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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저저적────────
빙궁주가 미친짓을 저질렀다. 수백 년을 살아온 화경의 무인이 스스로의 선천지기를 불태운다?
어지간해서는 없는 일이었고, 간혹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걸 바로 대재앙이라 불렀다.
“이런…!”
“전부, 전부 쳐죽여버리겠다…!”
검마가 급히 검을 휘두르며 물러났지만, 폭주하는 백설향은 강했다.
그녀가 내뿜은 음한지기에 공간 자체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쩌저적-!
어찌 된 영문인지 그녀의 영역 내에서는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
느려진 검마와, 빨라진 백설향.
순식간에 다가온 백설향이 검마의 복부에 장을 꽂아넣었다.
“크읍…!”
투웅-! 검마의 몸이 튕겨져 날아갔다. 그는 속에서부터 얼어붙는 몸을 애써 가누며 외쳤다.
“신녀…! 부탁하오!”
신녀가 눈을 부릅 뜬 채 기도했다.
“세상을 뒤덮을 화마를 내리시길….”
활짝 열린 그녀의 상단전이 세상과 공명한다. 그녀의 정신이 일대를 물들이고, 끝내 백설향의 영역을 어느 정도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화악-! 성화가 얼어붙은 공간을 녹여내며 피어났다. 신녀의 주변에서 일렁이는 성화에 백설향이 광소했다.
“흐, 흐하하…! 그래! 마교의 신녀라! 내 네년을 쳐죽여 마라의 눈앞에서 돼지 밥으로 던져주리라!”
후욱-! 삭풍과 함께 신녀의 눈앞에 다다른 백설향이 장을 내질렀다.
“신녀!”
탐마가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더부룩한 속을 애써 진정시키며 마주 장을 내질렀다.
쩌억-!
팔뚝 대부분이 얼어붙긴 했으나, 손바닥의 입이 끝내 백설향의 강기를 먹어치웠다.
“좋은 기백이오, 궁주!”
그 틈, 서준이 싱글벙글 웃으며 재빨리 신녀를 노렸다. 신녀가 급히 술법을 발휘하려던 때, 백설향의 눈이 뒤집혔다.
“이 육시럴 새끼가!”
꽈앙-! 탐마를 걷어차 날려보내고, 양손에 거대한 음한지기를 깃들인 채 뻗어낸다.
쩌어어어억────────!!
다가오는 기운에 기겁한 서준이 북명신공(처럼 보이는 흡성대법)을 펼쳤다.
이미 빙백신공은 그 구결까지 파악한 지 오래. 무공의 구성을 흩어내 체내에 흡수하고, 넘쳐나는 기운을 다시금 신녀에게 쏘아냈다.
푸화악-!
신녀는 준비해뒀던 술법으로 맞섰다. 화륵-! 자그마한 불씨가 넓게 퍼져 막이 되었다.
그 너머가 보일 정도로 얇지만, 무려 성화를 담은 보호막이다.
치이익-!
빙백신공의 기운이 수증기로 화해 희게 얼어붙었다.
서준은 허공을 박차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좋은 연계였소, 궁주.”
투둑-, 백설향의 두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핏줄이 터져 피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주화입마가 심해진 백설향이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
“다, 당장…. 당장 이 새끼들을 쳐죽여버려라!”
“예!”
북해빙궁의 초절정 고수들이 나섰다. 그녀들은 극마의 마두들을 상대하기 위해 진을 구축하면서도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숨겨둔 소궁주일까?’
‘북명신공까지 쓰는 걸 보면 확실하지 않나?’
‘하지만 궁주님 반응이….’
‘지금 궁주님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북명신공을 쓰는 걸 보면 소궁주가 맞겠지.’
의아해하면서도, 그들은 축이 되는 한 여인에게 힘을 몰아주었다.
그녀는 그 넘쳐나는 힘을 가장 자신있는 초식에 쏟아부었다.
빙정(氷晶).
음한지기가 사람의 몸통만 한 덩어리로 뭉쳐들더니, 이내 전방을 향해 터져나간다.
