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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2 KiB

주딱이 없는 갤러리.

그건 김이 빠진 콜라와 다를 바가 없었다.

유용한 기능들 삭제.

장터 물품 초기화.

전술핵과 혐짤이 난무하는 무법지대.

  • 뜌땨 뜌우땨이...뜌땨땨...!

  • 나는 능이버섯임

  • 인생이란 뭘까?

사람들이 하나둘씩 혼미해져갈 무렵, 단 두 개의 공지글이 올라왔다.

[공지: 본인 등장]

작성자: 주딱*

ㅎㅇ

대답

[추천9999+] [비추천95]

정확히 일주일 전, 한창 주딱 사냥이 피크에 올랐을 때의 공지글.

그때와 다른 거라곤 ‘대답’이 추가된 게 전부인 짧다막한 공지글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응이 전혀 달랐다.

  •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아이고!!! 뭣하다 이제 오냐,,@@!!

  • 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

  • 다시는 인사를 무시하지 않겠습니다

  • (눈물을 흘리며 박수치는 개구리 기사 콘)

갤러리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

이때만큼은 전술핵도, 혐짤도 없었다.

오직 공지글에 미친 듯이 조회수가 올라가며 답글이 수도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 다시 활동해주는거지?

  • 씨발 진짜 오래 기다렸다 주딱주딱아...

  • 너 업스면 나 진짜 탈갤해...

  • 응~ 제발 잠수타지마~ 너 잠수타면 탈갤당하면 그만이야~

주딱이 없는 갤러리는 차가운 돌바닥처럼 적막하고 추웠다.

본능적으로 옛날을 떠올린 갤러리는 그야말로 ptsd에 잠식되었다.

주딱이 공공 화장실 청소대장이 아닌, 갤러리 관리자임을 인식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바램과 달리 주딱은 장터 물품을 추가하지 않았다.

[공지: ㅇㅇ]

작성자: 주딱*

(아드리안 대성당 짤)

[추천9999+] [비추천94]

  • ???

  • 이, 이게 뭐고

  • (엘프가 멍청하게 눈을 깜빡이는 콘)

  • 문제가 너무 어려워요 선생님

단지 짤 하나를 새 공지글로 올렸다.

그게 전부였다.

몇 초, 몇 분, 심지어는 몇 시간이 지나도록 이후로 어떠한 활동도 없었다.

처음에 갤럼들은 혼란에 잠겼지만, 적어도 이게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 화자의 의도를 누가 좀 파악해봐라 ㅅㅂ

  • 정답 1번

  • 아 주딱 또 잠수탔잖아!!!

화자의 의도를 파악할 것.

그렇지 않으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곧장 갤럼들은 저마다 머리를 쥐어짜 집단지성을 완성했고, 곧 해석에 성공했다.

[제목: 주딱이 올린 짤 해석...jpg]

반갑다 좋은 날이다

아니, 사실 반갑지도 않고 좋은 날도 아니다 ㅅㅂ

왜? 주딱이 안 돌아오니까

그래서 내 두뇌를 풀가동해서 해당 사진과 주딱 사냥이 벌어지던 일주일 전을 스캔해봤다

그러다보니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음

(분탕글이 우르르 올라오는 짤)

(비슷한 말투, 띄어쓰기 맞춤법 짤)

(마침표가 문장마다 꼭 있는 짤)

바로 떡밥이 맥락없이 시작됐다는 거임

보통 떡밥을 누가 던지고, 물고 서서히 번지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이걸 보면 자정에 갑자기 주딱 의심글이 쏟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음

말투는 묘하게 다른데, 마침표는 꼭 찍는 것도 그렇고

특히 너낸 주딱을 아직도 믿냐? ← 여기서 너낸이란 오타를 꾸준히 냈음

이게 뭐다?

(횃불을 든 개구리 농민 콘)

뭐긴 뭐야 ㅅㅂ 혁명각이지

[추천5123] [비추천93]

  • 너네가 분탕이었구나

  • 지금보니 이런 글마다 비추 숫자도 얼추 비슷한데?

  • 맞네 ㅅㅂ 얘네 갤질 잘 안하니까 이상한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네

  • (얼굴 시뻘개진 개구리 기사 콘)

사람들은 고작 사진 하나로 일주일 전 게시글까지 긁어모으기 시작했으니.

