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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4 KiB

“잠깐.”

어느 지하실 입구 앞.

문앞을 막아선 금발의 엘프가 방문객을 노려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목적은?”

“미식을 위해.”

“엘프는.”

“예쁘고귀엽고다해.”

몇 번의 절차 확인을 거치자, 문지기 엘프는 몸을 비켜서며 고개를 숙였다.

고닉, 엘프는예쁘고귀엽고다해.

그녀는 이 비밀 모임의 수장이었다.

내부로 들어서자 화사한 엘라드리엔 아래, 음산하고 어두운 공간이 나타났으니.

중심에 네모난 식탁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다 모였습니까?”

그녀가 들어서자 미리 모여 있던 엘프들이 귀를 쫑긋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대략 숫자는 수십 명.

이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간단했다.

탐욕과 금단의 음식.

주딱 몰래 먹어야 하는 요리를 먹기 위해서.

“아, 엘예귀님...”

“그럼 이번에도...”

미리 모여 있던 엘프들이 조심스레 말을 꺼내자, 엘예귀가 손을 까딱였다.

그러자 곧 안에서부터 엘프들이 일제히 요리를 들고 나왔으니.

“아아!”

보는 것만으로도 탄성을 지르게 하는 음식.

그건 일명 ‘미식 슬라임’이라 불린 마수로 이용한 큐브 음식이었다.

말 그대로 슬라임을 사각형으로 잘라 접시에 담았을 뿐인 요리.

고작 슬라임 큐브에 이렇게까지 엘프들이 숨고 모인 이유는.

“물엿, 다진 마늘, 케챱, 설탕, 고추장 기타 등등. 먹이로 주고 키운 슬라임입니다.”

“으아아...”

“마지막엔 당연히 이슬에 담궈 숙성시켰으니, 조리법은 걱정하지 마세요.”

슬라임의 조리법에 있었다.

슬라임이 무엇이던가?

고작해야 하찮은 마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식 슬라임은 달랐다.

미식 슬라임은 일주일 동안 먹은 먹이를 바탕으로 그 맛과 형질이 변한다.

“먹이는 모두 장터제인가요?”

“당연한 말씀을.”

즉, 고급스런 향신료를 먹일수록 그 맛과 질감 또한 뛰어나졌다.

엘프들은 미식을 위해, 마수를 일주일 동안 키웠을 뿐만 아니라.

장터 음식을 일주일간 마수에게 먹이로 사용했다.

“식사 전에, 모두 아시겠지만 이는 누구에게도 알려져서는 안 돼요.”

갤러리엔 불문율이 있었다.

장터제 음식을 함부로 땅에 버리거나, 남기지 말 것.

즉, 주딱이 숭고한 마음으로 직접 창조해 갤러리를 위해 나눈 장터 음식들을.

감히 한 끼 미식을 위해 마수에게 장기간 투자한 것이다.

“이게 만일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그때 엘프 하나가 긴장하며 물었다.

“갤러리 영구 추방.”

“!!!”

“헤에엑.”

죽는 것보다 두려운 갤러리 영구 밴.

하지만 엘프들은 귀를 파들파들 떨 뿐,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만큼 이 요리의 맛은 극강에 닿은 맛이었으니.

“그럼...”

어느 녹색머리 엘프가 탐욕과 흥분에 젖은 눈으로 파들파들 떨면서 말했다.

그에 엘예귀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죠.”

그 한 마디에, 모두가 몸에 두르고 있던 하얀 천을 머리 전체에 덮었다.

부디 이 행위를 주딱이 모르기를.

혹은 주딱이 배고픈 갤러리를 위해 뿌린 음식들을 마수의 먹이로 줬다는.

그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서.

천천히 슬라임을 잘라 입에 넣으려던 찰나였다.

주딱*: ㅋㅋ

주딱*: 님들 뭐함?

“어...?”

문득 낯선 문구가 눈앞에 나타났으니.

“절대 식사를 계속하면서 움직여.”

멍하니 눈만 깜빡이는 엘예귀 앞에는, 위장 잠입해 있던 풀피엘프가 검을 겨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게 미식 슬라임이라고?”

엘프 비밀 모임을 습격하는데 성공했다.

그로 얻은 건 그토록 내 눈을 피해 먹던 엘프들의 요리였는데...

정작 요리법을 듣고 보니 어이가 없었다.

“향신료 좀 주고 맛있게 먹었다는 거 아닌가?”

장터제 음식을 먹이로 주어 키운 뒤, 맛있게 큰 슬라임을 먹은 게 전부였다.

흰 천을 머리에 두르고 먹길래, 나는 또 오르톨랑 같은 건 줄 알았지.

오르톨랑은 작은 새의 눈을 파내고, 억지로 살을 찌워 술에 익사시킨 요리였다.

너무 잔인한 요리법에 법으로 금지될 정도였는데, 그거랑 비교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현대 축산 방법 보면 기절하겠네.”

나로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만 갤럼들의 생각은 달랐다.

