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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이 했던 말은 사실 반쯤은 도발이나 마찬가지였다.
여태까지 서연이 했던 일들이 결국 방송국에서 모두 만들어줬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에 대해 서연은 별 반응이 없었다.
사실 별 반응이 없다기보다는 잠시 머릿속으로 '귀여운 주서연'으로 돌아갈 방법에 대해 고민했기 때문.
가끔 잊게 되지만, 엄연히 서연은 에클라 에투알의 광고 모델인 것이다.
여배우가 그런 이미지가 박히는 걸 좋아하는 광고주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서연과는 별개로.
"흐음~."
한성진은 조금 난감하다는 얼굴로 김현석을 보았다.
하필 방금 발언은 자신의 질문을 기점으로 튀어나온 것이었으니까.
"그렇게까지 말할 게 있나?"
"뭐?"
"지금 네가 말한 거, 꽤 위험한 발언이야."
한성진은 김현석이 서연을 적대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 근본적인 이유를 들자면.
'생각이 어려.'
그게 열정으로 발휘될 때는 장점이나, 이런 식으로 막연한 적대를 품으면 문제가 된다.
아무리 그래도 라이브로 찍은 방송이 전부 조작이라니 말도 안 되지 않은가.
뭐, 그래.
만약 가 녹방이었다고 치자.
하지만 페인트탄을 손으로 쳐낸 건 진짜인데?
심지어, 돗돔은 완전히 라이브로 건져내는 게 방송에 나왔다.
그게 조작이었다고 한다면, 이미 불타도 한참 전에 불탔을 것이다.
'그만큼 오디션이 없이 서연이 뽑힌 게 마음에 안 든다는 거겠지만.'
동시에, 두려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성진은 를 현석과 함께 보았다.
그때, 느낀 감정은 '이 정도까지 연기할 수 있구나.'라는 감상이었다.
비슷한 또래의 배우.
솔직히 말해 한성진은 감히 엄두도 못 낼 연기였다.
당장 함께 출연한 두 형사 배우만 해도,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배우들.
그들과 한 장면에서 나와도 어색함 없이.
존재감만으로 압도하며 관객과 평론가에게서 호평을 끌어냈다.
이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하."
하지만 김현석은 그저 눈을 찌푸렸다.
물론 김현석도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겠지.
호승심일 수도 있고, 단순히 치기 어린 적대감일 수도 있다.
다만, 아직 어리니까. 그런 말로 포장하기엔 그들은 이미 배우였고 프로였다.
솔직히 한성진은 현석과 달리 딱히 서연에게 밉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주연 배우 아닌가?
거기에 오디션도 없이 드라마 주역에 발탁되어 있다는 건, 윗선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
KMB에서 밀어주는 배우와 적대해 봐야 피곤해지는 건 자신이었고.
'정작 현석이 같은 배우가 몇 명 더 있는 것 같지만.'
사람은 그리 똑똑하지 않다.
가끔 성진은 그리 느낀다.
상식적인 판단보다 감정이 앞서는 부류.
다만 의아한 건.
'이 사람은 주서연의 편이 아니었나?'
나희에 의문을 품고 그리 바라보자.
"아!"
그제야 차나희는 방금 현석의 말이 굉장히 안 좋은 의미였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차나희는 서연의 방송을 보고 '조작'한 게 아닌 너무 그런 연출을 몰아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을 뿐.
차나희는 자신을 비롯해 자신과 친한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게 취미였다.
최근 핫한 스타인 서연은 그중에서도 유독 커뮤니티에서 말이 많이 나오는 편.
코끼리나 고릴라.
그런 이미지가 붙은 서연을 볼 때면 나희는 무척 속상했고.
-
왜 연약한 배우에게 이런 이미지를 붙여요? 안티예요?
-
연?약?한???????
-
연약하다는 게 우리가 아는 그 연약함이 맞나?
-
이상한 코끼리나 고릴라랑 주서연이 어떤 관계가 있다고.
-
몰라서 묻는 거임? 완전 주알못이네
물론 차나희는 진짜 몰랐다.
몰라서 물은 거였고, 지금도 왜 그런 이미지가 붙은 건지 몰랐다.
차나희가 보는 서연은 그저 천상 착한 소녀인 것이다.
"서, 서연아. 나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너무 여배우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 같아서……."
"네?"
"아니, 미안해!"
서연은 갑작스런 차나희의 사과에 당황했다.
슬슬 뭔가 이미지를 개선 시킬 방송이 따로 없는지 생각하는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뭘요?"
그런 싱거운 태도에, 한성진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고.
김현석은 재차 와락 일그러뜨렸다.
"아, 이쪽은 안중에도 없으신가 보네요. 주연이라 그런가?"
