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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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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인의 죽음에 대한 소문은 의외로 그닥 빠르게 퍼지지 않았다.

남궁세가에서 그 죽음을 숨긴 것은 아니다. 남궁진천의 죽음에 대해 떳떳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가족을 위해 싸웠고, 끝내 화경 넷을 길동무 삼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이 알려진다면 남궁세가를 노릴 승냥이들이 생겨나겠으나, 그 따위 일에 대해서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남궁진천의 죽음을 숨기는 것이야말로 그에 대한 모욕이다.

그렇다면 소문이 빠르게 퍼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간단했다.

믿는 이가 많지 않았고, 설령 알게 되더라도 입을 조심했다.

남궁세가가 자리한 합비의 분위기는 서늘하게 날이 서있었다.

가볍게 입을 놀리다 목이 달아나고 싶은 이가 그리 많을 리는 없었다.

허나 그 소문이 마침내 안휘를 벗어났을 때, 발 없는 말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중원을 휩쓸었다.

천하제일인의 죽음이 만천하에 알려졌다.

무림맹에 모여든 장로들은 마땅히 그에 대해 얘기를 나눠야 했다. 그 분위기가 그리 무겁지만은 않았다.

“파천제가주, 기련문주, 검종문주, 사흑련의 무력대주까지. 남궁진천이 큰일을 해냈소.”

“지금 전황은 어떻지?”

“기련문은 곧 완전히 밀어낼 수 있을 듯하다. 허나 나머지 문파는 단번에 밀어내기는 어렵겠군.”

“남궁세가에 대한 처우는 어쩔 생각이오?”

“보상을 하긴 해야겠지.”

문득 회의장 내부가 조용해졌다. 누군가 헛기침과 함께 말을 꺼냈다.

“무림맹 차원에서 보상하기에는 너무 큰일인 듯싶은데….”

“입 닦고 넘어가자는 말이오? 정신이 나갔군.”

“그런 말이 아니오. 맹 차원이 아닌 십육명문의 각 문파들이 조금씩 부담해야 하지 않겠소?”

가만히 듣던 사내가 말했다.

“그 십육명문 말인데. 이제 남궁세가에 남은 화경은 없지 않나?”

“전대 고수들을 제외하면 그렇겠지.”

“결국 십육명문에서 밀려나겠군. 다음 세대는 남궁이 천하제일세가를 자처할 줄 알았건만.”

누군가 실소를 터뜨렸다.

“고고하게 머리를 치든 학은 일찍 죽기 마련이지.”

“이보시오. 말이 너무 과하군.”

“뭘 아닌 척 재고들 있나. 남궁이 빠지며 뒤바뀔 판도에 누구보다 머릿속이 바쁜 양반들이.”

“갈…! 적당히들 하시오!”

회의장이 다시금 침묵에 잠겼다. 장로들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누군가는 남궁진천에게 애도를 표했고, 누군가는 뒤바뀔 판도를 계산했으며, 누군가는 전쟁 이후의 상황을 대비했다.

사흑련 측의 화경 넷이 유명을 달리한 상황. 대부분의 이들이 무림맹의 승리를 점쳤다.

사흑련이 궁지에 몰린다면 전대 고수들이 몇몇 튀어나오기야 하겠다마는, 그들의 소식이 전해지면 정파 측에서도 튀어나올 고수들이 몇 있다.

무엇보다 사흑련의 싹을 말리는 게 아닌 이상, 어지간해서는 은거기인들이 튀어나오는 일은 드물 터.

속세에 대한 관심을 끊은 이들이 대부분인 만큼 너무 과하지만 않으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으리라. 대부분의 이들이 그리 생각했다.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던 제갈통은 입술을 짓씹었다.

‘아직 전쟁이 끝난 건 아니다. 헌데 벌써부터 이렇게 돼서야….

무림맹의 총군사라고는 하나, 무림맹의 장로들은 대부분 그보다 배분이 높다.

그 차이가 적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보니 제갈통이 섣불리 말을 꺼내는 것도 어려웠다.

“제 불찰입니다. 사마현이 광인인 줄 알고 있었으면서 너무 상식에 치우친 판단을 했어요. 우선 지금은 전시이니….”

덜컥-!

돌연 회의장의 문이 기별도 없이 열렸다. 장로들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지금 예의 없게 뭐하는 짓이지?”

역광 탓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으나, 이곳에 있는 것은 무림맹의 장로들이다. 역광쯤이야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느닷없이 문을 열어젖힌 사내의 얼굴을 알아본 이가 외쳤다.

“진기재천!”

“진기재천이라면, 남궁의 그?”

“어린 친구가 버릇이 없군.”

누군가 끌끌 혀를 찰 때, 서준이 말없이 회의장에 들어섰다.

붉은 눈동자가 장로들의 면면을 살폈다.

서준이 나직이 말했다.

“총군사가 누구지?”

제갈통이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접니다.”

