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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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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마종주의 싹.

듣기만 해도 흉흉한 단어에 사람들의 표정이 굳었다.

서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신경 쓸 이성이 없었다. 자연에 가까워진 무언가가 춘봉을 바라보았다.

[그 몸에서 꺼져라.]

“아니, 이미 싹이 아닌가? 꽃봉오리 정도는 되겠군.”

[꺼지지 않는다면 벤다.]

“신기하구만. 어찌 저런 상태로 육신을 유지하는 거지?”

각자 할 말만을 하는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서준의 몸에서 기운이 일어남과 동시에 검이 움직였다. 이기어검이다.

또한 머리 뒤에 핀 세 송이의 꽃, 그것에 달린 수백의 눈알에서 수백 줄기의 역천일월공이 쏟아졌다.

“주군…! 잠시만…!”

장극이 기겁해 몸을 날렸다. 저 안에 다른 무언가가 깃들어있다고는 하지만, 몸 자체는 서준의 여동생의 것이다.

저런 걸 맞는다면 흔적조차 남기지 못할 터.

하지만 늦었다. 그의 속도로는 저 상태의 서준을 감히 따라잡지 못한다.

장극의 눈이 부릅 뜨였을 때,

“거참.”

춘봉이 웃었다.

우뚝-

수백 줄기의 역천일월공과, 날아들던 검이 멈췄다. 춘봉이 한 일이 아니다. 서준이 직접 멈춘 것이다.

춘봉은 눈앞에서 멈춘 공격들에 기꺼운 미소를 지었다.

놀라운 신기(神技)다.

이기어검이야 그렇다 쳐도, 쏘아낸 수백의 기를 제자리에 멈추는 일은 어지간한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춘봉이 눈동자에 닿을 듯 말 듯한 검을 밀어 치웠다.

“위협을 한다기에는 살기조차 없구나.”

허공에 멈췄던 수백의 역천일월공이 점의 형태를 취한 채 주변을 맴돈다.

과연 저 사내의 정체가 무엇인가. 춘봉의 안에 깃든 존재가 서준을 바라보았다.

수백의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감각은 썩 유쾌하지 않다지만, 겨우 그런 일로 치워버리기에는 눈앞의 상대가 너무 흥미로웠다.

“그래서, 너는 누구냐.”

[…….]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여전히 수백의 시선이 춘봉을 바라본다.

춘봉이 아닌, 그 안에 깃든 자신만을 향하는 살기에 무언가가 껄껄 웃었다.

“그래, 내 소개를 먼저 해야겠지. 나는 금휘제. 무림에서는 검신이라 불렸다.”

“검신…!”

그 이름을 들은 모두가 경악했다.

금가를 진정 신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자가 검신 금휘제다. 이미 등선한, 말 그대로 신적인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서준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저 가라앉은 눈으로 춘봉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이건 뭐건, 다시 한 번 말하지. 그 몸에서 꺼져라. 그렇지 않으면 베겠다.]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주변을 맴돌던 수백의 역천일월공이 흐릿해진다.

사라지는 게 아니다. 기에 의념을 담아 유형화되었던 것이 다시금 순수한 기로 돌아가며 더욱 높은 계위로 향한다.

우웅-

아득한 곳에 닿은 기가 무수한 검의 형태를 취했다.

이번에는 검신 역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허…! 그 수준에서 명의 계위를 바라보는가? 천고의 기재로다!”

수준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곳에 손을 뻗은 결과가 좋을 리 없다.

서준의 육신 태반이 기로 화하며 신체가 반투명해지고, 그 존재가 서서히 세상과 합일되며 흐려졌다.

그럼에도, 닿을 수 있다.

서준이 바라는 것과 동시에 수백의 기검(氣劍)이 검신에게 쏟아졌다.

“곤란하군.”

검신이 쓰게 웃었다. 육신이 아닌, 그 안에 깃든 자신만을 노리는 공격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흥미가 동했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스릉-

검신이 허리춤의 검을 뽑아들었다. 느릿한 동작이었다. 허나 그 누구도 이어지는 동작을 보지 못했다.

서어어억──────────

무언가가 베였다. 날아들던 기검들이 일제히 소멸했다.

일행 중 검에 한해 가장 높은 경지에 도달한 남궁혁만이 그 편린을 보았다.

