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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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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희는 어떠한 인물인가.

솔직히 서연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타인을 향한 애정에 극도로 내몰린 인간.

전생에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애정을 품어본 적이 없고.

이번 생애에는 올바른 사랑만을 받아, 비틀린 사랑에 대해 알지 못했다.

타인에게 품는 애정이란, 서연에게 너무나 멀었기에 홍정희가 배성학을 집착하는 이유를 이해 못했다.

그것을, 표지우의 연기를 통해 보충했다.

그녀가 민서호에게 품었던 감정.

그가 배신했을 때 살의를 품었을 정도로 강렬한 그 감정을.

마치 오래된 흑백 텔레비전처럼.

무성영화를 보듯.

서연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분명 이해할 수 없음에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애정.

한번 그것을 품게 되면, 놓고 싶어도 쉽사리 놓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문득.

서연은 전생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면 자신의 부모도 그러했다.

비틀리고, 다그치고.

괴로워 했음에도 끝내 자신을 놓지 않았다.

집착.

부모의, 연인의.

서연은 그것을 한 번씩 바라보며 몸을, 입을,

얼굴을 움직였다.

“너는 너무 욕심이 많아.”

캐릭터 해석을 위한 담론을 나누며 심청석은 그리 말했다.

“완벽한 인간은 없고.”

그러니 캐릭터의 해석이란 사람마다 다르며.

“네가 맡은 배역도 결국 결함 덩어리인 인간이지.”

타인의 애정을 갈구하며 망가져 버린 인간.

“그러니 애초에 올바른 애정 연기는 맞지 않아.”

그러니 네가 연기를 하면, 관객들은 속아 넘어갈 거다.

심청석은 그리 말했고.

서연 본인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느낀 홍정희라는 인간의 강렬함을 표현한다.

열등감, 절망감, 질투, 집착, 애정.

그 복합적인 감정을 나열하며, 그 순서를 배정한다.

그리고, 서연이 그 첫째에 둔 감정은.

「……잘못 됐다면 바로 잡아야지.」

집착.

「생각해봐, 언제부터 오빠가 달라졌지? 언제부터, 어디를 갔을 때. 무엇을 했을 때.」

어두워진 조명 아래, 홍정희의 독백이 시작된다.

마치 구체 관절 인형처럼 삐걱거리는 동작.

「2월 22일에 팬미팅. 27일 광주에서 열린 행사. 3월 연습에 따로 접촉한 사람은 없었어」

구부정한 허리, 긴 흑발은 얼굴을 덮으며 흘러내리며.

그 머리카락 사이로, 관객들을 향해 눈동자가 움직인다.

「4월, 봉사 활동을 위한…… 시설에 방문.」

붉은 눈.

온갖 감정이 어우러진 붉은 눈.

제대로 보이지 않음에도 그 눈동자 만은 무엇보다 선명히 관객들에게 닿았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으며.

배성학의 스케줄을 하나부터 열까지 꿰고 있는 홍정희에 대한 이질감.

그 기괴한 집착이 관객들에게 선명히 정해졌다.

‘왜 저렇게까지 하는가?

아마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거다.

답은 간단했다.

배성학을 향한 그녀의 집착이 그녀를 움직이는 것이다.

느릿하게.

늘어지는 걸음걸이.

뚜벅, 뚜벅.

무대 위를 가로지르며 홍정희의 발이 움직인다.

「찾아야 해」

관객석을 향해, 한 번씩 머리를 기울이며.

마치,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반드시.」

홍정희와 눈이 마주친 관객은 그대로 얼어버려 입 한번 뻥긋하지 못했다.

이내 홍정희의 몸이 관객석에서 떨어지며 몸을 돌린다.

주변을 짓누르던 긴장감이 잠시 흩어지던 순간.

홍정희의 몸이 휙 돌아가며, 순식간에 관객석을 향해 달려든다.

“!!”

순간, 관객들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찔했다.

마치 홍정희가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것 같았으니까.

