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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쏘아올린 좀 많이 큰 공이 천무각주 남궁백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러니까…, 재능을 가진 이들을 선별해낼 수 있다는 말씀이시오?”
서준을 대신하여 속칭 ‘남궁 판별기’의 비급을 남궁백에게 건넨 남궁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태사의 말에 따르자면, 일전에 창시한 남궁일맥에 적합한 이를 찾아낼 수 있는 무공이라 하였습니다.”
“으음….”
남궁백은 오묘한 표정을 지은 채 남궁 판별기의 비급을 받아들었다.
‘남궁일맥과 어울리는 재능을 찾아낼 수 있는 무공이라….’
받아들이기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본래 무림에도 특정한 무공에 적합한 체질 따위는 얼마든지 있다.
한 예로 극양지체(極陽肢體)가 그렇다. 이는 체내에 선천적으로 극양의 기운이 머무는 체질로, 열양 계열의 무공을 익힌다면 능히 대성할 수 있는 신체의 소유자를 일컫는다.
물론 이런 체질은 극히 드물다. 허나 굳이 이런 극단적인 예가 아니어도 비슷한 예는 많다.
팔다리가 길쭉하면 창을 익히는 데 유리하다느니 하는 말 정도는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지 않은가?
세상에는 무수한 체질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타고난 근골이나 혈맥의 상태에 따라 적합한 무공이 달라진다.
이처럼 특정한 무공을 익히는 데 유리한 체질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그것이 제자를 들이는 데 있어서 하나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 역시 당연한 일.
‘하지만 그러한 재능을 판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쪽 계열에 능통한 고수가 보았을 때에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이지, 평범한 무인들은 눈앞에서 봐도 모른다.
특히 극양지체 따위의 아주 특이한 체질이 아니고서야 그러한 재능을 찾아내는 일은 아주 어렵다.
그저 팔다리 좀 길쭉하다고 무공에 재능이 있다? 이류쯤에 평생 머무를 생각이라면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 없지만, 그게 아닌 이상 더 많은 것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되겠소?”
“물론이죠. 저도 전해들은 것에 지나지 않아 큰 도움이 되진 못하겠지만….”
이어진 남궁수아의 설명에 따르자면 남궁 판별기라는 무공이 작용하는 방식은 이렇다.
‘갑’이라는 무인이 남궁 판별기를 익혔을 때, 이 ‘갑’은 무공을 익히지 않은 범인과 접촉한 상태로 남궁 판별기를 운용하여야 한다.
만약 특정 인물이 남궁일맥에 적합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그의 눈이 푸르게 빛나게 된다.
그것으로 끝.
아주 간단하다. 아니, 너무 간단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원리로 돌아가는 무공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대신 아주 확실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만 판별이 가능하다고 해요.”
“아니, 그야 당연히….”
남궁백의 머리가 바쁘게 굴렀다. 이 무공, 남궁 판별기를 익힌 무인들을 안휘 전체로 파견하여 범인들 중 보석들만을 긁어모을 수 있다면?
물론 재능 하나만으로 그들을 남궁에 들일 수는 없으니, 여러 과정을 거치며 그 수가 줄어들긴 할 것이다.
허나 안휘에는 정말 무수한 사람들이 있다. 만약 그들 중 천분지일, 그러니까 천 명 중 한 명이라도 건질 수 있다면?
“으윽….”
눈을 질끈 감은 남궁백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요즘만큼 이번 세대에 내가 천무각주를 맡게 된 것에 대해 희열을 느낀 적이 없소.”
“후후, 남궁의 홍복이죠. 이걸 어떻게 갚아야 할지….”
“그야 물론! 남궁은 은혜를 잊지 않소.”
남궁백이 다리를 덜덜 떨었다.
안휘에는 남궁세가에서 갈라져 나간 문파들이 꽤 많다. 일단 그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부족한 구역은 본가의 무인들이 나선다면….
“아니지. 이건 총관에게 맡기는 게 낫겠어.”
진가위 그 친구, 소식을 들으면 아주 기뻐서 까무러치겠구만.
남궁백이 씩 웃었다.
“도련…, 아니지. 태사의 뜻대로 서둘러 일을 진행하겠소이다.”
