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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나뭇가지를 비벼 불을 피우는 행위는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었다.
단순히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닌, 상당한 기술을 요구하는 것.
물론 서연도 그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조금 힘이 들어갔을 뿐이었다.
“…….”
서연은 손에 들린 결대로 갈려버린 나뭇가지를 버렸다.
그런 서연의 모습에 카메라맨은 당혹스러웠다.
그야.
‘나뭇가지가 저렇게 쉽게 박살이 나는 건가?’
마른 나뭇가지였던 걸까.
아니, 아무리 마른 나뭇가지여도 무슨 대나무가 쪼개지듯 박살 난 광경은 신기할 따름이었다.
‘게임 패드와 같은 실수를.’
서연은 반성했다.
하지만 그때는 조금 놀라서 그랬을 뿐.
이번에는 다르다.
“살살…….”
그렇게 살살 나뭇가지를 열심히 돌렸다.
그렇게 5분.
또 10분.
‘정지 화면인가?’
카메라맨은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어떻게 인간이 같은 자세로 10분이나 똑같이 움직일 수 있을까.
심지어 나뭇가지를 계속 저렇게 비비면 손바닥도 아플 테고, 힘이 들게 분명한데.
‘덥지도 않나? 땀 한 방울 안 흘리네.’
적어도 체력은 보통이 아니다.
그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거봐, 안 되지?”
이미 적당한 굵기의 나뭇가지들을 주워 온 박정우가 있었다.
흰 면티를 적당히 입은 게 전부임에도 대세 배우라는 걸 증명하듯 뛰어난 외모를 뽐냈다.
‘확실히 그림은 아주 좋아.’
카메라맨은 서연과 정우를 화면에 가득 잡았다.
연화공주와 윤서일 역으로 화제를 모았던 두 배우.
신 PD도 그것을 강조하며, 둘의 캐미를 잘 잡으라고 말했다.
“거의 다 됐거든요.”
“봐봐.”
정우는 움막을 지을 나뭇가지를 내려놓으며 보자.
‘……톱밥이 왜 이렇게 깔렸어?’
불을 피우려고 한 게 아니라, 나무를 살살 갈아보려 한 건가?
그런 의문이 드는 광경이었다.
“내가…….”
내가 해볼게, 라고 말하려던 정우는 서연이 자신을 바라보자 말을 멈췄다.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는 게, 설마 막타를 빼앗으려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냥 그렇게 비비지 말고, 그 홈에 비벼.”
“네?”
이어 새치름한 눈으로 보는 서연의 시선에.
“잠깐 막대 줘 봐. 아 진짜, 안 한다고!”
박정우는 그렇게 말하며 서연에게서 나뭇가지를 받아 들고 끝을 살폈다.
아주 그냥 매끈하게 갈렸다.
무슨 그라인더로 썰었나?
“이거 말고, 이걸로 여기다 돌려봐. 힘은 일정하게.”
“……알았어요.”
정우는 자신이 가져온 나뭇가지 중 끝이 뾰족한 조금 얇은 나뭇가지를 서연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그것을, 서연이 줄곧 나무로 파낸 통나무의 홈에 대었다.
‘뭐, 그렇다 해도 쉽게 불이 붙지는 않겠지만.’
아마 서연이 하려 한 방식은 파이어 플로우라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나무를 밀거나, 저렇게 비벼 불을 피우는 것.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이 이 방식으로 불을 피우려 했기에 정우도 잘 알고 있었다.
그쪽은 빙글빙글 돌리는 게 아니라, 나무를 깎듯이 미는 방식이었지만.
‘그래도 참 자세가 곧네.’
정우는 열심히 나무를 비비는 서연을 보았다.
검은 머리칼이 어깨를 타고 흘렀고, 고작 나무 비비기에 몰두한 모습이 우습게도 참 그림 같았다.
“됐다.”
‘응?’
그때, 서연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아니 벌써?’
정말로 나뭇가지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아니 방법을 알려주는 것만으로 이렇게 쉽게?
타닥, 타닥 소리를 내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나무를 보며 박정우가 입을 벌렸다.
“대단하죠?”
서연은 그런 정우를 향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래도 박정우가 조금 도와준 것은 맞았기에.
“살아남기 시리즈 좀 읽으셨나 봐요.”
“?”
정우는 살아남기 시리즈가 뭔지도 몰랐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서연은 잠시 불씨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홈에 비비는 게 중요하구나.’