아니, 코앞에 홍정희의 얼굴이 다가온 느낌이었다.

하지만, 홍정희의 발은 무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 끝.

「너구나.」

무대의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발을 걸친 홍정희는 관객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래, 너였어.」

점차 조명이 더욱 어두워지며.

「너였어, 송민서.」

완전히 암전되는 시야.

그제야 관객들은 겨우 안도하며 숨을 토할 수 있었다.

숨 막히는 홍정희의 존재감에 전율하며.

‘무대를 백분 활용하고 있어.

배진환 감독은 손이 근질근질했다.

이 광경을 하나하나 전부 메모하고 있었다.

입가를 매만지면 자신도 모르게 희열에 찬 미소가 지어진 걸 느꼈다.

‘이게 끝은 아니겠지? 주서연.

보고 싶다.

그녀의 다음 연기를 어서 빨리.

아마 그런 마음은 배진환 뿐이 아닐 것이다.

홍정희의 역은 어디까지나 빌런.

극 중 악역.

그 악역이 연극을 사로잡고 있었다.

‘하지만, 연극으로서는 좋지 않아.

주연이 주연 같지 않으면 극의 인상이 흐려진다.

오늘 이 연극을 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겠는가.

‘악역이 대단하더라, 연극? 연극은 그냥 그랬어.

분명 이럴 것이다.

그건 배우로서도, 연극으로서도 좋지 않다.

‘과연.

어떻게 할까.

이대로 주서연이 주도하는 연극으로 끝날 것인가.

배진환의 그런 생각과 함께 흘러가는 3막을 지켜보았다.

본격적으로 얽혀가는 두 남녀.

주연인 배성학과 송민서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 중간중간, 그들이 지나가는 길에 대사 하나 없이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하나.

홍정희.

그때마다 사람들은 마음을 졸이며, 상황을 지켜본다.

혹시나 홍정희가 무슨 짓을 할까 봐.

그리고 4막.

홍정희가 전면에 나서며, 배성학과의 본격적으로 마찰을 빚는 순간.

주서연과 심청석.

심청석과 주서연의 연기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순간.

「제정신입니까?!」

배성학의 외침이 무대를 갈랐다.

송민서와 함께 있을 때는 무난했던 그의 연기가 달라졌다.

날 선 감정이 갑자기 날아와 박혔다.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은, 아까 홍정희와 마주했던 배성학의 연기를 떠올렸다.

순간, 달라졌던 그의 연기.

‘이게, 진짜 실력인가?

‘배우에 따라, 톤을 조절하는 거야.

새삼스러운 눈으로 심청석을 본다.

하지만 심청석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주서연.

무대 밖에서는 볼 수 없는 그의 얼굴 아래.

사나운 미소가 떠올랐다.

‘겨우 첫걸음 내디뎠을 뿐인 신인에게 지고 있을 마음은 없거든.

미소에선 마치 그런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이돌 배성학.

본디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배역.

하지만.

그의 분위기가 일변한다.

선량한 인상의 아이돌 배우, 배성학으로.

「홍정희 씨. 그동안 혹시나 했죠. 설마, 당신이. 언제나 제 공연을 응원해준 당신이, 어째서!」

배성학은 공연을 무사히 끝내고 기이한 불안감을 느낀다.

분명 무대가 끝나고 만나기로 한 송민서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문득, 떠올린다.

오늘 공연에 홍정희가 보이지 않았음을.

언제나 그의 공연을 쫓아오던 여자.

소중한 팬이었으나, 최근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

송민서를 향한 진득한 살의를 느끼고 있던 차였다.

그것을 떠올린 배성학은 송민서와 홍정희를 찾아 달렸다.

그리고, 간발의 차로 끼어들 수 있었다.

「왜 민서 씨에게……!」

「민서 씨?」

흐, 하고 낮은 웃음이 들린다.

번들거리는 안광이 배성학을 향한다.