그런 그의 말에 서연은 잠시 멀뚱히 그를 보았다.
'혹시 나한테 한 대 맞은 적이 있나?'
꽤 진지한 고민이었다.
이 정도로 일방적인 적대는 처음이긴 했으니까.
물론 서연에게 한 대를 맞았으면, 지금 배우 생활을 하고 있을 리 없다.
그러니 맞은 적은 없는 게 분명.
'옆은 오히려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은데.'
옆에 한성진은 웃고 있었지만, 서연의 눈치를 살피는 게 느껴졌다.
아마 를 재밌게 봤다고 말한 건, 나름대로 친하게 지내려고 한 말이었던 건지도 모른다.
옆에 있는 놈이 다 망쳐버려서 그렇지.
서연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배우들은 분명 더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야, 저들에게 서연은 눈치를 봐야 하는 위치니까.
심지어.
"……흐음."
당장 멀지 않은 곳에서 중년의 배우들도 이쪽에 힐끗거리며 시선을 주는 게 보였다.
자신들끼리 대화를 나누면서도 젊은 배우들의 말과 행동을 살피는 것이다.
잘 보면 민세희가 안절부절못하며 말을 걸려는 기색이 있었으나.
옆의 김일수가 괜찮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마치 서연이 어찌 대처할지 보려는 것처럼.
어렵다 싶으면 도와주겠다는 시선도 포함되어 있긴 했다.
이미 김일수 감독은 김현석에게 그다지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었으니까.
촬영장에서는 분명 룰이 있다.
주연은 주연이다.
아무리 낙하산이건 뭐건, 주연 배우는 주연 배우.
주연 배우를 무시하는 건, 그것을 선택한 감독과 작가를 무시하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니, 지금 이런 현석의 행동은 굉장히 무모한 것.
서연은 조서희의 말이 떠올랐다.
"가끔 있거든."
"뭐가?"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인간들."
코웃음 치며 팔짱을 끼는 조서희는 정말 악역 영애 같았다.
나중에 부채라도 하나 사서 쥐여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그 말을 경청했다.
"아무튼 내버려둬도 주변에서 알아서 처리해 주지만, 남이 해주길 기다리면 좋지 않아."
스스로 보여주는 것도 있어야 한다.
안 그럼 계속 같은 일이 생길 테니까.
"가끔은 강하게 나가는 게 도리어 적을 적게 만들 때도 있어."
조서희는 서연이 지극히 무던한 성격이라는 걸 알았다.
아니, 무던하다기보단 타인의 적대에 '너무 익숙하다.'라는 감상을 받았다.
이유는 모른다.
서연은 타인의 적대에도 '그냥 그럴 수 있지.' 그런 반응일 뿐.
조서희는 배우다.
배우이기에 늘 타인을 살펴보며 분석하는 것에 능했다.
배우로서 우등생.
조서희가 그리 불리는 건 언제나 학습을 멈추지 않기 때문.
거기엔 서연을 살피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참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참는 건 착한 게 아니야."
그러니 조서희는 그에 대해 단단히 충고했다.
이 착해빠진 계집애가 송곳니를 제대로 남들에게 내보이도록.
"미련한 거지."
그리고, 그런 충고를 떠올리며.
서연은 말했다.
"괜찮으세요?"
서연은 김현석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 웃음은, 방금 그의 비꼼에 대한 답변.
"저한테 그렇게 말해도."
"예?"
고요한 목소리로 서연은 답했다.
딱히 뜨거운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정말 궁금하다는 듯한 의문, 지극히 사무적인 말.
그렇기에 방금 자신이 한 말의 의미를 더욱 또렷하게 자각할 수 있었다.
"배우는 연기로 말하는 거잖아요."
서연의 붉은 눈이 현석을 직시했다.
"저보다 잘할 자신은 있으시고요?"
"……."
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예능에서 보여준 모습을 들먹였지만, 그와 별개로 연기도 분명히 봤으니까.
와 .
지금도 현석은 그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다.
자신에게 그 배역을 준다면.
그렇지만, 어쩐지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영화관에서 보았던 차서아와, 지금 눈앞의 서연이 겹쳐 보였으니까.
아니, 차서아다.
눈앞에 있는 건 서연이 아니라 차서아라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순식간에 분위기가 변했다.
생긋 웃은 서연의 얼굴은 지극히 어색하고.
또 기계적이어서.
"안중에도 없냐고 말하셨던가요."
에서 차서아가 버스정류장에서 두 형사와 만났던 장면이 떠올랐다.
차서아는 두 형사에게 무언가를 꼬치꼬치 캐물은 뒤에 버스를 타고 떠났다.
그때, 마지막으로 짓던 형사들을 향해 차서아가 짓던 표정이 딱 저러했다.
