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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학원.’
한때 서연도 지연과 함께 다녔던 장소.
물론 도중에 서연은 이것저것 다른 것을 배우느라 빠지긴 했으나, 꽤 오랫동안 몸담았던 장소였다.
그건 지연도 마찬가지여서, 성우 학원 자체는 최근 잘 가지 않는 것으로 알지만 가끔가다 찾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법사.’
다행히 라미엘의 방송에서 이후 마법사가 나오는 경우는 없었다.
그래도 간혹 라미엘의 입에서 언급되는 건 마찬가지여서 신경이 쓰이는 건 여전했다.
‘누굴까.’
성우 학원이라면 나도 아는 사람인가?
거기다 그때 라미엘의 태도를 보면, 보통 친한 게 아닌 것 같던데…….
그런 마음속의 불씨를 가슴에 품은 채.
“안녕하세요. 한다영이라고 해요.”
그리고, 당사자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우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뭐였냐면.
‘크다.’
우선 키가 나보다 머리 하나는 컸다.
거기다 다른 부분도 여러모로.
‘엄마만큼은 아닌데.’
이래저래 굉장히 큰 것이다.
나이는 적어도 우리보다 서너 살은 많아 보이는 수준.
즉, 대학생이라는 의미다.
‘성악도 한 아이돌 출신?’
나는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걸 멈추고, 황급히 머릿속을 뒤졌다.
마땅한 정보가 없었다.
즉, 눈앞의 여성 한다영은 연예계에선 활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말 버튜버로만 활동했다는 거겠지.
버튜버 쪽이 어땠는지는 떠올리려 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연예계 관련이 아니면, 아무래도 잘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말 편, 하게 하셔도 괜찮아요.”
“어머, 그래?”
“…….”
말을 편하게 해도 괜찮다고 했지만, 설마 바로 놓을 줄은.
아무튼 한다영은 이지연의 옆에 딱 붙어서, 지연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지연이가 귀찮은 성격이라,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한 친구라 해서 거짓말인 줄 알았거든.”
한다영은 그렇게 말하며, 내게 윙크를 보냈다.
뭐지 과시하는 건가.
“아, 언니.”
지연은 새치름하게 한다영을 바라보았다.
이건 또 신선한 모습이었다.
이런 말을 하기는 뭐하지만, 이지연은 대부분 나를 챙겨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탓에, 저런 아이 취급 받는 지연은 어렸을 때 이후로 처음 보는 것이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할까? 노래 때문에 왔다고 했지?”
“네.”
“응, 그래.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
그렇게 말하며 생긋 웃는 얼굴은 과연 연상의 어른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 보니 인상은 꽤 순해서 상당히 좋은 인상이었다.
그렇게 학원 안으로 들어간 우리는 간단히 대화를 나누었다.
먼저, 지연이 버튜버를 할 수 있게 도와준 건 한다영이 맞았다.
다만 굳이 지연이 라미엘이라거나, 자신이 마법사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지연이가 최근 도와달라는 일이 있어서 이래저래 바빴지 뭐야.”
“뭐어, 언니한테 도움을 많이 받긴 했지.”
이지연은 그리 말하며 나를 힐끗 보았다.
그 얼굴은 드물게 내 눈치를 살피는 얼굴이었다.
설마, 부끄러워하는…….
“어머, 지연이 부끄럽니?”
“아, 아니거든?”
“아휴, 진짜.”
그렇게 말하며 지연이를 꽉 안아주는 한다영.
그 모습이 또 퍽 친근한 것이다.
이지연도 딱히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둘만 아는 이야기.
대충 버튜버를 준비하며 있었던 일 같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라미엘의 빨간약에 대해선 굳이 자세히 들을 생각이 없었었으니까.
다만.
“…….”
이게 또 뭐라 해야 하나.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 친구인데.’
최근 반장이 좀 친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내가 확실히 친구라고 말할 대상은 이지연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지연이 한다영과 본인들만 아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
괜히 입가가 씰룩거렸다.
어쩐지, 이전에 느꼈던 감정이었다.
라미엘이 마법사의 품에 안겼을 때.
“아이참, 언니 하지 마.”
그래, 저런 말을 하던 순간 마음 속에 천불이 치솟은 것이다.
손이 파르르 떨렸다.
질투!!
내게는 무척이나 낯선 감정이며, 차서아의 연기에서 사용했던 것과 비슷한 감정.
거기다 이번에 새롭게 도전하는 배역, ‘조하린’도 이와 같은 감정을 느꼈겠지.
‘이런, 이런 감정이구나.’
아니, 그쪽은 더 심했을 것이다.
설정상 조하린은 남주인공인 김시환을 짝사랑하는 캐릭터였으니까.
알콩달콩하는 김시환과 송소하를 보며 어떤 감정이 들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짜증.
서연은 태어나서 짜증이라는 것이 뭔지 잘 몰랐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주서연.”
