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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서연은 삐졌다.
몰래카메라야 그럴 수 있다.
당시에야 조금 혼란스러워서 미처 생각 못 했지만, 한국 연예인이 비슷한 걸 당하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으니까.
심지어 여관 촬영인데, 스태프가 아무도 없다는 점에 의문을 가져야 했다.
하지만, 귀신에게 쫓기던 자신을 그렇게 외면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제가 귀신한테 열심히 도망칠 때 봤어요. 소라 씨가 가장 열심히 벽 닫는 거."
서연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대로 실신했다가 10분 뒤에 깨어난 소라는, 그런 서연의 말에 억울해졌다.
'열심히 도망? 대체 언제?'
생각해 보면, 서연의 뒤에 뭔가가 하나 더 따라온 느낌이 들기는 했다.
문제는 엄청난 속도로 기어 오던 서연 때문에 그게 잘 생각나지 않을 뿐이지.
"그, 근데 도끼는 왜 주워 오셨어요?"
"혹시나 귀신이 덤벼들면 몸을 지키려고요."
"……."
물론 도끼는 소품으로 조금 튼튼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그렇다지만, 분명 바닥을 찍으며 쫓아오지 않았나.
대체 그런 게 어찌 가능한지 의문스러웠지만, 차마 소라는 더 물어볼 수 없었다.
서연이 흥흥거리고 있었으니까.
'귀여운 여자애가 필사적으로 도망치는데 어떻게 외면할 수 있지?'
사실 소라만이 아니다.
당시 닫히던 벽에 가까스로 잡고 열었을 때, 함께 도망치던 남자 배우들도 보았다.
그래도 그쪽은 도망치며 귀신 분장이 많이 벗겨져서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
"전 무서워서 다리도 풀렸는데."
"아, 그래서."
"열심히 팔로 기어서 도망쳤잖아요."
보통은 팔로 기어서 그렇게 빠르게 도망치지 못한다.
서연이나 가능한 게 아닐까?
심지어 그렇게 빨리 기어 오면, 양다리가 쓸려 상처를 입었을 법했지만 그런 것도 없었다.
「이야아, 이거 한 방 먹었네요.」
몰래카메라 촬영이 전부 끝난 다음 날.
당시 모든 상황을 지켜봤던 난조 카츠오 PD는 진심으로 놀랐다는 듯 말했다.
「저희 쪽 몰래카메라를 준비한 것을 알고, 역으로 몰래카메라 해올 줄이야.」
「그렇죠?? 마치 언제부터 몰래카메라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 거지── 라는 반응이었다고 할까.」
「역으로 저희를 놀라게 하는 귀신 연기, 정말 훌륭했습니다. 최고네요. 최고.」
감탄으로 점철된 난조 PD의 말에 서연은 뭐라 답하지 않고 멀뚱멀뚱 서 있었다.
'뭐라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애니메이션을 봐서 나름 듣기는 되는 줄 알았는데, 본토인의 말을 들으니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특히 난조 PD는 한국어 할 줄 아는 걸로 아는데, 한국어로 해주면 안 되나.
거기다 다른 사람은 일본 배우인지, 스태프인지 구분이 안 됐다.
'통역해 주세요.'
서연은 소라를 보며 눈으로 말했다.
물론 소라의 눈에 그런 서연의 눈은 '야, 번역기. 번역 안 하냐?'라는 느낌.
소라는 황급히 서연에게 방금 난조의 말을 통역해 주었다.
"에, 그게. 몰래카메라 반응이 좋았다고 하네요."
"그래요? 솔직히 정신없이 도망쳐서 잘 모르겠는데. 으음, 배우분들이 귀신 연기를 정말 잘하신다고 말씀해 주세요."
역으로 몰래카메라라느니, 귀신 역을 연기했다고 말하면 보나 마나 서연이 삐질 게 분명.
그러니 소라는 적당히 난조의 말을 순화해서 전할 수밖에 없었다.
꿈에 나올 것 같은 서연의 모습은, 순수하게 도망치던 귀여운 소녀(자칭)이었으니까.
"그런데 몰래카메라는 언제 방영되나요?"
「아마 3일 후 방영될 겁니다. 편집할 게 많지 않아서요. 본래 다른 걸 넣으려 했는데, 이쪽을 두 편으로 나누는 게 좋겠어요.」
소라의 통역 속에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역시 원어민이 있으니 편하구나.
서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튼 반응은 좋은 것 같으니 됐나.'
그건 그렇고 일본은 몰래카메라 수준이 대단하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는 최근 예능에 해서는 안 되는 게 너무 많아져서, 이제는 이런 부류의 예능을 사실상 할 수 없다.
일본은 지나치게 과격한 면이 있긴 했지만, 별개로 '예능 방송'이 추구하는 순수 재미적인 부분은 퇴색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가끔 너무 과해서 그렇지.'
이번 몰래카메라도 진심 엄청나게 놀랐다.
"그러고 보니 일본에서 찍을 예능은 이게 전부는 아니죠?"
난조 PD와 헤어진 후, 본격적으로 잡은 일본의 숙소로 서연은 이동했다.
