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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홍 액션스쿨.
대한민국 최고의 무술 감독, 김홍백이 만든 스턴트맨의 요람.
요즘 들어, 김홍백 교수는 이래저래 다양한 연락을 받고 있었다.
다름 아닌 이번에 자신이 출연하기로 한 어떤 예능 때문.
“다음 촬영부터 나와주시면 된다고 합니다.”
“흐음…….”
솔직히 본래는 거절할 생각이었다.
예능은 그다지 취향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여러모로 관심이 생겼다.
‘우리 학원을 거쳐간 배우들도 나오니.’
이름있는 액션 배우라면 대부분은 청홍 액션스쿨 출신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배우.
그중에서도 젊은 여배우 위주로 출연진이 꾸려져 있어 관심이 좀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액션 연기에서 여성 배우는 찬밥 취급받곤 했으니까.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액션 연기는 결국 ‘연기’다.
그러니 촬영했을 때 동세가 크고, 박력이 있는 남성 배우가 선호될 수밖에 없었다.
“박력이라…….”
연기의 힘.
그것이 가장 필요한 게 액션 연기.
감정과 몸이 동시에 따라와야 그 힘이 산다.
“하지만 요즘엔 촬영 기법이 좋아져서 대역인 경우가 더 많지만 말이죠.”
성호철 교수의 말처럼, 예전.
즉, 홍콩 영화가 유행할 시절에는 대부분 배우가 직접 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요즘은 누가 본인이 직접 연기를 하겠나.
액션은 몸을 더 잘 쓰는 사람에게 맡기면 그만.
그런 게 요즘 추세였으나.
“이런 건 출연을 해줘야겠지.”
오랜만에 정통 액션 배우를 밀어보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서연 양이 출연하니 걱정도 되고요.”
“……그런 이유도 있고.”
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서연이 찾아오는 날이었다.
아마 때문이겠지.
실제로 최근 김홍백 교수에게 오는 연락 중 다수는 그것 때문이었다.
이번 하이퍼 액션 스타에 출연한 이들이 연기를 지도받기 위해, 급히 청홍 액션 스쿨을 찾는 것이다.
마침, 김홍백 교수가 직접 출연하기도 했으니까.
물론 그런 전화는 대부분 거절했다.
액션 연기라는 게 하루 이틀 벼락치기를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막상 신청을 넣고 보니 겁났나?’
는 몇몇 배우는 직접 섭외를 요청했지만, 대부분은 외부에서 신청을 받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었다.
물론 프로필을 보고 선발하긴 했으나, 소속사의 입김으로 들어온 이들도 많았다.
애초에 라는 예능은 여러모로 도전적인 예능이었고, 업계에서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성공보다는 실패 확률이 높은 예능.
이미 한물간 공개 오디션.
심지어, 노래도 아닌 연기라면 시청자가 방송에 재미를 느낄 수 있을 요소가 적다.
그렇게 판단한 거겠지.
그래서 적당히 액션을 할 수 있는 배우들을 꾸려 인지도나 높이고자 참여한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첫 만남부터 레펠 액션을 보였으니.’
갑자기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예능.
하루하루 갱신되는 조회수.
심드렁한 마음으로 참여한 배우들도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저울의 추가 실패에서 성공으로 기울어졌으니, 예능에서 뭔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그 기회를 놓치는 게 되니까.
“아, 서연 양은 이미 와서 몸을 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깅홍백 교수는 이제는 익숙해진 발걸음으로 액션스쿨의 스턴트 훈련장으로 향했다.
이전에는 서연을 고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배우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서연과 마주치면, 저마다 눈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그야…….
“오늘 저와 합을 맞춰줄 배우분 없나요?”
“…….”
서연의 요청에 모두가 눈을 깔았다.
함께 연기를 하면 배우는 부분이 참 많았다.
많았지만, 아무래도 몇 미터씩 던져지면 배운 것도 함께 날아가는 법이다.
인생무상.
사람이 초연해지고, 주마등도 한 번씩 보고.
아무튼 그런 생과 사를 오가는 연기.
덕분에 어지간한 스턴트 정도는 웃으면서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들로선 썩 만족스러운 부분도 많았다.
‘그렇다고 자주 같이하기는 좀.’
이쪽을 빤히 응시해 오는 서연의 모습은, 마치 산책하러 나가고 싶어 현관의 앞에서 꼬리를 축 내린 강아지의 모습이다.
그러니 자칫 바라보면 그대로 목줄을 쥐고 함께 산책하러 나가게 될 것 같았기에 눈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기묘한 분위기가 오가는 가운데.
