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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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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축제에서 귀신 역을 하기로 마음먹은 뒤, 며칠 후.

서연은 청홍 액션 스쿨에서 액션 연기를 보이고 있었다.

“자자, 차서아는 무술가가 아니에요. 그렇게 절제된 동작으로 싸우면 멋은 있지만, 위화감이 있습니다. 위화감!!”

김홍백 교수는 서연에게 액션 연기를 철저히 훈련시켰다.

처음만 해도 서연을 고깝게 보던 다른 스턴트맨 지망생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하지만, 김홍백 교수는 그들과는 다른 의미로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이렇게 굴려도 지친 모습 한 번 보기 어려울 정도라니.

그래도 처음과 달리 땀을 닦는 서연의 모습이 보였다.

호흡은, 여전히 평온했다.

살짝 가슴이 오르내리고 있었지만 그뿐.

몇 시간 동안 액션 연기한 것 치고는 아주 쌩쌩했다.

“아무래도 대역이 없어 그런 것 같으니, 이번엔 제가 임승철 형사 역을 맡죠.”

대충 ‘차서아’의 액션 연기가 각이 잡혔다고 생각했는지 김홍백 교수가 그리 말했다.

“네?”

“왜 놀라요?”

“아, 아니에요.”

아, 그렇지 액션 연기는 상대랑 합을 맞춰야 하지.

서연은 새삼 그것을 자각했다.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서연은 고민했다.

‘괜찮, 겠지?

여섯 살 때부터 성인 남성 수준의 근력을 지녔던 이 몸뚱이는 이제 거의 인간병기가 되어버렸다. 농담으로 했던 슈퍼솔져 드립이 이제 현실성을 띠는 상태.

‘하지만, 이걸 위해 배운 거니까.

김대헌 배우와 합을 맞추기 전에 무술의 고수인 김홍백 교수와 합을 맞추는 게 좋아 보였다.

“그럼 시작해 보죠.”

지금 연습하려는 건 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임승철 형사와 차서아의 박투씬.

S# 115번.

“우선 최대한 차서아처럼 연기해 주세요.”

“최대한요?”

“감정이 섞인 움직임을 봐야 하니까요.”

“……네.”

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히 감정을 잡았다.

그리고, 호흡을 한 번.

또 한 번.

그렇게 감정을 잡고 눈을 뜬 순간.

탁!!

김홍백 교수가 달려들었다.

본래는 임승철 형사의 대사가 있을 테지만 지금은 없었다.

하지만.

조금은 어설픈, 하지만 빠르고 경쾌한 임승철 형사의 발걸음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김대헌 배우의 것과 거의 똑같았다.

스턴트맨.

그리고 대역 배우.

본래 김홍백 교수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역 배우이자 스턴트맨이었다.

김대헌의 움직임을 재연한 그의 몸놀림이 그것을 증명했다.

당연히 이것을 지켜보던 연습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몰렸다.

김홍백 교수의 액션 연기는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동시에, 여태 저런 강철 같은 체력을 지닌 여배우가 어떤 액션 연기를 펼칠지 궁금했다.

그리고.

‘차서아는 무술가가 아니다.

김홍백 교수의 말을 되새김질하며 몸을 움직인다.

싸우고자 익힌 기술이 아닌, 인간이 가진 본능적인 공격성.

차서아의 특성으로, 공포를 느끼지 않는 인간의 움직임을.

휙!!

김홍백 교수의 손을 가볍게 피했다.

이미 사인이 있던 동작이다.

그리고 이어 서연의 주먹이.

부우웅!!

바람을 가르며 김홍백 교수의 볼을 스쳤다.

“잠깐.”

“네?”

김홍백 교수는 볼을 만졌다.

합을 맞춰 피했는데, 컷팅이 나버렸다.

“…….”

음.

김홍백 교수는 말했다.

“조금 살살 때립시다.”

“아, 네.”

“상대를 때리는 게 아니라 합을 맞추는 건 알죠?”

“지, 지금도 빗맞힌 거예요. ……아마.”

“그렇습니까.”

그런 것치곤 정면으로 날아왔는데.

아무래도 차서아의 감정에 몰입해서, 제대로 컨트롤이 안 된 모양이다.

‘김대헌 배우가 했으면 한 방에 갔겠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리 연습해서 천만다행이라고.

“곧 하이라이트 씬 촬영이라고 들었는데, 미리 해봐서 다행입니다.”

“네?”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던 서연은 그런 김홍백 교수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이라이트씬 촬영이 곧이라니?

분명 한참 후에 찍기로 했었는데.

“이런, 못 들었어요? 배진환 감독님 말로는 사정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하이라이트 씬부터 도와달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아.”

그래서 오늘 추격씬이 아닌, 이 장면부터 연습한 것이었구나.

서연은 그제야 납득했다.