“내가 왜 찾아왔는지 알지?”

“물론입니다. 우선 얘기를….”

장로 중 하나가 말을 끊었다.

“총군사, 아닌 건 아니라 끊을 줄 알아야지. 진기재천이라 했나? 자네는 우선 제대로 된 절차를 밟….”

쿠우우우웅─────────!!

장로의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입을 연 장로뿐만이 아니다.

“끄윽…!”

“이, 놈이…! 무슨 짓이냐…!”

제갈통을 제외한 모든 인원의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서준의 영역이 희미하게 드러나며 일대를 하늘이 짓눌렀다.

‘정작 필요할 때는 도움도 안 되는 것들.

살기가 치밀어오르다, 이내 가라앉았다.

자신 역시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결국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만약 자신이 남궁진천의 곁에 조금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었더라면, 어쩌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쯧, 서준이 혀를 찼다.

푸른 기운이 회의장 내부에 넘실거린다. 서준은 푸른 기운을 거스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문득 무언가 눈에 띄었다. 담뱃대다. 평소에는 흥미가 없었지만, 이 답답한 심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탁상 위에 놓인 주인 모를 담뱃대를 집어들고 총군사 앞에 섰다.

파직-, 허공에서 불꽃이 튀며 연기가 일었다.

“후우….”

씁쓸한 맛과 향이 입 안에 머문다.

‘도움은 무슨.

연기를 뱉어내며 담뱃대를 움켜쥐었다. 콰직, 으스러진 담뱃대가 바닥에 떨어졌다.

서준의 붉은 눈동자가 총군사를 내려다보았다.

“제대로 설명해야 할 거야.”

“…예.”

무림맹의 총군사 제갈통이 내놓은 사건의 전말은 아주 납득하지 못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화경 넷의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한 것?

기련문주가 철저히 감췄기 때문이다. 위대한 경지에 이른 주술사가 작정하고 위치를 감춘다면 그것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전투를 감지하고도 곧바로 지원을 보내지 않은 것?

상황 파악조차 되지 않은 곳에 섣불리 전력을 보낼 수는 없었다.

중원에 퍼진 여파로 파악하건대 예의 충돌은 화경끼리의 전투. 심지어는 사흑련의 영역에서 일어난 충돌이다.

그곳에 화경의 무인이 있을지 모르니 신중을 기해야 했다. 그런 까닭에 조사 전력을 파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애초에 조사 전력을 보내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미 보냈다. 허나 아직 도착조차 못 했을 뿐이다. 거리가 너무 멀었다.

게다가 지금은 전시. 화경의 무인이 섣불리 자리를 비우기에는 부담이 크다.

그들은 웬만해서는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무림맹에게 그들을 강제할 힘이 있을 리도 만무했다.

오히려 남궁진천이 남궁연을 구하기 위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움직인 경우가 특이한 것이다.

사흑련의 계책을 꿰뚫지 못한 것?

제갈통이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예측하지 못한 이유 역시 설명했다. 상식적으로 제갈통의 말이 옳았다.

서준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회의장을 짓누르던 힘을 거두었다.

한 모금 피웠을 뿐인 담배의 맛이 여전히 입 안에 남았다. 침이라도 뱉고 싶었다.

얼굴을 시뻘겋게 붉힌 장로 하나가 소리쳤다.

“…이게 지금 경우 없게 뭐 하는 짓인가? 맹의 장로들에게 무력을 행사해?”

서준은 무시했다. 속이 끓었다. 괜히 이곳에 오래 머물렀다가는 피를 볼 것 같았다.

‘일단은 내버려둔다.

당장 쳐죽이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 남궁세가를 생각해야 한다. 최소한 이놈들을 이서준이 죽일 수는 없다.

어차피 이들이 알아서 명분을 만들어 줄 것이다.

물론 이 새끼는 예외다.

콰직-!

장로 하나의 머리가 으스러졌다. 쩌억-, 발을 떼자 정체 모를 액체가 피와 뒤섞여 길게 늘어진다.

고고하게 머리를 치든 학이 어쩌고 지껄이던 놈이다.

“별 같잖은 놈이.”

놈의 시체 위에 침을 뱉자 장로들이 조용해졌다.

‘이놈은 그나마 낫군.

서준이 가늘게 뜬 눈으로 제갈통을 보았다.

사흑련의 군사에게 수싸움에서 밀렸다고는 하나, 명색이 무림맹의 총군사다. 없는 것보다는 나을 터.

적당히 놈의 머리를 빌리다 싹수가 노랗다면 꺾으면 된다.

“기련문은 내가 알아서 정리하지.”

“…예?”

“다음은 검종문. 그 다음은 파천제가. 이후에는 사흑련이다.”

“자, 잠시 얘기를…!”

통보한 뒤 곧장 무림맹을 나섰다.

공간을 찢어내며 하늘을 가로지르자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장인어른께서는 현경 직전에 계셨다.

