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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연은 그 협소한 인간관계에 한 명이 추가된 상태였다.
바로 차나희.
걸그룹, 여름소녀의 핵심 멤버.
에 이어 이번 까지 함께 하게 되었다는 걸 깨달은 서연은, 슬쩍 그걸 핑계로 연락했다.
"근데 연속해서 출연하면 힘드시지 않겠어요?"
서연은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듯, 그리 물었다.
가 끝나자마자 바로 을 촬영한다면 보통 체력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심지어 차나희는 현재 그룹에서 혼자 소녀가장이나 마찬가지인 존재.
여름소녀의 인지도는 전부 차나희의 손에 달려있다고 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단순히 드라마 촬영 외에도 예능이나 광고도 활발히 출연하는 편.
"……그, 서연아."
"네?"
"나보단 네가 걱정돼."
이건 정말 진심을 담아 하는 말이었다.
최근 서연의 스케줄은 가히 살인적이나 마찬가지였다.
비록 가 끝났지만, 후속 행사로 불려 다니는 상황이었고.
거기에 최근에는 라는 예능 겸 오디션에 고정 출연 중이다.
이어 까지 동시 촬영.
자신은 한 작품 끝나고, 이어서 하는 거지만, 서연은 동시 촬영이다.
'대체 체력이 얼마나 좋은 거야?'
차나희는 스스로 꽤 체력이 좋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바쁜 스케줄도 문제없이 소화할 수준은 되었으니까.
하지만 서연을 보고 있자면, 체력만으로 가능한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보면 항상 쌩쌩하고…….'
차나희는 서연과 친해지고 싶었다.
이래저래 에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고, 예쁜 아이였으니까.
아무튼 성실성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한 차나희였지만, 서연 앞에선 감히 그리 떠들 수도 없었다.
'정말 우리 그룹 애들이 얘 반만 닮았으면.'
아니, 반도 아니다.
딱 10분지 1만 닮았어도 지금보다 상황이 낫지 않았을까?
"언니, 무슨 일 있으세요?"
서연은 묘하게 어두워진 차나희를 보며, 슬쩍 물었다.
본래 감정을 모사하며 살았던 탓에, 서연은 타인의 감정에 굉장히 민감했다.
당장 오늘 차나희가 자신을 부른 것도, 뭔가 말할 상대가 필요했다는 느낌.
"아, 그게."
그 말대로 오늘 차나희는 오늘 서연에게 조금 상담하고 싶은 게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보컬 트레이너요?"
"응."
여름소녀는 의 OST를 담당하게 되었다.
밝은 분위기가 나오는 장면에 쓸만한 삽입곡.
이미 곡도 정해졌고, 가이드곡도 전달받아 연습만 하면 되는 상황.
그런데, 호연 엔터의 보컬트레이너가 홀라당 도망가 버린 것이다.
심지어 다른 보컬 트레이너를 구하자니, 여름소녀의 악명이 이래저래 퍼진 탓인지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나.
"……그렇군요."
"응? 놀라지 않는 거야?"
"그냥,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연은 얼마 전 보았던 여름소녀를 떠올렸다.
그때 여름소녀에게서 받은 느낌이 무엇이었냐면.
'짐승돌.'
야성적인 이미지의 아이돌 그룹이라는 뜻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짐승적인 서열로 행동하는 참 기묘한 그룹.
서연은 간단한 마술을 보여줌으로써 깔끔히 서열을 정리했으나, 나희로서는 무리겠지.
'비글과 치와와 틈에 끼어있는 시츄.'
딱 그런 느낌이었다.
아무튼 일은 제일 열심히 하는데, 그룹 내의 서열은 최하위.
사실상 말이 안 되는데 이게 여름소녀에서는 가능했다.
차나희가 호구스러울 정도로 착한 탓이기도 했지만, 꾸준한 가스라이팅의 결과였다.
"언니."
"어, 으응?"
서연이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자, 나희는 움찔했다.
솔직히 서연이 저렇게 말할 때면, 보통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외모도 외모고, 분위기도.
'배우는 배우구나.'
그동안 많은 배우를 만났음에도, 그중에서 서연이 특별하다는 건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당장 여름소녀의 멤버들도 거리에 나가면 눈길을 끌 만큼 미인들이었으나, 서연의 곁에 서면 대체로 오징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단순히 외모를 떠나 분위기적으로도.
쉽게 접근하기 힘든 그런 막연한 힘이 있었다.
"나중에 소속사 옮기실 생각은 없으세요?"
"그건, 있지."
있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다.
