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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현아, 오늘 쉬는 날인데 미리내 파크 갈래?"
먼저 말하자면 우연이었다.
서연이 속한 학급의 반장, 길다현은 평소 놀이공원 같은 곳을 간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형편이 좋지 않아 놀이공원에 갈 일이 없었고.
성장한 이후에는 그나마 형편이 나아졌지만, 그때는 자연스럽게 안 가게 되었다.
그러니, 친구들에게 놀이공원에 가자는 말을 들었을 때는 순간 의아한 기분이 먼저 들었다.
놀이공원?
그거 애들이나 가는 곳 아닌가?
"아니, 무슨 말이야. 놀이공원 가본 적 없어?"
"없지."
"뭘 당연히 없지야. 그럼 오늘 가자!"
"아니, 공부는?"
너희 이번 시험 잘 봤니?
그런 마음으로 바라보자, 친구들은 저마다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시험은 시험이고 스트레스는 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 미리내 파크에 연예인 온다는 말이 있어."
"연예인?"
"미리내 파크에서 하라라 연극을 하는데, 그게 예상보다 평이 애매했던 모양이야."
하라라면 다현도 알고 있다.
여동생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었으니까.
그래도 자신과 달리 동생들은 장난감도 몇 개나 가지고 있어서, 하라라에 관련된 상품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연예인이라면, 우리도 매일 보잖아."
"아니!!! 다르지!!"
물론 같은 반에 있는 서연이 대단한 배우고, 연예인이라는 건 알고 있다.
솔직히 등교해서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
하지만, 역시 같은 학급의 친구와 외부에서 연예인을 마주쳤을 때 느낌은 전혀 다른 법.
"반장, 모르나 본데, 이것도 다 사회 경험이야. 오히려 나중에는 이렇게 놀고 싶어도 못 놀아."
나름 진지한 말로 이야기하는 친구의 말에 길다현은 어이가 없어졌다.
마치, 어른들이 할 법한 말을 애들이 하고 있었으니까.
"……뭐, 그렇다면 알겠어."
한 번도 간 적이 없으니, 작은 호기심 정도는 있었다.
"오, 가는 거지? 그럼 다른 애들도 부른다?"
"응, 상관없어."
확실히 이런 것도 좋다 생각했다.
다현의 취미 생활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지만.
친구들의 말처럼, 이런 것도 하나의 경험이었으니까.
옆구리를 연신 찔리고, 바르작거리긴 했지만, 조서희는 배우였다.
그것도, 누구보다 프로 의식이 투철한 편이었다.
어렸을 적, 서연이 고깝게 보였던 것도 실력도 없으면서 낙하산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으니까.
……그 탓에 지금도 서연에게 친구 호소인 취급 받기는 하지만.
아무튼.
조서희는 어린이 연극이라고 해도 절대 놀면서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어린이들이 보는 연기이기에, 더욱 잘 해야 했다.
아이 시절의 기억은 오래 남는다.
그러니, 되도록 좋은 기억이 남겨줘야만 했다.
추억을 회상했을 때,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도록.
"그러니, 지난 쇼츠처럼 하면 안 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서희는 서연에게 그리 말했다.
순간 쇼츠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던 서연이지만, 이내 그것이 '하라라 쇼츠'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얘도 봤어?'
하기야, 그 정도로 떴다면 안 보는 게 이상하다.
최근 반에서도 그에 대한 주제를 꺼내고 싶어 하는 부류가 보였으니까.
물론, 쉽사리 그 말을 꺼내진 못했다.
아무래도 영상 속 서연과 학교의 서연은 너무나 다른 이미지였으니까.
웃기기보다는 괴리감이 먼저 느껴지는 것이다.
"너도 알 거야."
연극에서, 배우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느껴지면 관객들도 괜히 민망해진다.
그건, 배우라는 직종이 타인의 공감을 끌어내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허구가, 현실처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인물을 하는 사람.
그것이 배우이며, 그러니 무대에선 누구보다 제 역할에 몰입해야만 한다.
굳이, 메소드가 아니더라도.
그게 기본적인 배우의 자세다.
"잘할 거라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쇼츠에서는 너무 부끄러워해서."
물론 배우도 인간인 이상 못하는 부류가 있다.
조서희는 서연을 꼬드기기는 했지만, 혹시나 서연이 이런 부류의 연기에 취약한가 싶었다.
"하기로 했으면 그럴 일은 없어요."
그런 조서희의 걱정을 서연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쇼츠에서 보인 모습이 그런 거겠지.
실제로 이번 무대에 같이 서게 될 박동환 배우도, 걱정 어린 얼굴로 보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대본은 전에 받았고.
다른 촬영을 하며 틈틈이 연습도 해둔 상태였다.
'그때의 하라라와 지금의 하라라는 다르지.'
그래도 언니로서 여동생에게 멋진 모습은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비록 제로로는 조서희에게 뺏겼지만, 하라라 연기를 잘하면 동생도 제로로가 아니라 하라라를 좋아해 주지 않을까?
'거기다 이런 작은 무대일수록 조심해야 해.'
특히 아이들이 보는 무대라면 분명 부모님들도 함께 온다.
부모들의 눈은 민감하다.
무언가 잘못된다면, 아이가 좋지 못한 경험에 취한다는 생각이 들면 곧바로 반격에 나설 확률이 높다.
그런 자리에서 좋지 않은 연기를 선보이면, 분명 안 좋은 말이 나올 것이다.
"언니언니! 나는 서희 매니저 아줌마랑 함께 있으면 돼?"
"……아줌마?"
서연은 슬쩍 서연의 뒤에 선 조서희의 매니저, 신유경은 차분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서연은 그 웃고 있는 입술이 부르르 떨리는 걸 놓치지 않았다.