[제목: 오싹오싹 엘프가 숨어 먹던 요리.jpg]

(사육하고 있는 미식 슬라임 짤)

(장터제 향신료 및 음식들을 먹이로 뿌리는 짤)

(하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식사하는 짤)

...

(놀란 표정의 개구리 콘)

(격노하며 칼 들고 달려오는 개구리 콘)

엘프새끼들 왜 조용한가 했더니 주딱 장터 음식들고 뭐하고 있냐?????

[추천6942] [비추천102]

  • 와 아니 진짜 혐오스럽네 ㅋㅋㅋ

  • 와...

  • 후추 존버타다가 살랬더니 품절나서 아쉬웠는데, ㅅㅂ 뭐 슬라임?

ㄴ 아니 그냥 보는 순간 웃음만 나옴

배고픈 중세인들에게 요리법의 잔인함 따윈 알바가 아니었다.

당장 몇 달 전만 해도 썩은 빵 하나도 간절했던 그들의 눈에.

귀한 장터제 음식을 사재기 및 독점해 슬라임을 먹였다는 것에 극대노했던 것이다.

  • 장난을 쳐도 정도가 있지 ㅋㅋ

  • 장터제 음식 가지고 지랄하네

  • 탐욕도 끝이 없다. 너넨 진짜 인정한다

“아니 그정도인가?”

오히려 당황한 건 나였다.

이러다간 정말 종족간 갈라치기가 될 것 같아 공지글을 써 올렸다.

[공지: 자자 진정진정]

작성자: 주딱*

(정면을 빤히 바라보는 고양이 짤)

그냥 맛있게 먹고 싶어서 슬라임한테 먹이 준 게 전부 아님?

님들 왜 그렇게 화남?(진짜 모름)

[추천9999+] [비추천201]

  • 아 ㅋㅋ

  • 진정진정하고 있네, 진정당하고 싶음?

  • 진짜 쌍욕박으러 왔는데 하필 작성자가 주딱이누 ㅋㅋ

ㄴ 아 이건 참아야지 ㅋㅋ

ㄴ 애초에 누구 건데 ㅋㅋㅋ

  • 주딱님 ㅠㅠㅠㅠ

  • 아 ㅠㅠㅠ 진짜 죄송해요 ㅠㅠ

  • 퓨ㅠㅠㅠ 감사해요 정말루 ㅠㅠ

ㄴ 아 엘프년들 진짜 글자만 봐도 화나네

최대한 현대인답게 지성 가득한 공지글을 올렸으나 효과가 없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엘프 본인들조차 이를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엘프가... 사과?”

콧대높은 엘프가 사과를 한다니.

갤럼들이 가지는 장터 음식의 의미는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이었던 모양이었다.

  • 근데 진짜 주딱은 왜 아무렇지 않음?

  • ㄹㅇ 보는 내가 존나 열뻗치는데

  • 주딱님 참지 마세요 ㄹㅇ 이건 성인군자도 싸다구 날려요

[제목: 주딱이 아무렇지 않았던 이유...jpg]

(새벽에 올라왔던 엘프 야짤1)

(엘프 야짤2에 직접 댓글 단 주딱 짤)

(방어력 높은 갑옷 입은 엘프 셀카 짤)

엘프 야짤 때문인 듯 ㅇㅇ

[추천12] [비추천102]

  • 그게 말이 되냐?

  • ㄹㅇ ㅋㅋ 한 짓만 생각해도 개빡치는데

  • 주딱 같은 미소녀 대마법사가 뭐가 아쉽다고 엘프 야짤을 봄?

  • 근데 나는 꼴리는데?

ㄴ ?

ㄴ 좋아하는 음식 좀 빨리

ㄴ 저 민초요

ㄴ 민초평

오히려 내가 분노를 참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 이유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나는 용서했는데, 갤럼들은 용서하지 않은 것이다.

  • 아 ㅋㅋ 생각할수록 화나네

  • 내가 후추 못 먹은 게 엘프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까 손발 떨려서 잠도 안 옴 ㄹㅇ...

  • 내 콜라 돌려내 ㅅㅂ

불길이 진압되긴 커녕 점점 크게 번지기 시작했으니.

갤러리에서 시선을 떼, 풀피엘프가 보내준 미식 슬라임 큐브를 바라봤다.

[미식 슬라임 큐브]

물엿 4큰술, 케챱 2큰술, 고추장 1큰술, 설탕 2큰술 ... 등으로 키운 미식 슬라임.

이를 마지막에 참이슬에 담궜다 기름에 튀긴 큐브 요리이다.

잘 구운 닭튀김의 맛이 난다.

“이게 그렇게 맛있다고?”

엘프들이 숨어서까지 먹을 정도의 음식.

-바사삭!

나는 포크로 찍어다 한 입 베어물었다.

정말 그렇게까지 맛있는가 싶어서 먹어봤는데.

“...?”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한 입 더 베어 먹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와, 존나 맛있어서 못참겠다! 같은 맛은 없었다.

“그냥 그런디?”

말 그대로 그냥 그런 맛.

맛있기는 한데, 이것 때문에 그 귀찮은 조리 과정을 거칠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어디서 많이 먹어본 익숙한 맛이었으니.

