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5 KiB
주의!
*VR 환경은 환자의 몰입도를 높여 실제와 유사한 감정적 반응을 유발합니다.
*치료사의 통제 하에 환자가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점진적인 발전이 필요합니다.
*적대적 몹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목록]
-
고블린 - 1p
-
오크 - 5p
-
트롤 - 10p
.
.
“오...”
상점에서 발견한 VR 카테고리.
그중에서도 아래로 내려갔을 때, 독특한 물건이 하나 있었다.
[VR/실전용,전투용 시뮬레이터] - 1,000p
실제 데이터를 수집,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 전투 환경을 제공해드립니다!
“아니 이런 것도 팔아?”
실전용이라는 게 왜 있는가 싶었지만, 마침 내게 필요한 것이었다.
나는 이를 ptsd을 겪는 기사에게 건넸고.
[접속자: 데니스]
“오오.”
곧 데니스가 보는 세상이 내게도 보였다.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 푸른 들판 위에, 데니스가 홀로 멍하니 서 있었다.
당황한 표정이, 어지간히도 놀란 모양이었다.
“여, 여긴 도대체 어디입니까?”
주딱*: 걱정하지 마셈. 가상 공간이니까. 거기선 다치거나 죽어도 지장 없음
“대마법으로 창조해낸 허상의 공간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엄...”
주딱*: 그건 아닌데. 아무튼 비슷함
[고블린 3마리를 구현합니다.]
“...!”
“시작은 가볍게.”
트라우마는 직접 마주하고 별 게 아니었다는 감상에서 극복해낼 수 있었다.
게다가 고블린, 어린아이도 잡는다.
하물며 정식 기사인 데니스란 갤럼에겐 아침밥을 챙겨 먹는것보다 쉬운 일일 터.
[시뮬레이션을 시작합니다.]
알림음과 함께, 초원에 고블린들이 깨어났다.
[시뮬레이션을 종료합니다.]
총 1분.
아니, 1분도 안 걸렸다.
거의 시작과 동시에 결과가 났다.
“...이건 의왼데.”
기사가 죽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데니스가 가진 ptsd는 훨씬 심각했다.
고블린을 보고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기에, 그래도 너무 가벼웠나 싶었더니만.
그대로 얼어 붙어서 아무것도 못한 거였다.
-텅그렁!
그때 기사가 바닥에 검을 떨어뜨렸다.
그리곤 고개를 푹 숙이더니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부끄럽습니다.”
주딱*: ㅇㅇ?
“저를 위해 대마법으로 상황까지 구현해주셨는데,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데니스는 급기야 바닥에 천천히 주저앉았다.
“아무래도 못할 것 같습니다.”
주딱*: 아니
“저는 쓰레기입니다...”
데니스는 스스로를 비난했다.
중세의 인식이 그랬다.
PTSD라는 말조차 없는 세계관에서, PTSD 환자는 허울 좋은 변명거리였으니까.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급기야 울먹거리기까지 시작했으니.
“이건 싸움이 문제가 아닌데?”
정신적으로 망가진 것만 같았다.
차마 갤러리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는 데니스에게 우선 답장을 보냈다.
주딱*: ㄱㅊㄱㅊ 그럴 수 있지
“아닙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저는...”
주딱*: 멈춰!
“!”
갤러리 필살기, 멈춰.
내 채팅에 데니스가 어깨를 움찔거렸다.
입만 달싹이는 데니스를 보며, 나는 새로운 채팅을 보냈다.
주딱*: 그러지말고 다시 시작해보자
“하, 하지만 저는 분명 주딱님을 또 실망시켜드리고 말 겁니다.”
주딱*: ㄴㄴ 아까랑은 다르게 하면 됨
“그렇다는 말씀은...”
칼 못 들겠다는 사람, 억지로 쥐여주면 안 된다.
물론 기사 인력은 중요하지만, 그 전에 극단적 선택을 할 것 같고.
그렇다고 갤러리로 돌려보내자면 사회 인식 속에 묻혀버릴 게 뻔했다.
“하지만 내가 누구?”
다중 갤러리 고닉 활동 갤창.
나는 설명란을 다시 한 번 읽어봤다.
*우호적 NPC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목록]
-
마을 사람A
-
마을 사람B
-
촌장
-
동료 기사1
.
.
“못 싸워? 그럼 안 싸우면 되지.”
여기서 나까지 비난의 악수 요청을 하게 되면 정말 잘못될 것 같았다.
“적당히 NPC들도 넣어주고.”
*현실적인 NPC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NPC의 설정을 만드시겠습니까?
직접 설정 / 자동
“당연히 알아서 하시고.”
하나하나 넣다보면 머리 깨진다.
NPC들을 대충 배치한 뒤.
예전 쯔꾸르 갤러리에서 봤던 제작 비하인드 념글을 따라 마을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뮬레이션을 시작합니다.]
다시금 눈앞에 푸른 초원이 펼쳐졌다.