「언제부터, 그렇게 친근해졌어요, 오빠?」

그 목소리는 지극히 고요했다.

고저 없이.

감정마저 배제된 듯한, 소름 끼치는 목소리.

여태 홍정희가 나타내던 격렬한 감정은 감쪽같이 감춘 그런 음성.

그것이.

「나한테는 그런 적 없잖아.」

점차 격정적으로 변해간다.

그의 옷깃을 잡고.

그를 벽에 밀어 붙인다.

「나한테는 그런 적 없잖아!!」

비명과도 같은 외침과 함께, 배성학의 옷깃을 틀어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내가 뭐가 부족해서. 내가 훨씬, 훨씬 전부터 좋아했는데.」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분했다. 대체 무엇이 자신이 부족해서.

아니, 안다.

자신은 배성학에게 위안이 되어주지 못한 거겠지.

홍정희는 결국 팬이었고.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송민서는 그의 팬이 아니었다.

아이돌이 아닌, 그저 평범하게 다가온 남자에 불과했다.

그 차이가.

아니, 그것만이 아닌가.

홍정희는 숨을 헐떡이며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부족하지 않아요.」

그 떨림을 덮으며, 배성학은 말했다.

「당신은 언제나 제게 과분한 팬이었습니다.」

그러니.

「이 이상,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주세요. 부탁합니다. 정희 씨.」

목소리에 담긴 간절한 부탁.

그 말에 홍정희는 멍하니 그를 바라본다.

처음으로, 그의 아이돌이 자신에게 향한 부탁에.

그저 멍하니.

그 광경을 모든 관객이 넋을 놓고 본다.

그리고 그 관객석에 가만히 앉아있던 여성.

‘……틀렸어.

조서희는 엄지손톱을 물어뜯었다.

‘뭐 하는 거야, 지금.

조서희의 시선이 향한 건 주서연이 아니다.

그 뒤에 있는 ‘송민서’ 역의 배우, 이혜진.

분명 팜플릿에 그리 적혀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미 조서희는 이 극을 보기 전에 대략적인 줄거리나 리뷰를 훑어보았다.

영상도 살폈다.

기존 연극과 분명 달라지리라 예상했으니까.

그 주서연이 끼어든다면.

그러니 잘못된 점을 대번에 알았다.

분명 이 장면에서, 송민서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송민서는 차마 둘의 연기에 끼어들지 못한 채 얼어있었다.

‘극을 망칠 셈이야?

주서연.

이전에 보았던 밝은 별빛이 아닌.

어둠을 발하는 그녀의 모습에 조서희는 심장에 닿는 서늘함을 느꼈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연극을 해본 적이 없는 것이 뼈아팠다.

하지만 얼어있는 송민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대로 조금만 지나면 관객들이 이상함을 느끼겠지.

배우가 한 ‘실수’를.

그때.

「송민서!!」

억누른, 무대를 가르는 홍정희의 외침이 들렸다.

「너, 너 지금 이겼다고 자만하는 거야? 왜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보는데!!」

조서희는 느꼈다.

‘극에 없었던 대사.

애드리브.

송민서는 본래 ‘귀머거리’ 설정이다.

당연히 지금 홍정희의 외침을 들을 리 없었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것을 순간 인지하지 못했다.

설령 알았어도, 홍정희가 외친 마지막 발악처럼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조서희는 안다.

이것은 송민서를 향한 게 아닌, 배우 이혜진을 향한 외침이다.

그와 동시에, 나약해진 홍정희의 존재감이 훅 줄어들었다.

「민서 씨, 괜찮아요?」

그리고 그에 맞춰 배성학의 시선이 송민서를 향한다.

수화를 더해, 그녀가 귀머거리임을 관객들에게 뒤늦게 자각시킨다.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죽었던 송민서의 존재감이 단숨에 살아난다.

강제적으로 관객의 시선을 송민서에게 향한 것이다.

「저, 저는 괜찮아요.」

이혜진은, 송민서는 간신히 대사를 내뱉는다.

