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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예능이요?”
이제 데뷔한 지 1년 차인 보이그룹, 썬더스트의 멤버 리암은 순간 잘못들은 줄 알았다.
낚시라니.
당연한 말이지만 이제 스물이 조금 넘은 리암은 낚시 같은 걸 해본 적이 없었다.
“그거 완전 아재들…….”
“네가 찬밥 더운 밥 가릴 때냐?”
“…….”
3군 매니지먼트 중 하나인 썬샤인 기획.
아이돌 사업을 주력으로 밀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정도로 크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엔터였다.
그나마 썬더스트가 그럭저럭 팬층을 확보한 상태였으나.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좀 밀리잖아, 호승아.”
“리암이라 불러주세요.”
“아니 왜, 김호승, 이름이 듣기도 좋고 발음도 쉽구만.”
물론 김호승이라는 이름이 싫은 건 아니다.
다만 보이 그룹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아닌가.
“아무튼, 지금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예능이고 뭐고, 그런 거 차별할 때가 아니야. 팬을 모아야지.”
“……옙.”
맞는 말이긴 했다.
팀장의 말처럼 김호승은 썬더스트 멤버 중에서도 유독 인기가 없는 편이었다.
평범 무난하게 반반한 얼굴.
춤도 적당, 노래도 적당한 편.
입담이 딱히 좋은 것도 없어, 예능에 출연해도 이렇다 할 시선을 모으지 못했다.
솔직히 요즘엔 이 일이 자신에게 안 맞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래도 에 나가면 원로 배우분들과도 친분을 얻을 수 있고, 새로운 이미지도 얻을 수 있을 거다.”
“그러면 좋겠네요.”
“아! 그렇지. 마침 함께 출연하는 게스트가 여성이라는 말이 있어.”
“여성? 배우에요, 아님 아이돌이에요?”
“그건 모르는데.”
“아니 무슨 아는 게 없어.”
“크흠, 그래도 누가 나오든 이미지 살리기 좋은 기회 아니냐? 낚시도 같이 배우면서 도와주고, 어? 그러다 보면 이미지 살리기 딱 좋지.”
어차피 그쪽도 낚시는 처음이라고, 그런 말을 들었다.
이래저래 낚시는 체력이 필요한 부분이 많았다.
‘보아하니, 그쪽도 상황이 급한 사람인가 보네.’
심지어 여성이 낚시 예능에 나오다니.
아무래도 여자 연예인들은 이런 야외 예능을 꺼리는 기색이 강했다.
힘들고, 피부도 햇볕에 그을리기 딱 좋았으니까.
그러니 리암은 이 기회에 이미지를 잘 살려볼 생각이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여성 연예인을 돕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면, 그럭저럭 좋은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생각으로 촬영지로 향하니.
“안녕하세요.”
“…….”
얼마 전, 영화에서 보았던 배우가 서 있었다.
, 그리고 에서 최근 인기몰이 중이라 하는 배우.
주서연.
그녀가 온갖 장비를 바리바리 손에 들고 자신을 마주 보고 있었다.
이상수는 솔직히 조금 떨떠름한 느낌이었다.
이 는 그에게 있어 힐링할 수 있는 유일한 예능이었다.
비록 방송이었지만, 그와 친분이 있는 송광민.
그리고 새로운 게스트들과 함께 낚시하며 즐기는 예능.
그 탓에, 어린 여배우가 이번에 게스트로 온다고 했을 때 내심 불편했다.
‘낚시에 대해 알고는 있을까.’
사실 아는 건 바라지도 않았다.
모르면 알려주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제대로 배우려 할지도 의문.
까마득한 원로 선배의 말이니 듣기야 하겠지만, 즐기는 척 연기만 할 수도 있었다.
배우인 이상수는 그런 연기가 전부 훤히 보였다.
그는 전부터 타인의 감정을 읽는데 탁월한 편이었으니까.
‘심지어 최근 연달아 히트작을 냈다면, 솔직히 안 봐도 뻔하겠어.’
딱히 주서연이라는 배우를 까 내리는 게 아니다.
인간이란, 무릇 그럴 수밖에 없다.
아역 때 이미 대 히트작을 찍은 뒤에 잠적.
그리고, 복귀 후에 연달아 두 번 히트했다면 오만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아직 십 대라면 더더욱.
그렇게 생각했지만.
“안녕하세요, 주서연입니다.”
꾸벅하고,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정갈하며 단아했다.
얼핏 서늘해 보이는 인상이었으나, 묘하게 따뜻한 분위기를 풍겼다.
마치, 앞으로 있을 일에 굉장히 기대하는 것처럼.
그런 감정이 여실히 느껴졌다.
“……이상수입니다. 서연 양은, 낚시 처음이라고 했던가요.”
“네.”