현실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세상.
하지만 이건 분명 주딱이 대마법으로 창조해낸 환상의 세계였다.
“키에엑!”
“크륵, 크르륵.”
그리고 조금 전과 같이, 초원의 중심에서 고블린 3마리가 나타났다.
하찮고 나약한 하급 마수.
그리고 데니스를 죽였던 그 마수들이었다.
“아...”
데니스는 그걸 마주하는 순간, 손끝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또 이러는군.”
데니스는 주딱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이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치 세계의 법칙처럼, 마수를 보는 순간 온몸이 돌처럼 얼어버렸으니.
“난 역시...”
깊은 자괴감과 한심함을 느끼며, 검을 또다시 놓쳤다.
뛰어난 재능으로 차기 기사단장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다 쓸데없는 짓이다.
이런 나약한 정신력으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데니스는 곧 다가올 고통 없는 죽음을 기다리며 자포자기한 그때였다.
-콰앙!
“키에엑?!”
무언가 눈앞에서 작렬했다.
“?”
다시 눈을 떴을 땐, 자신에게 덤벼들던 고블린 무리가 숯덩이가 되어 있었다.
불마법.
근처에 있던 마법사가 그를 구해준 것이다.
“거, 거기 괜찮으세요?”
하지만 들려온 건, 경험과 실전 능력이 가득한 숙련 마법사가 아니었다.
허리까지 올까말까한 은발의 자그마한 여자애였으니.
“왜 대답이 없으시지... 아!”
총총 걸음으로 달려오던 여자애는 곧 데니스의 검과 체격을 눈에 담았다.
고도로 훈련한 뛰어난 기사의 모습.
하지만 데니스는 아무말도 못한 채,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날 한심하다 생각하겠지.’
고작 고블린들에게 죽을 뻔 했다.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느껴졌다.
처음 실전을 나간 날, 주변에서 혐오스럽게 보던 병사와 동료 기사들처럼.
자신을 역겹게 볼 게 분명했다.
하지만 눈을 마주친 여자애는 당황도 잠시, 두손으로 데니스의 손가락을 꼭 잡았다.
“괘, 괜찮아요!”
“...?”
“여기서 이러지 말고 일단 뭐라도 먹으러 가요! 제가 대접해드릴게요.”
기사는 초인적인 신체력을 지녔다.
여자애의 떨리는 동공과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목소리 톤.
모든 것이 눈에 다 들어왔다.
“...그래.”
하지만 데니스는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저만 따라오세요!”
자신이 행여 잘못될까, 노심초사 소매를 잡아당기는 여자애의 자상함은.
마치 주딱을 연상케 했으니까.
“저희 마을에 찾아오신 분은 기사님이 처음이시거든요. 그러니까...”
재잘재잘, 여자애가 뭐라고 말을 하지만 귀에 잘 들어오진 않는다.
단지 여자애가 인생에서 그에게 괜찮다 말해준 네 번째 존재라는 것만 떠올랐다.
처음 두 번은 부모님이.
세 번째는 주딱이.
마지막으론 여자애였다.
낡고 허름한 오두막이었다.
빈말로도 정갈하다 할 순 없었다.
“그게... 부모님은 없어요. 먼저 돌아가셨거든요.”
고아는 너무나도 흔했다.
당장 본인부터가 고아로 자랐으니까.
그의 부모는 그에게 먹을 것과 간접적으로 지원해준 주딱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간단한 위로의 말, 공감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렇니?”
문제는 데니스는 말수가 없었다.
트라우마를 벗어나 보겠다고 기사 훈련만 죽어라 한 게, 독이 될 줄이야.
데니스는 작고 오래된 식탁 의자에 어색하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 여자애는 곧 주방에서 오래된 수프를 가져와 반으로 나누었다.
“죄송해요. 드릴 게 이것밖에 없어서...”
물 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옥수수 수프.
한때 데니스도 죽어라 먹던 음식이었다.
“아니다, 이 정도면 훌륭하구나.”
데니스는 천천히 수프를 먹었다.
사실 아무 맛도 나진 않았다.
먹는 행위를 하고 있을 뿐, 실제로 배가 부르지도 않았다.
그저 무의미한 시간을 녹이고 있을 즘이었다.
“기사님 탓 아니에요.”
그때 여자애가 대뜸 입을 열었다.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자, 여자애는 쭈글거리면서도 할 말은 끝까지 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기사님 잘못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힘내세요.”
어찌 보면 건방지다 여길 수도 있는 말.
하지만 데니스는 흐린 눈으로 수프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내일도 또 오세요.”
“내일도?”
“수프가 조금 더 있거든요. 헤헤.”
데니스는 여자애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천천히 VR을 벗었다.
현실로 돌아오자, 일반인은 꿈도 못 꿀 으리으리한 이층집이 그를 반겼다.
하지만 그는 어쩐지 오늘따라 이 공간이 더 공허하게만 느껴졌다.