“아, 사부님.”
서연이 김홍백 교수를 보며 말했다.
청홍 액션 스쿨의 배우들은 모두 김홍백을 ‘사부님’이라 부른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아무래도 몸을 쓰는 일이고 하고, 자신의 제자라는 생각이었으니까.
“오늘, 미션에 대해 연락이 왔어요.”
“미션?”
“하이퍼 액션스타의 미션이요.”
김홍백 교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래도 촬영 전 대략적인 미션의 개요는 출연진에게 전달해 주는 모양.
‘그래서 요즘 연락이 많았군.’
뭘 찍을지 알았으니, 그 부분만 속성으로 배우면 될 일이다.
물론 김홍백 교수는 그런 걸 굳이 도울 생각이 없었다.
‘근데 뭘 찍는지는 나한테도 이야기해 줘야 하지 않나?’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자신을 믿는 것일 수도 있고.
어디까지나 시범 역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미션입니까?”
“총격전, 이라고 하네요.”
서연은 조금 자신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물론 총을 쏴본 적이 없는 건 아니다.
현생에는 없었지만, 전생에는 있었으니까.
비슷한 병을 가진 병사가 총기 난사를 벌였기에, 군대에는 갈 수 없었다.
말하자면 면제.
하지만 적어도 6주간의 군사훈련은 받았기에, 총을 쏴본 경험은 있었으나.
‘그게 현역과는 아무래도 다르니까.’
솔직히 이제는 너무 오래돼서 정확히 어떻게 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전생의 기억 중, 점점 잊혀가는 것도 분명히 있었으니까.
“총격전……!”
김홍백 교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럼 안전하겠군.’
혹여나 난투전 이런 것이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장르가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연기는 페인트탄이 들어간 총으로 진행된다고 해요.”
마치, 서바이벌 게임장처럼.
하지만 물론 이 촬영은 서바이벌 게임이 아니다.
엄연히 연기를 보는 것.
그중에서도 액션 연기.
“그래서 얼굴은 사격 금지. 연기를 봐야 하니까.”
얼굴에는 고글 정도로 최소한의 보호구만 착용한다.
그래야 연기를 볼 수 있을 테니까.
‘액션과 연기를 하나로.’
서연의 특기는 감정 연기다.
거기에 총격전을 섞기에는 여러모로 어울리지 않았다.
장면에 서사도 없었기에, 즉석에서 캐릭터를 짜내야 했다.
“서연 양도 어느 정도는 알 겁니다. 우선 이번 총격전에서 보여줘야 할 것을 생각해야 하죠.”
“보여줘야 할 것…… 캐릭터인가요.”
“맞습니다. 이번 영화는 초능력 액션 영화. 총격전이지만 그걸 잊지 말아야죠.”
확실히 맞는 말이다.
초능력이 있다는 것만으로 단순한 총격전에 ‘연기’를 가미할 폭이 넓어진다.
‘내 초능력은 재생력.’
딱히 고민하여 고른 초능력은 아니다.
다루기 편할 것 같아서.
그리고 서연의 성격에 알맞은 초능력이라 생각했기 때문.
솔직히 신체 강화랑 고민했으나.
‘신체 강화는 너무 많았을 거야.’
갑작스런 레펠 액션이었다.
그 상태에서 연기를 펼치며 뛰어내리려면 본능적으로 쉬운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백 명의 참가자 중에, 신체 강화라 이야기한 배우는 무려 서른.
당연히 같은 초능력을 가진 이가 서른이기에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서연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재생능력.
신체 강화 능력자가 할 수 있는 액션을 대부분 소화하며, 따로 포인트나 임팩트를 주기 쉬운 능력.
‘근데 이걸 영화 촬영까지 이어지나?’
그게 궁금하기는 했다.
만약 영화에서 주인공의 초능력이 딱히 정해진 게 아니라면, 이번 오디션에서 정한 초능력이 그대로 이어질 수도 있었으니까.
그런 고민을 하는 서연에게 김홍백 교수가 말했다.
“재생능력이라면,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액션이 많죠. 다만, 연기하는 입장에선 까다로울 겁니다.”
“반드시 맞지 않으면, 능력이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렇죠. 총격전에서도 그걸 보여줘야 합니다. 맞아야 할 수 있는 연기.”
여배우가 하기엔 쉽지 않은 연기다.
만약 다른 여배우가 저런 능력을 선택했다면, 김홍백 교수는 말렸을 것이다.
