럼 반만 들어갈게요.”

하지만 반만 들어간 상태라면?

이건 예전에 성검으로 확인해본 바 있었다.

바로 완전히 균열 속으로 들어간 게 아니라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

“안에서 시멘트를 바르면 바깥으로 넘어가?”

그럼 바깥에서도 안으로 바르면 된다.

[제목: 씨발 아니 어디가요]

(균열에 몸이 반쯤 넘어간 갤러리 의사 짤)

(충격과 공포에 젖은 알바생들 짤)

시멘트가 잘 안발린다 어쩐다 하더니, 갑자기 몸을 집어넣어버림 ㅅㅂ

말릴 새도 없었다 ㄹㅇ

아니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냐?

[추천8211] [비추천0]

  • ?

  • ???

  • (머리를 부여잡는 엘프 도자기 콘)

갤러리 의사는 그대로 균열 속에 상체를 넣어 미장을 하기 시작했다.

훌륭한doc: 여긴 놀랍습니다. 많은 ugly assholes가 나를 반긴다

훌륭한doc: (검은 배경 짤)

애석하게도 균열 바깥은 갤러리가 사진으로 포착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신기하다며 보내온 짤은 전부 검게 처리되어 있었다.

그렇게 대략 10분이 흐른 뒤, 갤러리 의사는 다시 돌아왔다.

정확히는 넘어간 상체 부분만 피범벅이 되어 돌아왔다.

“히이익!”

  • 와 씨발 살면서 본 것 중에 제일 무섭네요

  • 아니, 뭔 마수임?

  • 엘끼야아아악!!!

궁금증에 모여 있던 알바생 몇몇이 그 광경에 비명을 지르며 넘어갔다.

주딱*: 님 ㄱㅊ?

훌륭한doc: 수많은 진상들이 나의 미장을 방해했어요

훌륭한doc: 그래서 맛보았다. 나의 훌륭한 gallery spicy bullet

바깥에 있던 마수들의 방해가 있었지만, 다행히 설득에 성공한 모양이다.

“해치웠나!”

하지만 균열은 멀쩡했다.

미장이 끝나도 어떠한 극적인 변화도 없었다.

  • 아니 뭐함?

  • 균열은 물 속에서도 나타나잖아요

  • 주딱 병신임?

ㄴ 주딱*) ?

ㄴ 왜 이렇게 우리가 평소에 생각 못하는 방법을 꺼내오는 거임? 진짜 천재임?

ㄴ ㅋㅋㅋㅋ ㅅㅂ 온몸비틀기

ㄴ 영구밴피하기 난이도9999

당연히 갤러리는 내게 뜨거운 반응을 보였지만, 아직이었다.

“아직 모른다...”

원래 시멘트가 굳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니.

한 시간, 두 시간에서 하루 이틀까지.

그렇게 일주일동안 내버려두니 시멘트가 서서히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완전히 고체가 되었을 무렵.

  • 꾸르르륵!

시멘트에 덮힌 균열은 돌연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말라 비틀어져 구겨져 있었다.

  • 아니 이게 되네

  • 뭐야 허접이잖아

  • ?

균열에겐 아주 큰 약점이 있었으니.

“형님 발가락 꼼지락거려봐요.”

물리 방어력만 높았다.

균열은 허접이었다.

좋게 말해도 그랬다.

나쁘게 말하면 물리 방어력만 높았던 역배충이었으니.

약점을 모를 땐 무적 같지만, 들킨 순간 공략은 너무나도 쉬웠던 것이다.

“시멘트를 굳혀서 드셔보세요.”

자매품으로 유독 가스와 비소와 납으로 만든 셸레 그린 페인트 등이 있었다.

혹은 모닥불을 피우고 균열 쪽으로 바람이 가도록 선풍기 하나만 두어도 됐다.

  • 꾸르르륵

그럴 때마다 균열은 별다른 반응도 못해본 채 그대로 말라 비틀어졌다.

  • 뭐야 불만 피워도 죽네?

  • 센 척 원툴이던 새끼... 알고보니 개 허접이던 새끼...

“생각보다 너무 쉽게 해결되는데.”

물론 오래도록 문제점이었던 균열이 너무 쉽게 해결되는 탓에 묘한 불안감이 남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불안감도 잠시, 갤러리를 켜 개념글에 들어갔다.