당장 호연 같은 곳에서도 제대로 적응을 못 했는데, 다른 매니지먼트에서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까.
항상, 호연의 실장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우리 매니지먼트는 가족 같은 분위기지만, 다른 곳은 정글이야! 정글. 나희가 우리 중에서 가장 잘하는 건 맞지만 다른 곳은 나희만한 아이돌이 얼마나 많겠어? 원래 연예인은 자신에게 잘해주는 소속사가 제일 좋아. 1군 2군이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언제나 그런 말을 들은 탓에,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계약이 곧 끝나기에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럼, 이렇게 해요."
"뭐, 뭐가?"
"제가 이번 일 도와드릴 테니."
이번 일이라 하면 보컬 트레이너와 관련된 것.
마침 서연은 정말 괜찮은 보컬 트레이너를 알고 있었다.
심지어 해당 보컬트레이너는 이번 서연의 의 OST를 직접 지도해주기도 했으니, 딱 이 일에 맞았다.
"혹시, 저희 기획사는 어떠세요? 잘해드릴 텐데."
그리 말하며 싱긋 웃는 서연의 미소에, 나희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고마운 제안과 달리, 너무나 악역 같은 미소였으니까.
'근데 도와준다니?'
아, 혹시 노바 엔터의 보컬 트레이너에게 부탁을 해본다는 뜻일까.
거기다 서연은 의미심장한 미소와는 별개로, 확실히 끌리는 제안이었다.
다른 곳과 달리 노바 엔터에는 서연이라는 지인이 있으니까.
그동안 호연에서 당한 짓을 잠시 떠올린 나희는,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볼게."
그런 차나희의 말은, 꽤 긍정적인 것이었다.
확답은 받지 못했지만, 차나희의 답을 볼 때 반쯤 넘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서연은 의욕이 가득 고취되었다!
'나희 언니도 데려올 수 있다면!'
차나희는 미래까지 보장된 SSS급 매물이었다.
연기면 연기, 노래도 잘하는 그야말로 만능.
비주얼도 배우에게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대체 왜 호연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인물.
나희가 계약기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서연은 계속 노바 엔터로 꼬실 생각이었다.
'나희 언니가 들어온다면 노바 엔터에 많은 도움이 될 거야.'
물론, 이건 서연의 독단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노바 엔터의 대표, 강찬율에게도 어느 정도 물어볼 상태였다.
"혹시, 여름소녀의 나희 언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응? 아, 그야…… 실력이 뛰어난 아이돌이지."
그런 서연의 말에 강찬율은 조금 떨떠름하게 말했다.
"그럼 만약, 제가 데려온다면 어떨까요?"
"서연아."
"네."
"그 데려온다는 게, 혹시 물리적인 의미는 아니지?"
"?"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서연의 모습에 강찬율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그런 의미는 아닌 것 같았으니까.
'이게 다 때문에…….'
아무튼 노바 엔터의 귀중한 SSS급 배우인 서연은 여러모로 노바 엔터에서 케어를 받고 있었다.
당연히 서연이 출연하는 방송은 전부 시청.
그렇다 보니 를 보지 않은 이는 이 노바 엔터에 없었다.
방송에서 서연이 어땠냐고 하면, 날아오는 총탄을 튕겨내고.
총알을 피하며 달려가, 근접해서 총을 쏘는 것이다.
이미 이나 에서도 비범한 모습을 보였지만, 아무래도 보다 직접적인 모습인 탓에 인상이 강렬하게 남았다.
지금도 커뮤니티에서 가장 활발히 올라오는 글은.
[불곰 vs 주서연]
-
누가 이김?
-
불곰이 총 들면 이김
-
주서연은 총알 튕겨내잖아. 불곰은 총 맞으면 죽어
-
아직은 주서연도 페인트탄만 튕겨냈음; 오바 ㄴㄴ
-
아직은????
-
니들 연예인 이야기하는 거 맞지?
아무튼 그런 느낌의 글이 다수 올라오는 느낌이라, 슬슬 이미지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당장 소속사 대표 본인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이니.
'당분간 몸 쓰는 예능은 자제시켜야겠어.'
그 외에도 좋은 거 많지 않은가.
관찰 예능이나, 대충 삼시네끼 같은 힐링 예능.
'아무튼 차나희라.'
서연의 말처럼 만약 노바 엔터로 데려올 수 있다면, 이만큼 대어도 많이 없었다.
실제로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정보는 강찬율도 알고 있었지만.
'차나희는 호연 엔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쉽사리 포기하려 하지 않을 텐데.'
그리고 차나희라면 호연에서 보통 좋은 대우를 받는 게 아닐 터.