그렇게 말하는 서연은 이것저것 잔뜩 챙겨온 게 보였다.
낚싯대는 방송에서 준비해 주었기에 다른 것들을 가득 가져왔다.
예비용 장비나, 낚시에 쓰이는 채비들.
“저는 송광민입니다. 반가워요.”
상당히 덩치가 있는 송광민이 손을 내밀며, 서연과 악수했다.
그리고 악수를 한 그는 속으로 혀를 찼다.
‘역시 고된 일은 한 번 해본 적 없는 손이군.’
운동이나 한 적은 있을까.
살결은 말랑말랑하며 매끄러워서, 굳은살이 하나 없었다.
낚싯대를 손에 쥐고, 바다의 물살을 버텨내기엔 너무나 연약한 느낌이었다.
우선 체구도 작고, 몸도 가늘지 않은가.
큰 어종이 찌를 물기라도 하면 그대로 바다로 딸려 나갈 느낌이었다.
“선배님들께 인사드리겠습니다! 썬더스트의 리암입니다!”
“어휴, 그래요. 잘 부탁합니다.”
“말씀 편하게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힘차게 외치는 리암의 모습에 이상수와 송광민의 얼굴이 풀렸다.
이러나저러나 남자 쪽이 대하기 편한 것이다.
그런 첫 만남을 카메라에 담던 정승현 PD가 대충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오늘 저희는 이 완도에서, 지깅 낚시를 할 예정인데요.”
배를 타고 멀리 나가, 지깅 낚시를 진행한다.
그리고, 둘둘 팀을 나눠 서로 승부를 겨루는 게 의 기본 플롯이었다.
“크기는 어종 종류에 따라 급을 나누고. 가장 큰 어종을 잡은 쪽이 이기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참고로 많이 잡는 것은 딱히 점수에 들어가지 않았다.
어차피 마땅치 않은 것들은 전부 방생할 예정이었으니까.
“그럼 이동하죠.”
정승현 PD의 말과 함께 모두가 바다낚시를 위한 배로 이동했다.
“서연 양은 바다낚시 해본 경험이 있어요?”
“아뇨. 낚시용 배를 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아이고, 이거 힘들겠네.”
“괜찮아요.”
이상수는 웃으며 말했지만,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낚시용 배는 일반 배와 달리 장시간 바다 위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니, 자칫 뱃멀미가 있을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정말 괜찮은 건가?’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정승현 PD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야, 정승현 PD는 이래저래 전달 들은 게 많았기 때문이다.
“손가락으로 꿰뚫었다니까요.”
“무인도에서 나무 창을 던져 잡은 물고기가 수십 마리입니다.”
“나뭇가지를 비벼 불을 피웠다니까요?”
“근력이 엄청나게 강하다는 소문이 있던데…….”
“촬영에서 지친 모습을 본 사람이 여태 한 명도 없다고 합니다.”
……사실 어디부터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모를 것들이 가득하긴 했다.
아무튼 공통으로 말하는 건 체력이 좋다.
운동신경이 뛰어나다는 말.
그러니 낚시도 금방 배우겠지, 라는 생각도 있었다.
“우선 낚시가 다들 처음인 것 같으니, 자 봐요. 낚싯대는 이렇게…….”
우선 송광민이 나서서 서연과 리암에게 낚싯대를 사용하는 법을 가르쳤고.
“이, 이렇게 맞죠?”
“이야, 폼 좋네. 역시 요즘 젊은 애들이 잘해.”
리암이 먼저 낚싯대를 휘두르자 줄이 길게 늘어지며 바다 위에 풍덩 빠졌다.
“검지를 좀 더 줄에서 빨리 뗐으면 좋았을 텐데.”
“그, 다시 할까요?”
“뭘, 이미 잘했어.”
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두 원로 배우는 서연과 리암에게 말을 놓았다.
아무래도 존대로 진행하면 방송이 자칫 심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연 양, 자자, 겁먹지 말고 해봐. 할 수 있지?”
“네!”
서연은 의욕에 가득 찼다.
낚시!
솔직히 전생부터 줄곧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였다.
보는 입장에선 뭐가 저리 재밌나 싶었지만, 가끔 낚시에 성공하고 보여주던 사람들의 얼굴.
그들의 영상을 보며, 그 희열을 느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으니까.
‘희열!’
짜릿한 감정.
서연은 그것을 제대로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러니 의욕에 가득 차, 낚싯대를 적당히 힘차게 움켜쥐고.
힘차게 휘둘렀다.
순간, 피융, 하는 무언가가 쏘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 엄청난 파공성이 들리며 낚시대가 휘영청 휘어지며 미끼, 말하자면 물고기를 닮은 메탈지그가 날아갔다.
“오…….”
이상수는 낚시를 하며 메탈 지그가 직선으로 날아가는 건 난생처음 보았다.
