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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서연에게 조하린은 몸에 맞지 않는 연기였다.
통통 튀는 연기.
짝사랑을 하는 소녀.
그리고, 타인의 사랑에 겁먹고 낯설어하는 풋풋한 아이.
내심 그런 것이 어울릴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최선을 다했지만, 내심 자신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고.
‘하지만.’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대본을 떠올린다.
변화된 내용.
그리고 대사들.
당연히 그에 따라 연기를 펼치기 위해 생각해 둔 감정선도 자연스레 변화한다.
민세희 작가는, 되도록 서연의 의견을 극본에 반영해 주었다.
최대한 담백하게.
아마 박정우의 말을 듣고 일부 추가적으로 수정을 한 모양이었다.
“아직 준비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마, 박정우는 그렇게 말한 모양.
틀린 말은 아니었다.
박정우가 보기에 서연은 아직 그런 연기를 펼칠 만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여겼던 거겠지.
그러니, 그 의견을 반영한 극본.
하지만 그게 전부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만약 전부였다면 배우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하지 않았을 테니까.
“혹시 연기의 색이 맞지 않을까 봐 걱정하지는 마세요.”
마연우가 자신을 응시하는 게 느껴졌다.
정말 괜찮냐는 시선.
그야 아무리 ‘박민율’을 마연우의 색깔에 맞췄다고 해도 전부 같을 수는 없다.
“연기는 제가 선배잖아요?”
“……뭐, 상관은 없는데.”
마연우는 평소와는 묘하게 분위기가 다른 서연을 보며, 픽 웃었다.
뭐 아무렴 어떤가.
평소보단 차라리 이쪽이 대하기 편한 느낌이다.
‘감정을 잡는다.’
흔히 촬영 전 배우들이 준비할 때 쓰는 말이다.
여태 마연우는 이 를 촬영하며, 단 한 번도 서연이 감정을 잡는 모습을 못 보았다.
순식간에 표정이 변하고, 감정이 변하는 모습은 그 짧은 분량에도 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니, 송소하 역을 맡은 차나희가 얼마나 고민하는지도 알고 있었고.
‘그래, 이게 감정을 잡는다는 건가.’
세트장을 응시하는 서연의 눈빛은 붉은색이 일렁이고 있었다.
참으로 강렬한 빛깔이다.
예전에 함께 아이돌을 준비하던 멤버들도 저런 눈빛을 한 적이 있었지.
문득 그런 과거가 떠올랐다.
눈앞의 배우에게서, 과거 연습생 시절 빛나던 멤버들의 모습을 떠올린 것이다.
그런 풋풋함.
열정.
그것이 또렷한 형태가 되어 마연우의 눈에 박혀 들었다.
“그러니 최대한 아이돌처럼 해주세요.”
서연은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
평소 서연이 아닌, 다른 얼굴.
아마 조하린.
차서아의 그림자는 아주 조금조차 느껴지지 않은 밝고 명랑한 아이돌.
“할 수 있죠?”
주먹을 내밀며 말하는 서연의 모습은, 기합이 넘쳤다.
아니 명랑하다고 해야 하나.
이 모습, 언젠가 본 적이 있었는데.
‘아, .’
동료 멤버들이 숙소에서 보던 예능.
마연우는 그때 스쳐 지나가듯 보았던 서연의 모습이 있었다.
잊고 있었는데 지금 떠 올랐다.
그래, 예능에선 이런 느낌이었지.
“당연하지.”
박민율과 마연우는 다르다.
그야, 박민율은 오디션 프로에 지원한 연습생.
그리고 자신은 저스트엑스의 멤버다.
비록 배우로선 신인일지도 모르지만.
“나, 마연우야.”
탑 아이돌(TOP IDOL).
애초에 연습생인 박민율과는 급부터 달랐다.
RY 엔터테인먼트.
저스트엑스의 소속사.
대한민국 3대 매니지먼트에 속하는 초대형 매니지먼트.
“마연우가 에 출연한 건 실수였어.”
배우 매니지먼트 본부장, 이휘록은 입이 썼다.
그도 그럴 게, 이후로 마연우의 이미지가 상당히 실추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발 연기로 재미는 챙겼잖아요.”
“송 과장,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이휘록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 때문에 지금 내가 아이돌 사업부에 얼마나 두들겨 맞는 줄 알아? 애 이미지를 다 깎아 먹는다고.”
“……드림 퓨처가 그리 막장일 줄 알았습니까.”
“그래도 시청률은 그럭저럭 나오는 편인 것 같지만 말이지.”
그래, 그럭저럭.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물론, 초반 훌륭한 스타트에 비하면 힘을 못 쓰는 건 맞았다.
하지만 이런 주제로 이 정도면 꽤 훌륭히 선방한 것이다.
‘각본가가 머리를 썼어.’
아마 사업부에서 이 기획을 들었을 때, 드라마 작가는 굉장히 고충이 심했을 것이다.
