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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조하린이라는 배역에 대해 솔직히 생각이 많았다.
는 기본적으로 2인씩 커플이 짝지어진다.
김시환과 송소하.
박민율과 조하린.
하유성과 진혜민.
구성적으로는 그렇다.
그중 조하린은 유독 복잡한 서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김시환을 향한 짝사랑이었다.
‘짝사랑이라.’
솔직히 서연으로선 짐작조차 어려운 감정이었다.
서연은 타인과의 감정교류는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친구를 제대로 사귀지 못하는 건, 아마 그런 이유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우정.
그에 대해서도 마땅한 정의를 찾지 못했기에.
유일하게 오랫동안 만나온 이지연과 이어져 온 연결에 우정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짝사랑은.’
서연은 어두운 거실에서 홀로 TV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를 찍으며 이제 일상이 된 모습이었다.
시간이 남을 때면, 서연은 틈틈이 연애, 혹은 로맨스 드라마를 보았다.
통통 튀는 개성을 가진 였지만, 사이트의 소개에 나와 있듯 개그 드라마는 아니었다.
엄연히, 등장인물들의 정신적 성장에 맞춘 청춘 로맨스 드라마였다.
배경은 아이돌 오디션을 통해 진행되며, 그 오디션에 참여한 6인의 아이돌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잘, 모르겠네.”
공감.
예전에는 그에 대한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요즘은 알 수 있었다.
감정 모사가 아닌, 메소드로 진입하기 위해선 결국 배역에 깊이 공감해야 했다.
즉, 반대로 공감할 수 없는 배역은 애초에 메소드 자체가 어려웠다.
‘조하린은, 역할 상 깊이 몰입할 필요가 없는 배역.’
애초에 가볍고 발랄한 캐릭터다.
순수하게 연기를 한다면, 서연은 충분히 잘할 자신이 있었다.
이미 사전에 방영된 ‘웹 프로모션’에서 보여준 서연의 연기는 호평.
첫 촬영에서도 다들 엄지를 치켜들었다.
아무래도 아이돌의 연기와 비교하다 보니 그런 것이 더 부각되기 때문이다.
다만.
서연은 계속 마음에 뭔가 앙금처럼 남았다.
본래부터 단순히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참여한 드라마였음에도.
“그래서.”
박정우는 차가운 아메리카노의 빨대를 움직이며 말했다.
“연애해 봤냐고?”
“네.”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며 서연의 말에 박정우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이가 없어서.’
대충 촬영장 인근의 카페.
둘은 적당히 모습을 숨기고 만난 탓에 그들을 알아보는 이들은 없었다.
‘그런 질문이 굉장히 위험하다는 걸 모르나?’
만약 그가 서연에 대해 알지 못했다면 오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심지어 에서 박정우의 배역이 뭔가.
조하린이 짝사랑하는 김시환이었다.
그러니,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질문.
‘이런 것에 대해 그만큼 낯설다는 거겠지.’
가끔 서연은 이상할 정도로 무지한 구석이 있었다.
여태 정우는 그것을 곁에 지켜보며 깨달았으며, 그 행동이 대부분은 공유하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타인과 얽혔을 때 느낄 수 있는 특정한 감정.
분노, 질투, 혹은 지금과 같은 사랑.
서연은 그런 감정을 마치 모르는 것처럼 행동할 때가 있다.
하지만 분노나 질투는 몰라도, 사랑의 경우엔 정우도 할 말이 없었다.
그야.
“없다.”
“네?”
“여태 내가 얼마나 바쁘게 살았는지는 알아?”
애초에 학교도 제대로 다닌 적이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쭉 아역.
광고, 드라마, 영화 촬영의 연속.
그러니 애초에 사람과 교류한 경험이 많지 않았다.
가끔 얽히는 배우들이 전부.
당연히 어린 여배우나 아이돌 중 박정우에게 접근한 이도 있었지만.
“그럼, 무리겠네요.”
“하.”
대충 서연이 자신에게 뭘 물어보려고 연락했는지 알겠다.
그야, 서연이 아는 이 중에 그녀보다 연기 경력이 긴 선배 배우는 박정우뿐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쉽게 연락할 수 없는 이들.
골몰히 생각에 잠긴 서연을 보며, 박정우는 말했다.
“뭐, 나는 무리여도, 마침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 있지.”
서연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 훤히 보였다.
