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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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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없는 서준은 남궁명을 따라 그의 친우들과 어울렸다.

청성파의 청송, 무당파의 무혜, 그리고 점창파의 은위룡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은위룡은 청송에게 끌려왔다.

“하하, 자네도 즐겁지?”

“하, 즐겁기는. 후기지수들끼리 어울리는 게 뭐 대단한 거라도 되나?”

은위룡이 혀를 차며 의자에 기댔다.

그런 그를 보며 청송이 웃었다.

“그러지 말고 고민이라도 좀 털어놔보게. 여기 무려 그 진기재천 선배께서 계시잖은가.”

“…또 그 입을 놀린 거냐?”

은위룡이 청송을 노려봤지만, 청송은 겁먹은 척도 하지 않았다.

“선배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놈이 요즘 의욕도 없이 세월아 네월아 시간만 허비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인싸 기질이 다분한 청송의 물음에 서준이 눈을 굴렸다.

“뭐…. 그럴 수도 있지.”

“거봐라. 선배께서도 그러시는데 네가 뭐라고. 막말로 무공은 뭣하러 익히나? 어차피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될 텐데.”

“그거야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잖은가.”

“오르지 못할 나무에 꼭 올라봐야만 직성이 풀리나?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입에 뭐라도 물어라.”

은위룡이 큼지막한 고기 하나를 젓가락에 꽂아 청송의 입에 쑤셔박았다.

청송이 조용해지자 이번에는 무혜가 입을 열었다.

“무의 끝을 보고 싶지 않소? 상상만 해도 황홀한 것을 왜 그리 외면하려 드는 거요?”

여전히 남자 같은 말투다.

생긴 것만 보면 여리여리한 여인이 맹하니 말을 꺼내자 은위룡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 누구 놀리는 거요? 그거야 댁 같은 천재들이나 그렇지. 나 같은 범인은 턱도 없소.

“해보지 않고서는….”

“됐고! 이럴 거면 나는 가겠소.”

은위룡이 청송을 노려보았다.

“안 오겠다는 걸 끌고 와서는….”

입에 문 고기를 꿀떡 삼킨 청송이 씩 웃었다.

“어허, 뭘 자꾸 그러나. 좀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러게.”

“…….”

은위룡은 대꾸도 않고 식탁에 놓인 음식을 깨작였다.

분위기가 싸해지자 남궁명이 슬쩍 말을 꺼냈다.

“청송 자네도 너무 뭐라 그러지 말게. 은 소협도 무언가 생각이 있으시겠지. 세상에는 무공 외에도 관심을 둘 만한 일들이 많지 않은가.”

“딱히 무공 말고도 관심 두는 건 없소.”

은위룡의 한 마디에 남궁명이 머쓱하게 입을 다물었다.

은위룡은 이내 푹 한숨을 내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람이라도 쐬고 오지.”

은위룡이 사라진 자리, 청송이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저 친구가 요즘 힘들어하는 것 같길래 자리를 마련해본 건데, 본의 아니게 폐를 끼쳤군요.”

“아니, 뭐…. 그럴 수 있지.”

원래 저 나이 때는 다들 그러는 거다.

때늦은 사춘기든, 방황하는 청소년이든, 대충 질풍노도의 시기겠거니 하는 게 마음 편하다.

“하하, 감사합니다.”

청송이 씩 웃으며 포권했다.

이후 짧은 대화가 몇 번 오가고, 남궁명이 서준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형님, 기왕 오신 거 다른 분들과도 얘기를 좀 나눠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다른 사람들이랑?”

서준이 슬쩍 고개를 빼 주변을 살폈다.

끼리끼리 어울리는 후기지수들. 그 사이에 신이 나서 무언가 열변을 토하고 있는 춘봉의 모습이 보인다.

잘 노네, 우리 춘봉이.

흐뭇한 미소를 지은 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됐어. 난 차라리 노인네들이랑 노는 게 편해.”

“그렇습니까?”

하하-! 한바탕 웃음이 터져나왔다.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그때, 날카로운 음성이 연회장을 가로질렀다.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에 집중되었다. 서준도 슬쩍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니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예비 제수씨?”

“예?”

남궁명이 화들짝 놀라 서준을 바라보았다.

“아니었어?”

“아직 그런 건 아닙니다!”

“아하. 그런 느낌? 알겠어.”

서준이 히죽 웃자 남궁명의 눈이 이리저리 굴렀다.

아무튼 놀리는 건 놀리는 거고.

상황을 대충 보아하니 황보혜지가 누군가와 말다툼을 하는 것 같았다.

