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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배우는 연기파 배우였다.
이번 에서 만들어진 인연을 가볍게 넘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 이유는 하나 때문이었다.
‘조방우 감독님의 영화.’
어렸을 적 서연과 인연을 맺은 감독인 조민태 감독의 아버지.
그의 영화가 작업이 들어가는 게 내년 초다.
서연은 그 영화에 이상수와 함께 출연하고 싶었다.
‘조방우 감독의 영화는 절대 못 만든 영화는 아니야.’
투자도 괜찮게 받았고, 조방우 감독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만든 영화다.
흔치 않은 재해 영화.
소재도 나름 참신했고, 주인공도 꽤 매력이 있었다…… 라고 후에 평가를 받았다.
다만…….
“내일, 14화가 방영돼요.”
“아, 그래?”
“제가 조하린으로서 제대로 나오는 마지막 화거든요.”
말하자면, 송소하와 결승 진출을 두고 겨루는 화였다.
거기서 송소하는 조하린을 이기고 결승으로 올라간다.
“꼭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허허, 물론 봐야지. 그렇지 않아도 최근 봤는데 그럭저럭 볼만했어.”
이 그럭저럭이라는 말도 굉장한 말이다.
애초에 는 이상수에게 전혀 맞지 않는 드라마였으니까.
순수하게 서연의 연기를 본다는 관점에서 보았을 뿐이다.
“그리고……….”
서연은 여기서 말할지 말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말로 설득하려고 해봤자, 어차피 한 귀로 흘려들으실 거야.’
이상수는 현재 배우 일에 거의 마음이 떠난 상태였다.
지금 남은 건 그저 미련이라는 이름의 불씨.
서연은, 그것을 먼저 그것에 불을 지피는 게 먼저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중에 또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 물론이지. 혹시 또 낚시하고 싶으면 말만 해.”
“아유, 선배님. 낚시는 저희 같은 아저씨들이나 좋아합니다.”
“아니, 왜. 서연 양 재능 있다니까?”
그런 아저씨들의 대화를 바라보며, 서연은 살며시 시선을 옮겼다.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겨우 표정을 관리하는 청년을.
“지우 씨, 오늘 연기 좋았어.”
심청석은 그리 말하며, 표지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극단을 떠나기 전, 썩 나쁘지 않은 느낌으로 극을 마무리할 수 있었으니까.
“근데 연기의 색깔을 좀 다양하게 잡는 게 좋겠는데? 지금은 색이 죄다 한 개야.”
“노, 노력할게요.”
“그래, 그래도 넌 재능이 있으니까 금방 할 수 있을 거야.”
표지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심청석이 고작 이렇게 말하는 걸로 끝나는 건 오늘 연기가 괜찮았다는 뜻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붙잡고 들들 볶는 게 그의 천성이었으니까.
“아. 그리고.”
끝났나 싶더니, 심청석이 뭔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혹시 또 뭔가 이어질 말이 있나 싶어서 몸을 굳힌 표지우는.
“너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어서 나가봐.”
“네?”
기다리는 사람?
이런 말을 하기는 뭐하지만 표지우는 굉장히 협소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을 찾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안녕하세요.”
“…….”
주서연.
위험한 길을 걸을 뻔한 자신을 잡아준 소녀가 극장의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전에 보았던 교복과 달리, 시원한 여름용 교복을 입은 채.
“그러니까…….”
근처 카페로 이동한 표지우는 서연을 응시했다.
전에 봤을 때와같이 섬뜩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
“갑자기 무슨 일이야?”
고요한 시선이 자신을 향했다.
솔직히 말해 꽤 깡이 좋은 표지우조차 그런 서연의 시선을 받으면 움찔할 정도였다.
‘차서아였나.’
에도 출연했다고 하던데, 그건 안 봐서 모르겠고.
적어도 는 봤다.
표지우는 스릴러 영화를 꽤 좋아하는 편이었으니까.
거기서 본 서연의 연기는 내심 표지우조차 쫄 정도였다.
그 이미지가 남아서일까.
지금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서연이 괜히 부담스러웠다.
애초에 서연이 왜 자신을 찾아온 걸까.