정우가 아는 한, 또래의 배우 중 서연만큼 연기에 진지한 녀석은 없었다.
아마 이런 말을 하면 정작 본인은 부정하겠지만.
‘승부욕인지, 아니면.’
가끔 정우는 서연을 볼 때, 그녀의 연기는 어떤 탐구처럼 느껴졌다.
새로운 배역.
새로운 장면.
그것을 하나하나 찍을 때마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 같았다.
물론 정우는 그게 뭔지는 모른다.
그렇다면, 알만한 사람을 소개해 주는 수밖에.
“네? 누구인데요?”
“너도 아는 사람.”
그렇게 박정우는 잠시 어딘가에 연락했고, 거침없이 발걸음을 움직였다.
오늘 촬영을 마치고 나왔던 방송국.
그리고 2층에 올라가자, 세트장이 있었다.
아마 어떤 광고를 찍고 있었던 모양.
그리고, 서연은 그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정은선 배우님.”
서연의 말에, 한 여성이 등을 돌렸다.
10년 전에 보았을 때보다 더욱 주름이 깊어진 원로 배우를.
“오랜만입니다.”
정은선은 성장한 서연을 보며 차분히 고개를 숙였다.
스태프들이 특별히 마련해준 대기실에서, 서연과 정은선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솔직히 서연은 오랜만에 만난 정은선을 보며, 이전과 달리 술렁이는 가슴을 느꼈다.
‘긴장.’
과거에는 그다지 느끼지 못했던 감정.
하지만 사춘기를 겪으며, 온갖 감정을 겪으며 느끼게 된 감정.
“오히려 전보다 나이에 맞는 얼굴이 되었네요.”
“그런, 가요?”
서연은 잘 모르겠다.
이지연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너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아.”
오히려 예전이 훨씬 어른스러웠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지금.
예전에는 서연에게 챙김을 받던 지연이 이젠 서연을 챙기고 있었다.
“근데, 나는 그게 좋다고 생각해.”
서연도 그 사실을 알았다.
그러니, 귀찮지는 않냐고 묻자 지연은 그리 답했다.
“예전에는 조금 인형 같았거든. 근데, 확실히 중학교 때부터 나아진 것 같아.”
본격적으로 사춘기가 온 시기.
말하자면 서연의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감정이라는 바다 위에서, 작은 돛단배 위에 휘청이던 자신.
……그 탓에 사고도 많이 쳤지만.
“뭣보다.”
지연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지금은 네 생각이 훤히 보여.”
“……좋은 거야?”
“좋은 거지.”
10년이나 함께 한 관계라면, 당연한 것이라며.
이지연은 그리 말했다.
‘그렇구나.’
서연은 지연이 말한 게 무슨 뜻인지 알았다.
아마, 어렸을 적에 유독 인형 같았던 건 전생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감정이라는 것이 낯선 전생의 자신이.
평범한 인간 주서연의 얼굴에 가면을 쓰게 만들었을 것이다.
또한 선량한 부모님이, 그런 서연을 그저 사랑으로 감쌌기에 전생처럼 ‘감정모사’를 할 필요도 없었다.
아마,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보다 오랫동안 가면을 쓰고 있었겠지.
하지만, 연기를 하며 서연은 자신이 평범한 인간이라는 걸 자각했다.
감정을 알고.
사춘기에 그 감정에 순응하며.
변하지 않은 부분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것을 합쳐 지금의 주서연이 된 것이다.
무딘 면이 많지만, 한번 감정에 휩쓸리면 신나게 내달리는 인간이.
서연은 그런 지금의 자신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었다.
“요즘 연기에 고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박정우 배우가 그리 일러주더군요.”
연기에 대한 고민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서연은 딱히 의 연기에 대한 질문은 딱히 한 적이 없었다.
슬쩍 떠보듯 물어보려 했을 뿐이다.
그야, 박정우는 애정 연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으니까.
이미 그가 출연한 청소년 드라마를 보았다.
풋풋한 풋사랑을 다루는 드라마.
중학교 박정우가 보여주는 연기는, 여러모로 큰 이슈를 끌었다.
실제로 서연도 그것을 보며, 내심 감탄했기에 정우에게 직접 물어보려 했다.
누군가를 좋아한 경험이 있기에,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건지.
“분명, 는 그런 깊은 감정 연기를 요구하지 않는 드라마로 보았습니다만.”