“다들 균열 이야기로 말 많겠지?”

매번 치고 박는 게 갤러리였다.

하지만 어쩌면 이번만큼은 화기애애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접속한 순간이었다.

  • 엘프 ← 진짜 고양이랑 뭐가 다름?

  • 진짜 개 혐오스러운 종족 top3

  • 어떻게 거의 모든 종족에게 혐오를 받을 수 있음? ㅋㅋㅋㅋㅋ

  • 엘프>>>>>인간

  • 바보 멍청이...jpg

  • 자기들이 먼저 시작했으면서 역겨워요 ^^

  • 인간들이 종족 중에 제일 무쌩겼어 ㅋㅋ

“그럴 리가 없지.”

물론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나는 욕설과 혐오로 만연한 갤러리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물론 적절한 혐오는 좋다.

“욕설과 고닉 베기? 환영하지.”

갤러리의 원동력은 괜히 본능과 도파민이란 소리가 있는 게 아니었으니.

적절히 선만 지킨다면 상관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개념글은 조금 달랐다.

단순히 특정 대상끼리 싸우는 게 아닌, 무려 갈라치기로 인한 단체전.

  • 귀쟁이들 맞장까면 바로 짐 ㅋㅋ

  • 세계수 원툴인데 세계수 없어졌죠?

ㄴ 없는 종족 ㅋㅋㅋㅋ

ㄴ 응 없었던 종족 ^^

ㄴ (엘프가 귀로 땅파는 그림)

ㄴ (인간과 오크가 서로 키스하는 그림)

ㄴ 씨발 맞장깔래?

“흠.”

관객은 기껏해야 몇 명.

링 위에 선수만 수백 명이었다.

유사 패드립부터 시작해서, 온갖 혐짤과 전술핵이 난무했다.

“정도가 좀 심한데?”

논쟁과 말다툼은 환영이지만, 갈라치기만큼은 안된다.

특히 정치적, 종족 간 분쟁이 커지는 순간 갤러리는 망갤이 되는 것이다.

“그것만은 안 돼.”

밥은 굶을 수 있다.

물도 안 마실 수 있지.

하지만 갤질은 해야 한다.

나는 다급하게 공지글을 작성했다.

[공지: 나다]

작성자: 주딱*

(안아줘요 엘프 콘)

(안아줬어요 인간 콘)

(인간과 엘프가 서로 껴안는 짤)

본 갤러리는 모든 종족 간의 화합을 지향합니다.

무의미한 혐오와 분쟁 조정은 멈춰주세요.

[추천1421] [비추천9999+]

  • 아씨발 이건 아니지!!!!!

  • 아니 씨발아

  • 차라리 엘프를 오크로 바꿔주세요씨발

ㄴ (오크와 인간 알몸의 대화 짤)

ㄴ 씨발새끼야

  • 어째서 이런 짓을...?

  • 엘끼야아아악!

  • (찌그러진 고양이 엘프 콘)

다행히 끊이지 않을 것 같던 갈라치기는, 내 공지 짤로 인해 잠시 진화되었다.

“뭐 두 종족이 서로 혐오하는 거야 일상이긴 했지.”

하지만 이렇게 간혹 심각한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때도 있었다.

그러나 싸워서 좋을 게 없다.

종족의 불화는 마수들이 가장 바라는 것일 테니, 이럴 때 필요한 게 주딱의 존재였다.

“뻔하지 뭐.”

박수를 하려고 해도 손뼉이 맞아야 한다.

백 퍼샌트 먼저 이걸 시작한 종족이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자기애가 강하고 남을 털어먹길 좋아했던 종족은 하나뿐이었다.

“안 봐도 엘프겠네.”

대전쟁 이전시절부터 현재까지 모든 종족이 싫어하는 비공식 랭킹 1위.

판타지 중세하면 당연한 인간 혐오 클리셰를 깬 유일한 종족, 엘프.

대충 뭐 평소처럼 자기자랑하면서 신나게 인간 긁었겠거니 싶었다.

  • 주딱*) 엘프 가서 사과하셈

ㄴ 네?

ㄴ 우린 아무것도 안했어욕!!!

ㄴ 주딱*) 화낸다?

ㄴ (바닥에 누워 엉엉 우는 엘프 콘)

ㄴ 왜... 왜...!

