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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 엔터테인먼트의 배우 황민화.
전생의 내가 기억하는 건 그녀가 천만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라는 것.
딱히 구설수도 없는 인물이었고, 조금 특이한 약력이라면 딱 하나.
소속사를 자주 옮겨 다녔다는 것.
노바 엔터를 떠나서 가게 된 소속사는 호라이즌 컴퍼니.
나름 2군으로 분류되는 기획사였고.
그 다음은 몇 개나 되는 소속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간 곳은 아마 3대 매니지먼트 중 하나인 RY 엔터테인먼트.
그래, 내가 거절했던 그곳이다.
‘커리어도 흠잡을 곳이 없었지.’
나는 그리 생각하며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드라마에서는 무난했지만, 영화만 오면 날아다니는 배우였다.
선구안이 좋다고 해야할지.
황민화는 앞으로 5년 간 500만 이상 영화 두 개.
그리고 천만 영화 하나에 출연한다.
또한, 화제가 된 이유가 하나 있었으니.
‘조방우 감독의 유작에 출연했다는 것.’
영화에서 실패를 맛본 적 없는 황민화가 실패한 영화가 딱 하나 있었다.
하필 그것이 조방우 감독의 영화, 서울 이스케이프.
분명 투자도 빵빵하게 받았음에도 거짓말처럼 망해버린 영화였다.
관도 많이 걸리고, 영화의 내용도 괜찮았다는 평이지만 흥행은 저조하게 마무리되었다.
총 관객수 150만.
투자된 비용을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적은 수치.
그 끝은 조방우 감독의 자살로 마무리 지어지며 유작으로 남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황민화 배우는 자신의 커리어에 조방우 감독의 영화를 넣지않았다.
애초에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도 아니니 그럴 수 있었지만…….
“서연아, 학교는 별일 없었어?”
“네.”
학교에서 조금 일찍 나온 탓에 소속사까지 달려왔다.
아메리카노를 다 마셨을 무렵, 박은하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그녀는 손에 캔 커피를 두 개 들고 있었는데, 내 손에 들린 아메리카노를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아, 이미 사왔구나. 미안.”
“아뇨, 괜찮아요. 주시면 가면서 먹을게요.”
“진짜?”
풀이 죽었던 박은하는 내가 캔을 받아 들자, 기쁜 듯 웃었다.
‘원래 언니가 황민화 배우의 담당이었다고 들었는데.’
왜 황민화가 노바 엔터를 나가는지 알고 있을까?
하지만 그걸 묻자니, 황민화 배우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미묘한 반응을 보이는 탓에 차마 묻기가 그러했다.
또한, 박은하는 이상할 정도로 사과를 쉽게 했다.
방금도 딱히 잘못한 게 없는데 사과했고.
“이제 며칠 후면 첫 촬영이니까, 너무 무리하지는…….”
박은하가 막 그렇게 이야기하던 때였다.
소속사를 나가던 순간.
막 입구로 들어오는 여성이 있었다.
나이는 대략 스물 후반.
화려한 금발에, 늘씬한 몸매와 샤프한 외모는 고급스런 인상을 주었다.
딱히 명품을 지니지 않았음에도, 명품이 생각나는 외모.
마치 금색의 아우라가 눈에 보이는 여성이었다.
내가 무심코 발을 멈출 정도로.
“어머.”
상대도 나를 보았는지, 얼굴에 쓰고 있던 커다란 검은 선글라스를 내리며 웃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서연 양이죠?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황민화.
천만배우이자, 노바 엔터의 간판 스타.
“안녕하세요.”
“와, 이야기는 들었는데 정말 예쁘네요. 고등학생?”
“네.”
그녀는 내 대답에 싱긋 웃었다.
“그래요, 아쉽게도 저는 곧 떠날 예정이지만, 남은 시간 동안 친하게 지내요.”
“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허리를 꾸벅 숙이며 인사하자, 황민화의 눈에 이채가 발하며 미소를 지었다.
마치 만족한 듯한 웃음이었다.
“다음에 봐요.”
황민화는 그렇게 말한 후, 또각또각 힐 소리를 내며 걸어갔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매니저가…….
‘……응?’
스치듯 지나가는 매니저의 얼굴.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얼굴이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타인의 감정에 민감한 나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미약하게 튀어나온 감정.
공포.
그것은 최근 내가 어떤 게임을 하며 익히 알게 된 감정이었다.
