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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웹 프로모션이 처음 나왔을 때의 반응은 솔직히 심드렁한 편이었다.
애초에 인터넷 방송으로 공개되는 것이었기에 더 그런 것도 있었다.
하지만.
“어? 저스트엑스의 마연우가 나와?”
“진짜? 에이, 설마.”
아이돌 팬덤의 힘은 보통이 아니다.
심지어 최근 가장 잘나간다는 아이돌, 저스트엑스라면 말할 것도 없다.
저스트엑스의 마연우가 나온다는 소식.
그 말에 사람들의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웹 프로모션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사람들에게 점차 퍼지기 시작했다.
“배우 대 아이돌이라던데?”
“아이돌 팀에 배우 하나, 배우 팀에 아이돌 하나. 대략 이런 식인가 봐.”
“승부는 연기, 그리고 노래 이렇게 승부 보고?”
“응, 노래는 춤도 가능.”
당장 서연이 있는 연화 고등학교에서도 그런 말이 오가고 있었다.
‘말 걸어볼래?’
‘네가 해.’
여학생들은 저마다 눈을 마주쳤다.
언제나 반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여학생, 주서연.
배우 활동 전에도 쉽게 말을 걸기 어려운 외견의 여학생이었으나, 현재는 더더욱 어려워진 상태였다. 그나마 축제 이후론 조금 가까워진 이들이 몇 있는 정도.
그때.
“서, 서연아.”
용기 있는 여학생이 말을 걸었다.
“…….”
서연은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참고로 같은 반이지만 제대로 말 한 번 해본 적 없는 여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서연을 보며 얼었다.
‘이씨, 더럽게 예쁘네.’
배우는 배우.
거기에 곧은 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만으로 흘러나오는 아우라에 차마 말을 걸기 힘들었다.
거기다 기본적으로 무표정.
물론, 지금 서연도 마찬가지로 얼어있는 상태였다.
‘왜?’
아니 왜 갑자기 말을 걸지?
여태 예능도 찍고, 영화도 찍은 서연이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아, 그게. 저스트엑스 연우 오빠랑 정말 같이 방송에 나오는 거야?”
하지만 용기 있는 자가 답을 쟁취한다던가.
그런 여학생의 말에 서연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 그럼 사인 좀! 우리 사인 한 장만 제발!!”
그런 여학생의 말에 서연은 사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알겠어.”
“정말?”
간결한 서연의 대답에 여학생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러자.
‘어?’
갑자기 서연의 앞에 여학생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게 다 저스트엑스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선 줄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인기가 많았나?’
순간, 그런 의문이 들었다.
저스트엑스.
불과 1년 후에 폭발 사산할 아이돌 그룹.
단지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으나, 생각보다 그 인지도가 정말 대단했던 모양이다.
‘정우 선배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하기야 배우는 팬은 있어도 이런 극성 팬덤은 적은 편이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리하여 서연은 정말 온갖 물품에 사인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평범한 공책, 그리고 옷 등등.
“……무슨 일이세요?”
촬영장에 도착하자, 마연우가 공손하게 답했다.
그런 그의 태도에 의아해진 서연이 머리를 기울였다.
“저, 혹시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나요?”
“부탁?”
“네.”
서연은 그렇게 말하며, 쿵! 하고 짐을 내려놓았다.
그것을 본 마연우는 순간 말을 잃었다.
설마 촬영장까지 들고 온 건가?
마른침을 삼켰다.
역시 자신이 팔씨름을 졌던 건 착각이 아니었다.
“조금 부탁을 받았어요. 물론 거절하셔도 괜찮아요.”
“그렇, 군요.”
거절해도 된다고?
마연우는 잠시 짐을 보았다.
사실 그 수량 자체는 많지 않았다.
‘아, 생각보다 많지는 않구나.’
그저 이것저것 잡다한 게 섞여서 무거워 보일 뿐.
