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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하이라이트 촬영 이후, 조금의 공백이 생겼다.
한 번에 몰아 찍기도 했고, 남은 장면들은 조금 천천히 찍어도 될 법한 것들이었으니까.
배진환 감독은 그걸 바로 찍기보다는, 조금 텀을 두기로 했다.
“서연 양, 요즘 연기할 때 너무 몰입했잖아요. 조금 쉬엄쉬엄하죠.”
나름 배진환 감독의 배려였다.
서연의 연기를 메소드로 판단한 탓에 정신적 피로감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당장 급하게 촬영할 장면도 없으니, 굳이 배우를 무리시킬 필요가 없었던 것도 이유였다.
‘그다지 피곤하진 않은데.’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솔직히 고맙긴 했다.
영화 촬영 외에도 할 일도 꽤 많았으니까.
그리고, 이제 조금 친분이 생긴 이들은 ‘서연 씨’가 아닌, ‘서연 양’이라 부르는 것도 조금 마음에 들었다.
가끔 생각하지만 나이 차가 있는 어른들은 서연을 참 좋아했다.
……묘하게 또래랑만 어색할 뿐.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
서연은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이제 학교 축제 준비로 귀신 역을 하다 보면, 이래저래 애들과 대화할 일도 많을 것이다.
간간이 대화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농담도 하고 욕도 하며 친해지겠지.
실로 완벽했다.
그러면 이제 이지연도 친구가 없다고 조롱하지 못하겠지.
그래, 이지연도…….
“…….”
서연은 머리를 움켜쥐었다.
아, 잊고 있었다.
버튜버는 어떻게 된 건지, 어쩌다 하게 된 건지 물으려 했는데.
그리고 그 마법사는 또 뭐고.
‘최근 차서아 역에 집중하다 보니…….’
라미엘의 첫 방송은 아직 일주일 정도 시간이 남아있었다.
나름 기념비적인 방송이 아닌가.
괜히 그 전에 들쑤시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다.
마치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느낌이라고 할까.
애초에 빨간약이기도 하고.
‘저는 이지연이라는 사람을 모릅니다.’
라는 느낌으로 방송을 시청하는 게 맞을까.
아니, 그게 맞기는 한데…….
구독자 : 325명.
서연은 그것을 보며 눈을 좁혔다.
아직 적은 숫자였지만, 아직 제대로 된 방송도 안 했다는 걸 생각하면 오히려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은 수치였다.
아마 모델링이 워낙 좋기도 했고, 함께 방송했던 마법사 때문이겠지.
‘…….’
서연은 어쩐지 섭섭해졌다.
지연이 마법사에게는 말하고, 자신에게는 말하지 않았으니까.
‘……역시 성우 학원. 한번 가야겠어.’
우선 첫 방송이 끝난 후에.
물론 특별히 뭔가를 할 생각은 없었다.
학원에 간다면 이지연이 갑자기 왜 버튜버를 시작하게 됐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단지 그뿐이었다.
에클라 에투알의 광고 촬영장.
사실 촬영장이라고 해봐야, 별다른 건 없었다.
어차피 대부분은 그래픽으로 처리할 예정이었으니까.
조명과 배경이 될 녹색 천이 별문제 없는지 확인만 해주면 충분했다.
“희빈 씨, 오늘은 지각하지 말아야 할 텐데.”
“그러게요, 이전 광고부터 찍기 싫은 티 팍팍 내던데.”
최근 방영한 월화드라마로 큰 인기를 얻은 배우.
이전 광고를 찍을 때는 그 드라마를 찍기 전이었다.
이미 그때부터 송희빈은 이 광고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마치.
‘이런 퇴물 브랜드 광고, 그만두고 싶다!’
그런 마음이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물론 입 밖으로 그런 말을 내뱉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건 태도나 얼굴로 상대의 생각을 대략 짐작할 수 있는 법.
이전에도 그랬는데, 드라마로 인지도 크게 올라간 지금은 어떨까.
벌써 촬영이 걱정되는 스태프들도 있었다.
“아, 못 들었어요? 이번에 광고 모델 바뀌었잖아요.”
그때, 한 젊은 스태프가 말했다.
“네?”
“송희빈 씨 하차하고 다른 배우로 촬영 새로 하는 거라던데요?”
“다른 배우면 누구요? 이야, 다른 배우 쓸 생각 없다, 여력이 없다고 하더니만 다 거짓말이었나?”
“제가 듣기로…… 주서연이라고 합니다. 주서연. 그 태숨달에서 나왔던 어린 아역.”