배진환 감독은 아마 김홍백 교수가 말해주리라 생각한 거겠지.

“그러니, 제대로 해봅시다.”

“넵.”

의욕을 불태우는 서연을 보며, 김홍백 교수는 재차 볼을 매만졌다.

“……잠시 약 좀 바르고요.”

이거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단순한 컷팅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김홍백 교수는 그런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며칠 후, 예정되어 있던 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장소는 편의점.

“편의점에서 찍는 장면 오늘 다 찍습니다.”

의 촬영은 전체적으로 순조로운 상태였다.

이대로면 빠르면 올해 내, 늦어도 내년 초에 개봉이 확실시될 게 분명했다.

이미 현재 찍은 장면들로 PV가 제작에 들어갔다고 했을 정도니까.

“그래서 오늘 좀 늦게 끝날 수 있어요. 오늘 찍을 씬이 세 개입니다, 세 개.”

배진환 감독이 스태프들을 향해 말했다.

원래 편의점 장면 중 몇 개는 시일 두고 나눠서 찍을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게 편의점은 영화에서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부분이었으니까.

그러니 되도록 감정선 유지를 위해 후반부에 찍으려 했으나.

“편의점 사장님께서 일이 있다고 하더군요.”

“아, 그러면 어쩔 수 없죠.”

아무래도 편의점 사장님께 양해를 구한 후, 빌린 장소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보수는 적절히 준 상태였다. 아니, 오히려 더 얹어준 편.

아무래도 유동 인구도 많고, 이런 곳에서 만약 안 좋은 소문이 퍼지면 영화에 악재로 작용하는 법이었으니까.

배진환은 그런 평판이나 소문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정작 악재는 다른 곳에 있었지만.

서연은 그런 배진환 감독을 빤히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과거, 는 말 그대로 악재의 연속이었다.

그중 정점이 바로 표지우의 클럽 난동 및 살인미수.

개봉까지 밀리고, 관도 축소되고 온갖 오명이란 오명은 다 뒤집어썼다.

이번에야 서연이 차서아 역을 맡았기에 그럴 일이 없을 테지만, 여러모로 운이 없는 감독이었다.

“아, 서연 씨.”

빤히 배진환을 보고 있자, 그가 웃으며 다가왔다.

“오늘 촬영 괜찮아요? 아무래도 후반부 장면이라 힘들지 않겠어요?”

“네. 아마도요.”

아마 서연의 메소드 연기를 고려한 말일 것이다.

하이라이트.

말 그대로 영화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장면이, 이 편의점 씬이다.

당연히 해당 배역과 동조해야 하는 서연에게는 가장 부담이 가는 파트.

동시에, 순서에 맞지 않기에 감정 몰입에 방해가 될 수도 있었다.

여러모로 서연에겐 어려운 일일 수 있었지만.

‘항상 순서대로만 촬영할 수는 없어.

어렸을 때는 공정태 감독이 서연을 많이 배려해 주었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서연은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앞으로도 드라마, 영화를 찍게 될 서연이다.

이 정도는 이제 당연히 적응해야 하는 일이었다.

“아주 좋습니다.”

그런 서연의 생각을 읽은 배진환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언제봐도 서연이 연기를 대하는 자세는 진지했다.

‘도무지 십 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단 말이야.

인사를 깍듯이 하고, 연기를 대하는 자세도 아주 좋았다.

배진환도 어쩔 수 없는 중년.

요즘 젊은 연기자들에게 이래저래 불만이 있었으나, 서연은 그런 배진환의 불만을 완벽히 잠재웠다.

그 때문에 서연의 촬영장에서 평은 아주 좋은 편이었다.

“서연 씨가 사회생활을 참 잘해.”

“그쵸? 사람 대하는 게 아주 프로라니까. 학교에서도 인기 많죠?”

지나가는 스태프가 그런 서연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게 또 한두 번 들은 말이 아니라서 서연은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인기…… 그럼요.”

서연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야 곧 축제에서 귀신 역할도 맡았으니, 나머진 금방이다.

함께 축제 준비하면 이런저런 말을 할 기회도 늘어날 터.

“역시!”

“다음에 촬영장에 견학 오고 싶다는 친구들 있으면 데려와요.”

“아, 네.”

그 정도로 친한 애들은 아직 없는데.

서연은 우선 고개를 끄덕였다.

소속사도 그렇고, 촬영장 스태프들도 그렇고 하나 같이 서연의 친구에 관심이 많았다.

“오늘 먼저 촬영할 건 씬 넘버 117번입니다.”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편의점 씬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씬이다.

한예화가 납치된 장소를 찾아, 급히 난입한 서광일 형사를 상대로 차서아는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서광일은 전국체전에 나갔을 정도로 뛰어난 운동신경을 가진 형사.

당연히 차서아도 쉽게 죽이지 못했고, 가까스로 근처에 놓인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쳐 기절시킨다.