감성이 우선 낡았고, 청춘 드라마라는 장르 자체가 여러모로 대중에겐 낯설었으니까.
는 KMB에서 직접 기획하여 만든 드라마.
작가가 오리지널로 구상한 드라마가 아니다.
당연히 순수한 자신의 창작이 아니니, 드라마 작가의 입장에선 극을 구상하기 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니, 작가는 이걸 최대한 가볍게 템포를 우습게 가져갔다.
비웃음은 살지 모르나 적어도 노래에 힘을 실어 라이브 씬에는 확실히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가벼운 부분은 확실히 가볍게 가져가며 균형을 맞춘 것.
물론 이유는 몰라도 중간중간 구멍이 있었지만,
‘뭐, 그와 별개로 마연우가 너무 발연기야.’
사실 발연기처럼 보이는 거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곁에 박정우가 있어, 연기력에서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짧게 짧게 얽히는 주서연도 문제였다.
RY에서 놓친 신인 배우.
아니, 아역부터 시작했으니, 신인은 아닌가?
‘확실히 좀 아깝네.’
짧게 등장하는 것만으로 그 정도의 존재감을 만들었다.
거기에, 를 본 후론 그 아쉬움이 더 강해졌다.
‘악역만 하는 것을 보면, 연기 스펙트럼에 한계가 있을지도.’
애초에 인상부터 그렇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면 의 1화가 걸렸다.
거기서 보여준 조하린의 라이브씬.
그 정도가 또 나와준다면 혹시 몰랐다.
“송 과장.”
“네?”
“오늘 7화가 방영하던가?”
“아, 마침 지금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 송 과장의 말에 이휘록은 눈짓했다.
사무실에 있는 커다란 TV를 키라는 뜻이다.
‘자기는 손이 없나.’
구시렁거리면서도 송 과장은 눈치를 보며, 7화로 채널을 돌렸다.
마침,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지 드라마가 방영 중이었다.
“그런데 본부장님은 보셨습니까?”
“그럼, 자네는 안 봤나?”
“봐, 봤죠.”
사실 안 봤다.
2화부터 오글거려서 껐으니까.
하지만 이휘록은 전부 봤던 모양.
마연우 욕을 그리했으면서도 자사 배우가 출연했다면 늦게라도 다 확인하는 모양이다.
‘마연우와 주서연이 주역이 되는 에피소드.’
극본이 변경되었다고 들었다.
비중은 챙겨주겠다고 했지만, 비교적 마연우에게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아니, 이쯤 서서히 물러나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애초에 발연기로 논란을 생산하고 있었으니, 비중을 줄이는 게 이득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휘록은 TV를 응시했다.
“노트북으로 채팅창 화면도 켜놔. 이거 인터넷으로 중계도 같이하는 거 알지?”
“아, 네네.”
바쁘게 움직이는 송 과장.
그가 앉은 자리 옆에 노트북으로 채팅창을 확인할 수 있게 두었다.
-
오늘 오디션 파트인데 하....
-
제발 오글거리지만 마라
-
그래도 노래는 좋잖아 한잔해
시작부터 그런 채팅이 올라왔다.
이휘록은 채팅이 올라오는 속도를 확인했다.
‘줄지 않았다.’
이 말은 즉, 를 보는 고정 시청층이 있다는 뜻이다.
‘비중은 늘었고.’
처음 시작부터 조하린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여태 비중이 적었던 조하린에게 포커싱하며, 박민율이 그녀에게 조금씩 마음을 드러낸다.
김시환에 대한 마음을 접어가던 조하린은, 그런 박민율의 행동에 당황했고.
「어떡하지, 이제 오디션인데…….」
조하린은 그리 중얼거리며 울상을 지었다.
김시환이 송소하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조하린은 조용히 그를 응원하며 마음을 접기로 했다.
하지만 마음을 접는다고 하여, 그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하아」
한숨을 토하는 조하린의 모습에.
-
잠깐
-
이거 혹시 스릴러 드라마인가요?
-
왜 박민율이 죽을 것 같냐
-
맨손인지 보여줘
최근 의 영향인지 그런 채팅들이 자주 보였다.
조하린과 차서아를 엮어가는 채팅들.
이건 대중에게 서연이 얼마나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는지에 대한 증명이기도 했다.
「……나는.」
박민율의 마음에 대해, 조하린은 고민한다.
곧 있을 오디션은 조하린과 박민율 둘 중 한 명은 필히 떨어지게 된다.
서바이벌 미션이니까.
그러니, 박민율도 딱히 조하린에게 마음을 전하지는 않았다.
조하린도 알게 된 건 어디까지나 우연.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은 자신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탑 텐을 선발하는 마지막 미션.
조하린과 박민율의 듀엣.
곡은 신나는 아이돌 곡.
사랑을 나타내는, 발랄하기 짝이 없는 그 곡이 마지막 미션 곡이었다.
참고로 이 곡은 조하린이 직접 고른 것이었다.