푸화아아악────────!!
검마가 나섰다. 체내에 파고들었던 백설향의 기운은 이미 몰아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지만 대응하지 못한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며, 검마가 전력을 다해 검을 흩뿌렸다.
서억────────
검마의 검이 빙정은 물론이거니와 빙정을 펼친 무인 역시 베어냈다.
“커억…!”
한순간에 초절정 고수 하나가 반토막 나 죽었다. 눈을 부릅 뜬 빙궁의 무인들이 이를 갈며 합격진을 펼쳤다.
“선두!”
빙궁의 빙설천라진(氷雪天羅陣)은 팔괘의 이치를 따른다. 여덟 방위에 위치한 무인들의 기운에 의해 그 내부에서 눈보라가 몰아쳤다.
검마는 무심하게 검을 휘둘렀다.
쉬쉭-!
가볍게 휘두른 검에 무인들의 몸에 상처가 새겨졌다. 허나 검마는 옷자락 하나 상하지 않았다.
8대1. 그 결과는 검마의 압도적인 우세였다.
‘저 미친놈.’
분명 칠마 중에서도 한 가닥 하는 놈이리라. 서준은 혀를 차며 빙궁의 무인들을 도왔다. 검마가 풀려나버리면 그도 곤란했다.
‘우선….’
본래 합공이라는 것은 미리 합을 맞추지 않으면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많다.
서준은 빙궁의 무인들이 펼치는 진법에 대해서 무지했다. 진법을 모르는 이가 그 사이에 끼어들어봤자 방해밖에 되지 않는다.
허나 빙백신공의 특성상 그를 응용하는 진법 역시 기공에 가깝다. 읽어내는 건 서준에게 일도 아니었다.
자연스레 적절한 위치에 파고든 서준이 빙백신공을 펼쳤다.
폭설(爆雪).
투화확-! 서준이 여러 번 손을 내질렀다. 쏘아낸 강기가 터져나가며 무수한 파편으로 화해 검마를 덮쳤다.
빙설천라진의 공능까지 더해져 그 위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큰 의미는 없었다. 초절정 수준의 공격 따위, 검마의 일검에 쓸려나갔다.
쉬익-! 공격을 막아낸 검마가 곧장 반격했다.
“소궁주!”
콰앙-! 한 여인이 대신 막아섰다. 그녀가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외쳤다.
“조금만 버티면 지원이 올 겁니다! 그때까지만…!”
서준은 대충 흘려들으며 집중했다. 극마와 화마경. 기껏 이룬 경지지만 지금은 쓸 수 없다.
지금 얼추 균형이 맞는 건 북해빙궁주가 일 인분 이상을 해주는 덕도 있지만, 마인들이 빙궁 건물 내에 숨은 만마종주의 싹에 신경을 쓰는 까닭도 있다.
그러니 최선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화경 수준의 힘을 쓰는 것.
마인을 상대할 때는 화마경이 훨씬 편하기야 하겠지만, 당장은 이게 최선이 맞다.
“스으….”
기가 크게 부풀어오르며 정과 신을 잇는다. 기를 매개로 정과 신이 가까워지고, 그로써 격을 높인 영혼이 환희한다.
기신경. 그 신묘한 경지를 이루자 세상이 느리게 흘러간다.
이미 화마경에 발을 들여본 덕분일까? 전보다 유지하는 것이 한결 편해졌다.
일순 서준의 눈이 번뜩였다.
‘지금.’
검마가 예상치 못했을 타이밍. 서준이 땅을 박찼다.
투욱-, 순식간에 검마의 코앞에 나타난 서준이 장을 뻗었다.
“이런…!”
한순간에 수 배는 빨라진 속도. 당황한 검마가 검면으로 막아섰다. 서준은 검면에 손을 살짝 가져다댔다.
쫘아악-!
북명신공으로 강기를 흡수하는 것과 동시에, 가장 순수한 음한지기를 손바닥 위에 뭉쳐낸다.
감각 자체는 역천일월공과 비슷하다. 허나 이것은 순수한 음기.
“하아….”