"그냥."
두 눈을 부드럽게 휘며, 상냥하게 웃는 얼굴.
"가소로웠던 것 같네요."
그때, 차서아가 형사들에게 어떤 감정을 품었는지.
지금 여실히 알 수 있었다.
"너 그러다 찍힌다."
한성진은 미팅룸에서 나오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시작할 때를 제외하면 그래도 의 출연진과의 첫 만남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단지, 서연과 김현석 간에 기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뿐이지.
서연의 한마디 이후, 김현석은 어떤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배우는 연기로 보여줘야 한다.'
그 말에는 동감했으니까.
거기에 서연에게 완전히 압도되었다.
입도 뻥끗 못 할 만큼.
"……촬영장에서 보여주면 돼."
"그거보다 잘할 자신은 있고?"
"……."
모르겠다.
그만큼 방금 서연이 보여준 건, 그만큼 압도적이었으니까.
순간.
주변의 존재감을 죄다 잡아먹는 듯한 느낌.
'그것이 촬영장이었다면.'
서연의 말처럼 자신은 그저 가소롭게만 보였을 테지.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머리에 열이 뻗쳤다.
아무튼 가소롭다는 말을 들은 건 사실이었으니까.
동시에 서연은, 지금 대사는 모두 연기였다는 것처럼 표정을 풀었다.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었으나,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하.'
괜히 옆에서 그에게 말을 거는 한성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주연 배우에게 잘 보이고 싶은 거냐?
자존심도 없냐?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것까지는 말하지 못했다.
"됐다."
"뭐?"
"화장실이나 다녀올게."
찬물로 얼굴이라도 씻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무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주서연.
그녀에게 품는 감정은 막연한 적대만은 아니었다.
호승심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가장 강한 건 질투일 수도 있다.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방금 실제로 본 주서연의 연기에 압도된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촬영장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그런 안도.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오히려 머리에 열이 올랐다.
뭘 안도하는 건데.
"……다음에는."
촬영장에선 다를 거다.
그렇게 생각하며 부득부득 이를 갈며 가는데.
"응?"
김현석은 바닥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줍자.
"……동전?"
500원짜리 동전이었다.
다만, 어쩐지 반으로 접힌.
"이건 또 무슨……."
그렇게 생각하며 앞을 보자, 그런 동전이 길을 따라 뚝 떨어져 있었다.
마치 헨젤과 그레텔 같다.
반으로 접힌 500원짜리가 줄지어 떨어져 있는 진귀한 광경.
현석은 무심코 그것을 따라가며 주웠다.
뭔가 기묘한 감각이었다.
이 500원짜리 동전은 뭘까.
아니, 왜 다 반으로 접혀있지?
그런 의문.
그렇게 열 몇 개쯤 주웠을 때.
"아."
"아."
마찬가지로 그것을 줍던 서연과 마주쳤다.
순간 둘은 말없이 500원짜리 동전을 쥔 채, 시선을 교환했다.
"……?"
문득 현석은, 서연의 가방이 보였다.
가볍게 들고 다닐만한 핸드백.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가방이었으나, 어디에 부딪혔는지 일부가 찢어져 있었다.
'설마.'
그럴 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설마 저 찢어진 곳에서 이 500원짜리들이 떨어진 걸까.
그걸 뒤늦게 깨닫고 하나하나 회수하며 돌아오고 있었던 거고?
왜 반으로 접힌 500원이 가방에 있는 거지?
그런 생각이 들자, 현석은 뭐라 형용하기 힘든 기분을 느꼈다.
뭔가, 인지 밖의 무언가를 본 느낌.
"그게."
그런 현석을 보며 서연은 침착하게 말했다.
아까 미팅룸에서 말했던 것처럼, 최대한 스스로를 컨트롤하며.
"그, 뽁뽁이 같은 느낌 있잖아요. 무심코 터트리게 되는 거."
"……??"
그거랑 이 500원짜리 동전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걸까.
설마 뽁뽁이를 터트리듯 500원을 접었다는 말인가.
아연한 얼굴로 서연을 응시하자.
서연은 슬그머니 마지막 500원과, 현석의 오른손에 꽉 쥐어져 있던 500원들도 손을 피게 만들어 회수했다.
저항할 틈도 없었다.
"……그럼 촬영장에서 봬요."
마지막으로 그런 인사를 끝으로, 서연은 호다닥 등을 돌려 사라졌다.
현석은 슬쩍 왼손에 시선을 주었다.
서연이 미처 확인하지 못한 왼손에 남은 동전 하나.
"……."
그것이 방금 있었던 일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현석은 끝까지 그 500원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그저, 서연에게 알 수 없는 공포를 느꼈을 뿐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