제작진에게 이야기해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문의 해보라고.
‘흠, 상관없겠지.’
김홍백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페인트탄 정도에 흠집이 날 만큼 서연의 피부는 연약하지 않았다.
애초에 다친 걸 본 적도 없다.
그에 대해 서연에게 물으니.
“어……, 화장품이 좋은 거라서요.”
언제부터 화장품에 그런 효능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아니라고 부정해 봐야 자신이 뭘 할 수 있다고.
“우선 한번 연습해 봅시다. 페인트탄이 든 모델 건이라면 이곳에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김홍백 교수는 진지하게 서연을 지도할 생각이었다.
서연이 연기에 얼마나 진심인지는 알고 있었으니까.
‘만약.’
서연이 본인의 연기력을 끌어올리며, 액션까지 소화할 수 있다면…….
‘이번 영화의 흥행은, 서연 양에게 달려있다고 할 수 있겠어.’
김홍백 교수는 서연이 이번 에서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떨어진다면 서연이 액션 연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서.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서연을 영화에 쓰지 않을 감독은 없을 것이다.
주인공이 안 된다고 하면, 적어도 그에 준하는 비중을 지닌 인물.
그런 배역은 반드시 주어지리라는 확신.
‘아니.’
김홍백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떨어진다는 가정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이번엔 무조건 주인공.
조연이 아닌 주역으로서 극을 이끌어가는 서연을 보고 싶었다.
꽤 진심으로.
“자, 우선 사격부터 해봅시다.”
그러니 김홍백 교수는 자신의 모든 걸 서연에게 전수해 줄 생각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액션 스타.
서연은 그것이 가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의 오디션은 기본적으로, 라이브로 진행된다.
예선부터 전부.
라운드가 하나씩 진행될 때마다 탈락자는 스물.
그리고 준결승 라운드에선 10명이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최종 10인이 벌이는 대결 끝에 선발되는 배우 한 명이, GH 그룹에서 새롭게 준비하는 영화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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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화 방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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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조 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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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동시송출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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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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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주서연 너무 밀어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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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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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도 아니고 걍 뛰어내린 건데ㅋㅋㅋ 저정도는 나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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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면 다 하는 걸 대단하다 ㅇㅈㄹ
예고편에서 서연이 워낙 강조된 탓에 각종 어그로도 다수 눈에 띄었다.
물론 반박하는 이들은 안전장치가 없이 뛰었다거나 하며 비호했고.
에어매트가 있었는데 무슨 안전장치가 없냐고 떠드는 이들도 많았다.
아무튼, 그런 화제 속에서도 가장 많이 이야기가 나오는 건 서연이었다.
그 외에 인물에 관한 말도 간혹 흘러나왔지만, 예고편에서 나온 비중만큼이나 스쳐 가는 수준.
그나마 조서희 정도가 말이 나오는 편이었다.
본인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탓이다.
“자, 그럼.”
이기태가 모여있는 A조의 멤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스물.
저마다 편한 복장을 하고 온 인물들은 저마다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카메라가 슥 지나가던 중.
“……응?”
서연이 눈에 띄었다.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저, 서연 씨?”
“네?”
“그, 왜 교복을?”
서연은 시원한 반팔 교복을 입고, 촬영장에 서 있었다.
활동하기 편한 복장을 한 이들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복장.
그런 이기태 PD의 말에 서연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여고생이라는 설정이에요.”
아, 그런 설정이구나.
라고 주변에서 피식 웃었지만, 곁에 있는 조서희는 그런 서연의 의도를 대번에 이해했다.
‘캐릭터.’
이기태의 당황스러운 눈.
그야 교복을 입고 올 줄은 몰랐던 거겠지.
하지만, 그건 ‘교복’이기에 당황했을 뿐이다.
독특한 복장은 애초에 제작진 측에서 의도한 거니까.
‘애초에 복장은 자유.’
아마 영리한 배우라면 그 의도를 깨달았을 것이다.
복장은,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다.
딱히 장면과 시나리오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인물인지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려면 복장만 한 게 없다.
즉.
의상을 직접 준비해 오라는 뜻은, 자신이 정한 캐릭터에 맞게 입고 오라는 뜻.
그렇기에 조서희도 제법 화려한 복장을 하고 왔다.
명품으로 도배된 의상.
‘……명품보다는 교복이 훨씬 낫네.’
조서희는 묘하게 들뜬 서연을 보며 픽 웃었다.
이미 시작부터 모두의 시선을 독차지하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