입김이 희게 얼어붙는다. 서준은 씩 웃으며 손바닥 위에 뭉친 음기 덩어리를 강하게 쏘아냈다.
퓻-!
강기가 옅어진 검마의 검, 동시에 그의 복부까지. 하얗게 빛나는 기운이 관통했다.
“크읍…!”
검마가 빠르게 검을 휘저으며 뒤로 물러났다. 체내를 휘저은 기운 탓에 그의 목구멍에서 울컥 핏덩이가 솟구쳤다.
그는 반으로 뚝 부러져버린 검을 쥔 채 서준을 노려보았다.
“제법이군….”
분명 경지 자체는 초절정으로 보이는데, 다루는 힘은 화경에 가깝다.
검마가 으르렁거리며 제 몸을 툭툭 두드렸다. 혈을 점하자 출혈이 빠르게 멎었다.
화아악-!
동시에 반토막난 검 위로 검강이 솟았다. 본래의 검과 같은 길이다. 검마가 눈가를 좁혔다.
“아무래도 만마종주의 싹을 데려가려면….”
그때, 거대한 기운이 하늘 위에서 떨어져내렸다.
“쯧.”
검마가 즉시 반응했다. 몸을 날려 머리 위에서 떨어져내리는 기운을 회피했다.
쿠우우우웅──────────!!
대지에 거대한 주먹의 흔적이 새겨졌다. 쿵-! 쿠웅-! 연달아 쏟아지는 권격을 피해 멀찍이 물러난 검마가 죽립을 들어올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거물이 나타났군.”
한 사내가 뒷짐을 진 채 하늘 위에 서있다.
신가(神家)이자 칠사흑문에 소속된 파천제가. 그 가주인 제천혁.
현 천하제일인이라 평가받는 남궁진천보다 한 수 뒤처진다는 말이 있지만, 그럼에도 결코 얕볼 상대는 아니다.
천하제일인보다 한 수가 뒤처진다는 것은 한 걸음 나아가면 천하제일인에 근접한다는 소리다.
검마로서도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신녀, 어찌하시겠소?”
탐마와 함께 백설향을 상대하던 신녀 역시 난색을 표했다. 만마종주의 싹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이 자리에서 욕심을 내다가는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었다.
“…퇴각합니다.”
화륵-! 성화를 피워올려 백설향을 떨쳐낸 신녀가 땅을 박찼다.
“드디어…!”
지친 탐마 역시 재빨리 그녀의 뒤를 따랐다.
빠르게 물러나는 세 마인을 향해 백설향이 달려들었다.
“어딜 가느냐…! 못 도망간다!”
“그만.”
제천혁이 그녀를 막아섰다. 피눈물을 줄줄 흘리는 백설향이 그를 노려보았다.
“네가 감히, 나를 막아서느냐?”
“주화입마라. 곤란하게 됐군.”
제천혁이 기세를 피워올렸다. 백설향은 마주 기세를 피워올리더니, 이내 기침과 함께 입에서 피를 한 움큼 쏟아냈다.
“커흑…!”
울컥 쏟아지는 핏물. 제천혁이 백설향의 복부를 후려쳤다.
뻐억-!
“컥…!”
백설향이 정신을 잃었다. 마인들이 완전히 기감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한 제천혁이 살아남은 빙궁의 고수들에게 말했다.
“피해를 수습해라. 곧 련에서 지원이 올 것이다.”
빙궁의 무인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궁주를 찾았다. 궁주가 정신을 잃은 이상 지휘권은 소궁주에게 있었다.
“어…? 소궁주께서는…?”
하지만 소궁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무인들이 제천혁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만 돌아가보지. 자리를 오래 비우면 곤란하다.”
그가 들고 있던 백설향을 무인들에게 던졌다.
“궁주님!”
무인 하나가 백설향을 받아들자 제천혁이 등을 돌렸다.
“궁주의 회복에 모든 심혈을 기울여라. 피해가 너무 커. 이대로면 정파 놈들이 중원 서쪽을 완전히 차지할 것이다.”
