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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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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연은 마치 잘못을 한 강아지와 같은 얼굴로 눈치를 살폈다.

눈동자만 움직여 측면 위쪽을 보는, 그 현실에서 도피하는 얼굴에 지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 말이야…….”

예상하긴 했다.

아마 연습 때 했던 귀신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겠지.

그러니, 영화를 보거나 하며 따로 연습했을 것이다.

‘엑소시스트.

보아하니 참조한 영화는 그것이었던 모양이다.

계단을 거꾸로 내려오는 것을 볼 때 지연도 솔직히 머리털이 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근데 귀신이면 좀 천천히 기어 내려와야 하지 않나?

너무 빨리 내려와서 엑소시스트라기보단 무슨 거대한 곤충 같았다.

물론 그건 그것대로 무섭긴 했지만.

“그거 알아?”

“?”

“지금 네가 한 거 진짜 귀신이라고 알려진 거.”

“그, 그건 몰랐는데.”

서연은 어물어물 대답했다.

지연과 만난 이후론 조금 미적지근하게 연기했지만, 귀신의 집 자체는 굉장히 흥행했다.

서연의 화끈한 연기가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네가 그런 식으로 돌아다닐 거로 생각하진 않아서, 무슨 환각이나 진짜 귀신으로 취급받더라.”

사람이 어떻게 거꾸로 기어 내려옴?

혹은 그 상태로 그렇게 빠를 리가 없잖아.

그런 아주 상식적인 말에, 귀신에게 쫓긴 남학생들은 진짜 귀신을 목격한 인간이 되고 말았다.

아마 구교사는 당분간 학생들의 담력 탐험 장소가 되겠지.

그런 지연의 말에 서연은 반성했다.

솔직히, 자신도 조금 너무했다는 자각은 있었다.

‘너무 찰지게 반응해서.

서연은 그 남학생들에게 속으로 사과했다.

그도 그럴 게, 애초에 2층까지 온 학생은 많지 않을뿐더러, 그렇게나 찰지게 놀라고 반응해 준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나서 쫓아간 게 설마 악수가 될 줄이야.

‘아쉽다.

솔직히 좀 더 하고 싶었다.

혼자 대기하는 건 조금 꺼려졌지만, 그와 별개로 학생들을 놀라게 하는 건 재밌었다.

이래서 게임에서 크리처들이 그렇게나 사람들을 쫓아오는 거구나.

서연은 이제 조금 크리처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주서연, 너 그러다가 진짜 다친다. 그렇게 네가 달려들 때 남학생이 놀라서 덤비면 어떡하려고?”

“이겨야지.”

“…….”

지연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뭐 이기기야 하겠지.

다만 그게 배우가 할 말인가는 조금 고민되었다.

머리가 아래쪽으로 향해서 로킥에 대한 방비는 꾸준히 했다느니, 그런 헛소리를 하는 서연을 보며.

“그래서.”

이대로 어떻게 싸우면 승리할 수 있는지, 그런 사내 같은 담론으로 이어질 것 같아 말을 돌렸다.

“친구는 생겼어?”

“……음.”

막 그래플링으로 이어지는 잡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던 서연의 입이 닫혔다.

서연의 시선이 앞을 향했다.

현재 둘은 운동장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학교 축제의 폐회식.

연화 고등학교의 축제는 총 이틀 동안 이어지며, 그동안 서연은 나름 귀신 연기를 열심히 했다.

‘음.

서연은 고민했다.

친구가 생겼나? 라고 하면 잘은 모르겠다.

“반쯤은.”

“뭐, 반 친구니까 반만 친구일 수도 있지.”

그런 지연의 말에 서연은 불퉁하게 말했다.

“반톡에는 들어갔어.”

“참 장하네.”

“나머진 금방이야.”

서연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다만, 네발로 기어다니는 서연을 본 여학생들은 서연을 기피하는 게 보였다.

소문으로 퍼졌지만, 어쨌든 목격자도 존재하는 것이다.

“주서연.”

지연은 말했다.

“너 생일 두 달 뒤였지?”

“응? 맞아.”

“그렇구나.”

서연의 대답에 지연은 말없이 운동장 쪽을 보았다.

그런 지연의 모습에 서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서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운동장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이어 하늘을 향해 솟는 불꽃이 보였다.

불꽃놀이.