사람은 죽은 뒤에 그 혼이 명계로 향한다. 그리고 현경이란 곧 신(神)이 정과 기를 완전히 흡수한 경지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여러 가정이 떠올랐으나, 확인할 방도가 없었다.

서준은 그저 한 줄기 희망만을 붙잡은 채 하늘 위에 섰다.

  • 밀어붙여라!

  • 지금 기련문에는 마땅한 전력이 없다! 단번에 몰아쳐라!

기련문이 위치한 기련산은 감숙성의 북쪽에 위치해 있다.

가파른 봉우리와 벼랑 사이사이에서 무인들이 병장기를 휘두른다.

서준은 아득한 곳에서 기련산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 있는 인원들을 파악하고, 이내 손을 뻗었다.

“이상향(理想鄕).”

기이할 정도로 드넓은 영역이 기련산의 대부분을 덧씌웠다. 험한 산맥이 모습을 감췄다. 대신하여 드넓은 초원이 그곳에 자리했다.

“이, 이건…?”

“기련문의 진법인가…?”

정파, 사파 할 것 없이 영역 내의 모든 이들이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서준은 말없이 범위를 계산한 뒤, 하늘과 땅을 접붙였다.

혼원일월공(混元日月功).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콰아아아아앙────────!!!

기련산 중앙에 거대한 구 모양의 빈공간이 생겨났다.

가장 높던 봉우리가 가장 낮은 구덩이가 되었다.

기련산이 무너져내리며 산사태가 나지 않은 것은 서준의 배려일 뿐.

서준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기련문 위에 선 채, 살아남은 기련문의 문도들을 보았다.

“말도 안 돼….”

“저 미친놈이…!”

몇몇은 넋을 잃었고, 몇몇은 머리 끝까지 분노했다.

분노한 이들이 진을 이룬 채 하늘을 향해 주술을 쏘아냈다.

우르릉-!

하늘에 먹구름이 끼며 거대한 벼락이 서준을 향해 내리쳤다.

의미는 없었다.

파츠츳-, 기련문도들의 통제 하에 있던 벼락이 서준의 뜻에 굴복했다. 푸른 벼락이 서준의 주위를 맴돈다.

서준은 영역 내의 모든 이들을 하나하나 구분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정파와 사파의 기운은 그 차이가 극명하다.

“오늘부로 기련문은 멸문한다.”

선언과 동시에 푸른 벼락이 솟구쳤다.

콰르릉-!

굵은 벼락이 하늘을 꿰뚫고, 이내 무수한 가지가 자라나듯 가느다란 수백 줄기의 벼락이 땅 위로 내리꽂혔다.

콰자자작-!

사기(邪氣)를 품은 모든 이들에게 벼락이 떨어졌다. 오직 그들만이 천벌에 절규했다.

코앞에서 기련문도와 검을 맞대던 무림맹의 사내 하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였다.

‘…하늘이 놈들에게 내린 벌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말이 되지 않았다.

새카맣게 타죽은 기련문도의 시체. 허나 검을 맞대던 자신은 털끝 하나 상하지 않았다.

자신뿐만이 아닌 기련산의 모든 곳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고작 인간이 이런 기적을 부릴 수 있을 리가 없다.

사내가 두 손을 모아 하늘을 향한 예를 취했다.

서준은 하늘 위에 선 채 죽어가는 모든 이들을 내려다보았다.

“아아아악…!”

“사, 살려…! 끄아악…!”

대부분의 기련문도들이 죽었다. 남은 것은 둘. 몇 없는 초절정이다.

츠츳-

서준의 주위를 맴돌던 벼락이 두 자루의 검을 이루었다.

천뢰멸마공(天雷滅魔功)의 천뢰기검(天雷氣劍)이다.

서준의 손짓과 동시에 푸른 선이 하늘과 땅을 이었다.

우르릉-!

가슴에 벼락의 검이 꽂힌 두 무인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입을 쩍 벌린 채 시커먼 연기를 내뱉으며 죽었다.

순식간에 전장이 정리됐다.

기련문은 사라졌고, 이곳에 있던 문도들 역시 전부 죽었다.

기련문이 멸문했다.

서준은 허공 위에 선 채 기련문의 흔적을 내려다보았다.

“쯧.”

솟구치는 울분에 발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쿠우우우웅────────!!

거대한 발자국이 기련산의 허리를 끊었다. 혼원일월공과 천마군림보에 연달아 시달린 기련산은 끝내 둘로 나뉘었다.

그 사이에 어지간한 도시 하나가 들어갈 수 있는 협곡이 생겼다.

‘그래. 이게 맞아.

힘을 숨길 이유가 없다. 화마경? 왜 그리 숨기려 애를 썼을까.

애초부터 경지를 드러내 사흑련을 뒤흔들었다면 장인어른이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잠시 숨을 고르던 서준은 다시금 공간을 찢으며 이동했다.

다음은 검종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