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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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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용술의 원리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 내공으로 성형수술을 하는 셈이다.

유형화한 내공으로 뼈대를 덧붙이거나 피부를 당기고 밀어 고정시키거나 하는 식으로.

더 고차원적인 역용술은 조금 다를 테지만, 당장 그 정도 수준까지는 필요 없었다.

척 보기에 얼굴이 달라 보이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서준은 절정 시절부터 내공으로 실뜨기를 하고 놀았다.

“이렇게?”

주욱-! 얼굴 근육과 살가죽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 모습을 코앞에서 마주한 홍안개가 입을 쩍 벌렸다.

“미친…. 징그러우니까 얼굴 저리 치워라!”

온갖 꼴을 다 본 홍안개였지만, 실시간으로 얼굴이 이리저리 기괴하게 반죽되는 꼴은 조금 비위가 상했다.

실실 웃으며 감을 잡던 서준은 금세 얼굴 하나를 완성시켰다.

“어때요?”

홍안개는 감고 있던 눈을 찔끔 뜨더니, 서준의 얼굴을 보고 껄껄 웃었다.

“누구 얼굴인지 참 못생겼군.”

“이거 그쪽 얼굴인데?”

“…진심이냐?”

“네.”

“…믿을 수가 없군.”

시무룩해진 홍안개가 입을 다물었다.

물론 둘 모두 진심은 아니었다.

내공을 다루는 실력과 별개로 서준의 예술 감각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었던지라 홍안개의 얼굴을 그대로 재현해내지는 못한 것이다.

홍안개가 툴툴댔다.

“아니, 이미 익히고 있는 역용술은 대체 왜 물어본 겐가?”

서준은 뻔뻔하게 구라쳤다.

“그냥 할 줄 아나 물어본 건데요.”

“거참.”

끄윽, 당당하게 트림한 홍안개가 표주박에 든 술을 들이켰다.

“한 입 줄까?”

그가 서준에게도 권했으나, 서준은 입 닿는 부분에 묻은 기름기를 보고 즉시 사양했다.

“싫어요.”

“흘흘, 그러면 나야 좋지.”

그러고 있자니 얼마 안 있어 심판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렸다.

  • 개방의 삼구!

개방이라는 말에 서준이 관심을 보였다.

“쟤예요?”

“그렇지. 삼구. 곧 있으면 이립인데, 어찌 시기가 딱 잘 맞았어.”

29살이라고? 형이었네.

물론 형이라 불러줄 생각은 없다. 아무리 겉모습만 보면 40줄쯤 된 듯한 노안의 소유자라 해도….

꼬우면 초절정 찍고 오면 된다.

  • 화산파의 운백!

이번에는 서준이 아는 이름이었다.

‘운백? 그 운백?

안력을 돋워 살피니 그 운백이 맞다.

섬서를 떠나기 전 같이 술을 마셨던 백 형.

화산 비무 대회의 예선에서 심판을 맡았던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질 줄이야.

‘운작도 있으려나?

운백, 운작, 춘봉, 서준 자신까지 해서 술을 마셨던 기억이 꽤나 좋게 남아있다.

“아는 사이인가?”

홍안개의 물음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친할 걸요?”

“아마는 또 뭐야.”

“백 형도 친하다고 생각할지는 잘….”

“거, 어린 놈이 그렇게 사회성이 없어서야.”

흘흘 웃던 홍안개가 삼구를 보며 푹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그냥 호되게 한 번 당했으면 좋겠구만.”

“뭐요? 저요?”

“아니, 자네 말고 삼구 저놈. 개방에서 곱게 자랐더니 아주 그냥 오만이 하늘을 찔러. 무림에서 제 수준을 모르면 일찍 죽기 마련인데 말이야.”

곱게 자랐다고? 개방에서? 그게 가능한 건가?

본질적인 의문을 느끼던 서준이 픽 웃으며 연무장을 턱짓했다.

“그럼 백 형 응원하세요.”

“그것도 좀.”

“아오! 그러면 알아서 하시든가.”

대련이 시작됐다.

개방의 삼구와 화산의 운백.

시작은 삼구의 선공이었다.

껄렁한 걸음으로 다가가다가, 일순 허리를 비틀며 쏘아내는 곤봉.

운백은 침착하게 이십사수매화검법을 펼쳐 방어와 동시에 반격을 꾀했다.

“오.”

서준이 대련에서 눈을 떼지 않고 물었다.

“내기 하나 할래요?”

“뭔 내기.”

“둘 중에 누가 이길지.”