나름 학교에서 이런 건 또 제대로 준비했다는 기분이다.

평온한 학창 생활.

‘생각해 보면.

서연은 문득 깨달았다.

친구와 함께 바라보는 학교 축제.

전생의 자신에겐 꿈에도 생각 못 한 것이었다.

애초에 이럴 때는 무슨 감정을 느끼는 걸까.

그냥 기분이 좋은 것 같으면서.

가슴에서 간질간질한 뭔가가 느껴졌다.

전생의 나는.

그리고 차서아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감정.

‘…….

귀신을 연기하며 공포의 얼굴을 배웠다.

그리고, 차서아의 내면에서 흘러나온 감정.

자신이 지니지 못한 것을 가진 이들을 향한 질투.

‘단순한 광기.

차서아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정이다.

그녀는 악인이다.

감정을 몰랐다. 학대를 받았다.

그런 변명을 해도, 수많은 살인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이번 연기를 통해, 차서아의 공포를 표현하고자 했다.

‘하나는, 더 추가해도 좋겠네.

하늘에 터지는 불꽃을 보며 서연은 생각했다.

평범한 소녀가 누리지 못한 이 감정에 대한.

아마 차서아는 단순한 질투심으로 그런 짓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서연은 그런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이지연.”

“응?”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

아마 만나자는 뜻일 것이다.

그건 평범한 말이었을지는 모르나.

“…….”

하늘에 번지는 불꽃을 바라보는 서연의 얼굴은, 지연조차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평소 맹한 이 계집애가 지을만한 표정은 또 아니어서.

“그래.”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왜, 라고는 묻지 않았다.


의 하이라이트는 전부 촬영이 끝났고.

남은 차서아에 관한 장면은, 그녀의 일상.

그리고 다른 피해자들을 죽이는 차서아의 모습.

그녀가 가진 공포로서의 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녀가 왜 이런 범행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장면들.

타인에게 질투하고, 인간을 버려가는 모습들.

그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본래는 서연은 과거의 자신을 그대로 답습하여 보여주려 했다.

만약 자신이 학대를 받았다면.

그리고 타인의 표정을 제대로 연기할 수 없었다면.

그 가정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기하는 건 나니까.

과거의 나에 대해선 지금도 선명히 떠오른다.

그때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떻게 행동했는지.

다만 주서연은, 제대로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당시 내가 세상을 어떤 감정으로 보았는지는 모른다.

애초에 그건, 인지조차 못 했던 거니까.

그 감정을 알아야, 차서아의 동기를 이해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의 내가, 타인에게 느꼈던 감정을.

‘여긴…….

주말.

아마 내일이 촬영이라고 들었는데, 서연과 지연은 지방까지 내려가야 했다.

대전.

설마 성심당에서 빵을 사러 온 것은 아닐 테고.

‘또 표정은 참 묘해서.

대충 듣기는 했다.

내일 촬영을 위해, 마지막으로 하나 준비하고 싶은 게 있다.

그게 대전에 오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나 싶었지만.

‘얘 생각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어렸을 때부터 이상한 구석이 있었던 서연이다.

이젠 어지간한 일에는 적응되어 별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상한 짓을 해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녀석이었으니까.

‘딱히 지방에 온 경험은 많지 않을 텐데.

지연은 서연이 걸어가는 길을 뒤따랐다.

대전.

서울에서는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도시.

멀지는 않지만, 가깝지도 않은 곳.

당연히 평생을 서울에서 살았던 서연은, 그다지 올 일이 없던 곳이다.

하지만, 서연의 발걸음은 익숙했다.

이미 오랫동안 살아본 사람처럼.

막힘없이 발을 걸었다.

“주서연, 누구 만나러 온 거야?”

결국 그렇게 묻자, 서연은.

“아니.”

단지 그렇게 답했다.

또 걷고, 서연은 자연스럽게 이곳저곳을 들렸다.

조금 낡은 상가.

낡은 간판들이 줄지어 늘어선 골목.

그리고 연식이 좀 오래된 것 같은 초등학교.

그에 비해 깔끔한 중학교.

“고등학교는?”

“거긴 멀어서.”

거긴.

묘한 말이었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조금 후미진 장소에 있는 아파트 단지였다.

그래도 제법, 깔끔하게 정비된 느낌이 있는 곳.