물론 여고생이 촬영장까지 들고 올 양은 아니긴 했다.
하지만, 평소의 마연우라면 당연히 거절했을 것이다.
‘사인을 많이 해주면 급이 떨어진다.’
그게 평소 마연우의 마인드.
자신의 사인이 흔해지면, 그 브랜드도 떨어지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러니, 되도록 사인은 거절하는 편이었으나.
“저, 안 되나요?”
“…….”
고저 없는 어조로 묻는 서연의 목소리에, 마연우는 차마 거절의 말이 나오지 않았다.
서연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오른팔이 욱씬욱씬거렸다.
‘혹시 민폐인가?’
서연은 반성했다.
처음 받는 친구들의 부탁에 신나서 이래저래 다른 반 것까지 가져와 버린 것이다.
그래서 거절하면 얌전히 가지고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물론 해드려야죠.”
마연우는 그다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른팔의 통증 때문은 아니다.
정말로.
‘크흠, 앞으로 같은 팀을 해야 하는데 이 정도야.’
저스트엑스.
그는 그 그룹에 자부심이 있었다.
그리고 아이돌로서 자존심도 있어서, 솔직히 지고 싶지 않았다.
아이돌을 다루는 드라마.
연기를 해야 하는 건 알지만, 춤과 노래가 메인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
거기서 진다?
아마 자존심이 상해 한동안 잠도 못 잘 테지.
그리고 그건 마연우만이 아니라 다른 한 명.
차나희도 마찬가지였다.
‘주서연.’
차나희는 솔직히 서연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당장 ‘한판 붙죠’라는 말을 떠나, 이 배역의 구성 자체에 의문을 품은 것이다.
‘어째서 송소하 역에 내가?’
오디션은 먼저 진행 중인 사람을 후 순번인 사람이 대기하며 지켜볼 수 있다.
차나희는 서연의 후순번인 아이돌에게 오디션에 대해 슬쩍 떠보았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다들 송소하를 시키고 싶어하는 분위기였어.”
연기는 애초에 비교할 게 안 됐다.
배우와 아이돌의 격차는 그 정도.
그렇다고 노래와 춤을 못 했냐면.
“노래는 확실히 무난했지만, 춤은 거의 날아다니더라.”
나름 차나희와 친분이 있는 아이돌이었기에 거짓 없는 말이었을 것이다.
아이돌인 그녀가 보기에도 서연의 춤은 ‘날아다닌다’라는 표현을 할 정도라는 것.
노래도 못하는 게 아닌, 무난한 수준이었다면 사실상 송소하로 뽑혀도 이상하지 않았다.
‘인지도……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현재 서연의 활동은 연극 하나, 그리고 예능과 광고가 전부.
인지도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중에겐 조금 낯설다.
대중에게 서연이 가진 건 대부분 옛 명성일 뿐이니.
하지만 그렇다고 차나희가 압도적인 인지도를 가졌냐? 하면 절대 아니다.
‘왜 양보한 걸까.’
그러니 차나희는 주서연이 송소하 역을 양보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마연우, 그리고 차나희의 시선에 서연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왜 다들 나를 본담.’
현재 서연이 있는 장소는 촬영장이다.
말하자면 이번 ‘예능 프로모션’을 위해 마련된 ‘팀 아이돌’의 세트장.
팀 아이돌의 리더는 마연우, 멤버는 차나희, 주서연.
사실 팀이라고 하기엔 좀 조촐한 구성이다.
그야 주연급 배역은 딱 여섯이니까.
‘아이돌 팀에는 배우가 하나. 배우 팀에는 아이돌이 하나.’
배우 팀에서 박정우가 리더인 건 당연하고.
아이돌 팀도 마연우……의 인성은 둘째치고 인지도는 높으니 리더인 것도 맞다.
‘마연우가 맡은 박민율 역과, 내가 맡은 조하린은 비중이 애매하니 여주인공 송소하 역의 차나희를 멤버로 넣은 거고.’