“……왜.”
내가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지연이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픽 웃는 것이다.
“노래, 어떻게 할 거야?”
그렇게 말하며 내 옆에 앉은 것이다.
그런 우리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는 한다영의 시선에 괜히 얼굴이 뜨거워졌다.
아무래도 내 얼굴에 부글거리는 감정이 고스란히 나타났던 모양.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낯선, 감정은 이래서 싫어.’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건 통제가 잘되지 않는다.
간혹 들뜨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과 비슷했다.
“하, 하긴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우선 오디션에 붙어야 하니까.”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노래를 배우는 것과 별개로 우선 오디션에 붙어야 하는 것이다.
는 아이돌 오디션을 다루는 드라마.
당연히 가창 능력이든 뭐든, 아이돌적인 면모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디션의 결과에 대해 짐작하기 어렵단 말이야.’
참고로 오디션장에서 노래도 불렀다.
그때 심사위원의 미묘한 표정이 여전히 떠올랐다.
‘떨, 떨어질지도.’
그런 위기감이 든 탓에 노래를 배우는 게 맞나, 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솔직히 오늘은 노래를 배운다는 것보단 마법사의 얼굴이나 한번 보겠다고 온 것이다.
‘…….’
알게 된 건, 내 예상보다 라미엘과 마법사가 상당히 깊은 관계라는 것.
나만큼은 아니어도 족히 5년은 넘게 알고 지낸 사이라는 점이었다.
아이돌 일을 할 때는 이지연이 도와준 것도 있는 모양.
그런 생각을 하니 또 부글거리는 속이 있었지만, 옆에서 싱글싱글 웃고 있는 이지연을 보니 다른 의미로 속이 부글거렸다.
“그럼.”
그때, 한다영이 입을 열었다.
“먼저 간단히 불러볼래?”
“네? 바로요?”
성우 학원이니 녹음실도 바로 근처에 있었다.
그러니 어려울 건 없었지만.
“응, 얼마나 부르는지 알아야, 도와주니까.”
“하지만 오디션…….”
“괜찮아.”
그녀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분명 붙을 테니까. 지연이가 다른 건 몰라도 서연이 연기에 대해선 얼마나 칭찬했는데.”
“아, 언니!”
그런 그녀의 말에 지연이 빽 소리를 질렀다.
그 말에 괜히 나까지 부끄러워지면서.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지연을 휙 노려보자, 이지연이 슬쩍 시선을 피했다.
그건 평소 내가 이지연에게 자주 짓는 그런 얼굴이었다.
그리고.
이어 녹음실에서 간단히 노래를 부르니.
“……아.”
한다영의 얼굴이 참 복잡미묘해졌다.
그것은 얼마 전 오디션에서 심사위원이 내게 보여준 바로 그 얼굴이었다.
의 오디션은 여러모로 순조로웠다.
우선 예상보다 훨씬 많은 아이돌과 배우들이 지원했으며, 준비도 나름 열심히 해온 이들이 많았다.
정말 흔치 않은 ‘청춘 로맨스’라는 장르.
그 희소성 때문에 KMB에서 밀어주는 드라마라는 인식이 만들어진 탓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송소하 역은 누가 좋을 것 같습니까?”
캐스팅 디렉터, 신윤의 말에 한창 열띤 토론을 나누던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그건 마땅한 인물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저는 개인적으로 주서연이 좋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그런 말을 꺼낸 건 촬영감독인 김필석이었다.
가장 입김이 강한 그의 발언에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하지만 주연을 맡기엔 노래가…….”
“크흠, 그거야 몇 달 있으니 보컬 트레이닝을 하면 괜찮을지도 모르죠.”
“그건 모르는 일 아닙니까.”
우선 서연은 조하린, 송소하 두 가지 배역에 대한 연기를 모두 펼치긴 했다.
조하린은 개인이 하고 싶어서.
송소하는 심사위원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기야 뭐.
“엄청나죠.”
“네, 저도 주서연 배우의 연기는 처음 봤는데, 정우 씨가 왜 그리 칭찬했는지 알겠습니다.”
그 말에 박정우가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연기는 정말 흠잡을 곳이 없었다.
‘오히려 더 발전했어.’
예능에서 보았을 때보다.
그리고 연극을 하던 때보다 감정이 풍부해진 느낌이었다.
뭣보다 ‘힘들지 않게’ 연기하는 느낌이 강했다.
메소드도 없이 그 정도.
이건 서연의 연기 실력이 굉장히 발전했다는 뜻이다.
“밸런스적으로는 차나희 배우……가 맞죠?”
아이돌이라 배우라는 말이 맞나 했지만 우선 제작진 중 한 명이 그렇게 말했다.
서연에 비해 연기는 많이 뒤떨어졌지만, 노래가 서연보다 한참 위였다.