나는 다시금 시스템 설명을 천천히 읽고 나서 깨달았다.

“이거 양념치킨 소스 재료잖아.”

묘하게 붉은 색감에 바삭한 식감.

그냥 현대판 양념치킨 하위 버전이었다.

“고작 이거 먹겠다고 그런 난리를 쳤다고?”

그래서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치킨이라면 이미 뿌렸으니까.

당연 양념 치킨도 한 번 뿌린 적이 있었다.

“아.”

하지만 생각하던 중에 깨달았다.

“요리 관련은 전부 밀키트였지?”

내가 몇 번 뿌렸던 치킨도, 피자도 여타 다른 음식 모두 밀키트였다.

군대 px에서 볼 수 있는 밀키트.

물론 맛이야 있다.

나도 당장 수도 없이 먹었던 음식이니까.

“하지만 치킨집에서 즉석에서 먹는 치킨하고는 비교될 수밖에 없긴 하지.”

이 2% 부족한 애매한 맛의 슬라임 큐브는.

치킨 밀키트로 맛을 알아버린 젊은 엘프들이 방황하다 만든 음식인 것이다.

하지만 진짜 양념치킨을 먹어본 적이 없으니, 이걸로라도 만족하던 것이고.

“흠...”

여태 갤질용 푸드.

일명 게이밍 푸드, 갤질하면서 간단히 먹는 밀키트만 선호했던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 번 먹여보고 싶긴 하네.”

게다가 밀키트는 조리자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을 만들어내니.

잘하는 치킨집에서 막 나온 따끈따끈한 양념치킨의 맛을 보여주고 싶긴 했다.

하지만 어떻게?

여태 상점에는 그런 물품을 판 적이 없었는데.

[레벨 업! 10 → 11]

[10레벨 이후부터는 레벨 업 보상을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보상을 선택하세요.]

  1. 상점 품목 업그레이드

  2. 현피 갤러리 pvp 장소 해금

“오.”

경단이 쌓일 때마다 꾸준히 먹었다.

때마침 레벨업과 함께 새로운 시스템이 나타났으니,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 엘프 나가뒤졌으면 하는 갤럼은 개추 ㅋㅋ

  • 선이란 게 이새끼들은 없음

  • 내가 주딱이었으면 다 영구밴했다

“끄응...”

고닉 엘예귀.

그녀는 잔뜩 풀이 죽은 채 귀가 바닥으로 흐물거리고 있었다.

다만 그것은 갤러리에서 모두 그녀를 욕하고 삿대질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슬라임 큐브 먹고 싶은데.”

그녀의 인생 음식, 한때 장터에서 뿌렸던 양념 치킨 밀키트.

이를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어낸 슬라임 큐브를 먹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몰래 만들어 먹어볼까?”

몇 번이고 그런 생각을 했지만, 불가능했다.

이를 알게 된 엘라드에서 그녀를 직접적으로 감시하기 시작했으니.

혹여 주딱의 미움을 받을까 두려운 엘프들이 자체적으로 제재에 나선 것이다.

“헤에엑.”

결국 그녀는 양념 치킨 금단 현상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마치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침대에서 한참을 퍼덕거릴 즘이었다.

[장터 세부 시스템 오픈!]

[‘장터/장터의 민족’ 많은 관심 바랍니다.]

“장터의 민족...?”

새로운 알림에 엘예귀가 고개를 들었다.

장터 내부에 가챠처럼, 추가적인 세부 시스템이 생긴 것이었다.

무엇인지 감도 안 잡히지만, 홀린 듯 장터의 민족 내부에 들어간 순간이었다.

[‘장터의 민족’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곳에서는 주문 가능한 메뉴를 값을 치르고 주딱님께 요청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주딱이 이를 승낙할 시, 해당 메뉴가 자택으로 배달됩니다!]

“으응?”

그러니까, 주딱에게 요청하고 주딱이 들어줘야 온다는 건가?

“메뉴에 뭐가 있길래... 헉.”

고개를 갸웃거리다 메뉴에 들어간 순간이었다.

  1. 양념 치킨

“야, 야야양념 치킨!!!!!”

그곳에는 영혼의 음식, 양념 치킨이 있었다.

장터에서도 몇 번 팔지 않던 그 음식이.

“당장 시켜욧!!!”

그녀는 밀키트로 먹었던 차가운 양념 치킨의 맛을 떠올리며 곧바로 요청을 걸었고.

[주딱님이 요청을 수락하셨습니다!]

[배달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고작 몇 초만에 수락과 함께 허공에서 네모난 종이 박스가 툭 떨어졌다.

“엘끼얏호우!”

두 손으로 잡을만한 작은 박스.

“밀키트랑은 다르네요?”

다만 노릇노릇 연기가 올라오는 박스 내부엔, 이미 조리가 완료된 치킨이 있었다.

밀키트랑 다른 외관에 의아했지만, 그 자태와 색감에 홀린 듯 닭다리를 한 입 베어문 순간이었다.

“...!!!!!”

엘예귀의 두 귀가 하늘로 쫑긋 솟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