‘최근 꽤 잘 나가고 있지 않나?’
, 그리고 .
최근에는 를 통해 인지도를 차근차근 높이고 있는 서연이다.
그런 서연의 모습 때문인지, 심청석도 이전부터 이야기가 있었던 연예계에 제대로 발을 디뎌볼 생각인 것 같고.
“표지우, 언니.”
“어, 어.”
“스토커들은 보통 대상을 어떤 식으로 노리나요?”
“?”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민서호를 잠시 쫓아다닌 적은 있지만…….
“제가 그런 쪽 심리를 잘 몰라서 전문가에게 조금, 조언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나, 나도 딱히 스토커 짓을 한 건 아니거든?”
“?”
이게 또 무슨 소리인가 하는 눈으로 서연이 표지우를 보았다.
표지우는 억울했다.
그냥 같이 연기하고 싶어서, 순수한 마음에 그가 참여하는 연극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을 좀 했을 뿐이다.
민서호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전부 쫓아다닌 적은 없다.
‘온건파 스토커였나.’
서연은 표지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스토커치고는 민서호가 문어발을 걸치는 걸 늦게 알긴 했지.
물론 또 순수하게 연기를 해보겠다고 집착했다기엔 좀 집요한 부분도 많긴 했다.
‘사고방식이 좀 다를 수 있지. 그야 프로니까.’
서연은 그리 생각하며 넘어갔다.
어차피 조언을 들으러 온 입장이 아닌가?
“으, 으흠. 보통은 자주 다니는 곳을 조사하는 편인데…….”
이건 서연도 알만한 기본적인 스토커의 행동양식이었다.
“그리고요?”
“그쪽 관계자들과 친해지려는 경우도 있어, 정보를 들어야 하니까.”
가장 먼저 알아내는 건, 휴대폰 번호.
바뀌면 칼같이 알아내서 문자로 ‘오빠 번호가 바뀌셨네요?’하고 연락을 넣는 경우도 있다.
“주거 침입 후에 인감도장을 훔쳐 혼인신고서를 작성하려고 하거나……, 혹은 이동 중인 연예인의 밴에 몸을 던져서 치이는 방법도 있고…….”
“…….”
“아, 아니. 나는 그렇게는 안 했어!”
그렇게는, 이라니.
서연은 표지우를 향해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았다.
아니, 역시 잘 알잖아.
아무튼 서연이 표지우에게 듣는 정보는 연예인들에게 따라붙는 스토커.
이른바 ‘사생팬’들에 대한 정보였다.
썬더스트를 파국으로 몰고 가게 한 그 시작점.
‘사실 단순히 사생팬이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얼마 전 보았던 리암을 떠올렸다.
매사에 기가 죽어있는 아이돌.
이건 소속사에서도 그다지 케어를 해주지 못했다는 증거다.
썬더스트.
사생팬의 습격.
멤버 간의 불화.
그러한 정보들이 서연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리암.
김호승.
아이돌명은 몰라도 본명은 안다.
후에 아이돌을 그만두고 배우로 데뷔하게 되는 인물이었으니까.
그것도 꽤 화려하게.
‘다만 그렇게 되기까지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렸고.’
대략 자신의 전생.
그 삶이 끝나기 대략 몇 달 전에 크게 떴던 걸로 기억한다.
시기를 생각하면 앞으로 5년은 넘는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거 함부로 끼어드는 거 아냐.”
생각에 잠겨있는 서연을 보며 표지우가 말했다.
이미 한 번 참견 당한 경험이 있는 표지우이긴 했으나, 역시 걱정이 되었다.
“그게, 저희가 지금 배우가 부족하거든요.”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지우에게 서연은 굳이 더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더 말해봐야 의미도 없고.
‘황민화가 떠나서 노바 엔터는 한동안 이래저래 휘청하게 되니까.’
그 자리를 자신이 채우면 그만이다, 그리 말할 수도 있었지만.
‘한 명이라도 재능 있는 배우가 들어오면 좋고.’
노바 엔터가 커져야, 서연도 앞으로 작품 활동을 할 때 이득이 많았다.
