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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촬영은 전체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질투를 알게 된 과정이 심히 하찮았지만, 아무튼 연기에 도움이 된 건 맞았다.
‘……차마 말할 수는 없지만.’
질투, 생소한 감정이다.
생각해 보면 감정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단지 자신에게만 특별했을 뿐.
촬영장을 정리하는 사람들을 보며, 서연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배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어찌 보면 그것을 알아가기 위함이었다.
여러 가지 감정이 나타나고, 그것을 꾸며서 나타내는 곳.
과거에는 그저 불쾌감을 덮기 위해 만들었던 가면이, 장기가 된 이 세계가 편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사춘기가, 아직 안 끝났나.’
묘하게 감성적으로 되는 날이다.
어쩌면 어제 그런 충격적인 장면을 봐서 그런 건지도.
생각하는 것만으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물론 어제만큼은 아니긴 했지만.
서연 본인도 스스로 그런 감정을 지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스스로를 식물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웬걸. 그냥 자신이 바보였을 뿐이다.
‘으음.’
아직도 모르는 감정은 많다.
물론 현생에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낀다.
단지, 전생과의 괴리감 때문에 스스로 어떤 감정인지 한 번 생각해야 할 뿐.
연기를 할 때는 결국 그걸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치 사람이 숨을 쉬는 걸 의식하면 괜히 거추장스러워지는 것처럼.
“서연 씨.”
오늘 촬영이 성공적이기 때문이었을까.
배진환 감독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서연에게 다가왔다.
“네?”
“오늘 촬영 정말 좋았어요. 이대로만 가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는 잠시 말끝을 흐리며 고민했다.
멀뚱멀뚱 자신을 보는 서연의 시선에 그는 잠시 고민하던 것을 말했다.
“다음 촬영은, 조금 격한 장면입니다. 알죠? 한예화를 납치하고, 그 과정에서 경찰 하나와 다투게 되거든요.”
“네, 알고 있어요.”
“보니까 서연 씨, 몸 쓰는 거 좀 되는 것 같던데. 혹시 할 수 있어요?”
혹시 할 수 있다?
무슨 말인가 싶어 빤히 바라보자.
“듣지 않았어요? 본래 액션씬은 대역이 보통 하니까요. 이미 서연 씨도 들었을 텐데?”
“아, 들었어요.”
생각해 보면 그런 말이 있었던 것 같았다.
보통 액션씬을 맡는 스턴트 배우는, 배우와 체구가 비슷한 인물로 정한다.
차서아가 우비를 입거나, 얼굴을 숨기는 복장을 많이 입는 것도 대역을 쓰기 편해서다.
아무래도 작중 몸싸움 장면이 자주 나오니, 대역을 쓸 예정이었다고 한다.
“근데, 하필 서연 씨 대역을 맡기로 하던 배우가 발목을 다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배우를 찾을까…… 하다가, 문득 생각난 거죠.”
첫 촬영.
서연과 김대헌의 추격전.
그때 쌩 하고 사라졌던 서연이 떠올랐다.
물론, 달리기와 몸을 쓰는 액션은 다르다. 하지만 어쩌면? 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괜찮으면, 제가 아는 액션 스쿨이 있는데. 혹시 어때요?”
서연은 몰랐지만, 이건 굉장히 특별한 경우였다.
액션스쿨. 당연히 배진환급의 감독이 아는 액션스쿨이라 하면, 당연히 서울에서 가장 중요한 ‘액션스쿨’의 대명사나 마찬가지인 곳이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름난 스턴트 배우가 있는 곳.
그리고, 당연히 그런 곳에는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단순히 스턴트맨 지망생만이 아니라, 액션을 배우고자 하는 연기자들이 찾는 곳이니까.
당연히 오디션을 거쳐야 하며, 그 경쟁률도 굉장히 높다.
‘굉장히 눈이 높은 분이지만, 서연 씨 정도라면…….’
참고로 배진환은 해당 액션스쿨을 만든 김홍백 교수와 인연이 있었다.
그러니 뛰어난 배우라면 충분히 추천할 수 있었고.
서연 정도면 썩 괜찮은 인재라 생각했다.
‘한두 달 정도 속성으로 배운다면 괜찮겠지.’
의 액션씬은 대단한 수준은 아니었다.