계속 돌아다닌 탓에, 어느덧 하늘은 어두워지고 있었고.

퇴근하는 차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화목해 보이는 가정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어딘가에서 놀고 온 듯, 함박웃음을 지은 소녀와 인상 좋은 여성이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지연의 입가에 무심코 느슨한 미소가 걸릴 정도.

“…….”

하지만 서연은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쩐지.

서연의 눈에는 굉장히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왜?

그냥 낯선 사람이 아닌 걸까?

아는 사람이면, 왜 말을 하지 않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드는 순간.

“그렇구나.”

서연은 그리 중얼거렸다.

별다른 말은 아니었다.

단지 그 말을 하고, 천천히 등을 돌렸다.

“연기에 참조하고 싶은 게 있었어.”

“응?”

“차서아의 동기.”

그런 서연의 말에 지연은 의아해졌다.

이미 엄청 잘 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금 알 것 같아.”

그런 지연의 말에 서연은 이내, 웃었다.

“이젠 상관없지만.”

잠깐 머물렀던 그림자가 사라진, 말끔한 미소였다.

그런 서연의 모습에 지연은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둘은 서울로 돌아왔고.

다음날부터.

미뤄졌던 의 촬영이 시작됐다.


“수고하셨습니다!”

“서연 씨도 고생했어요. 이제 차서아 분량은 끝인가?”

그렇게 한 달.

의 촬영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남은 차서아와 관련된 씬은 적어도 전부 찍은 상태.

“네, 끝이에요.”

후련한 얼굴로 이마에 흐른 땀을 닦는 서연의 모습에, 배진환 감독은 생각에 잠겼다.

‘연기가, 더 좋아졌네.

이전의 차서아는 마치 그녀 본인을 보는 느낌이었다.

서연을 이 배역에 넣은 것을 후회하지 않을 만큼 훌륭한 연기.

특히 그것은 하이라이트 씬에서 빛을 발했고.

그 중간을 연결하는 과정은 무난한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봤다.

“솔직히.”

배진환 감독은 씩 웃었다.

“이거, 장면 장면이 다 좋아서, 편집하기가 쉽지 않아요. 스탭들이 아주 울상이라니까.”

“……그래요?”

“아, 그럼요. 서연 씨 어디서 연기하고 왔어요? 차서아 이거, 아주 물건이야.”

스릴러 영화에서는 악역이 중요하다.

관객들에게 공포를 심어줄 수 있어야 몰입할 수 있게 되니까.

범행 동기와 같은 것도 관객들이 납득할 수 없다면, 몰입에 방해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차서아라는 캐릭터의 범행동기는 굉장히 난해했다.

단순한 질투.

그렇게만 느껴지면 솔직히 조금 미묘한 구석이 있는 것이다.

‘겨우 저걸로?

그런 감상이 들면 실패한다.

하지만, 서연은 차서아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연기로써 너무나 잘 표현했다.

“아주 깊은 감정 연기인데……, 서연 씨 나이를 생각하면 도저히 말이 안 나오는 수준입니다.”

“……그, 그런가요?”

나이라는 말에 순간 움찔했다.

어쨌거나 지금은 여고생이다, 여고생.

서연이 그렇게 되뇌고 있을 때.

“촬영도 이제 거의 막바지고. 슬슬, 홍보 뛰어야 하거든요.”

“홍보요?”

“네, 방송도 나가고 그래야죠. 서연 씨. 혹시 생각해 둔 것 있어요? 우선 의사는 들어봐야 할 것 같아서.”

영화 홍보.

각종 예능이나, 혹은 행사에 나가 얼굴을 비추는 것.

이미 태숨달 때 비슷한 일을 해봤던 서연에겐 익숙했다.

물론, 아역이니 그리 많이 한 건 아니었지만.

‘이번엔 악역이니 그때보다 훨씬 빈도가 높겠지?

하지만 홍보한다고 해도, 서연은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이런 것까지 전부 꿰고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딱히 생각 없으면, 따로 홍보팀에게 말해둘게요.”

“네, 잘 부탁드릴게요.”

“아마 다른 배우들도 함께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진 않아도 괜찮아요.”

그런 배진환 감독의 말에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껏해야 인터뷰 방송 같은 거나, 과거에 나간 프로모션 이벤트 비슷한 거라 생각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