“맞다, 주딱님께 말씀을 드려야지.”
데니스: 주딱님, 방금 끝났습니다.
고블린은 못 잡았고, 어떤 여자 아이와 만났다는 것까지.
하지만 주딱은 대답이 없었다.
매번 칼같이 답장해주던 주딱이니만큼 의아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바쁘신 게 당연하다.”
여기까지 신경 써주신 것도 감사하다.
그는 침대에 누워 천천히 눈을 감고 내일을 기다렸다.
[시뮬레이션 가동 중... 6일차]
[시뮬레이션을 시작합니다.]
주딱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대신 그는 꾸준히 주딱이 창초해낸 세계에 들어섰다.
“또 오셨네요!”
그리고 오늘도 마찬가지로 그 여자애가 반겨줬다.
“그래, 아리엘. 잘 지냈니?”
아리엘.
여자애의 이름은 아리엘이었다.
마법 재능이 뛰어나고, 밝은 성격과 성품으로 자신과 친구가 되어준 아이.
그는 틈틈이 아리엘에게 마나를 다루는 법을 가르쳐줬다.
“네! 주무시는 동안 새로운 마법을 배웠어요. 그래서 얼른 보여주고 싶어서... 아차.”
신이 나 떠들던 아리엘은, 귀엽게 웃더니 부엌으로 가 수프를 가져왔다.
“여기 아침이에요!”
“수프가 아직도 남아 있구나.”
“네, 옆집 아주머니께서 나눠주셨거든요. 헤헤.”
요즘 세상에 다정한 이웃이라니.
아리엘의 성격이 귀여운 탓에, 다정해지지 않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옛날에는 분명...’
데니스는 어렴풋 과거를 떠올렸다.
분명 자신에게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오늘도 마나를 다루는 법을 가르쳐주마.”
“야호! 기사님 감사해요!”
두 팔 번쩍 제자리에서 통통 튀는 아리엘을 보는 순간.
데니스의 얼굴에 저항 없이 아빠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냥 삼촌이라 부르렴.”
“네, 데니스 삼촌!”
데니스의 요즘 하루 일과는 이랬다.
VR 접속해서 아리엘과 시간을 보내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잠에 든다.
현실 시간과 같이 흘러가는 만큼, 사실상 현실에서 보낸 시간보다 길어졌다.
“그럼 데니스 삼촌 내일 봬요!”
“그래, 잘 자렴.”
[시뮬레이션을 종료합니다.]
벌써 6일차를 마치고 그는 현실에서 깨어났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벌써 일주일 째 기사단에 나오지 않고 있네. 뭐라 이유라도 말해주게.]
문앞에 편지는 점점 쌓여만 갔다.
현실은 나날이 정돈되지 못하고 피폐해져만 갔지만.
반대로 그의 정신은 더없이 맑아졌다.
“이대로, 영원히 살고 싶다.”
주딱의 환상 속에 갇혀서 죽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 만큼 행복했다.
살면서 이렇게도 행복했던 적이 있던가?
물론 그도 눈치가 있어, 어렴풋 알고는 있었다.
“역시 아리엘은...”
마법적 재능이 이상할 정도로 뛰어난 여자애.
남의 불행을 보고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
무엇보다 주딱의 환상 속에 접속한 이후로, 연락을 받지 않는 주딱까지.
“아리엘은 주딱님이 분명하시다.”
고블린 하나 못 잡는 한심한 자신을 위해, 어릴 적 기억까지 공유해주신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데니스는 차마 이만 되었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 추억이, 환경이.
그에게는 너무나도 달콤했으니.
[시뮬레이션 가동 중... 7일차]
[시뮬레이션을 시작합니다.]
일주일.
환상 속에 접속한 지, 정확히 일주일이 되었다.
“아리엘, 밖에 있니?”
그는 접속하자마자 아리엘부터 찾았다.
또 한 번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리엘?”
그런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분명 지금쯤이면 해맑게 웃으며 방문을 열어야 했는데.
데니스의 머릿속에 불현 듯 불안감이 스쳤다.
“아리엘!”
벽에 기대어진 기사의 검을 쥔 채, 다급히 방문을 나선 그때였다.
-화르륵!
거센 불길이 그를 반겼다.
온 집안이 거대한 불길에 집어삼켜지고 있었다.
“이건 대체...!”
붉게 물든 시야에, 그가 소매로 입을 가리며 주변을 둘러보던 그때였다.
“크르륵!”
“아아악! 데니스 삼촌!”
저 멀리 마을을 습격한 마수 무리에 둘러싸인 아리엘이 보였다.
마수가 사방에 있었다.
여기도, 저기도 마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리엘이 피를 흘리는 걸 본 순간, 데니스는 눈이 뒤집히는 걸 느꼈으니.
“안 돼!!!!!”
데니스는 검을 양손으로 쥔 채, 아리엘을 겁박하던 변종 오크를 그대로 반으로 갈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