애초에 스릴러 영화지, 액션 영화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 액션이라는 게 굉장히 포괄적이어서, 적당히 합을 맞춰 싸우는 장면도 액션을 배웠냐, 배우지 않았냐로 큰 차이가 나타난다.
말이 액션학원이지 ‘몸을 쓰는 모든 연기’라고 봐야 했으니까.
해당 장면만 속성으로 배운다면, 한두 달이면 충분할 터.
“한번 해보고, 괜찮다 싶으면 서연 씨가 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그런 배진환의 말에 서연은 어땠냐면.
“네, 해보고 싶어요. 연기자로서.”
차분한 대답.
그런 서연의 말에 배진환은 내심 감탄했다.
보통 여성 연기자들은 액션 연기를 기피하는 법이었으니까.
‘아주 자세가 좋아.’
나이도 아직 어린데 아주 대견했다.
배진환 감독이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액션 연기!’
몸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서연은 마냥 신났다.
내심 액션 연기는 꼭 배워보고 싶었으니까.
배진환 감독은 명함과 함께, 해당 액션 스쿨의 주소를 박은하 매니저에게 일러주었다.
가서 자신의 소개로 왔다고 말하면, 알아서 잘해줄 것이라고 말하며.
그렇게 다음날.
학교에 등교한 서연은, 묘하게 분주한 기색을 느꼈다.
학생들의 들뜬 얼굴이나,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평소와 다른 느낌.
“무슨 일 있었어?”
그에 관해 물어볼 친구가 딱히 없었던 서연은, 1교시 쉬는 시간에 쪼르르 옆 반으로 가서 지연에게 물었다.
“……그 정도는 좀 같은 반 애들한테 물어봐.”
“아주, 어려운 일이야. 그거.”
“뭐가 어려운데.”
지연은 그런 서연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
하기야 겉만 보면 부담스러운 녀석이긴 하다.
평소에는 리액션도 약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거기다 서연에겐 아우라가 있었다.
‘존재감이 다르다’라는 묘사가 누구보다 어울리는 인간.
뭐, 웃기라도 하면 충분히 친구를 잘 사귈 수 있을 것 같지만, 본인이 저래서야.
“학교 축제 때문이겠지.”
“학교 축제?”
그런 게 있나?
서연이 그런 눈으로 보자.
“연화 고등학교는 축제를 좀 크게 하는 모양이야.”
연화 고등학교는 학업보단 예체능에 자신 있는 학생들이 많이 모인 학교다.
그 탓에 서울 내에서 평균 성적은 딱 평균이나 조금 아래 정도에 위치해 있으나, 예체능에선 굉장히 강했다.
그래서 체육대회나 학교 축제를 굉장히 성대하게 여는 편이었는데.
특히 학교 축제는 반마다 부스를 따로 마련할 정도였다.
“……진짜 그런 걸 해?”
“의외로 많아.”
많구나.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 축제라고 해도, 서연은 마땅히 뭔가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보아하니 축제 때 무얼 할지는 이미 어제 정한 것 같은데.
‘우리 반은 뭘 하지?’
물어보고 싶어도 마땅히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문득 서연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 이대로면 학교 축제도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쓸쓸하게 보내게 될 것이 아닌가.
“깨달았구나. 너희 반으로 가거라.”
매정한 지연의 말에 서연은 조금 풀이 죽었다.
그리고 반으로 돌아가자.
반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서연에게 날아와 꽂혔다.
서연은 매일 전학생이 되는 기분을 느꼈다.
‘……역시, 뭔가 조치를 취해야 겠어.’
이대로 배우 일이 바빠지면 계속 겉돌게 될 게 분명했다.
아무래도 그건 아니지.
고교 3년 내내 이지연이 유일한 친구인 삶…….
이건 좀 슬프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던 서연은 문득, 잊고 있었던 걸 떠올렸다.
‘아, 물어봤어야 했는데.’
라미엘에 관한 것.
이번에 지연의 반에 간 김에 물어보려 했는데, 학교 축제의 일로 까맣게 잊어버렸다.
하지만 물어보려고 해도, 뭘 물어봐야 하지?
마법사가 누구냐고?
왜 갑자기 방송을 시작했냐고?
“…….”
서연은 털퍼덕 책상에 엎어졌다.
여러모로 생각이 복잡해졌으니까.