뭣보다, 전생에 노바 엔터는 커져도 2군.
‘기왕 할 거면 1군을 노려야지.’
서연이 굳이 노바 엔터를 선택한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어디를 가도, 결국 1군으로 올릴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선, 차라리 서연이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 노바 엔터 쪽이 좋았다.
‘적어도 RY 엔터 수준.’
되도록 그 정도는 커지길 바랐다.
서연은 승부욕이 아주 강했으니까.
“너, 너 가만히 있어. 위험하니까.”
“싫은데요.”
“내가 알아 올 테니까, 딱 기다려.”
“그럼 알겠어요.”
아무튼 서연의 말을 들은 표지우가 직접 나서주기로 하여 얌전히 기다리기로 했다.
아무래도 초보인 자신보단, 전문가가 나서주는 게 낫겠지.
‘어차피 바로 터질 일도 아니고.’
적어도 앞으로 시간이 좀 있었다.
혹시 자신이 잘못 아는 게 있을 수도 있는 법.
이런 일은 신중을 기울이는 게 맞았다.
거기다 혹시 몰랐기에.
“이거 목검이에요.”
“?”
“쇠로 된 칼로 찌르면 사람이 죽어서.”
“목검도 맞으면 죽어. 아니, 애초에 싸울 생각 없거든?”
뭐, 그 정도는 표지우가 알아서 잘 사용하겠지.
혹여 사생팬과 싸울 일이 있더라도, 검을 든 표지우라면 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화요일에 들르는 편의점에 가니.
“……?”
아르바이트생의 반응이 평소와 달랐다.
한동안 의 영향인지, 서연만 등장하면 동공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는데.
“아, 안녕하세요.”
묘하게 반응이 순해졌다.
오히려 묘하게 더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기색.
그리고 그건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아, 안녕?”
“오늘도 일찍 왔네?”
드물게 반 친구들이 서연에게 인사를 해온 것이었다.
이지연에게 가서 이유를 물어봐야 하나, 하고 생각하던 그때.
“어제 드림 퓨처 너무 좋았어. 올라가길 바랐는데, 너무 아쉽더라.”
반장인 길다현이 해맑게 웃으며 그리 말을 걸어온 것이다.
그제야 서연은 깨달았다.
‘아, 어제 방영한 14화 때문에?’
조하린이 송소하와 실력을 겨루는 화수.
엔딩 파트를 제외한다면 서연이 에 출연하는 마지막 화.
‘차서아’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정도로 만족하려 했던 그것은.
서연의 예상보다 훨씬 큰 반응을 몰고 왔다.
“……드라마 OST 작업이요?”
주로 서연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하, 그놈의 .”
드라마 감독, 김일수는 오늘 전달 받은 자료를 대충 던지며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 가 ‘청춘 드라마’를 통해 큰 성과를 거두자, KMB 측에선 비슷한 작품을 하나 더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대본도 그 초짜 작가, 민세희를 쓰려는 모양이고.
하지만, 김일수는 이 상황 자체가 탐탁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와 같은 말랑말랑한 드라마와는 맞지 않았으니까.
그가 찍은 드라마는 대체로 냉소적이며, 사회 고발적인 경우가 많았다.
“주인공을 또 고등학생? 드림 퓨처는 운이 좋았던 거지.”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다.
하지만, 드라마국의 높으신 분께서 그 여자애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주서연이었나…….”
최근 이래저래 이슈를 몰고 다니는 어린 여배우.
확실히 높으신 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자질을 지녔다.
“14화, 그래. 오늘까지만 등장한다고 했었지.”
오늘 밀린 를 전부 볼 생각이었다.
여태 4화까지 보고 멈춰둔 상태였으니까.
1화는 괜찮았지만, 이후엔 별 볼 일 없는 드라마.
그래서 4화 이후로는 안 봤다.
하지만, 앞으로 촬영할 자신의 드라마.
에 출연하게 될지 모를 배우가 아닌가.
배우 측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했으니…….
“어디, 어떤가 한 번 봐보실까.”
의 차서아의 강렬한 이미지를 떠올리며, 그는 차분히 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뜨는 그때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