금세 짤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 ㅅㅂ 또 성당 너야?

성당이 분탕짓을 벌였다.

심증은 확실했다.

누가봐도 성당이 분탕 주동자였다.

“이걸론 부족한데.”

하지만 이유가 될 순 없었다.

말투만으로 범인으로 몰아가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으니.

[제목: 이건 모함입니다!]

작성자: 루이스

예상대로 성당에서 대표로 루이스 대주교가 나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증거가 어디에 있습니까?

말투가 증거라 한다면, 그 누구든 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어째서 이런 이유로 우리를 범인으로 몰아갈 수 있단 말입니까?

이것이야말로 죄입니다!

주딱에게 경고하겠습니다.

명백한 증거가 없는 가운데 저희를 범인으로 지칭하는 듯한 짤을 올리십니까?

잘못된 모함으로 인한 신의 벌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더 많은 어린양을 그릇된 길로 인도하는 것을 멈추고 죄를 늬우치십시오.

곧바로 공지를 삭제하고 성당을 향해 사과문을 게제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지은 죄에 따라 지옥에 떨어질 것입니다.

[추천1412] [비추천9853]

  • 흠...

  • 근데 냉정하게 맞말이긴 함

  • 주딱은 성당 짤만 올렸지, 딱히 이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긴 했지?

말투만으로 범인으로 몰아갈 순 없다.

정확한 근거 없이 짤을 올려 여론을 조성한 내게 지옥에 떨어질거라 위협까지 가했다.

근데...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

원래 가짜뉴스에 이유 같은 건 필요없다.

애초에 성당이 매일같이 해오던 게, 마녀재판 아니었나?

성당이 잘하던 게 선동과 날조였다.

나는 그저 똑같이 선동과 날조로 승부할 뿐이었다.

  • 주딱*) ㅋㅋ

ㅋㅋ 고작 두 글자.

어떠한 이유와 명백한 증거를 줄줄 늘어놓는 것보다 확실한 힘이 되었으니.

  • ㅋㅋㅋㅋㅋ

  • 이유가 있나본데?

ㄴ ㄹㅇ ㅋㅋ 혓바닥이 길면 뭐다?

ㄴ 근데 교회 예전부터 수상하긴 했음

ㄴ ㄹㅇ 주저리주저리 개짜치네

갤러리는 곧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성당을 범인으로 확정짓기 시작했다.

평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럴 줄 알았다느니 등등.

“증거? 증거는 이미 가지고 있지.”

무엇보다 내겐 성당이 범인이란 확실한 증거가 있었다.

주딱 사냥이 일어났던 그때 글들을 종합해 ip를 분석해보자 전부 성당을 가리키고 있었다.

물론 나름 머리를 쓴다고 다른 닉네임, 다른 위치로 가서 글을 여러개 쓰긴 했지만...

“내가 누구?”

[해당 유저가 사용했던 모든 ip를 분석합니다]

아무리 위치를 바꿔 ip를 조작해도, 시스템은 이전 ip 기록까지 다 보유하고 있었다.

즉, 성당이 여론전으로 나를 몰아간 게 맞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이런 확실한 증거에도 내가 밝히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똑같이 맞아봐야지.”

가짜뉴스로 먼저 선동해서 공격했다?

똑같이 가짜뉴스로 당할 차례였다.

[제목: 오싹오싹 성당 근황...jpg]

(군중이 모여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짤)

(성직자들이 말려보지만, 토마토 세례를 맞고 도망치듯 들어가는 짤)

(정문을 두고 거세게 흔드는 짤)

문 열어 시1발

  • ㅋㅋ 자 드가자~

  • 혁명, 당해야겠지?

  • 뭐야 벌써 이벤트 열림?

공지글이 있고 난 이후, 사람들이 곧장 성당 앞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흡사 현대 집회를 연상케 하는 인파가 성당을 우르르 에워싸고 있었다.

“와 예전 집회 보는 것 같네.”

차이점이 있다면, 팻말과 촛불 대신 갈퀴와 날붙이를 들었다는 거겠지만.

“진정하십시오!”

“저희가 벌인 일이 아닙니다!”

몇몇 성직자들이 나와 이들을 만류하려 했지만, 그건 오히려 역효과만 낳았다.