순간 발성이 살짝 무너지고 목소리가 떨렸으나, 상황이 상황인 지라 마치 연기처럼 느껴졌다.

당황한 송민서의 감정으로 말끔히 속여 넘긴 것이다.

이혜진도 배우다.

당연히 그 사실을 알았고, 이 실수를 만회해야 했다.

마음을 다잡고.

심호흡을 한 번.

「정희 씨.」

이어질 많은 대사가 있었다.

하지만 이혜진은 느꼈다.

여기서 말을 길게 이어 나가선 안 된다고.

「미안해요.」

조심스레, 송민서는 눈물을 흘리는 홍정희를 안았다.

그녀를 보듬어주며, 살며시.

「정말, 미안해요.」

자신을 향해 폭력과 비난을 내뱉었던 홍정희를 향한 용서.

송민서는 그저 조용히 홍정희를 안아주어 그것을 나타냈다.

「흑.」

방울방울 떨어지던 눈물이 처량하게 흘러내린다.

서러운 홍정희의 울음과 함께.

4막이 완전히 마무리 지어졌다.

그리고 그것이.

극 중 홍정희의 마지막 등장이었다.


“와, 연극은 이렇구나. 처음 봤는데 장난 아니네?”

“이거 예전에 봤던 거랑 대사가 좀 달라. 근데 이것도 괜찮네.”

“그래? 근데 남배우 엄청 잘생겼더라. 진짜 아이돌 아냐?”

이어 6막을 마지막으로 는 완전히 마무리 지어졌다.

두런두런 화제를 나누며 빠져나오는 관객들.

그런 그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화제가 무엇이었냐면.

“홍정희 역을 맡은 애가 그 연화 공주 맞지?”

“전혀 그런 느낌 안 들더라. 나 솔직히 무서워서 중간에 나갔다 올 뻔 했잖아.”

“아, 진짜. 그래도 마지막엔 조금 불쌍하더라.”

바로 홍정희 역의 주서연.

그 정도로 서연이 보여준 홍정희의 연기는 파격적이었다.

순간적으로 관객들을 얼어붙게 만들던 연기가 아직도 눈을 감으면 선명히 떠올랐다.

“후우.”

그건 배진환 감독과, 차동진 프로듀서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방금 극의 여운에 잠긴 채, 한숨을 내쉬었다.

“……어땠죠?”

먼저 입을 연 건 차동진 프로듀서였다.

묘한 기대감이 깃든 목소리.

배진환은 그런 그의 기대에 공감했다.

“반성했습니다.”

“반성이요?”

배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10년 만의 복귀. 연화 공주의 이미지가 강해, 분명 조금 위험하다 생각 했습니다만.”

무대를 거닐며 관객석을 바라보던 서연이 떠올랐다.

본래 홍정희는 그 정도로 강렬한 캐릭터는 아니다.

메인 악역이지만, 강렬함보다는 ‘불쾌한’ 캐릭터다.

“이것도 좋네요. 새로운 해석이었어요.”

“4막 마지막 대사도 달랐죠?”

“예.”

둘은 거기까지 말한 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랑 같은 생각이시죠?”

“물론이죠.”

열일곱이라는 어린 나이.

처음에는 그것이 걸렸으나,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해봅시다.”

이번에 그들이 촬영할 영화 ‘더 체이서’의 악역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둘이 예상치 못한 문제가 하나.

“……네? 주서연 배우. 지금 소속사가 없어요?”

“?”

서연에게 대본을 전달하고, 연락을 넣으려던 둘은.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하고 말았다.

정작, 연락을 넣을 수단이 없다는 것.

그 절망감에 배진환과 차동진이 머리를 싸매던 순간.

그때, 정작 당사자인 주서연은.

“…….”

연극이 끝난 후의 뒤풀이.

그 자리에 쫓아온 두 남녀.

“……하.”

“흥.”

박정우와 조서희.

그 둘의 틈에 끼어 눈치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