무수한 보석들이 남궁일맥을 익히며 성장해나갈 미래. 그 화려한 청사진을 그리던 남궁백이 당장 천무각을 당장 뛰쳐나갔다.
“아 참! 무공의 이름은….”
남궁수아가 손을 뻗었으나, 이미 그곳에는 남궁백의 모습이 없었다.
천무각주의 무공 수위가 이 정도였나? 남궁수아가 어색하게 웃었다.
‘서준이가 무공 이름은 좀 멋있게 새로 지어달라고 했는데….’
남궁수아 역시 남궁백의 뒤를 따라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북해빙궁의 소궁주가 궁에 돌아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서준은 자신이 환영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서 오십시오, 소궁주.”
허나 그들의 태도가 예상과 다르다. 북해빙궁에 들어선 서준은 예상 외의 환대에 은밀히 주변을 파악했다.
‘수작을 부리는 건 아닌데….’
백서준의 행적을 따져보자면 이렇다.
사흑련에 소속된 문파 중 혈오문을 멸했고(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백서준과 연관된 일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이들이 짐작할 터다), 곤륜산에서 마교를 상대로 날뛰었다.
마교의 신녀와 검마, 탐마가 빙궁에 쳐들어왔을 당시 빙궁의 무인들과 협력하여 그들을 막아냈으며, 그 뒤로 행적이 묘연해졌다 오늘에서야 다시금 빙궁에 모습을 드러냈다.
‘빙궁주가 아직 의식을 못 찾았나?’
사실 단편적인 사건만 놓고 봤을 때는 백서준을 빙궁의 영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찌 됐건 검마를 저지하는 데 큰 공을 세우지 않았는가?
하지만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도 백서준은 그냥 수상한 인물 A다. 이런저런 사고를 치는 바람에 빙궁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다.
특히 빙궁주 입장에서는 자신도 모르던 소궁주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상황.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백서준은 그냥 소궁주를 사칭하는 정신 나간 놈이라 판단하는 것이 옳다.
“궁주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궁주가?”
“예. 소식을 전하니 곧장 소궁주를 맞이하겠다 하셨습니다.”
아닌가? 생각해보면 빙백신공에 북명신공까지 익히고 있으니 소궁주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흠….’
서준은 우선 장로의 안내를 따라 빙궁의 심처로 향했다.
저번 마교와의 일로 본궁이 개박살나긴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복구를 하긴 했는지 그 자리에 묘하게 허술한 건물이 하나 있었다.
‘하긴, 초절정만 돼도 건물은 금방 짓겠지.’
잘 지을 수 있는지까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과정 자체는 확연히 빨라지겠지.
함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서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얘네 기공 쓰잖아.’
저번에 봤던 빙궁주 수준이라면 무난하게 이길 자신이 있다. 화경에 올랐으니 천서준을 꺼내들 필요도 없고.
합당한 근거 아래 서준은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도중 빙궁의 몇몇 무인들을 마주치기도 했다.
“소궁주…! 돌아오신 겁니까?”
“그래,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다시 보지.”
“그리 하겠습니다.”
놀랍게도 빙궁 내에서 백서준의 평판은 괜찮은 듯했다.
‘무슨 생각이지?’
서준은 빙궁주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않은 채 걸음을 멈췄다.
눈앞의 거대한 문. 이 너머에 궁주가 있다.
“들어와라.”
궁주의 목소리와 동시에 문이 열렸다. 궁주의 허공섭물이다.
서준이 걸음을 옮겨 방 안에 들자 궁주가 손을 내저었다.
“너희는 돌아가봐라.”
“예.”
서준을 안내했던 이들마저 사라지고, 방 내부에는 서준과 궁주만이 남았다.
빙궁주 백설향은 거대한 의자 위에 삐딱하게 기대앉은 채 서준을 보았다.
“그래, 왔는가 소궁주.”
백설향의 안색은 창백했다. 아직 주화입마의 여파가 남은 것이 분명하다.
그런 상황에 자신과 독대를 한다? 자신이 화경이라는 경지를 숨기고 있는 것도 아닌데?