“난 화산에 걸지.”

“아니, 제가 걸 건데요?”

“흘흘, 텄구만.”

대련은 얼핏 삼구가 유리한 듯보였다.

그의 곤봉이 빠르게 휘둘러지며 공간을 점했고, 개방 특유의 자유분방한 투로 탓에 운백이 흐름을 놓치는 일도 몇 번 있었다.

“니미럴…!”

하지만 삼구도 알았다.

정작 제대로 들어가는 일격이 없다.

저 성가신 매화가 퍼져나가며 삼구의 행동반경을 제한하고, 운백의 검은 느긋하게 삼구의 목을 조여온다.

화산답지 않은 검이다.

보통 화산의 검이라 함은 화려하면서도 공격적인 태세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운백은 그렇지 않았다.

수비에 집중하며 매화를 이용해 서서히 승기를 굳혀나간다.

“계집처럼 뭐 하는 짓거리냐!”

삼구가 이를 갈며 타구봉법을 펼쳤다.

개를 때려잡는 몽둥이질이라는 이름과 달리, 삼구의 타구봉법은 오히려 사나운 맹견을 보는 듯했다.

“무턱대고 달려드는 것은 사내다운 것이 아니라 무식한 것이라오.”

운백이 작게 웃으며 검끝을 흔들었다.

어깨를 향해 빠르게 떨어지는 몽둥이. 그 옆면에 닿은 검이 잘게 진동하고, 매화가 피어나며 몽둥이가 밀려난다.

쐐액-!

힘껏 내리찍은 탓에 자세가 흐트러진 삼구가 눈을 부릅 떴다.

“이익…!”

내리찍는 힘을 이용해 몸을 허공에 띄우고, 그대로 비틀어 수 차례 발을 차낸다.

파바바박-!

발이 희끗한 잔영을 남기며 허공을 두드린다.

운백이 씩 웃었다.

“수고 하셨소.”

이미 반 발자국 물러나 발이 닿지 않는 거리. 곧바로 초식을 펼쳐냈다.

매화분분(梅花紛紛).

이미 연무장에 퍼져있던 무수한 붉은 매화가 일렁인다. 서서히 흐려져가던 꽃잎들이 검끝의 바람에 이끌리고, 어지러이 흩날리며 삼구를 에워싼다.

“아아악…!”

아름다워 보이는 매화라 하나, 그 본질은 검기의 파편.

꽃잎에 휩싸인 삼구의 비명과 함께 대련이 끝났다.

  • 승자, 화산의 운백!

대련장 위에는 어느새 뛰어들어 매화를 흩어낸 소림의 장로와, 전신에서 피를 흘리며 주저앉은 삼구가 있었다.

운백이 포권했다.

“좋은 대련이었소.”

“크윽…! 니미럴!”

마지못해 마주 포권한 삼구가 거친 발걸음으로 비무대를 떠나간다.

‘성격 참.

그 모습에 혀를 차던 서준은 문득 스스로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자세를 바로했다.

성격으로 남말 할 처지는 아닌 것 같았다.

“이번 기수에는 유독 인재가 많구먼.”

홍안개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돌렸다.

“그래요?”

“그렇고 말고. 삼구 저놈이 성격은 개판이어도 실력 하나는 있는 놈인데 말이야.”

서준은 삼구가 싸우던 모습을 떠올렸다.

야성과 본능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싸움법.

그에 반해 운백의 검은 차분하고 절제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번뜩이는 재능의 편린보다는 지독할 정도의 수련과 노력이 엿보이는 그런 검.

물론 재능이 없었다면 저 나이에 저 정도 수준에 닿기는 어려웠겠지만, 척 보기에도 단순히 재능으로 올라온 경지는 아니다.

‘멋있네.

자신이 가끔 다른 사람들을 재능으로 놀릴 때가 있긴 하지만, 저런 노력의 산물을 볼 때면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애초에 자신은 노력을 비웃지 않는다. 사람을 비웃을 뿐.

아니꼬운 사람을 비웃을 때 그럴 건덕지가 보이면 괜히 재능을 끼워넣을 뿐이다.

‘이걸 왜 못 하지? 그냥 무공 접는 게 어때요?’라는 말은 그냥 ‘난 네가 너무 싫어요.’라는 뜻인 셈이다.

장난으로 놀릴 때는…. 뭐, 아무튼. 그건 장난이니까.

쉽게 잊어버리는 가해자 이서준은 잠자코 용봉지회를 구경했다.