공포라는 건, 굉장히 복잡한 감정이어서 딱 하나로 특정할 수 없다.
그리고 그건.
“…….”
방금까지 내 옆에서 재잘거리며 걷던 박은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것을 잠시 바라보다.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정우 오빠아아아아!!”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이번에 새롭게 명품 브랜드 비올의 광고모델로 선정된 박정우가, 명품 옷을 입고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인사를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공식적인 외부 활동.
박정우는 번듯한 정장을 입은 채 줄지어 선 여성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가 손을 한번 흔들 때면 혼이 빠진 것처럼 비명을 지르는 여성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이십 대 남배우 중, 최고.
그런 그의 명성이 거품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인기였다.
“멋지다──.”
그때, 박정우의 귀에 뭔가 맥아리없는 함성이 들렸다.
마치 억지로 쥐어 짜내는 듯한 목소리.
목청이 찢어질 것 같은 함성 속에서도 또렷이 들리는 묘한 소리였다.
“……?”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돌리자.
검은 머리칼의 소녀가 양손을 입가에 대고 나름 열심히 외치는 게 보였다.
백화점 앞이다 보니 화려한 면면들 틈에 눈에 띄는 교복.
“…….”
박정우는 무심코 눈을 비볐다.
저게 왜 저깄지?
순간 환각을 본 줄 알았다.
피곤해서 그런가.
엄지와 검지로 콧등 위를 꾹꾹 누른 후에 앞을 보자.
“……와아.”
더더욱 힘이 빠진 함성이 들렸다.
환각이 아니었다.
“저 녀석 좀 벤으로 끌고 가요.”
박정우는 자신의 곁에 있는 경호원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심스런 손짓으로 한 소녀를 가리키며.
그리고.
행사가 끝난 후.
박정우는 겨우 자신의 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정신이냐?”
벤의 문을 열고 들어온 박정우의 첫마디였다.
그곳에는 캔 커피를 마시고 있는 서연이 있었다.
“연락도 없이 갑자기 왜 찾아와?”
“그쪽도 연락도 없이 찾아왔잖아요.”
“…….”
그 말에 박정우도 차마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전 연락했거든요? 그쪽이 안 받은 거지.”
서연은 폰의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확실히 발신자 표시가 제대로 표시되어 있었다.
정우가 자신의 폰을 보자, 확실히 최근 통화 목록에 서연이 표시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요 며칠 간 너무 바빠서 미처 몰랐던 모양이다.
“뭐, 좋아. 아무튼…….”
팔짱을 끼고, 고개를 반쯤 기울인 그는 이내 거칠게 머리를 쓸어 넘겼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제 얼굴을 그 정도까지 아는 사람은 아직 없어서.”
뭐, 그야 아직 드라마도, 영화도 출연하지 않았으니 그럴 수 있다.
그래도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알 수준.
참 간이 크다고 해야 할지.
여배우가 참 겁도 없다고 말해줘야 하나.
“후우.”
어차피 말해봤자 들을 녀석도 아니긴 했다.
“그래서.”
박정우는 답답한 정장의 상의를 벗으며 말했다.
“……?”
상의를 벗자, 서연이 그의 몸을 빤히 보는 게 느껴졌다.
“뭐야?”
왜 저렇게 보나 싶어 묻자.
“3대 몇 쳐요?”
“3대?”
“헬스요.”
왜 저런 걸 묻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정우는 자신의 몸을 보았다.
최근 운동을 좀 열심히 해서 제법 다부진 몸이 들어왔다.
괜히 으쓱해져서 정우는 씩 웃었다.
“이제 곧 400? 300은 진작 넘었지.”
“아, 그러시구나.”
“……?”
뭔가 맥 빠지는 반응.
심지어 서연은 드물게 입가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마치 내가 이겼다.
그런 얼굴.
“……넌 몇 인데?”
“아, 저는 600 이후로는 굳이 세어본 적 없어서.”
“?”
600?
자신이 그 아는 600이 맞나?
서연의 몸을 봤다. 딱 봐도 가녀린 여고생의 몸이다.
박정우는 피식 웃었다.
허풍을 쳐도 말이 되게 쳐야지.
‘……여자애랑 대체 무슨 대화를 하는 건지.’
마치 동성 친구랑 너 3대 몇 치냐? 하고 서로 은근한 경쟁심을 불태우는 느낌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왜 온 건데?”
“황민화 배우 알죠?”