어지간히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으리라는 게 강찬율의 생각이다.
그래서 혹시 서연이 물리적인 의미로 빼 오려는 게 아닌가 싶었던 거고.
애가 어렸을 때부터 조금 튼튼했던 것 같기는 한데, 이렇게 비범하게 자랄 줄은 강찬율도 미처 예상치 못했다.
"음, 그래. 가능하다면 최대한 힘닿는 대로 도와줄게."
"네."
"사고는 치지 말고."
"당연하죠."
서연은 의욕이 가득 차 대답했다.
대표의 허락도 떨어졌으니, 이제 실행만 하면 될 일!
그다음 찾아간 곳은 바로 성우 학원.
오늘 방송 예정이 없는 것을 알고 있는 '마법사 에르체베트'.
본명은 한다영.
그녀는 갑자기 찾아와 이야기하는 서연의 말에 조금, 아니 매우 당혹스러웠다.
"아이돌……의 보컬 트레이닝?"
"네!"
"……."
그런 서연의 말에 다영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얘는 내가 예전에 아이돌 연습생이었다는 걸 까먹은 걸까.'
설마 그럴 리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공존했다.
분명 서연은 머리가 나쁜 건 같지는 않으니, 잊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다른 보컬 트레이너들도 많잖니. 거기다 여름소녀라면 좀……."
심지어 악연도 있다.
그중 몇몇은 연습생 시절에 마주치기도 했으니까.
여름소녀와 한다영은 연습생 시기가 거의 비슷했다.
"아, 직접 만나서 하는 건 아니에요."
"그럼?"
"그, 다른 모습으로 만나면 되지 않을까요?"
마법사 에르체베트, 그 말은 굳이 꺼내지 않았다.
빨간약!
그 말을 서연은 감히 직접적으로 담을 수 없는 것이다.
그걸 말해버리면, 이후 라미엘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묻게 될 테니까!
'이게 올바른 팬의 자세.'
서연은 지연과 라미엘을 분리해 둔 상태.
그건 마법사 에르체베트도 마찬가지였다.
"머리 캠으로 연결하면……."
이쯤 되자, 한다영도 조금 재밌어졌다.
버튜버에게 노래를 배우는 아이돌의 심정은?
심지어, 마침 마음에 들지 않았던 녀석도 끼어있으니.
'나중에 방송에서 썰 풀기도 좋겠다.'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안 믿으려나?
아무래도 그룹명을 말할 수도 없으니.
'사실 방송을 켜고 하고 싶었는데.'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안 될 것 같아서 참았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마법사의 방송 체급까지 함께 키울 수 있을 테니까.
'그럼 라미엘의 채널도 커질 테고…….'
현재 라미엘의 구독자는 개인세치고는 상당한 편이었다.
하지만 전생의 라미엘에 비하면 아무래도 한참 못 미쳤다.
그때는 기업세였고, 지금은 혼자 하는 거니까.
그래도 실력 자체는 전생보다 여러모로 뛰어나서 팬층은 탄탄한 편.
'흠……아니지. 오히려…….'
서연은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 서연을 바라보던 한다영은 조금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할 게."
긍정적인 사인을 보내왔다.
나름 인기 걸그룹의 보컬 트레이닝을 한다는 것도 꽤 재밌을 것 같았으니까.
물론.
"……이게 뭐야."
여름소녀의 입장에서는 전혀 재밌지 않았다.
뭔데, 대체 이 상황.
「마법사 에르체베트입니다.」
다소곳하게 말하는 영상 속 존재를 보며, 라빈은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네가 뭔데.
마법사 에르체베트? 장난치냐, 당장 꺼져.
그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나희 언니의 부탁으로 힘들게 모셔 온 선생님이에요."
500원짜리 동전을 손가락 사이에 끼고 말하는 서연을 보니,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치 이전에 보았던 동전 마술을 잊지 말라는 모습.
물론 그걸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심지어 지금 자신을 바라보는 서연의 눈은 붉은색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서연이 그들을 싫어한다는 게 아주 여실히 느껴졌다.
손에 있는 게 500원짜리 동전이 아니라 날붙이였다면 그대로 오줌을 지릴 자신도 있었다.
'임 실장은 대체 뭐 하는데!'
남의 소속사 배우가 깽판을 치고 있는데 막지는 못할망정!
대표에게 나중에 꼰질러야겠다고 다짐했으나.
그때, 서연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
"인사."
"안녕하세요, 선생님!!"
모두 질서정연하게 에르체베트에게 인사했다.
슬슬 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