한 마디와 함께 그의 신형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백설향을 안아든 무인은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초토화된 빙궁. 궁주께서는 주화입마로 쓰러지셨고, 소궁주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이게 무슨….”
허탈한 목소리가 북해의 바람에 스러졌다.
재빨리 빙궁을 탈출한 서준은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제천혁을 마주했다.
“뭐, 볼일이라도 있소?”
서준은 제천혁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대충 강하다는 것 정도만 안다.
허나 그래봤자 단신이다. 공격해온다고 한들 무사히 도망칠 자신이 있었다.
백서준이 미간을 찌푸리자 제천혁이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북명신공이라…. 다행히 빙궁이 아예 무너지진 않겠어.”
제천혁은 그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뭐가 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
“어휴휴.”
어쨌든 이걸로 탈출 성공이다. 서준은 재빨리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적당한 변장을 마쳤다.
아직 이름도 정하지 않은, 그냥 대충 사파 고수다.
‘아쉽게 됐어.’
아무래도 당분간 백서준은 꺼내면 안 될 것 같았다.
급해서 일단 백서준의 신분을 써먹긴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상식적으로 천서준과 백서준을 연관지을 수 없다 해도 내심 뭔가 찜찜함을 느낄 수도 있었다.
어차피 모습은 다양하게 바꿀 수 있으니 당분간은 추이를 살필 생각이었다.
‘가끔 암살용으로는 써도 되겠지.’
아니면 다음에 빙궁에 들러 그 빙정이라는 걸 슬쩍하는 것도 괜찮을 테고.
솔직히 빙정은 딱히 필요 없지만, 빙궁의 보물을 도둑 맞은 빙궁주의 반응이 궁금했다.
조금 미안하긴 한데…, 어차피 정파와 전쟁 중인 문파 아닌가? 꼬우면 정파 했어야지.
사실 정파였어도 춘봉을 괴롭힌 무공의 근원지라 괴롭히긴 했을 것 같지만, 아무튼 서준이 알 바는 아니었다.
‘새로 만들 신분은 좀 서준에서 벗어나 볼까?’
서준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혼원보를 펼쳤다.
콰아아앙──────!!
백서준의 처우야 차치하더라도 이번에 얻은 것이 꽤 많았다. 일단 전공부터 화려하다.
북해빙궁 대파, 빙궁주 중상, 마교와 사흑련의 관계 악화. 그에 더해 화경의 고수 하나도 잠시 빙궁에 끌어들였다.
무림맹의 군사가 무능한 것이 아니라면 이번 일로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을 터.
양심이 있다면 백서준과 천서준을 불러 표창장이라도 하나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둘이서 칠사흑문 중 하나인 북해빙궁을 이번 전쟁에서 이탈시킨 셈 아닌가?
‘다시 생각해보니까 그냥 전쟁영웅인데?’
서준은 뿌듯한 마음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천마신공을 운용했다.
화악-!
순식간에 화마경과 극마를 동시에 이루었다. 이제 안전을 확보했으니 남궁세가까지 빠르게 이동할 생각이었다.
그 전에, 미뤄뒀던 작명부터 빠르게 마치고.
‘화마경과 극마를 동시에 이룬 경지. 그러면…. 마마경? 화극경?’
짧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그냥 화마경이라 해야겠다.’
아무튼 마로 화한 것 아닌가. 화마경 정도면 이름도 썩 나쁘지 않다.
잠시 하늘 위에 우뚝 선 채 해방감을 만끽하던 서준은 먼 곳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고마워요 천산! 땡큐 북해빙궁!”
이번 추격전을 겪으며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이대로 깨달음을 수습해 조금 더 수련한다면 분명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룰 수 있을 터.
그렇게 된다면 중원에서 자신을 상대할 수 있는 고수는 아주 드물어질 것이다.
십육명문의 장문인이고 뭐고 대놓고 뻗댈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소리다.
하지만 서준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히히, 춘부이 역천 볼따구 만지러 가야지.’
서준은 싱글벙글 남궁세가로 향하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달리, 아가리를 쩍 벌린 역경을 향해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