정은선은 그런 서연의 고민에 조용히 답했다.
“표면상으로는……요.”
“그런가요.”
남들이 보기에 는 그저 우스운 드라마일지 모른다.
갑자기 춤을 추고, 노래하는 드라마이니.
하지만, 그 속에는 분명 조하린의 고뇌가 녹아있었다.
연기.
드라마(drama).
“과거처럼, 감정 연기에 매몰되어서 하는 말은 아닐 테니.”
“…….”
“하고 싶어서 하는 말이라 생각하겠습니다.”
감정 연기.
혹은 메소드 연기.
서연은 제대로 조하린에게 이입하고 싶었다.
“먼저 말하지만, 조급해할 필요 없습니다.”
“네?”
“물론, 저는 여태 서연 양의 연기를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그야 아직 서연이 찍은 드라마나 영화는 대중에 공개된 것이 없었으니까.
“다만, 지켜보면 서연 양은 욕심이 많아요.”
“그건.”
“하고 싶어서, 그런 것도 이해는 합니다만. 조급할 필요는 없는 법이죠.”
정은선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10년이 지났음에도 서연은 아직 어리다.
“애정 연기. 분명 사랑을 한다면 그에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 않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
“반드시 사랑의 형태가 아름다운 것도 아니며. 한가지 형태를 띤 것도 아니니까요.”
만약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치자.
하지만 상대가 자신과 맞지 않은 이라면.
혹은 악의로 접근했다면, 시작은 사랑이었어도 결말은 좋지 않을 수 있다.
“반드시 경험이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이해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모든 건 아니에요.”
서연은 그런 정은선의 말에 그러면 어떻게 하냐는 눈으로 응시했다.
“어렸을 적, 서연 양은 이미 멋진 감정 연기를 보였죠. 메소드가 아니어도 충분히.”
거기서 아주 조금,
자신의 생각을 더하면 되는 일이다.
이상적인 형태로 꾸며대는 것이다.
박정우의 연기가 그러하다고, 정은선은 말했다.
“만약, 다른 감정을 이해하고 싶다면 언젠가 때가 올 겁니다.”
지금 서연이 바라는 사랑과 같은 감정도.
정은선은 자신을 바라보는 서연을 향해 미소 지었다.
10년이 지나, 겨우 아이가 된 소녀에게.
“서연 양은, 아직 어리니 그 상상을 연기로 나타내면.”
그러면 충분할 것이라고.
정은선은 말했다.
설령 그것이 낯선 감정이라 해도.
서연은 스스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해도.
그녀가 인간인 이상, 알 수밖에 없는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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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퓨처, 그거 실황으로 동시에 방영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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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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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같은 감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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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보면 그렇던데ㅋㅋㅋ
의 1화.
웹 프로모션을 통해 진행되었던 일부 씬들로 인터넷은 이미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저스트엑스 마연우의 첫 연기 도전.
거기에 박정우와 주서연 등, 최근 화제가 된 두 배우가 얽히는 방송이었으니까.
화제성은 확실했다.
하지만, 그것이 진지한 관심이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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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런 건 예고가 전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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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드라마를 개그 보려고 보는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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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ㅈ 시트콤도 아니고
단순히 뭐가 나올까 하는 호기심.
예고편에서 보았던 우스운 장면이 실제로는 어떻게 나올까 하는 의문.
실제로 1화의 초반은 예고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마치 90년도 초반 드라마를 떠올리게 하는 감성.
- 근데 좀 괜찮은데?
오디션에 참여하는 김시환, 송소하 개인의 이야기가 나오며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하지만 단순히 쌩으로 찍었던 예능과 달리, 제대로 편집이 들어간 영상은 느낌이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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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 확실히 ㅇ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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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이랑 노래 안추니 확실히 이입은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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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근데 좀 노잼
기대한 장면이 막상 나오지 않으니, 애매한 반응도 흘러나왔다.
좋다는 반응, 좋지 않다는 반응 반.
그렇게 두 주연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머지 주연 격 배우 4인방.
그 첫 순서.
서연의 모습이 TV 화면에 비쳤다.
오디션장에 지각한 조하린은 우연히 김시환과 마주치게 된다.
그렇게 조하린의 연기가 시작되며.
- 어?
시청자들의 반응이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웃음벨이 아닌.
제대로 된 드라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