두 번째 대련과 세 번째 대련에서는 아는 사람이 나오진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황보혜지라는 이름의 여인 정도.

처음 보긴 했지만, 황보세가 정도면 반쯤은 아는 사이라 해도 되지 않을까?

황보혜지의 상대는 처음 들어보는 문파의 무인이었는데, 무난하게 황보혜지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대련.

  • 남궁세가의 남궁명!

우리 아우와,

  • 아미파의 영령!

ts 소림의 여인.

머리를 밀지는 않았고, 질끈 묶은 머리칼이 허리쯤에서 늘어져 있다.

역용술로 만들어낼 얼굴을 조금씩 연습하던 서준이 다시 한 번 물었다.

“이번에는 진짜 내기 어때요.”

“미리 말하지만 나는 남궁세가에 걸 거다.”

“아니, 저도 남궁세가에 걸 건데?”

“하긴, 남궁세가 사람이 남궁에 거는 게 맞긴 하지.”

머리를 벅벅 긁던 홍안개가 인심 썼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흘흘, 그래. 아미파가 그리 쉽게 지지는 않겠지.”

이내 심판이 대련의 시작을 선언했다.

그 시작은 꽤나 정적이었다.

양쪽 모두 검을 뽑아든 채 서로를 견제한다.

다가서지 않은 채 흔들리는 검끝을 읽어내고, 작은 발걸음으로 서로의 수를 파해한다.

그러다 일순, 남궁명이 발을 크게 내디뎠다.

그가 그려내는 검로에 서준의 눈썹이 들썩였다.

‘바로 제왕검형?

쿠우우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일순 연무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째앵-!

반으로 잘린 채 바닥을 구르는 검날.

아미파의 영령이 꿀꺽 침을 삼켰다. 남궁명의 검이 그녀의 검을 베어내고 목에 닿아 있었다.

“져, 졌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영령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포권하고, 남궁명이 마주 포권하자 심판이 크게 외쳤다.

  • 승자! 남궁세가의 남궁명!

와아아아아────────!!

이제까지 없던 화끈한 승리에 관중들이 목이 터져라 함성을 내질렀다.

멀뚱히 바라보던 서준은 눈만 깜빡였다.

“…뭐야. 우리 아우 엄청 세네.”

저건 제왕검형도 제왕검형이지만, 그냥 검술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났다.

영령은 남궁명의 검을 전혀 읽어내지 못했고, 남궁명은 영령의 움직임을 완전히 파악해 끊어냈다.

서준이 뒤늦게 박수를 치자 옆에 있던 홍안개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허허…. 어이가 없구만. 이런 치사한 놈. 이런 내기를 하자고 해?”

“아니, 저도 몰랐는데요.”

“시끄럽다! 에잉….”

홍안개가 툴툴댄다.

서준이 낄낄대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다음에 밥이나 한 번 사요.”

“거지한테 밥 얻어먹으니 좋으냐?”

“너무 좋은데?”

“이런 못돼먹은 놈.”

용봉지회 도중에도 노골적으로 날아드는 대장군의 시선을 깔끔하게 무시한 서준은 대련이 끝나자마자 자리를 벗어났다.

일행들에게는 이미 말을 전해둔 상태다. 일이 있어서 조금 늦게 돌아가겠다고.

그 일이 무엇이냐.

“큭큭, 버러지가.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음…. 아니지. 조금 더 굵게 해야 되나?”

인적 드문 곳에서 역용술로 생김새를 바꾸고, 그것을 응용해 목소리까지 바꾼 서준이 제 모습을 살폈다.

거울은 없지만 초절정쯤 되면 스스로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는 정도는 쉽다.

그렇게 살핀 스스로의 모습은 과연 썩 나쁘지 않았다.

짧게 평하자면 중년 간지.

예술 감각이 부족해 실제 인물을 좀 참고하고, 거기에서 약간 어레인지를 가했더니 썩 괜찮은 모습이 완성됐다.

참고한 인물은 과거 통 크게 흡성대법을 기부해주신 탈혼마 대협이다.

그가 40대 정도 되는 외형을 한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은 모습에 약간의 창작을 더했다.

“추하게 바르작대는 꼴이 썩 볼 만하구나.”

컨셉은 오만하고 재수 없는 무림 꼰대 대마두.

이 정도면 썩 나쁘지 않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편이 이상한 오해도 덜 받을 테고.

이름은…, 천서준.

훗날 천마 서준으로 진화할 전설적인 인물이라는 설정이다. 일단은.

“아무튼 한 건 해볼까.”

무림 분탕 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