[제목: ㅋㅋ 이새끼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주교실 냉장고 짤)

장터 잘 쓰고 있었네?

저 비싼 냉장고도 다 가지고 있고 ㅋㅋ

평소 헌금 받아다가 장터 잘 이용하던 놈들이 왜 선동질 처함? 진짜 모름

[추천1202] [비추천94]

  • 아무튼 쓰지말라고!

  • ㅋㅋ 장터 물품은 쓰고 싶고, 견제도 하고 싶고

  • 진짜 꼴받네 ㅅㅂ ㅋㅋ

  • 얘네 대전쟁 때도 성직자 방패 꺼내서 뒤에서 상황 지켜보지 않았음?

ㄴ ㅅㅂ 면제였음?

ㄴ ㅇㅇ 그때 모여서 기도한다고 빠졌잖아

더군다나 과거 행적들까지 하나하나 나열되며 상황이 점점 과열되기 시작했다.

장터를 아예 모르는 사람은 존재해도, 한 번만 사용한 존재는 없었다.

미쳐날뛰는 물가 아래, 가격 변동 없던 장터의 소중함을 깨달은 갤럼들은 더욱 과격해졌다.

[제목: 진정하십시오! 저희가 한 일이 아닙니다!]

작성자: 루이스

이건 전부 주딱의 모함입니다!

저희가 벌인 일이 아닙니다, 진정하십시오!

[추천102] [비추천303]

  • ㄹㅇ 좀 심하네;

  • 주딱도 너무 증거없이 몰아가는 거 아님?

  • 이래서 주딱 사냥이랑 다를 게 뭐가 있음? 라고 할 뻔 ㅋㅋ

물론 모두가 동조하는 건 아니었다.

한쪽으로 치우친 극단적 여론에 반대로 거부감을 표하거나, 성당을 믿는 사람도 있었다.

이쯤에서 나는 새로운 공지를 추가했다.

[공지: 나다]

작성자: 주딱*

성당이 분탕이라는 증거 정리본

(주딱 사냥 당시 게시글 작성자 과거 ip조회 짤1)

(주딱 사냥 당시 급격하게 줄어든 성당 ip 글 리젠 증거 짤2)

(루이스 대주교 ip와 분탕 ip 일치하는 짤3)

ㅋㅋ

[추천9999+] [비추천93]

확실한 증거가 있음에도 일부러 늦게 올렸다.

그래야 변명한만큼 그 여파가 도리어 커지니까.

  • ???

  • 아니 씨발 그래도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진짜였다고

  • 와, 아니 ip까지 바꿔가면서 분탕질한 거?

  • 한 사람이 하루에 몇 개의 분탕글을 쓴 거누;

  • 와 진짜 십소름이네

그나마 남아 있던 성당 여론마저 싸그리 반대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이제 뭘 할 수 있는데?”

거짓말도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론전도 실패했다.

성당에게 남은 선택지라곤 결국 정상화밖에 없다고 생각할 즘이었다.

아니,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시위를 이단으로 몰아가는 것.

  • 콱!

그때, 가장 앞에서 성당에 대고 항의하던 남자의 머리에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박혔다.

“어?”

움짤 속 남자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싸늘하게 죽어버렸다.

정말로 백성들을 상대로 무기를 꺼내든 것이다.

“아니, 같은 나라 백성을 쏜다고?”

순간 벙 쪄 말문이 막힌 그때, 멈춰 있던 글리젠이 갑작스레 빨라지기 시작했다.

[제목: ㅅㅂㅅㅂㅅㅂ]

(화살이 하나둘씩 날아오는 짤)

(시위자들이 화살에 맞고 아파하거나 죽는 짤)

(성당 내부에서 이단 심문관과 기사들이 나와 검을 휘두르는 짤)

이새끼들 진짜 미쳤나봄

더 이상 빠져나갈 궁리 없으니까 마구잡이로 잡아 죽이기 시작했음

시위가 이단 폭동이라며 신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하는데, ㅅㅂ 어떻게 하냐?

일단 도망가야 해서 글 더 못 쓴다

[추천1042] [비추천93]

  • ???

  • 아니 이걸 이렇게 나온다고?

  • 시발 살려주ㅏㅓ 잡힐거같ㅇ

성당이 시위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