서연은 흘깃, 촬영장 구석을 보았다.
현재 상황은 모두 카메라로 찍히고 있었다.
참고로 오늘은 녹화.
대결부터는 실황으로 중계된다.
“아무튼!”
마연우가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아무튼 그가 리더인 만큼 상황을 이끌 필요가 있었다.
“우선 팀 아이돌이잖아요? 노래와 춤에선 이겨야지.”
각자 전문인 부분에선 이겨야 한다.
이 승부는 무승부가 아니면 2:0 밖에 존재하지 않는 단두대 매치.
“서연 씨. 노래 어때요?”
그런 마연우의 말에 서연은 잠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편하게 말하셔도 괜찮아요.”
“네?”
이렇게 갑자기?
그럼 어제 내 오른팔은 대체 왜.
“방송에서만.”
“…….”
카메라에 잡히지 않도록 서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존대를 하니 캐릭터가 안 사네.’
아무튼 예능인 만큼 최대한 자연스럽고 재밌어야 했다.
아무래도 마연우는 연하에게 존대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모양.
여태 왜 논란이 터지지 않았는지 의문이긴 했으나, 어느 정도 양보는 할 필요가 있었다.
‘아니, 뭔…….’
마연우는 따지고 싶었다.
그의 성격이라면 이미 시건방지게 비꼬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욱신거리는 팔이 그런 그의 이성을 꽉 붙잡았다.
“어, 그, 그래.”
“좋아요. 우선 연기부터 봐보죠.”
서연이 의욕적으로 말했다.
어찌 됐든 승부인 것이다.
서연은 승부에서 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설령 그것이 지인인 박정우라고 할지라도!
‘……리더는 나 아닌가?’
마연우는 그런 의문을 품었다.
아이돌 팀인데 왜 아이돌이 아니라 배우가 먼저 말하지?
너무 자연스럽게 상황을 주도해 버려서 끼어들기도 애매해졌다.
“우선 프로모션인 만큼, 작중 장면을 일부 보여주는 형식이거든요.”
그리고 그 장면은…….
서연은 우선 미션으로 주어진 씬들을 살폈다.
각자 대본에 그 씬들의 목록이 쭉 있었기 때문이다.
“…….”
“……….”
모두가 그 씬들을 살피고 입을 닫았다.
의욕적으로 대본을 살피던 서연조차, 조금 당황했다.
애정씬이 있었기 때문에?
설마.
차라리 그랬다면 조금 난감한 정도일 것이다.
이건 그와는 결을 전혀 달리하는 문제였다.
‘아, 드림 퓨처는 이런 드라마였지.’
새삼 이런 컨셉으로 어떻게 시청률 20퍼센트가 넘었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처음에는 저스트엑스 마연우가 참여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은 .
하지만 그것도 길게 가지 않았다.
어차피 3:3의 조촐한 팀전.
거기다 청춘 드라마의 사전 프로모션이라는 점에서 아무래도 금방 시들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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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난 볼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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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바쁘네 영화다음엔 바로 드라마냐?
활동 인구수가 300명을 넘지 않은 주서연 팬 커뮤니티에서도 조금 말이 나왔다.
물론 딱히 큰 기대를 품은 건 아니다.
그냥 예능에서 뜬 ‘주서연’이라는 캐릭터에 관심을 가진 부류.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
그리고 시작된 웹 예능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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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지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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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언제까지 함?
먼저 배우 팀의 경우, 리더인 박정우의 성격이 드러나듯 철저히 ‘연기력’에서는 승리를 가져온다는 전략이다. 춤과 노래도 했지만, 막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리고 다음 아이돌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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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쟤 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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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낄빠빠 말고 좀 빠졌으면 ㅠㅠㅠ
이쪽은 반대로 처음에 서연이 나선 것 때문에 말이 나왔다.