“커흡…!”

눈에 담은 것만으로 상식이 어긋난다. 검을 휘둘러, 무언가를 베었다. 그 단순한 이치가 형용할 수 없는 괴리감이 되어 남궁혁의 기혈이 비틀렸다.

결국 입에서 피를 쏟던 남궁혁이 기절했다.

검신이 껄껄 웃었다.

“눈이 좋구나.”

서준이 달려들었다. 의식한 순간 검신의 코앞에 나타났다. 그의 여섯 손에 깃든 기운에 검신이 혀를 찼다.

“우선 네놈은 정신을 좀 차리거라.”

검신의 검이 움직였다. 기껏해야 절정에 불과한 춘봉의 육체. 허나 검신에게는 그 정도로 충분했다.

슷-

가볍게 휘저어진 검을, 서준은 피하지 못했다. 검이 그의 가슴을 베었다.

허나 육신에 상처가 새겨지는 일은 없었다.

검신의 검은 서준의 정기신을 강제로 분리시켜 균형을 이루었다.

쐐액-!

“…이런!”

검신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서준의 기에 대한 재능.

춘봉의 육신에 깃들어 기감이 제한됐다고는 하나, 검 한 자루로 신의 영역에 이른 사내가 검신이다.

그런 그조차 감지하지 못한 일격이 옆구리를 스쳤다.

“으음…!”

선계에 있는 검신의 본체와 춘봉의 육신 사이의 연결이 흔들린다.

검신은 애써 그 연결을 유지하며 외쳤다.

“허허, 이 고얀 놈. 정신을 차렸으면 예를 갖추지는 못할 망정.”

서준이 달려들고 있었다. 이성이 돌아온 그의 눈이 검신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검신이고 자시고, 이 씹년이.”

그동안의 기억은 흐릿하지만, 어렴풋이는 기억 난다. 지금 춘봉의 육체를 다른 존재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 역시.

서준은 어지러움을 참아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끝내 내지르지는 못했다. 검신이 강제로 정기신의 균형을 맞춰버린 탓이다. 전과 같이 검신만을 타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뿌득-!

그렇다면 다시 한 번, 한계를 넘어선다.

신이 춘봉이를 앗아가려 한다면, 신을 찢어 죽이고 그녀를 되찾는다.

서준의 눈이 번뜩이자 검신이 손을 내저었다.

“아서라. 여기서 더 무리했다가는 내 손녀의 몸이 상할 거다. 너도 그걸 바라진 않지 않느냐.”

“…손녀?”

서준의 몽롱한 의식이 그 말을 해석했다. 춘봉이가 손녀. 그러고 보니 검신이라면….

“춘봉이 할아버지?”

“춘봉?”

검신이 눈을 끔뻑였다. 서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흠.”

공간을 가득 채우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서준은 우선 검신이 강제로 맞춘 정기신의 균형을 비틀었다.

쿠웅-! 억눌려있던 기가 터져나오며 균형이 어긋난다.

“아니, 기껏 맞춰놓은 것을.”

검신이 탄식했지만, 서준은 할 일부터 했다.

기가 유형화되어 중단전 어림에 맺히고, 정과 신을 보하며 새로이 정기신의 균형을 맞췄다.

“오호라.”

검신이 감탄했다. 내단을 이용해 정기신의 균형을 맞추다니. 인간이라기 보다는 요괴의 방식에 가깝지 않은가.

이내 서준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 숨과 함께 체내를 지배하던 마기의 기운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정파의 깨끗한 기운에 가까운 혼원기가 서준의 단전을 가득 채웠다.

“아니, 어떻게…?”

이번에는 검신도 경악했다. 내공의 성질을 아예 뒤바꾼다니?

“아니, 아니. 잠시만. 정말 어떻게 한 게냐?”

물론 검신도 하려면 할 수 있다. 능통한 분야는 아니지만, 등선하여 온전한 신이 되었으니 내공의 성질을 바꾸는 것 정도야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놈은 등선은커녕 화경조차 되지 못했다. 아니, 극마조차 되지 못했다고 해야 하나?

만마종주의 싹이고 꽃봉오리고 저런 건 불가능하다.