그 상대가 누구인가 하니.

“오.”

은위룡이다.

바람 좀 쐬고 온다더니 그새 싸움이 붙은 모양이었다.

“황보 소저께서는 사서 고생이시군. 모친 말씀이 그리 중요하면 인생도 대신 살아달라 하지 그러시오.”

“…말이 너무 과하지 않나요?”

“뭐 틀린 말 했소? 그쪽 인생은 그쪽이 사는 것이지 모친이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오. 훗날 후회한다 한들 그때 가서 무언가 바꿀 수 있을 것 같소?”

빠드득-! 황보혜지가 이를 갈았다.

그녀는 사나운 눈으로 은위룡을 노려보며 내뱉었다.

“그러는 은 소협이나 잘 하시죠? 그렇게 뺀질대기만 하는데 스승께서 언제까지 가만히 두고만 보실 것 같으신가요?”

“지금 뭐라….”

“그게 다 스승의 얼굴에 먹칠하는 짓이에요. 제가 스승이었다면 벌써 호통을 쳐도 몇 번을 쳤을 겁니다!”

“나는 조언을 한 거요!”

“조언 두 번 했다가는 생사결이라도 치르는 거 아닌가 몰라요.”

상당히 살벌하다.

서준이 데굴 눈을 굴렸다.

“명아. 명아?”

“…예, 형님.”

“가서 좀 말려보는 게 어때? 저기 제수씨 좀 챙겨봐.”

“예….”

남궁명은 반박할 생각도 못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준은 이번에는 청송에게 말했다.

“너도 저기 네 친구 좀 어떻게 해봐.”

“도대체 무슨….”

청송도 이번에는 어지간히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는 심각한 낯으로 무언가 고민하더니, 서준에게 포권하며 고개를 숙였다.

“선배님. 정말 죄송하지만 저 친구와 대화를 한 번 나눠주실 수 있겠습니까?”

“내가? 나보다는 네가 낫지 않나?”

“원래 저런 친구가 아닙니다. 고민 때문에 심마가 온 듯한데…, 무(武)에 대해 조언하기에는 아무래도 저보다 선배님이 나을 것 같습니다.”

“무공 때문에 저러는 거 아니라면서.”

“아뇨. 위룡은 그 누구보다도 무공에 열심이었습니다. 갑자기 저런 모습을 보인다면 무공 외에 다른 이유는 생각할 수가 없군요.”

“엄….”

진짜 싫은데.

슬쩍 다툼이 벌어졌던 곳을 살피니 남궁명이 황보혜지를 달래고 있다.

은위룡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 상황.

“아이고….”

한숨을 푹 내쉰 서준이 몸을 일으켰다.

“잘못돼도 나한테 뭐라 하면 안 된다?”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은위룡의 모습은 건물 바깥에서야 찾을 수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검을 뽑아든 채 허공을 휘적이고 있는데, 잔뜩 일그러진 표정에서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후우…!”

숨을 크게 내쉰 은위룡이 검을 천천히 내찌른다.

짙은 내공이 검끝에 맺혀 아롱지고, 이내 끝까지 뻗어져 허공을 꿰뚫었다.

‘확실히 무공이 쓸데없네 어쩌네 하는 사람의 검은 아니네.

어설프게 익힌 무공으로 펼칠 수 있는 검이 아니다.

진심을 다해 검을 갈고 닦지 않은 이상 저 나이에 가질 수 없는 검의 성취였다.

하지만 은위룡은 만족스럽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 씨발…!”

그는 십육명문의 후기지수답지 않은 욕을 내뱉으며 검을 집어던졌다.

카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이 땅을 나뒹군다.

그 앞에서 한참을 씩씩대던 은위룡은 이내 땅에 털썩 주저앉았다.

“병신 같게….”

“그러게. 병신 같게 왜 그러냐.”

느닷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은위룡이 서준을 쳐다보았다.

“이…!”

무언가 욕이라도 내뱉을 것 같던 그는 이내 크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까딱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선배님.”

“청송 그 친구가 걱정이 많던데.”

“그놈은…. 하아…. 아닙니다. 저는 괜찮으니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뭐가 잘 안 돼?”

“아닙니다.”

“보니까 어디서 벽에 막힌 것 같은데. 스승님이 뭐라 조언은 안 해주셨나?”

은위룡이 서준을 죽일 듯이 노려본다.

서준은 이 친구의 정수리를 오목하게 만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그만두었다.

“뭐가 문젠데? 말을 해야 다른 사람들도 알지.”