보통 둥근 궤적을 그리며 날아갔을 메탈 지그가 직선으로 날아가 바다에 빠졌다.
아니, 거의 쏘아졌다.
맞았으면 사람이 꿰뚫렸을 것 같았다.
‘……방금, 뭐지?’
내심 첫 낚시치곤 썩 잘했다고 생각하던 리암은 눈을 비볐다.
낚시라는 게 보통 저렇게 되는 건가?
방금 낚싯대를 휘두를 때 난 소리도 섬뜩했고, 날아가는 메탈지그는 가히 탄환 같았다.
혹시 낚시라는 게 미끼로 물고기를 쏴 맞추는 건가?
“어음, 그렇게 힘차게 휘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묘하게 들뜬 기색이 느껴졌다.
“줄을 풀고, 줄을 풀고.”
아무튼 서연은 제대로 낚시에 대해 공부는 해온 모양이다.
미끼를 던진 후, 차분히 줄을 팽팽히 만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낚시.
분명 처음에는 리암에게 관심이 있었던 두 배우였지만, 이제는 서연에게 주로 시선을 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서연은 낚싯대를 잡은 서연의 자세는 아주 곧았다.
분명 제대로 연습해 왔을뿐더러.
지속적으로 미끼를 흔들어주는 저킹도 확실했다.
어지간히 체력이 좋지 않으면, 계속 저렇게 할 수 없었을 텐데 땀 한 방울 흔들리지 않았다.
“서연 양, 모자 안 가져왔어? 내 모자 줄까?”
“아뇨, 괜찮아요.”
서연은 어깨를 으쓱이며.
“태양 빛은 저를 어쩌지 못하거든요.”
이 하얀 피부는 여태 태양 빛에 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무적무쌍의 피부.
그래도 예의상 선크림은 발라줬지만, 사실 그조차도 필요 없었다.
“어, 그래?”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괜찮다니 괜찮은 거겠지.
반면 진짜 죽을 맛인 건 리암이었다.
‘힘들지도 않아?? 저게 말이 돼?’
서연은 신이 나서 쉬지 않고 낚싯대를 흔들고 있었다.
이게 해보면 알겠지만, 처음엔 할 만해도 계속 흔들면 팔이 빠질 것 같다.
애초에 보통 저런 식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서연이 계속 저러고 있으니, 리암은 눈치가 보이는 것이다.
대충 낚싯대를 놓고 구경만 하고 있자니 서연은 마치 열심히 하는 것 같고, 자신은 농땡이를 피우는 것 같지 않은가.
“둘 다 체력 좋네.”
“이야, 저희는 저렇게 못 하잖아요.”
반면 이상수와 송광민은 그저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참고로 이상수와 서연이 한 팀.
그리고 송광민과 리암이 한 팀이었다.
물론 그들은 서연 쪽이 비상식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냥 재밌으니 두기로 했다.
“아.”
그때, 서연에게서 무언가 입질이 왔다.
“오, 왔네, 왔어. 느낌이 어때?”
“이거 이대로 릴 감으면 되는 거예요?”
태연한 서연의 말에 이상수는 작은 물고기가 잡혔구나 싶었다.
“침착하게 릴 감고, 혹시 힘에 부치면 도와줄까?”
“괜찮아요!”
서연이 신중한 얼굴로 팔을 당기며 릴을 감았다.
혀를 살며시 내문 모습을 보면 제법 힘을 주고 있는 모양.
‘참돔인가? 아니면 광어?’
이중 참돔만 되도 승리를 점칠 수 있었다.
되도록 5짜(50cm)이상이길 바라며.
그렇게 보는 순간, 서연의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가 얼굴을 드러냈다.
“오! ……오?”
처음에는 제법 크다.
그렇게 느꼈지만, 어째 좀 뭔가 원근감이 이상했다.
물고기가 좀 큰데?
그것도 아주 많이.
“저, 저저저저.”
정승현 PD가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서, 서연 양! 위, 위험하면 줄 풀어요!”
놀라는 정승현 PD의 반응에 리암이 고개를 돌렸다.
이상수와 송광민도 서연 근처로 붙는 게 보였다.
무슨 일이지?
뒤늦게 리암이 그쪽으로 서둘러 달려가자.
“……어?”
거대한 물고기가 서연의 낚싯줄에 매달려 질질 끌려오는 게 보였다.
그 크기는 대략 리암, 본인의 신장과 비슷할 정도였다.
“아니, 잠깐! 이게 뭐야!”
“어서 서연 양을 도와요, 도와!!”
하지만 서연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요, 제가 더 강해요!”
“아니, 강한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 크기는 1미터 70cm의 돗돔.
완도에서 한 해 수십 마리밖에 잡히지 않는다는 초희귀 어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