서준이 눈가를 좁혔다.
“꽤나 대범하게 나오시는구려, 궁주.”
“무얼. 빙궁의 소궁주가 화경의 경지에 올라 금의환향하지 않았나. 환대해야 마땅하지.”
그리 말하는 백설향의 표정은 차가웠다. 손으로 턱을 괸 채 서준을 보던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그래서….”
비틀대며 다가온 백설향이 서준의 앞에 섰다. 그를 올려다보는 백설향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그려졌다.
“뭘 원하는 거지? 빙궁? 빙정? 그도 아니라면 칠사흑문이라는 지위?”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소궁주가 빙궁에 돌아오는 건 당연한 일 아니오?”
“하….”
백설향은 헛웃음을 흘리더니, 미간을 구긴 채 검지로 서준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허나 그 손가락이 서준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투명한 벽이 있는 듯 백설향의 손가락이 허공을 두드렸다.
표정을 일그러뜨린 백설향이 씹어뱉듯 말했다.
“이제 와서 숨길 생각 따위는 하지 마라. 그냥 다 가져가면 되잖으냐. 빙궁이고 빙정이고, 아니지, 아예 네놈에게 궁주의 위를 물려주마.”
“그건 딱히 필요가 없는데.”
멈칫, 백설향의 몸이 굳었다. 이내 실핏줄 선 눈이 서준을 보았다. 그 눈동자에 비친 백서준은 표정 하나 없이 백설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백설향의 입꼬리가 파들파들 떨렸다.
“…필요가 없다? 그런데 빙궁에는 왜 다시 돌아온 게냐.”
“소궁주가 자신의 고향을 찾는 데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진 않지. 빙궁이 걱정되어 들렀을 뿐이오.”
“흐, 걱정…?”
백설향의 눈이 시리게 빛났다. 심처를 밝히는 빛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른다.
그러니까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는 소리다.
‘…왓?’
서준의 눈이 흔들렸다.
‘얘 갑자기 왜 울어.’
당황스럽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화경의 무인이, 그것도 북해빙궁이라는 강대한 세력을 이끄는 수장이 여기서 갑자기 울어버린다고?
서준이 뻣뻣하게 굳은 사이 백설향이 파르르 몸을 떨며 악을 써댔다.
“네가….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
“아니, 잠깐….”
“네놈 때문에 내가 한 고생이 얼만데! 그게 전부 물거품이 됐는데! 그 빌어먹을 마교 년놈들은 또…!”
백설향은 아예 자리에 철푸덕 주저앉아 곡소리를 냈다.
“흐윽…. 련에서는 지원은커녕 별말도 없고! 그러다 이제는 아예 쪽도 못 쓰고 무림맹에게 밀리질 않나…!”
“그, 진정을 좀 하고….”
“시끄럽다! 네놈 때문에 내가 얼마나 눈치를 살폈는지 아느냐! 뭐만 하면 빙궁, 빙궁! 나도 모르는데 뭘 어쩌라고!”
백설향은 진심으로 억울했다. 빙궁의 무인이 사고를 쳐? 그런 놈은 자신도 모르는데?
멸문한 혈오문의 터에서는 빙백신공과 마기의 흔적이 동시에 발견됐다고 하질 않나, 마교 놈들은 빙궁이 대계를 방해했다며 쪼아대질 않나.
편을 들어줘도 모자랄 사흑련에서는 오히려 사마현의 주도 아래 빙궁을 압박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백설향은 꿋꿋이 빙궁을 지켰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문파가 아닌가. 그녀는 빙궁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
“신녀…! 그 갈보년과 칠마 놈들은 내 죽어서도 저주할 것이야…! 내가, 내가 매일마다 얼마나 열심히 궁을 청소했는데…!”
헌데 그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허사가 됐다. 아무리 백설향이라 해도 극마 수준의 무인 넷이 날뛰는 와중에 궁을 지킬 수는 없었다.
결국 본궁은 그 역사와 함께 무너져내렸고, 큰 타격을 입은 빙궁은 타의적으로 봉문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젠 나도 모른다! 네가 책임져라! 내 빙궁을 다시 돌려내…!”
백설향은 그냥 세상이 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