“아역?”
“아, 물론 지금은 컸죠. 태숨달이 언제 드라마인데…….”
“맞네. 그게 벌써 10년 전이죠?”
“10년? 와, 그게 그렇게 됐어요?”
주서연.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몇몇 스태프들이 아! 하고 감탄했다.
그야 최근 로 화려하게 복귀한 아역이었으며.
커뮤니티에 익숙한 이들은 을 보아 익숙했기 때문이다.
“아아, 복귀로 기사도 몇 개나 떴었죠. ……근데 또 뭐 있어요?”
“저 연극 봤는데 진짜 장난 아니더라고요.”
한 여자 스태프가 손을 들고 말하며 헤헤 웃었다.
연극이나 뮤지컬을 즐겨보는 스태프들은 또 그쪽으로 알고 있었다.
‘벌써 이것저것 많이 했네.’
로 이슈 되어 복귀를 알린 게 얼마 전이다.
그런데 이미 스태프들은 저마다 다른 경로로 서연을 알고 있었다.
스태프들은 그것이 신기했고.
그건, 이번 광고의 촬영을 맡은 감독 도형태도 마찬가지였다.
‘연극, 예능 두 개. 거기에 이번에 광고까지.’
진짜 바쁘게 사는구나.
인지도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이것도 능력인가?
아니면 뒷배로 누가 있거나.
서른 언저리의 젊은 감독, 도형태의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될 정도였다.
송희빈이 때려치우고 나갔어도, 에클라 에투알은 작은 회사가 아니다.
이 광고도, 절대 작은 광고가 아니었다.
아마 원하는 배우들은 얼마든지 있었겠지.
그런 이들을 제치고 주서연이 됐다는 건, 뒷배가 있다거나.
인지도를 씹어먹을 뭔가가 있다는 점이다.
‘혹시 미래를 본 투자? 에이, 광고가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간혹 무조건 뜬다! 라는 것에 걸고 야수의 심장으로 지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광고라는 건 최소 몇 개월은 해당 브랜드의 얼굴이 된다.
당연히 광고 모델은, 그 얼굴마담이고.
인지도가 없는 배우를 쓴다는 건, 그만큼 브랜드의 손해를 뜻하기에 섣불리 ‘투자’ 운운하며 광고 모델을 쓸 수 없는 것이다.
뭐, 그렇다고 또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뭐, 말이나 잘 들어주면 좋겠네.’
뒷배가 있든.
아니면 미래를 위한 투자든.
어느 쪽이든 배우의 입장에선 어깨에 힘 좀 들어갈 일이다.
특히 주서연은 어린 배우이지 않은가?
‘열일곱? 이야, 나이도 어린데 참 열심히 사는 구만.’
솔직히 이 부분도 걱정이었다.
열일곱.
에클라 에투알은 당연히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화장품 브랜드다.
하지만 십 대의 여성이라면, 당연히 풋풋함이 남아있었고.
성인 여성들이 바라는 ‘아름다움’보다는 ‘귀여움’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십 대에겐 십 대에게 어울리는 화장이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러니 오히려 어린 외모라면 화장 자체가 제대로 안 먹을 가능성도 있었다.
‘당연히 광고주도 그런 건 고려했겠지, 아마.’
하지만, 꼭 전문가라고 그런 걸 전부 고려하는 건 아니더라.
아무튼.
‘헛바람은 가득 들어갔겠네.’
벌써 이렇게 왕성한 활동을 할 정도면 바람이 잔뜩 들어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렸을 때부터 크게 히트한 아역.
편견이었지만, 도저히 성격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당장 송희빈이 어떻게 헛바람이 들어갔는지를 떠올리면 그럴만했다.
“곧 촬영인데, 주서연 씨 언제 온다고 합니까?”
“아, 이미 도착했고. 메이크업도 다 끝났다고 합니다.”
“그래요? 생각보다 빨리 왔네.”
도형태는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촬영까지 30분 정도 남은 시간.
지각이 빈번했던 송희빈에 비하면, 굉장히 빨리 온 편이었다.
메이크업까지 생각하면 아마 최소 한 시간 이상 빨리 왔다고 봐야겠지.
“혹시 메이크업이 길어질까 봐 일찍 왔다고 하네요.”
“흠…….”
다른 스태프의 말에 도형태는 팔짱을 꼈다.
그래도 성실한 성격인가?
그렇다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덜컹.
그렇게 대략 10분 정도 시간이 더 흘렀을 무렵.