분명 2주 정도 머무른다고 들었는데, 그 시간 동안 내내 놀기만 할 리는 없었으니까.
"응? 서연아 스케줄 확인 안 했니?"
"했는데, 조금 모호한 게 있어서요."
정확히는 그냥 하나만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어제 몰래카메라를 했으니 이미 하나는 한 게 되지 않은가.
"그건 새롭게 추가 된 거고. 기존에 나가기로 한 건, 인터뷰 예능 같은 거야."
"아하."
"그리고, 여유가 되면 하나 정도 더 찍는 것도 좋을지도?"
일본 호텔은 뭐라고 해야 할까.
그냥 호텔이었다. 그냥 막 엄청난 차이가 있지는 않았다.
'차라리 여관이 좋았는데.'
료칸이라고 하던가.
아무튼 서연은 재밌기는 그쪽이 더 좋았다.
물론, 가짜였지만.
'인터뷰 예능이라면, 드림 퓨처 때문?'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마연우와 만났을 때, 이런 말을 해왔던 것 같다.
"요즘 일본에서 드림 퓨처 인기가 상당하더라."
"네? 그게요?"
"………어허, 그거라니, 말이 심하네."
"아, 아니. 그냥 그렇게 해외에서 먹힐 드라마라는 느낌은 아니었거든요."
이후로 MDC에서는 서연을 다른 예능에 내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접촉 중이었다.
서연도 여러모로 관심이 있었기에 MDC에 가는 일이 최근 늘었는데, 그때 음방에 출연하려고 대기 중이던 마연우와 만난 것이다.
"일본 감성에는 딱 맞았다는 느낌. 그리고 거기서 네 인기가 상당해."
"그래요?"
"네 외견이 딱 그쪽이 좋아할 비주얼이거든."
그런가?
서연은 확실히 자신과 비슷한 스타일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많다는 느낌은 들었다.
야마토 나데시코라고, 일본에선 전통적으로 추구하는 미인상이 있는데, 그에 이미지적으로는 딱 맞는다고 하던가.
"이미지적으로는 말이야. 이미지적으론."
"……왜, 굳이 그렇게 강조하는 거죠."
"아니 그냥 그렇다고."
언제 봐도 날 티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마연우는 자신만만하게 팔짱을 꼈다.
오늘 음방 1위 후보로 의 노래가 올라온 탓인지 유독 그런 자신감이 두드러졌다.
"이따 온 김에, 음방이나 보고 가."
그런 그의 말에, 서연은 문득 다른 저스트 엑스의 멤버들이 떠올랐다.
이래저래 사고를 많이 치는 이들.
'슬슬 사고 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서연은 힐끗 마연우를 보았다.
어쨌든 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 마연우로선 별로 안 좋은 거 아닐까.
아마 내년부터는 제대로 활동도 못 하게 될 텐데.
"네, 알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며, 서연은 저스트 엑스의 무대를 보고 돌아갔다.
확실히 인성과 별개로 무대는 대단하긴 했다.
괜히 탑 아이돌이 아니라는 것처럼.
"서연아?"
정신을 차리니, 한창 말을 하다 조용해진 서연을 보며 박은하가 묻고 있었다.
아무래도 잠시 생각이 길었던 것 같았다.
"아뇨, 우선 그 몰래카메라? 가 방송에 나간 후, 괜찮으면 하나 더 해요."
물론 서연은, 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솔직히 서연이 기억하는 건 열심히 도망친 것뿐이다.
그때 자신이 어떤 형상이었는지, 당연히 서연은 모른다.
그녀는 그때 그냥 뒤에서 쫓아오던 귀신에게서 열심히 도망친 게 전부.
'방송 분량이 나올 게 있을지 모르겠네.'
그러니 서연은 방송을 걱정했다.
제대로 된 게 없어서, 첫 일본 예능 출연부터 삐그덕거리면 안 될 일이었으니까.
앞으로도 가끔 촬영을 핑계로 놀러 오려던 속셈인 서연으로선, 되도록 일본 방송이 잘되기를 바랐다.
물론, 그런 서연의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일본의 편의점 알바생, 사토 이사미는 하품을 하며 가판대를 지키고 있었다.
오늘은 유독 손님도 많아서, 이래저래 상당히 피곤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 좀 왔으면.'
슬슬 다리도 아프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
남친 선물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알바할 일도 없었을 텐데~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편의점의 문이 열렸다.
'헉.'
문이 열리고 들어온 건 상당한 미인이었다.
마치 물망초를 연상하게 하는, 그런 맑은 느낌의 미인.
사토는 무심코 자신의 얼굴에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눈앞에 보이는 미인은 피부부터 달랐으니까.
'미인을 보다니 이득이네.'
배우일까? 아니면 아이돌?
마치 연예인 같은 인상이다.
하지만 본 적이 없는 얼굴이라, 빤히 그 얼굴을 보고 있을 때.
문이 한 번 더 열렸다.
"!!"
이번에도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 여성을 본 이사미는 눈을 크게 떴다.