“알지.”
황민화 배우라. 당연히 알고 있었다.
최근 황민화가 찍었던 600만 관객의 영화 에서 함께 출연했던 게 박정우였으니까.
서연 또한 그 사실을 알고 박정우를 찾아온 것이었다.
“어떤 분이에요?”
“그걸 왜…… 아. 너 소속사가 노바 엔터였지?”
황민화 배우라.
정우는 턱을 엄지로 슬슬 쓸며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말해도, 촬영장에선 평범했다.
배우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은…….
“……뭔가 문제가 있나?”
“조금 그냥 걸려서요.”
“걸린다?”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매니저가 본래 황민화 매니저의 담당이었는데요.”
“아~, 됐어. 대충 알겠으니까.”
박정우는 손을 들어 그 이상 말하는 것을 막았다.
“미리 말해두지만, 다른 배우들에겐 그런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동종 업계에 있는 한.”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말조심은 해야 한다.
특히 동종 업계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런 정우의 반응에 서연이 눈썹을 살며시 찡그렸다.
“저도 아무에게나 이런 말을 하진 않거든요?”
“…….”
그런 서연의 말에 박정우는 잠시 고민했다.
그럼 자신에게 말한 의도는 뭐지?
자신은 그 아무나가 아니라는 건가?
무슨 의미지?
“……아무튼, 이건 어디까지나 어떤 특정 배우를 말하는 게 아닌. 그냥 어떤 소문이다.”
정우는 잠시 혼란스러웠던 머릿속을 진정시키며 말을 이었다.
“동료 배우들 사이에선 굉장히 평판이 좋은 배우가 있는데, 후배나 매니저에겐 폭언을 한다는 소문이 있어.”
“폭언이요?”
“미리 말해두지만 소문이다. 목격자도 없고, 정말 폭언뿐이었는지도 몰라.”
갑질.
정우는 굳이 그 말을 내뱉지 않았다.
의외로 갑자기 뜬 스타들에겐 굉장히 흔한 일이었다.
‘나도 위험했지.’
어린 시절부터 단 한 번도 스타가 아닌 적이 없었던 박정우다.
어린 나이에 성공했으니, 오만해지기 쉬웠고.
오만한 인간은 타인을 얕보기 마련이다.
그의 아버지가.
그리고 어렸을 때 받았던 충격이 남아 그렇게 되지 않았을 뿐.
“그리고, 내가 알기로 굉장히 욕심이 많은 사람이야.”
“욕심이요?”
“그게 나쁘다는 말은 아니야. 단지 상승욕구가 과하면, 자칫 위험해질 수 있거든.”
서연은 그런 정우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황민화, 그녀가 소속사를 자주 바꾼 이유를 대략 알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노바 엔터의 대표, 강찬율은 소속사의 연예인들을 홀대할 성격이 아니다.
당연히 황민화에게도 간판 스타다운 대접을 해주었을 것이다.
단지 황민화가 노바 엔터의 간판스타로 만족하지 못했을 뿐.
“미리 말해두지만, 어디까지나 소문이다. 괜히 입 밖으로 내지 말고.”
“네.”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는 서연의 모습이 참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이번에는 뭔 케이블 예능도 출연한 걸 보면,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사는 성격인 것 같으니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불안한데.’
도무지 표정을 읽기 어려운 서연의 얼굴을 보던 박정우는, 이내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너한테도 뭐라 했어?”
“아뇨.”
“급을 좀 가리나…….”
“말 조심 하라면서요.”
그런 서연의 말에 정우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대기하던 매니저에게 눈짓했다 슬슬 출발하라는 뜻이다.
“우선 태워다 줄 테니 타고 가고. 다음에 올 때는 미리 연락해라.”
“연락했다니까요.”
서연은 그런 정우의 말에 불퉁하게 답했다.
아무튼.
‘갑질이라.’
물론 정우의 말처럼 서연이 이것으로 황민화에게 뭐라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분명 황민화의 다음 작품은…….’
이번에 서연이 찍게 될 영화 와 개봉날짜가 겹친다.
전생에는 황민화의 주연 영화 가 를 짓밟고 800만 관객을 모으며 대성공한다.
는 황민화가 노바 엔터 소속으로 찍은 마지막 작품.
‘……지지 말아야지.’
서연은 그렇게 다짐했다.
본래부터 서연은 승부욕이 강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특히 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3일 후.
의 첫 촬영 날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