그사이에 납치한 한예화는 도망쳤고.

차서아는 놓친 한예화를 잡기 위해 기절한 서광일을 두고 서둘러 쫓는다.

하지만, 이미 도망친 한예화를 찾는 건 요원한 일.

차서아는 달리던 발을 멈추고,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집에서 기절 시켜둔 형사를 죽일 도구를 구하기 위해.

“……저, 이거 괜찮습니까? 뭐시냐, 이거 신성미 배우님이 욕 좀 먹겠는데?”

“어머, 괜찮아요. 오히려 마지막에 이렇게 강렬한 이미지라도 남기는 게 좋지.”

임승철 형사 역의 김대헌이 그리 말하자, 편의점 아줌마 역의 신성미가 호호 웃었다.

그녀도 대본을 들었을 때 그런 마음이 들긴 했다.

어찌 보면 개연성이 좀…… 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확실히 자극적이긴 해.

앞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장면이 아닐까.

그런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이 장면이 어설프게 보이지 않으려면, 서연 씨가 잘해야 해요.”

“네.”

“제대로 보여줘야 합니다. 차서아의 모든 걸.”

이다음 장면이 임승철 형사와 싸우는 마지막 싸움이다.

S# 115번.

하이라이트에 관객들을 몰입시키려면, 그 전조가 중요했다.

S# 114번은 그 전조였다.

차서아를 완벽한 악역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해야 했다.

“……좋습니다.”

배진환은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보다 빠르게 하이라이트를 촬영하게 되었으나, 결국 언젠가 찍었을 장면이다.

이 장면.

처음 이 영화를 맡았을 때부터 계속 생각했던 이 장면이 눈에 아른거렸다.

차분히 준비를 마치는 서연을 보았다.

평소 차서아가 살인 때 입던 우비 복장이 아닌, 일상복.

차서아가 흔히 편의점을 갈 때 입는 후드티에 청바지였다.

조용히.

촬영 준비로 시끄러운 촬영장에서 홀로, 조용히 서 있는 서연.

감정을 잡기 위해 고요히 눈을 감은 모습이 보였다.

연극 무대에서 보았던 ‘홍정희’.

그때의 강렬한 모습 이상의 연기를 이곳에서 보여줘야 한다.

배진환은 믿었다.

분명 서연이라면 할 수 있다고.

천천히.

서연의 눈이 떠졌다.

밝은 조명에도 선명히 빛나는 붉은 눈이 보이는 동시에.

S# 114번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편의점을 향해 걸어가는 차서아의 모습을 카메라가 잡으며.

그렇게.

저벅.

무거운 발걸음이 한 걸음 내디뎌졌다.

「……후.」

거칠어진 숨을 내쉬며, 차서아는 느릿하게 발을 움직였다.

자신의 집을 어떻게 찾았는지, 문을 부수고 난입한 형사 때문에 늦었다.

만약 다른 형사가 하나 더 있었다면 조금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

차서아는 말 없이, 상처 입은 자신을 바라보는 거리의 행인들을 보았다.

그녀를 이상하게 보는 눈.

이제는 익숙해진 것.

차서아는 생각했다.

우선 한예화는 놓쳤다.

그렇다면 우선, 집에 기절시키고 온 형사부터 처리해야 했다.

아직 붙잡히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까.

한예화를 납치한 것을 본 장본인만 사라진다면, 설령 잡히더라도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날 수 있을 터.

딸랑.

그런 생각을 하며, 이제 익숙해진 편의점.

차서아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의점에 들어갔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자, 편의점 아줌마가 호들갑을 떨며 놀랐다.

이 편의점의 주인이자 차서아에게는 무척 익숙한 인물이었다.

「어머어머, 서아야. 왜 그렇게 다쳤어!」

그런 그녀의 말에, 차서아는 웃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꾸민 웃음.

하지만 둔한 아줌마는 그런 덧씌워진 웃음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그보다, 공구 좀 빌려 갈게요.」

「공구?」

편의점에는 전에 차서아가 가져다 둔 공구 상자가 있었다.

그리고, 시체를 처리할 때 쓸 청 테이프를 막 손에 쥐었을 때.

「오늘 정말 이게 무슨 일이니. 벌써 두 번째네.」

편의점 아줌마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차서아에게 말했다.

동시에, 청 테이프와 굵은 커터 칼을 손에 쥔 차서아의 손이 멈췄다.

「두 번째?」

「그래! 아, 이건 비밀인데. 지금 창고에 아가씨가 있어! 놀라지 마, 살인마에게서 쫓기는 중이라지 뭐니. 어휴, 무서워서 원.」

그 말에, 차서아의 눈이 편의점 아줌마에게 향했다.

그때, 차서아의 눈에 비친 감정은, 아마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또렷한 감정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