애초에 이쪽은 승부가 아닌 마연우를 보러온 팬덤이 대거 몰렸기 때문.
그래도 본격적으로 연습을 들어가자, 조금씩 시청자의 숫자가 늘어났다.
공개된 인터넷 방송 채널에도 조금씩 채팅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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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ㅋㅋㅋ 박정우 노래 좀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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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연우 저 새끼 왜저렇게 얌전하냐ㅋㅋㅋ 평소에는 나대더만
거기에 가장 말이 많이 나온 건, 바로 서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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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임? 주서연 아이돌 출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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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잘 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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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시발 저게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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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이 노래 부르면 딱 저런데
서연이 노래를 딱히 못 한 건 아니다.
단지 춤과 큰 비교가 되었을 뿐.
그렇게 연습이 끝나고.
-
흠...
-
광고용 예능치곤 좀...
미리 찍은 1화의 내용.
대부분 멤버의 연습으로 주를 이루는 그 내용에 평은 썩 좋지 않았다.
우선 지루하단 평이 다수였고, 그렇게 끝이 나나 했지만.
- 뭐임? 아직 안 끝남?
마지막, 장면이 전환되며 본격적으로 씬을 연습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승부는 두 개의 장면을 찍고.
그 두 장면에서 연기와 노래를 누가 더 잘했는지 평가하는 것.
「나, 안 되는 것 같아.」
서연이 나왔다.
아니, 조하린을 연기하는 서연의 모습이.
「아무리 연습해도 노래가 나아지지 않아. 이대로는, 절대 안 돼.」
기본적인 조하린의 캐릭터가 나타나는 파트였다.
춤에는 일가견이 있는 조하린이었지만, 상대적으로 노래 실력이 부족한 캐릭터.
어찌 보면 서연에게 딱 맞는 역할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작중 조하린이 짝사랑하는 김시환은 여러모로 아이돌로서 완성된 이였다.
외모면 외모.
노래와 춤, 모든 게 탑 아이돌로서의 재능을 가진 이.
그의 곁에 서고자 하는 조하린은 그런 그의 뒤를 쫓지만 다가갈 수 없었다.
「하린아!!」
그때, 비관한 이에게 다가오는 남자가 있었다.
박민율.
김시환을 조하린이 짝사랑하듯.
그는 조하린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단지, 그것을 부담스러워할까 봐 드러내지 못할 뿐.
「너는 잘하고 있어. 내가 있잖아!」
틀에 박힌 대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당연히 채팅창의 반응도 썩 좋지 못했다.
-
ㅋㅋㅋ아 존나 뻔하네
-
이제 위로 듣고 잘하는 그런거임? 자기 트라우마 극복하고
그렇게 말하는 순간.
「날 봐, 하린아!!」
갑자기 박민율이 춤을 추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
?
-
아니 시발 갑자기 거기서 춤을?
「날 봐, 하린아! 나도 춤을 추지 못했지만 이렇게 나아졌어!」
-
그만해 제발
-
그냥 서서 말하면 안 되냐?
갑자기 채팅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춤은 멈추지 않았다.
박민율이 외쳤다.
「그러니 할 수 있어! 너도 노래 할 수 있다고!」
- 아
하지만 채팅과 달리 장면은 멈추지 않았다.
박민율의 말에 고개를 든, 조하린이 설핏 웃었다.
- 아 시발 설마
그리고 박민율의 춤과 함께 조하린이 입을 열었다.
「응, 네 말이 맞아.」
-
잠깐
-
아
-
ㅋ?
갑자기 흘러나오는 신나는 반주.
그리고 조하린의 입이 열렸다.
노래.
한층 아름다워진 미성이 공간을 갈랐다.
그리고 그 미성의 리듬에 올라타며, 박민율의 춤사위가 한층 사나워졌다.
- 우리가 잘못했다... 제발 그만해다오...
당연히 노래와 춤은 멈추지 않았다.
채팅창이 폭발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