이것만 보자면, 차나희 쪽이 ‘송소하’ 역으로는 압승이었겠지만.
“애초에 주서연 배우는 조하린 역을 선호하잖아요? 그럼, 그쪽이 맞다고 봅니다만.”
“하지만.”
“아깝잖아요.”
정우는 열띤 토론이 오가는 회의실을 보며, 굳이 입을 열지 않았다.
친분이 있는 자신의 말은 자칫 안 좋게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확실히 노래는 부족했어.’
분명 서연도 그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노래를 나름 배운 티도 났다.
아주 못하는 수준은 아니다.
단지, 스토리상 오디션의 우승자가 되는 ‘송소하’의 실력이라 하기엔 부족했을 뿐.
유독 못 한다는 느낌이 드는 건 노래에 감정이 거의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정우는 오디션 때를 떠올렸다.
서연의 연기를.
그리고, 그녀가 이 오디션을 위해 준비한 것들을.
일주일 전.
오디션장.
「제가! 제가 할 게요! 제가 하고 싶어요!」
발랄하게 손을 흔들며 소녀가 오디션장을 뛰어다녔다.
마치, 강아지 같다.
리트리버, 딱 그런 느낌이었다.
‘사람의 분위기가 이렇게 변하나?’
심사위원들은 저마다 그런 감상을 내비쳤다.
분명 오디션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냉막한 인상의 여성이었다.
그런데 연기가 시작되자 세상 저렇게 발랄할 수가 없었다.
다만 박정우는.
‘무인도.’
저거 무인도에서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쓰는 거네.
하고 바로 눈치챘다.
당시 정글을 누비며 뛰어다니던 서연이 딱 저러했다.
그런 조하린의 발랄한 연기와 함께.
「왜, 하필 내가 아니라…….」
애달픈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에 담긴 질투가 여실히 느껴졌다.
에서 차서아에 사용했던 감정을 일부 조하린의 연기에 돌린 것이었다.
그 연기를 본 심사위원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여태 오디션에서 본 연기와는 확실히 달랐다.
‘역시 아이돌과 배우는.’
‘확실히 차이가 심하구나, 이게.’
한쪽의 연기만 보면 별생각이 없지만, 번갈아 보면 이게 티가 나는 것이다.
“아, 서연 씨. 혹시 송소하 역의 대본도 외웠나요? 괜찮으면 한번 보고 싶습니다.”
“송소하 역이요?”
서연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본이야 당연히 전부 외웠다.
그리고 이어 펼쳐진 송소하의 연기는.
‘이야, 이거 양쪽 다 진짜 괜찮네.’
여태 오디션을 본 송소하 역을 지원한 어떤 아이돌.
어떤 배우보다 뛰어났다.
“그럼, 마지막으로 노래…… 한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알죠? 이게 아이돌 오디션을 다루는 드라마라 꼭 필요하거든요.”
“아, 물론 준비했어요.”
서연은 꽤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자 심사위원들도 오오, 하고 짧은 감탄이 터져 나왔지만.
그 감탄은 길게 가진 못했다.
“……크흠.”
“아, 수, 수고하셨습니다. 서연 씨.”
저마다 복잡한 시선이 오갔다.
노래를 못하는 건 아닌데.
아니, 못하는 건가.
참 묘한 느낌에 술렁이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연기는 참 좋았지만, 노래가 또 이게 좀 애매모호한 것이다.
“서연 씨.”
그때, 잠자코 있던 박정우가 입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정우에게 쏠렸다.
뭔가 지적이라도 하려는 걸까?
여태 그러했기에, 심사위원들은 저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니지, 지인이니 감싸려는 걸 수도.’
만약 그렇다면 좀…….
다들 그런 마음으로 이어질 박정우의 말을 기다렸다.
“춤, 출 수 있죠?”
“네?”
그 말은 어떤 확신이 있는 어조였다.
‘쟤가 자신의 단점만 가지고 오디션을 볼 리 없어.’
노래를 잘 못한다는 건 본인도 알 것이다.
……어째 노래에 조금 자신이 있던 눈치이긴 했지만, 아마 분명.
“아이돌이면, 노래가 전부가 아니죠. 춤도 출 수 있어야 합니다. 혹시 괜찮을까요?”
춤.
다들 그런 박정우의 말에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배우가 춤을?
노래를 잘하는 배우야 몇 들어봤지만, 춤은 그다지 없는 것이다.
“네.”
그런 박정우의 말에,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어요.”
서연의 눈에 붉은빛이 감돌았다.
그런 서연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박정우는 스태프를 향해 눈짓했다.
그렇게, 오디션에서 몇 번이나 들은 노래가 흘러나왔고.
서연은 리듬에 몸을 맡기며 차분히, 눈을 감았다.
하나, 둘.
그렇게 박자를 재는 것처럼.
그리고.
천천히 서연의 눈이 떠지며.
음악과 함께 춤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