촬영장의 문이 열렸다.
막 촬영 준비를 끝낸 스태프들의 시선이 일제히 움직였다.
새로운 광고 모델.
그것도 아직 적은 인지도임에도 화장품 광고 모델이 된 여배우의 얼굴을 한번 보고자.
“…….”
순간.
스태프들의 행동이 멈췄다.
호주머니의 담배를 만지작거리던 도형태의 손도 멈췄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긴 흑발이었다.
그다음은 붉은 기가 도는 갈색 눈동자.
새하얀 피부는, 화장 때문인지 아닌지 구분이 잘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하나 확실한 건 발색이 무척 잘 먹었다는 것.
열일 곱이라 들었지만, 화장한 모습을 보면 성인 여배우와 같은 아름다움이 보였다.
그 점이, 도형태에게는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주서연이라고 합니다. 오늘 촬영 잘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꾸벅.
허리를 숙이는 그녀의 모습에.
“아.”
도형태가 짧게 감탄사를 내었다.
‘이건…… 그러네.’
이걸 뭐라 하던가.
저점매수? 미래를 위한 투자?
‘이 정도면 할 만하지.’
이 정도의 외모.
에클라 에투알(éclat Étoile).
빛나는 별이라는 브랜드 명칭에 어울리는 화사한 외모였다.
송희빈이라는 배우는 이미 머릿속에 사라졌다.
‘이야……, 물건이네.’
흔히 배우들에게선 일반인과 다른 아우라가 흘러나온다고 한다.
도형태는 다양한 배우를 보았고.
실제로 그런 걸 느끼게 만드는 배우들을 여럿 만났다.
송희빈도…… 뭐, 나름 있었다.
그런데, 주서연.
이 여배우는 느낌이 달랐다.
왜 아역부터 이름을 날렸는지 알 것 같았다.
“반갑습니다. 오늘 촬영 감독을 맡은 도형태입니다.”
도형태는 그 냉소적인 성격답지 않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동시에,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번 광고는, 자신의 경력에 꽤 인상적인 한 줄이 될 것 같다고.
연화 고등학교 축제까지 3일.
나름 축제 준비는 막바지로 향해가고 있었다.
특히 서연의 반의 경우엔 아무래도 그 규모가 규모인 터라 준비할 것이 말 그대로 산더미였다.
관심이 없던 반의 학생들까지 참여해야 했을 정도로.
만약 학업에 힘을 쓰는 학교였다면, 분명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저기, 그, 그. 그…….”
여학생은 눈앞의 소녀를 보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녀의 손에는 현재, 얼굴을 꾸미기 위한 화장이 손에 들려있었다.
아니, 화장이라기보단 분장.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는 서연의 눈빛에 여학생은 차마 손을 움직이지 못하고 얼어있었다.
그도 그럴 게.
“얼굴의 화장, 정말 지워도…… 괜, 괜찮니?”
서연의 얼굴에는 현재 화장이 되어 있었다.
아니, 화장보다는 메이크업이 맞을지도 모른다.
‘광고 모델은, 해당 광고의 화장품을 써야 하니까.’
그건 서연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 광고의 모델로서 가져야 할 의무감이었다.
이런 쪽에서는 또 성실한 서연이다.
비록 화장이라는 게 어색했지만, 4억이나 주는 광고의 모델이 되었으니 꾸준히 광고를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혹시 맨얼굴로 다니다가, 에클라 에투알의 화장품은 안 쓰시나 봐요 라는 말이라도 들리면…….’
가뜩이나 이미지 때문에 조심하는 서연이다.
괜히 구설수에 오를 일은 피해야 했다.
아무튼.
‘……뭐라 말해야 하지.’
엄청 미안한 얼굴을 한 여학생.
서연은 깊이 고민했다.
쿨하게 ‘지워’.
라고 해야 할지 조금 다정하게 ‘괜찮아’라고 말해야 할지.
‘뭔가, 이게 아닌데.’
다른 곳은 얼굴을 분장하며 화기애애 떠들고 있었다.
이상하다.
메이크업 해주던 언니와는 꽤 자연스럽게 대화했었는데.
혹시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문제가 있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여태 배우 일을 하며 그런 느낌은 받아본 적은 없었다.
그냥, 뭐라고 해야 하나.
전생부터 친구를 딱히 만들어 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가…….
‘……이따, 귀신 역을 연습해 볼 때 만회하자.’
어쩐지 덜덜 떨며 자신의 얼굴을 닦는 여학생의 손을 느끼며 생각했다.
아직 축제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