아무튼 이제 알았으니 됐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와, 불을 피웠어요?”
서연과 함께 남은 의 고정 멤버 방하윤이 놀란 눈으로 말했다.
박정우처럼 잠시 움막을 지을 나뭇가지를 구하러 다녀온 그녀였다.
‘그냥 예쁘장한 애는 아닌가?’
우선 몸매로 보나, 얼굴로 보나 서연은 고된 일을 할 인상은 아니었다.
그래서 서연의 역할까지 본인이 해야겠구나 싶었는데, 벌써 불을 피웠을 줄이야.
분명 박정우가 도와주겠다는 걸 거절하고 혼자 피우던 걸로 기억하는데.
‘에서 편의점 알바생 역이라고 들었는데, 나름 밀어주는 이유는 알겠네.’
솔직히 방하윤은 홍보에 서연이 나온 이유가 의아했다.
그야, 편의점 알바생 역이라 하지 않았는가.
왜 저렇게 밀어주나 싶었는데, 또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면 또 괜찮긴 했다.
‘계속 저렇게 할 때의 이야기지만.’
아무튼 그렇게 방하윤이 서연을 보고 있을 때.
“뭐야, 벌써 불 피웠어요?”
탐험대장 정대현과 함께 탐험팀이 돌아왔다.
움막을 짓는 건 금방이었다.
그야 정대현이 을 한두 번 찍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이제 움막 만들기는 기본 중의 기본.
“우선 구한 도구는 톱, 그리고 칼. 마지막으로 소금.”
별거 없다고 할 수 있었지만, 생존에 직결되는 필수품들이었다.
우선 톱은 세 개나 찾았기에 움막을 금방 만들 수 있었다.
“이야, 군대에서 야영할 때가 생각나네요.”
움막을 다 만들자, 서광일 형사 역의 박희준 배우가 그런 말을 꺼냈다.
“희준 씨는 특수부대 출신이었죠?”
그렇게 말하며 시작되는 진행.
아마 간이로 만들어진 대본에도 있던 부분이다.
대체로 리얼로 진행되나, 꼭 나와야 하는 파트는 대본이 있었다.
예를 들면, 의 홍보나, 박희준과 서연의 소개 같은 것.
“우리 박 배우, 아직 군대 안 갔죠?”
그때, 신 PD가 불씨를 들쑤시던 박정우에게 물었다.
“예?”
“언제 갈 거예요? 아, 설마?”
“아, 갑니다. 갑니다. 당연히 가야죠. 아니, 왜 갑자기 그런 말을…….”
이게 또 군대란 연예계에서 민감한 문제인 것이다.
신 PD의 짓궂은 말에 박정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가 군대도 안 가면 남자도 아니라고 해서.”
“…….”
그런 박정우의 말에 서연이 움찔했다.
마치 찔리는 사람 같았다.
“……너는 안 가는 게 당연하잖아.”
“그, 그쵸. 당연하죠.”
서연은 도구로 주워 온 칼로 나뭇가지를 깎으며 말했다.
‘전생에도 안 갔는데.’
서연은 전생에도 병 때문에 갈 수 없었다.
마침, 비슷한 병을 지닌 사람이 끌려갔다가 총기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남자도 아니라니.’
서연은 정우를 노려보았다.
비록 지금은 여자지만, 전생의 자신이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물론 박정우로선 황당할 뿐이었다.
왜 얘가 갑자기 노려보지?
“……그보다 아까부터 뭘 그렇게 만들고 있어?”
“아, 이거요.”
서연은 나뭇가지를 들었다.
뾰족하게 깎인 것이 아주 날카로웠다.
“창이에요.”
“…….”
아니, 왜 창을?
불을 피우겠다고 했을 때부터 생각했지만, 대체 을 얼마나 기대했던 걸까.
“사냥, 사냥하긴 해야죠. 하지만 이게 순서라는 게 있어서.”
움막도 지었고, 불도 피웠으니, 식량을 구하는 게 맞다.
체력도 있는 지금이 가장 적기.
“우선 생존팀은 남아서 열매를 좀 구해주세요. 보시면, 저기 있는 게 보이죠? 저게 코코넛 열매거든요?”
정대현은 손을 들어, 나무를 가리켰다.
노란 열매가 가득 열린 나무들.
“저게 또 있으면 여러모로 쓰니까 따는 걸로 합시다.”
정대현은 그렇게 말하며 생존팀을 보았다.