방금 들어온 여인도 미인이었지만, 이번에 들어온 여성은 그와 전혀 달랐다.
외모도 외모였지만, 그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고요한 분위기라고 해야 할지, 뭔가 아우라가 달랐다.
그녀가 들어오는 순간, 편의점에서 다른 물건을 고르던 손님들의 시선이 일제히 움직이는 게 보였을 정도다.
그 행동에 자연스럽게 눈이 따라붙었는데.
특히 막 푸딩을 담던 남성은 지금 자신도 모르게 푸딩을 몇 개씩 담고 있었다.
긴 검은 흑발.
그에 대비되는 새하얀 피부.
눈동자는 묘하게 붉었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미모다.
그녀는 방금 먼저 들어온 여인과 뭐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친구였어?'
미인끼리 어울리는 건가?
그런데, 방금 미인이라고 생각했던 여성이, 지금 들어온 소녀의 곁에 서니 묘하게 빛이 바래 보였다.
아마 그렇게 느낀 건 자신만이 아닐 것이다.
둘이 함께 서 있었어도, 다른 한쪽에만 시선이 간다.
그렇게 멍하니, 눈으로 둘을 시선으로 쫓고 있으니.
어느새 흑발의 소녀가 자신의 앞에 섰다.
어쩐지 그 뒤에 있는 다른 여성은 조마조마한 눈으로 소녀를 보고 있었다.
빈손인 것을 보니, 딱히 물건을 계산하기 위해 온 것은 아니다.
그럼 뭔가 물어볼 게 있는 걸까?
'왜지?'
그런 의문을 담아 여성을 보자.
"……."
소녀는 말없이 지긋이 이사미를 보았다.
마치, 무언가 꺼낼 말을 생각하는 것처럼.
"손님……?"
의아한 마음에 그리 묻자.
생각을 끝냈는지, 소녀의 날카로운 눈이 이사미를 직시했다.
수려한 눈매다.
하지만 상당히 냉막한 인상이라, 조금 무섭기도 했다.
무섭도록 예쁘다는 게 이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을 때.
소녀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어이, 온나."
"?"
이사미는 순간 얼어버렸다.
소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
그건 또 예상치 못한 종류의 것이었으니까.
서연은 일본에서 행복한 관광 여행을 하고 있었다.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고.
눈을 뜨면, 음식을 먹은 후 바로 도쿄로 관광을 나가는 것이다.
"그, 어제도 가지 않았나요?"
다만, 소라로선 상당히 곤혹스러웠던 부분이.
'왜 이렇게 아키하바라를 좋아해?'
서연의 일본 여행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중되어 있다는 것.
사실 그건, 서연이 딱히 해외의 풍경이나 경치를 보는 걸 즐기는 타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연이 원하는 대부분이 아키하바라에 모여있다는 것.
애니메이션이나 가챠 게임.
그리고 버츄얼 유튜버까지.
'일본은 중고 매장도 많구나.'
한국에선 아무래도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았다.
거기다 성인물을 접하기 굉장히 쉬운 구조라는 것도 놀라울 정도였다.
무심코 들어갔다가, 그곳에 있는 수많은 성인향 동인지들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 나왔다.
아무리 서연이라 해도 준비 없이 그런 것을 마주치면 놀라는 법이다.
'그, 그런 건 면역이 없어서.'
근데 막상 떠나니 머릿속에 남았다.
나중에, 소라를 두고 몰래 다녀올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키하바라 투어를 한 게 이틀.
그러다 문득 하나 떠오른 게 있었다.
'일본 편의점을 안 갔네!'
일본하면 편의점 음식이 또 유명하지 않은가.
물론, 최근 한국 편의점도 퀄리티가 높아진 편이다.
그래도 일본 편의점 음식이 아직 위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 편.
당연히 서연도 관심이 있었다.
뭣보다, 서연에게 편의점이란 '본분'이었다.
그야, 서연은 주기적으로 편의점 투어를 하는 편이었으니까.
일본에도 당연히 가야지.
뭣보다.
'버튜버랑 콜라보한 초콜릿을 판다고 했지?'
일본 편의점에선, 가끔 애니메이션이나 버튜버 같은 것과 콜라보하는 상품이 나오는 것이다.
서연도 이미 알고 있던 사실.
편의점에 간 김에 잔뜩 긁어와야지~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편의점에 다녀온 결과.
"……다음부터는 그냥 제가 전부 말할게요."
소라에게 그런 충고를 듣고 말았다.
'일본어는 어렵네.'
서연은 그냥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들은 그대로 말했을 뿐이었다.
다만 난조 PD가 서연에게 '서연 씨는 갸루 여고생처럼 말하네요~.'라고 해서 어투를 조금 바꿨을 뿐.
'키사마는 안 된다고 했으니까.'
서연은 '저기요, 여성분'이라고 말하려 했을 뿐이다.
그럼, 여자를 여자라고 부르지, 뭐라 부른단 말인가.
서연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아무튼.
그렇게, 서연의 일본 관광이 계속되는 가운데.
다음 날, 오후 여섯 시.
서연의 첫 일본 예능이 방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