검신의 눈이 혼란을 담은 채 흔들렸다. 서준은 태평한 척 답했다.

“네? 뭐가요?”

“아니. 음….”

검신은 서준의 반응으로 대충 알아차렸다.

“어이가 없구나.”

보아하니 스스로도 자세한 이치는 모르는 듯싶다. 그저 되니까 하는 것일 뿐. 이 주제를 이어가봤자 아무런 소득이 없을 것 같았다.

검신은 탄식하며 본론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물으마. 너는 누구냐.”

“춘봉이 오빠요.”

“…도대체 그 춘봉이 누구를 말하는 게야?”

“아, 맞다.”

서준이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내리쳤다.

“희요. 금희. 금춘봉. 마이 시스터.”

“옳거니. 이제 보니 정신이 성한 놈은 아니로구나.”

검신이 대충 납득했다. 하지만 서준은 아니었다.

“저도 하나 물어봐도 돼요?”

“무엇이든.”

“왜 우리 춘봉이 몸에 있어요?”

태평한 질문이지만, 검신은 그 속에 깃든 끔찍한 살의를 엿보았다.

당장은 어느 방향으로도 나타나지 않지만, 여차하면 저것이 온전히 자신에게 쏟아질 터.

“하하…! 재밌는 놈이구나!”

검신은 크게 웃으며 서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으나, 그리 걱정할 필요 없다. 애시당초 내가 하계에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피를 이은 희가 무의식 중에 그것을 바랐기 때문이다. 오래 있을 수도 없을 뿐더러, 때가 되면 희도 자연스레 깨어나게 될 것이야.”

“아하….”

그러니까, 춘봉의 도움 요청에 할아버지가 후다닥 달려온 것이라는 말이렷다.

그게 가능한 것은 아마 시혈만천이 주구장창 찾아대던 신혈 때문일 터.

아무튼 저 말이 사실이라면 경계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감사하는 것이 맞겠지.

“선계까지 가셔서 우리 춘봉이를 챙겨주시다니…. 감사합니다.”

“허허, 나야 와서 한 것도 없는데 무얼.”

검신이 손녀(정확히는 아득히 먼 후손)의 몸에 깃들었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나있었다. 그로서는 딱히 감사를 받을 이유가 없었다.

“그나저나 금백유 이놈은 어디서 뭘 하길래 희가 이런 데 혼자 있어?”

검신이 끌끌 혀를 찼다.

“금백유요? 그게 누군데요?”

“누구긴. 희 애비지.”

“엇….”

서준이 데굴 눈을 굴렸다.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다 경계를 푼 패진광이 대신 답했다.

“선배, 금가는 멸문했소.”

“뭐라?”

검신이 미간을 찌푸렸다.

“허, 내가 등선한 지 얼마나 됐다고?”

검신은 입을 다물고 잠시 무언가 고민하더니, 별다른 반응 없이 말했다.

“뭐, 그 일은 됐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본래라면 조금 더 머물 수 있었겠지만….”

검신이 서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서준이 머쓱하게 웃었다.

“아차차….”

“허참.”

이 멍청한 반응을 보이는 놈이 아까 살벌하던 그놈이 맞는가? 검신이 끌끌 혀를 찼다.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물어라. 하늘이 허락하는 한에서 답해주마.”

서준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신경 안 쓰여요? 금가.”

“어차피 별다른 정을 주지도 않았다. 내 미련이라 할 만한 것은 희뿐. 그동안 황운신검을 제대로 익히는 놈 하나 나오지 않았으니 멸문할 만도 하지.”

“아하….”

그렇다니 더 할 말은 없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필요한 정보나 얻으면 될 것 같았다.

그 전에 하나.

“하늘이 허락하는 한이라는 건 무슨 소리예요?”

“답할 수 없다.”

신이라 할지라도 무언가 제약에 얽매여 있는 건가? 정확한 답변을 얻지 못하니 무어라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었다.

“그러면 제가 화경에 오르려면 뭐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서준은 그것이 가장 궁금했다. 왜 자신이 아직 화경에 닿지 못했는가.

‘지금도 딱히 부족한 건 없는 것 같은데.

미지의 경지조차, 닿고자 한다면 당장이라도 다시 닿을 수 있다.

그런데 어째서 화경에는 닿을 수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