처음에는 당연히 인정하지 않았다.

엘프들은 내 채팅에 우르르 모여 옷깃을 잡고 늘어졌다.

하지만 여기까지도 뭐 익숙했다.

  • 주딱*) 뒤져본다?

ㄴ 주딱*) 근데 엘프면 엘라드 전역 주류 1일 밴할거임

ㄴ 히에엑

ㄴ 헤엑

그래서 조금 더 큰 카드를 꺼냈다.

주류밴.

이 카드마저 꺼내면 보통 엘프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쭈글거릴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평소와 반응이 달랐다.

  • 진짜... 진짜 엘프가 시작한 거 아니에욧!!!

  • 주딱님은 우리만 미워해에엑!

  • 주딱님은 인간만 좋아해... 우리 편애해...

“음?”

무려 소주가 걸렸음에도 끝까지 억울해 하는 반응들.

엘프에게 진실을 보려면 소주를 걸면 된다.

이런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근데 엘프가 먼저 시작한 게 아니라고?”

엘프가 이럴 리가 없는데.

그래서 직접 갤러리를 뒤져봤다.

우선 갤러리창을 열 개 정도 띄워둔다.

그리고 균열 떡밥이 끝나갈 무렵부터 해서, 내가 개념글을 발견했던 시점까지.

모든 게시물과 개념글을 확인했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제목이 하나 있었으니.

[제목: 엘프님들 필독해주세요!]

(세계수가 엘프 때리는 짤)

(참이슬 바닥에 던져 깨뜨리는 짤)

(나뭇잎을 세로로 천천히 찢는 짤)

ㅋㅋ

[추천4] [비추천103]

  • 뭐하는거에욧!!!

  • 어, 어떻게 이럴수가...

  • 이 악마같은 인간놈아 당장 사과해요!!!!!

“아니 진짜네.”

한창 균열 떡밥이 돌던 시점.

정말 느닷없이 엘프들을 대상으로 무차별 공격을 먼저 감행한 것이다.

해당 짤에는 주로 소주병을 바닥에 던지거나, 발로 차는 짤들이 대다수였다.

“이건 엘프일 수가 없겠는데.”

엘프라면 절대로 못하는 행동들.

흔히 말하는 엘첩, 인간인 척 하는 엘프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분탕은 간혹 보이긴 한다.

문제는 이번 글이 끝이 아니라는 것.

[제목: 저 방금 글 쓴 인간인데, 엘프님들 사과드릴게요...]

(참이슬로 소맥 마는 짤)

(참이슬에 민트초코 담궈 먹는 짤)

풀만 뜯어먹고 살더니 미쳤지

피가 거꾸로 솟게 해줄게 ㅋㅋ

애걸복걸해봐 ㅋㅋ 그럼 봐줄지도?

요즘 들어 심심했는데 기강 잡아줄게

[추천 1] [비추천193]

  • 히에에엑!!!

  • 카야악!

  • 너 어디 살아요!!!

  • 맛있겟당...

ㄴ ?

그 글은 마치 시발점에 불과했다는 듯, 엘프를 대상으로 분탕짓을 계속했다.

“아니, 근데 어떻게 이렇게 잘 알지?”

문제는 너무 잘 알았다.

어떤 부분이 엘프들의 발작 버튼인지 너무 잘 이해하고 올리고 있었다.

흔한 분탕에서는 나올 수 없는 실력.

“말투도 좀 이상하고.”

게다가 인간이라기에도 좀 이상하다.

하지만 그 덕에 어그로가 크게 끌려버렸다.

  • ㅋㅋ ㅇㅈ

  • 주옥같이 맞는 말만 하누

  • 열사님 응원합니다

마침 지나가던 인간 갤럼들이 가세해 판이 커졌고, 엘프들이 이에 응수했다.

결국 말로는 풀리지 않을 정도로 서로 앙금이 쌓인 것이다.

“이건 내가 억지로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역으로 판이 커지겠는데?”

당장 갤러리에 제재를 가하면 되긴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리고 속에서 상대 종족에 대한 혐오감만 커질 게 뻔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싶을 때였다.

[다음 12렙까지 43% 남았습니다.]

[개방 가능한 시스템]

  1. 현피 갤러리

  2. ???

“오.”

마침 좋은 방법이 눈앞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