박민율은 자신에겐 분명 까다로운 곡일 텐데도, 그런 조하린의 의견을 존중해줬다.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무대가 시작하기 전, 심사위원이 그리 물었다.
하고 싶은 말.
그에 대해 조하린이 망설이자.
「최선을 다해 꼭 이기고 탑텐으로 갈 생각입니다.」
먼저 답한 건, 박민율이었다.
그리 말하며 마이크를 넘기는 그의 눈을 조하린은 잠시 바라보았다.
단호한 말.
그리고 이건, 박민율이 보내는 신호였다.
무대 위에서 망설이지 말라는.
「저도, 저도 마찬가지예요.」
마이크를 넘겨 받은 조하린은 말했다.
「탑텐으로 갈 거예요.」
그렇게 답하며 박민율에게 씩 웃었다.
박민율은 그런 조하린을 보며 픽 웃었다.
그런 둘의 모습에 심사위원은 웃었다.
관중들의 환호.
사방에서 빛을 비추며 무대가 밝아진다.
청량한 아이돌 곡.
먼저 나선 건 박민율이었다.
-
연우야 제발.
-
왜 항상 노래할 때 얘가 제일 먼저 나옴?
-
현역 아이돌이라 그런 듯?
-
거품아이돌 저스트엑스 그만 좀 밀어줘라
늘 그렇듯, 마연우,
아니 박민율이 앞으로 나오자, 채팅창이 비난으로 가득 찼다.
분위기에 올라타 비난하는 이.
혹은 저스트엑스의 안티팬.
어설픈 마연우의 연기를 진심으로 비난하는 이들까지.
그런 이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카메라가 움직이며 박민율의 모습을 한가득 잡는다.
자신 있는 얼굴.
무대를 나아가는 거침없는 발걸음.
-응?
여태까지 박민율이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이었다.
갑자기 무대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이.
스포트라이트가 한순간에 박민율에게 쏠렸다.
심사위원의 얼굴이 교차되며, 박민율의 입에서 청량한 목소리가 울린다.
리듬을 타며, 춤추며 움직이는 워킹.
누구라도 알 수밖에 없었다.
탑 아이돌.
저스트엑스는 한국이 아닌, 현재 K-POP을 해외로 진출시키는 가교 역을 맡고 있는 아이돌 그룹이었다.
논란은 있었으나, 그 실력만큼은 분명 위에서 세는 게 빠른 그룹.
그중, 마연우는 보컬을 담당하는 실력파 아이돌이었다.
그것을 본 이휘록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연기?
아니.
‘이건 마연우다.’
이 화려한 무대에 모두가 순간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곧 눈치채겠지.
지금 무대 위에 있는 게 박민율이 아니라, 마연우라는 걸.
이것으로 만족하는 팬이 있을지 모르나.
드라마사업부 본부장인 이휘록은 눈이 가늘어졌다.
이건 배우가 아니라, 아이돌이잖은가.
옳은 선택이지만, 만족스러운 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
카메라가 움직이며, 마연우을 향해 손을 뻗는 서연을 잡았다.
조하린.
시골에서 상경한, 발랄한 소녀.
해맑고 명랑한 그녀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마연우의 노래를 받았다.
기교는 부족했다.
그야 가수가 아니니까.
하지만 음색에서 선명한 감성이 느껴졌다.
마연우에게 향했던 스포트라이트가 단번에 향하며 서연의 뒤를 쫓았다.
동시에 마연우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춤과, 그 얼굴이 화면에 가득 담겼다.
화면에 흘러넘치는 그녀의 감정이 사방으로 번져나갔다.
풋풋한 마음.
마연우의 부족한 연기를 그녀가 노래하며 유도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라고.
무심코 시청자들이 탄성을 내뱉을 만한, 그런 사랑스러운 연기.
마연우는 그 연기를 쫓아간다.
서연은 유도하고 있었다.
마연우는 배우로서 부족한 부분이 많기에, 당연히 어설픈 부분이 있었지만.
그것을 서연의 연기가 덮었다.
반대로, 서연은 아이돌이 아니기에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는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커버한 건 마연우였다.
연기가 아닌 것처럼 자연스럽게.
탑 아이돌이라 보일 수 있는 무대의 대응.
그것이 마치 연기처럼 나타난 것이다.
눈을 뗄 수 없었다.
채팅창의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드라마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그것을.
송 과장도.
이휘록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의 시선도 드라마에 고정되어 있었으니까.
‘아깝다.’
처음으로.
RY 엔터테인먼트의 본부장, 이휘록은 그것을 보며 생각했다.
‘반드시, 데려와야 했는데.’
주서연.
10년만에 복귀한 아역.
그 연기력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고.
잠깐 화제성이 크게 늘어난 배우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착각이었다.
참으로 멍청한 판단.
통한의 실책.
그런 말들이 이휘록의 머릿속에 빙빙 맴돌았다.
그리고, 그런 후회와 함께.
「감사합니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본격적인 의 역주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