“초면인 사이에 너무 무례하지 않습니까?”

“나는 무례해도 돼. 꼬우면 초절정 찍든가.”

서준을 노려보던 은위룡의 눈에 맥이 탁 풀린 듯 힘이 빠졌다.

“예, 그러시겠지요. 선배님 같은 천재는 저 같은 우물 안 개구리[井底之蛙]의 심정을 모르십니다.”

“보니까 16강도 진출했던데, 너도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천재 반열에 들지 않나?”

“어릴 적부터 점창파에서 수련하고도 그 정도를 못 이뤘으면 접시 물에 코 박고 죽어야지요.”

“거참.”

서준이 쯧쯧 혀를 차며 기억을 더듬었다.

“점창파면…. 사일검법이 유명했나?”

“맞습니다.”

“해를 쏜다. 멋있긴 하네.”

“그게 가능한 사람은 점창에도 몇 없습니다. 사일이 말처럼 쉽겠습니까.”

은위룡은 툭툭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검을 집어들었다.

검에 생긴 잔상처들을 복잡한 눈으로 바라보던 그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납검했다.

“저는 이만 됐으니 선배님은 연회를 마저 즐기시지요. 저는 돌아가보겠습니다.”

“어허, 이 싸가지 없는 놈.”

“저는 좀 그래도 됩니다. 일단 점창 사람 아닙니까.”

이 새끼 진짜 정수리를 오목하게 만들어버릴까?

서준이 그를 빤히 바라보자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꼈는지 은위룡이 슬쩍 뒤로 물러섰다.

“뭐, 뭡니까.”

“정저지와(井底之蛙)는 좌정관천(坐井觀天)이라.”

“…그게 무슨 헛소립니까?”

정저지와. 우물 안 개구리.

좌정관천. 우물에 앉아 하늘을 본다.

둘 모두 식견이 좁다는 소리다.

같은 말을 두 번 할 만큼이나 식견이 좁음을 탓하는 것인가?

은위룡이 서준을 노려보자, 서준이 픽 웃었다.

“해를 꿰뚫는 데 세상이 넓은 걸 알 필요까지 있나?”

“예?”

“우물 안에서는 하늘밖에 보이지 않으니, 그만큼 하늘의 깊이를 알겠지. 눈에 태양을 담았다면 찔러라.”

“그건 무슨 궤변입니까.”

“모르면 말아라. 난 해줄 거 다 해줬다.”

“예에.”

은위룡은 서준을 뒤로하고 자리를 떠났다.

걸음을 옮기며 몇 번 뒤를 돌아보니, 서준이 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의 깊이를 안다니. 한낱 개구리가 하늘이 깊은 줄 어찌 안다고.

“저 왔습니다, 스승님.”

“왔느냐.”

은위룡은 검을 대충 구석에 세워두고 스승인 은유도의 앞에 털썩 걸터앉았다.

“연회에 간다더니 빨리 왔구나.”

“연회가 뭐 별거 있겠습니까. 그냥 도중에 왔습니다.”

“싱거운 놈.”

은유도는 끌끌 혀를 차며 손수 차를 내렸다.

찻잔을 제자 앞에 내어준 그가 지나가듯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로구나. 눈에 고민이 한가득이야.”

“그냥…. 이상한 소리를 좀 들었습니다.”

“뭔 소리를?”

“그런 게 있습니다.”

“고얀 놈.”

스승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은위룡이 물었다.

“스승님.”

“뭐냐.”

“스승님은 후회하지 않으십니까?”

“또 뭔 헛소리를 하려고.”

“못난 제자를 둬서 마음이 불편하실 것 아닙니까.”

“거 우라질 놈. 말뽄새 하고는. 알면 잘 해라.”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은위룡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제자를 보던 은유도가 말했다.

“한숨 쉬지 마라. 복 달아난다.”

“예에.”

“제자야.”

“예.”

“내가 널 제자로 들인 이유를 아느냐?”

“싹수가 보여서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지.”

후륵, 은유도가 찻물로 혀를 적셨다.

“어쨌든 이미 이어진 연이다. 자식이 못났다고 자식을 버리는 부모가 있더냐?”

“꽤 많지 않습니까?”

“…썩을 놈. 적당히 알아들어라.”

“예에.”

은유도가 끌끌 혀를 찼다.

“너는 이미 내 제자다. 무공 가지고 뭐라 할 생각도 없어.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해라.”

“…그래도 되는 겁니까?”

“뭐 어떠냐. 그게 도(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