김홍백 교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턴트 배우이자, 무술 감독.
그가 서울에 만든 청홍 액션스쿨은 수많은 액션배우를 배출했고.
연고 없는 스턴트맨들의 등용문이라 알려진 장소였다.
당연히 수많은 스턴트맨 지망생이 분기마다 도전하고 있었고, 신청자의 수도 엄청났다.
“흐음, 주서연이라…….”
날렵한 인상의 사내가 그런 이름을 중얼거렸다.
오늘 액션스쿨을 찾아오기로 한 여배우.
아니, 여배우라기엔 아직 햇병아리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출연한 드라마는 한 편.
그 외에 경력은 연극 한 번.
영화도 이제 처음인 햇병아리 여배우.
그런 여배우를 배진환 씩이나 되는 감독이 직접 소개를 주선해 온 것이다.
“연화공주와 홍정희 역.”
둘 다 액션과는 연이 없는 배역이다.
하지만 배진환은 안목이 굉장히 뛰어난 감독이다.
나름 액션이 필요한 배역에, 스턴트맨이 아닌 배우가 직접 연기를 시키겠다고 한다면 분명 이유가 있다는 것.
그렇게 오후.
약속으로 잡은 시간에 매니저와 함께 한 소녀가 찾아왔다.
주서연.
그녀의 등장에, 한창 액션 연기를 연습 중이던 연습생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 정도로 시선이 끌리는 외모를 한 소녀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홍백은 살풋 눈을 찌푸렸다.
‘몸은 굉장히 균형이 좋아. 하지만…….’
운동은 제대로 해본 걸까?
겉으로는 딱히 그런 티가 나지 않았다.
날씬했지만, 날씬하지 않은 배우를 찾는 게 더 어려운 법이다.
특히 여배우라면 더더욱.
오히려 지나친 체형 조절에 몸이 약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렇게 가녀린 몸이라면 액션은 무리다.
차라리 대역을 쓰지.
“안녕하세요. 노바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배우, 주서연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인사성은 밝았다.
허리를 꾸벅 숙이는 그 인사에 김홍백의 얼굴이 풀렸다.
“음, 소개는 받았습니다. 김홍백 교수라고 합니다. 여기선 그냥 사부님이나 교수님이라 부르시면 됩니다.”
“네. 말씀 감사합니다.”
“그럼, 혹시 액션 연기는 해본 적…… 없죠?”
“네.”
“배운 적은 있습니까?”
서연은 잠시 고민했다.
헬스 같은 건 자주 했고, 기타 다른 운동들은 인터넷을 보며 연습했지만.
“제대로 배운 적은 없어요.”
연기 학원에 다닐 때도 딱히 그런 적은 없었다.
그런 서연의 말에, 김홍백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그런 서연의 말에 주변 다른 연습생들은 살풋 눈을 찌푸렸다.
‘누구지?’
‘보아하니 배우인 것 같은데…….’
오디션을 보고 들어온 입장에선, 저렇게 연줄로 들어오는 이들이 눈에 밟힐 수밖에 없는 법이다.
김홍백 교수의 가르침은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딱 봐도 액션과는 인연이 없어 보이는 여배우가 액션을?
연기에 욕심이 있다는 건 좋은 법이지만, 보나 마나 하다가 포기할 게 뻔해 보였다.
“액션 장면이 많지 않아서, 한 달 정도면 될 겁니다. 조금 힘들 수 있는데 괜찮죠?”
“예, 괜찮아요.”
김홍백은 배진환 감독을 통해 대본을 이미 보았다.
차서아의 액션씬은 대부분 ‘살인’을 할 때 형사와의 몸싸움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추격전.
이번 영화의 백미.
이 두 가지를 백분 살리기 위해선 대략 한 달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바로 액션을 연습하기에 앞서 적당히 몸 쓰는 법부터 배워야 했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으니까.
“우선, 신장하고 체중이 프로필에 적혀 있지 않던데 알 수 있을까요?”
김홍백 교수는 서연을 위아래로 살피며 말했다.
대략 50kg 정도나 나가려나?
그렇게 보일 정도로 가녀린 체형이었다.
“……체중이요?”
하지만 어쩐지 서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김홍백은 의아해졌다.
딱히 몸무게에 신경 쓸 것 같은 몸매는 아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