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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클라 에투알(éclat Étoile).
여성용 화장품으로 유명한 회사다.
일각에는 프랑스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평범하게 한국에 자사를 둔 국산 브랜드였다.
나름 고급화 전략을 밀고 있는 브랜드……였으나.
“슬슬 송희빈 씨와 계약기간도 끝나기에 새로운 광고 모델을 구해야 할 것 같은데요.”
에클라 에투알의 브랜드 사업전략팀은 최근 머리가 아팠다.
최근, 신진 브랜드의 기세에 화장품의 매출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다른 화장품들과의 경쟁이 밀리는 상황.
5년 간 광고 모델로 써왔던 배우 송희빈도, 이번 계약을 끝으로 나갔다.
‘분명 다른 화장품 브랜드에 말이 나온 게 분명해.’
최근 방영 중인 월화 드라마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송희빈의 이름값이 크게 올랐다.
그러니, 아무래도 더 많은 돈을 주고, 브랜드 가치가 높은 곳의 광고를 받고 싶었던 거겠지.
“아오.”
사업전략실의 정태수 팀장은 머리가 아팠다.
최근 다른 브랜드에 훅훅 뒤처지는 게 눈에 보일 지경이었으니까.
“저희도 인지도를 끌어올릴 만한 광고 모델을 쓰죠?”
“예산이…….”
“그렇다고 인지도가 적은 연예인을 쓰면 의미 없잖아요.”
“그것도 그렇지만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을 썼다가 성과가 그만큼 안 나오면 이거 손해를 메꾸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연예인에게 주는 계약금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해당 연예인을 불러왔을 때, 예상보다 성과가 나오지 않아 매출이 줄었을 때 발생하는 손해다.
지금도 솔직히 간당간당하는 상황.
송희빈과의 계약이 어그러진 이상 앞으로 한 달 안에 새로운 광고 모델을 찾아야 했다.
“연장할 것 같이 말하더니, 하여간 이래서 연예인들은……!”
정태수 팀장은 분통이 터져 소리쳤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쩌겠는가.
이쪽이 더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하지 못한 것을.
“저, 팀장님.”
“왜요, 박 대리.”
“혹시 얘는 어떻습니까?”
박 대리가 테블릿에 비친 화면을 내보이자, 에서 찍힌 한 여성의 모습이 나왔다.
성장한 연화공주로 일약 큰 화제를 모은 스타, 주서연.
이어 어떤 케이블 방송에도 나갔다던가.
“확실히 얼굴이 좋긴 해요. 그런데 주서연은 광고를 맡을 정도로 인지도는 없지 않나?”
“그렇죠. 하지만, 확실히 뜨지 않을까요?”
“아, 그러니까. 미래를 걸고 저점 매수를 하자?”
“예예. 바로 그겁니다.”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박 대리의 모습에 정태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막연한 미래에 배팅이라니.
“박 대리. 언제적 연화공주야. 주서연 배우, 아직 제대로 나온 것도 없고 심지어 알죠? 이번에 영화 찍는 것도 스릴러 영화래.”
“그, 그렇긴 하죠.”
“스릴러 영화에 여배우. 보나마나 조연일 게 뻔하고. 그 다음 작품은 또 언제 구해? 인지도는 언제 올리고? 10년동안 잠적 탔던 아역, 그것도 연극에서 조금 떴을 뿐인 배우로 광고를 하면 누가 봐요? 연극 관객들?”
“…….”
박 대리는 시무룩해져서 자리로 돌아갔다.
정태수는 조금 너무했나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광고란 결국 이미지와 인지도.
주서연이라는 배우가 분명 대단한 외모를 지닌 건 맞았다.
하지만 그것과 광고는 다르다.
외모야 얼마든지 보정으로 빛나고 아름답게 만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인지도는 아니다.
이 화장품이 얼마나 고급스럽냐, 그리고 여성들에게 어필이 될지가 중요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올려야 하는데.’
우선 후보는 몇몇 추려 놓기는 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윗분들이 마음에 드는 연예인이 있어야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아이돌 둘, 여배우 둘…….’
다 적당히 이름값이 있는 연예인들이었다.
대략 다섯 정도 추려서 보고를 올리려던 정태수는 남은 하나에 대해 고민했다.
‘뭐, 그래. 주서연.’
하나 쯤은 깍두기로 끼워넣어도 괜찮겠지.
나름 넣어도 이상한 얼굴은 아니다.
최근 화제성은 그래도 있었잖아?
물론 정태수 팀장은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자리 채우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일주일 후.