솔직히 사냥하기엔 영 미덥지 않은 친구들이었다.
말이 사냥이지, 거기까지 가는 게 굉장한 난관이었다.
특히 서연 같은 이가 사냥을?
“…….”
물론 서연도 그런 정대현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마구잡이로 나서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그야 예능이기도 하고, 외견만 보면 철없는 어린애가 나대는 느낌이니까.
“어차피 생존팀도 할 일도 없는데 함께 가죠.”
그런 서연의 얼굴을 살핀 정우가 말했다.
“네?”
“코코넛 따는 것도 제가 알기로 꽤 위험하거든요. 차라리 함께하고, 그다음에 사냥을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코코넛 열매를 수확하는 건 상당한 위험을 동반했다.
우선 코코넛의 무게는 1.5kg이 넘는다.
야자수의 높이가 6미터라는 걸 생각하면, 6미터의 야자수에서 1.5kg의 돌덩이가 떨어지는 거다.
“흐음, 확실히.”
방하윤이 있어서 괜찮으리라 생각했지만, 정대현은 박정우의 말을 다르게 생각했다.
‘저 아이의 분량을 챙겨주고 싶은 건가?’
예능의 구조상, 당연히 생존팀보다 탐험팀에 비중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열대우림을 해치고 나아가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
괜히 안 좋은 모습이 찍힐 확률이 더 높았다.
그것도 아직 고등학생인 서연이 위험한 일을 하면 말도 나올 수 있고.
“그럼 코코넛을 따려면 긴 장대가 필요한데.”
정대현은 그렇게 말하자, 서연이 자신의 나무창을 들었다.
“……그건 짧아서 안 닿습니다.”
일반적으로 코코넛 열매를 딸 때는 장대로, 열매들이 설킨 곳을 잘 끊어서 살며시 내려놓아야 했다. 방하윤이 이걸 또 썩 잘했기에, 방하윤을 생존팀에 둔 것이었다.
“애초에 높이가 있어서 던진다고 해도, 그런 것으론 위력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실제로 이어진 방하윤의 시범을 보아하니 더더욱 그랬다.
‘저게 열매가 무더기로 묶인 부분을 장대로 뜯어내는 거구나.’
서연은 다른 이들이 열심히 코코넛을 따는 것을 가만히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아무도 없는 빈 나무.
당연히 그런 기이한 서연의 기색을 정우도 눈치챘다.
“또 뭘 하려고.”
당연히 카메라맨도 같이 움직였다.
이전에 불피우기에서 보여준 서연의 기이한 행동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이거 돌로 잘 맞히면, 한 번에 우르르 떨어지지 않을까요?”
“되겠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애초에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했을 것이다.
“돌을 던져봐야, 열매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튕겨 나올 뿐이야. 너 코코넛 열매가 얼마나 단단한지 모르…….”
파각!!!
쿠우웅!!
무더기로 묶인 열매가 땅으로 떨어졌다.
정우는 돌을 던진 서연 쪽에 시선을 주었다가, 다시 야자수로 눈을 돌렸다.
“…….”
정우는 열매가 떨어진 곳으로 다가가자, 일부 터져나간 코코넛 열매가 보였다.
‘뭐지?’
눈을 비볐다.
지금 돌을 던져서 코코넛을 꿰뚫은 건가?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연결부를 끊어낸 거고?
“와, 돌을 던져서 열매들을 흔들어 떨어트렸나 보네요.”
뒤늦게 코코넛 열매들이 떨어진 것을 본 정대현이 다가왔다.
뭐, 그게 상식적인 반응이었다.
“아, 네. 뭐 그쵸.”
정우는 그렇게 답하고 서연을 보았다.
서연은 어깨를 으쓱였다.
마치 봤냐는 얼굴.
“대, 단하네.”
“그쵸? 이렇게 하면 더 빨리 떨어트릴 거예요.”
“아니, 더 하진 말고.”
“왜요?”
서연은 왜 그러냐는 듯 눈을 찌푸리는 서연의 모습에 정우가 황당해졌다.
정우는 코코넛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절반이 박살 났는데?”
“그건, 그러네요.”
서연은 납득했다.
역시 코코넛 따기는 전문가에게 맡겨두기로 하자.
“자요.”
그리고 서연은 떨어진 코코넛을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 정우에게 주었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은 정우는.
“?”
뒤늦게 구멍이 난 코코넛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