“예, 주서연이요?”
사업 전략실에 찾아온 에클라 에투알의 이사.
거대한 풍채를 지닌 사내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야, 정 팀장 안목이 있네. 그래, 이번 광고 모델. 주서연 가봅시다.”
“예??”
아니, 왜요?
그렇게 물으려 했으나.
“태숨달, 연화공주! 내가 진짜 10년 전에 말이야. 한참 힘들 때가 있었는데, 드라마 하나로 어? 마음을 다 잡았거든. 아, 이거 이야기 했던가. 정확히 말하면 10년 전, 여름이었어.”
거기서 시작된 이사의 말은 장장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정태수는 미처 몰랐다.
에클라 에투알의 이사, 백민찬이 태숨달 드라마의 광팬이었다는 사실을.
“어, 하지만 이사님. 주서연 배우는 그, 인지도가 조금 적지 않을……까요?”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아, 인지도! 자네도 알잖아. 꼭 이게 브랜드가 한창 팍! 뜬 배우를 쓰는 게 다가 아니야. 가끔은 그 뭐냐. 저점매수 알지? 아직 쌀 때 팍! 계약해서 잡아두는 거야.”
“예?”
아니, 여기서 저점매수가?
“크흠. 아무튼 못미더울 수 있는데. 자네도 알잖나, 내가 감이 좋은 거. 그 배우는 내가 10년 전에 보고 분명 뜬다고 생각했던 아역이야. 거기다 얼마나 화려하게 돌아왔나. 분명 확실해. 1년 내에 이름값이 엄청 올라갈 거야.”
그런 이사의 말에 정태수는 주서연은 아직 고등학생인 여배우라거나.
혹은 반박할 수 있는 말이 대략 열 가지 정도 떠올랐다.
하지만 백민찬은 감이 좋았다.
사람을 보는 눈이 좋다기보단, 그가 이런 식으로 나설 때면 흔히 말하는 ‘성공의 촉’이 날카롭게 솟았다는 뜻이다. 10년 전, 작은 단칸방에서 시작한 사업을 대표와 함께 이렇게 키운 남자가 아닌가.
“……알겠습니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솔직히 정태수는 영 못미더웠다.
하지만,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결국 그는 한 명의 사원일 뿐이었으니까.
그렇게 또 이주가 흐르고.
에클라 에투알, 사내.
“안녕하세요, 노바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배우. 주서연이라고 합니다.”
백 이사의 강력한 주장에 힘입어, 한 명의 여배우가 찾아왔다.
‘화장품 광고.’
서연은 진지한 얼굴로 고뇌했다.
화장품이란 서연에겐 여전히 어려운 물건이었다.
그래서 서연이 화장을 하지 않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무적의 TS 피부는 굳이 관리를 하지 않아도 백옥 살결을 유지 시켜주고.
강렬한 태양의 햇살을 선크림 하나 바르지 않아도 견딜 수 있는 방어력을 지녔다.
굳이 화장을 하지 않아도 예쁘다……지만 당연히 어머니인 수아가 그걸 가만히 볼 리가 없었고.
“적어도 기본 화장은 하자, 우리 딸.”
“…….”
그리하여 비비 크림 정도는 바르고, 립스틱이나 아이라인은 최소한도로 그릴 수준은 되었다.
손재주가 없어서 잘은 못하지만.
거기다 서연이 꾸미지 않아도, 어차피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꾸며주는 경우가 더러있었다.
배우에게 화장이란 결국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것.
‘하지만 광고는…….’
화장품 광고는 여성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걸 받고 안 받고가 여성 연예인들에겐 자존심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이지연조차 비비크림 광고 정도는 했을 정도.
그때 얼마나 자랑했는지를 생각하면…….
“어머, 서연아! 화장품 광고 들어왔다고? 에클라 에투알이면 엄마도 쓰는 브랜드잖니. 봐봐, 엄마의 안목!”
실제로 수아는 해당 브랜드의 화장품을 쓰고 있었다.
비싸서 자주 쓰지는 못하지만, 립스틱이 발색이 좋아서 자주 애용한다나.
물론 서연에게는 조금 먼 이야기였다.
그렇게 결국 화장품 광고를 승낙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좋은 기회인 것도 맞았으니까.
“안녕하세요, 노바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배우 주서연입니다.”
그리하여, 에클라 에투알의 사내.
나름 명품 화장품이라는 이름 내세우는 브랜드답게 회사는 굉장히 번쩍번쩍했다.
‘이름 값도 있는 회사인 것 같은데.’
이런 회사에서 자신을?
서연은 솔직히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곁에 있는 박은하 매니저도 긴장한 기색이 느껴질 정도.
“사업전략팀장 정태수 팀장입니다. 그리고…….”
“에클라 에투알의 이사, 백민찬입니다.”
무려 이사까지 자리에 나왔다.
보통 이사까지 나오나?
나름 전생에 회사 생활을 했던 서연이었다.
윗분들은 으레 그렇듯, 이런 자리에선 굳이 발걸음하지 않는 법이다.
사실 팀장급이 나온 것도 이례적인 경우.
아니면 연예인 광고 계약은 다 이런 건가?
“크흠, 저는 그냥 지켜보러 왔을 뿐이니, 너무 신경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백민찬은 그리 말했다.
그럼 대체 왜 나온 걸까.
그런 의문이 들었으나.
“우선 이미 이야기는 어느 정도 가셨을 겁니다. 저희 에클라 에투알은, 주서연 배우님을 1년. 전속 광고 모델로 제안하고 싶습니다.”
“1년이요?”
“네, 물론 이후 더 연장도 될 거고 계약도 추가적으로 갱신될 수 있습니다. 물론 조건은 무조건 적으로 상향될 것이고요.”
첫 계약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기준이 되니까. 여기서 페이를 올릴 수는 있어도 깎을 수는 없다.
서연은 그에 대해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본인의 인지도를 생각할 때, 계약금은 그리 높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1년 전속 모델료로 4억.”
그렇구나, 4억. ……응?
“4억, 이요?”
4억은 서연의 인생에서 게임 머니로 밖에 본 적 없는 수치였다.
여태 드라마도 찍고, 영화 계약금도 받아본 서연이다.
영화 계약금도 나름 B급 배우 수준으로 받아 2억.
그런데 4억은 그 두 배가 아닌가.
심지어 촬영 난이도를 생각하면 서연의 입장에선 경악할 수준이었다.
‘솔직히 이 절반에도 쓸 수 있는데.’
정태수는 솔직히 뼈아팠다.
서연 정도의 배우라면 이 절반 정도만 줘도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옆에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백민찬 이사가 강력하게 주장했다.
무조건 B급 이상은 쥐어 줘야 한다고.
그래야 후에 계약 기간이 끝나도 쉽사리 다른 곳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송희빈의 일도 있으니, 그런 거겠지만 역시 너무 갔다 싶었다.
“……조건은 어떠십니까?”
계약서를 찬찬히 읽어본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독소조항 같은 것도 없는 느낌이었다.
옆에 박은하 매니저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서연에겐 지나치게 좋은 조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할게요.”
4억이면 해야지.
화장품이 어쩌고저쩌고, 그게 뭐가 중한가.
“혹시 광고 촬영은 언제부터…….”
“스케쥴은 제가 전달드릴 테니, 날짜를 잡아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은하 매니저의 말과 함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광고 협의, 그리고 계약서에 사인하는 건 좀 더 검토후에 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확정.
“아, 근데 이번에 출연하는 영화가 스릴러 영화라고 했는데 어떤 배역인가요?”
“그게…… 기밀이라.”
“아아, 이해했습니다. 궁금했는데 아쉽네요. 아시다시피 이게 또 무슨 배역에 출연했느냐에 따라 광고의 이미지가 달라져서요.”
기분 좋게 사인을 마친 서연은 정태수 팀장의 말에 어색하게 웃었다.
영화 계약서에도 새롭게 명시된 부분인 터라 발설할 수도 없었다.
‘그러고 보면, 이거 문제 아닌가?’
살인마 역.
서연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건 배우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준다.
심지어 잘하면 잘 할수록 더더욱 크게.
‘……음.’
이거 큰일난 거 아닌가?
4억.
서연은 계약서를 빤히 바라보았다.
갑자기 4억이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살인마 배역을 맡았던 배우가, 그 이미지 때문에 광고 모델에서 잘린 건 꽤 유명한 이야기였다.
서연은 심지어 화장품 광고.
영화가 히트하게 되면, 백 퍼센트 잘릴 게 분명했다.
‘이미지, 이미지를 개선시켜야 해.
서연은 마음이 급해졌다.
4억이 날아가기 전에, 차서아 역의 이미지를 중화시킬 배역을 찾아야만 했으니까.
그리고 공교롭게도.
마침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영화가 하나, 그리고 드라마가 한 편이 있었다.
다만 문제는 그 두 작품이.
서연에게 있어, 인연이 있는 둘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