"수연아, 아줌마가 아니라 언니라고 해야지."
"근데 언니들보다 나이가 많은걸."
"어흑."
"……아니, 언니들보다 많은 사람은 엄청 많잖아."
"으으음, 그럼 알겠어."
수연은 순진무구한 눈으로 유경을 올려보았다.
마치, 언니라고 불러도 되는 건가?
그런 마음이 담긴 시선에, 신유경이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신유경의 나이는 20대 후반이니, 수연의 입장에선 아줌마라고 불러도 아예 이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언니라고 부를 만한 나이다.
그 애매한 경계선에 걸쳐 있다고 해야 하나.
'혹시, 나 없는 사이 신유경 매니저가 수연이한테 뭐라 하진 않겠지.'
그런 걱정이 조금 들었다.
아줌마라고 들은 것에 대한 원한이 얼마나 클지, 서연은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먼저 그럼 가볍게 리허설을 해보겠습니다. 무대 시작 전까진 아직 네 시간 정도 남아있으니까요."
미리 맞춰보려고 일찍 온 것도 있었다.
그 네 시간 동안, 수연은 매니저와 함께 놀이공원에서 놀고 있을 예정.
서연과 조서희는 곧 있을 연극에 대해 가볍게 호흡을 맞춰볼 생각.
「제로로!! 또 질리지도 않고, 나쁜 짓을 하는구나!!」
리허설이 시작되자, 함께 두 여배우 사이에 낀 박동환은 감탄을 내뱉었다.
'솔직히 전혀 안 어울릴 거라 생각했는데.'
아마 그건 자신만의 생각이 아닐 거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다른 배우들도 비슷하겠지.
어린이 연극이라지만, 함께 출연하는 배우의 숫자는 총 여섯.
물론 이 수는 서연과 서희를 포함한 숫자이기도 했다.
이 중 넷은 기존에 이 연극 에 참여했던 배우들이기도 했다.
갑자기 연예인 둘이 끼어 연극을 펼치게 되었다는 말에 불만 어린 말도 나왔지만, 연극의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하니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그 불만도, 주서연과 조서희가 온다는 말에 비교적 사그라졌다.
'조서희가 뉴라이크 그룹의 집안이라는 말은 있었는데, 진짜인가 봐요.'
'성도 같으니까. 근데 단순히 추측이었는데.'
'주서연이랑 조서희가 친구인가? 자주 함께 나오죠?'
'이전에 에서도 같이 나왔으니, 그럴지도요?'
아무래도 같은 나이이니 잘 어울리는 모양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둘 다 인상이 강해서, 하라라에 잘 맞을지 모르겠네.'
제로로는 누가 해도 잘 어울릴 것이다.
하지만 하라라는 누가 해도 안 어울릴 것 같다.
그게 공통된 생각이었다.
솔직히 양쪽 다 인상만 보면, 이게 쉽지 않았다.
한쪽은 서늘한 얼음덩어리 같은 인상, 다른 한쪽은 마치 고압적인 귀족 아가씨 같은 외모이니.
솔직히 활발한 하라라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하라라의 요술봉을 손에 쥐고, 연극을 시작하자 그런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아파~. 함부로 자동차를 던지면 어떡해!」
「아니, 아픈 걸로 끝나면 안 되잖아. 너 지금 자동차에 치였는데.」
하라라와 제로로의 대화가 이어진다.
가벼운 개그성 대화가 오가는 모습을 보자면, 요술봉을 쥔 서연의 하라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그 발랄한 하라라가 딱 맞았다.
가장 중요한 건, 애니메이션 성우와 목소리를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 하려는 게 느껴진다는 거다.
"서연 씨, 혹시 성우 일도 하셨어요?"
"네? 배웠죠."
"아, 요즘은 배우도 성우 일도 해서 그런가?"
리허설이 끝난 후, 배우들은 저마다 서연에게 다가가 물었다.
제로로야 서희의 이미지와 너무 딱이라 애초에 걱정도 안 했다.
중요한 건 하라라였다.
이전에 껄끄러운 이미지도, 서연의 연기에 말끔히 사라진 상태였다.
덕분에 서연은 조금 당황스러운 얼굴.
'역시 내가 조서희보다 사근사근한 인상이긴 해.'
서희에게 다가가는 이는 그다지 없었다.
덕분에 서연에게 다가오던 조서희가 움찔하며 괜히 우물쭈물하는 게 보였다.
말을 걸고 싶지만, 다른 이들이 서연에게 관심을 보이니 쉽사리 오지 못하는 거다.
'아무튼.'
성우 관련으로 배운 건 딱히 배우 일 때문에 배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결국 도움이 되지 않는가.
이러니 뭐든 배우고 볼 노릇이었다.
'성우 쪽은 나보다 이지연이 잘하는데.'
나중에 이지연도 꼬드겨서 하라라 연극에 출연시켜 볼까.
참 좋은 생각이라는 들었다.
그러면 전처럼 쇼츠로 자신을 놀리지 못할 테니까.
"와, 다현아. 엄청 많아아."
"어린이 연극인데, 애들만 있는 것도 아니네?"
"왜 아저씨들이 있지?"
"저거 봐, 하라라 티셔츠 입은 아저씨 있다, 개웃겨."
저마다 머리 위에 토끼 귀나, 쥐돌이 귀를 머리에 쓴 다현의 친구들이 시끄럽게 떠들었다.
이미 놀이 기구를 몇 개나 탔음에도 지치지도 않는지, 힘이 넘쳤다.
'그래도 여기면 꽤 잘 보이겠네.'
그렇게 생각하며 적당히 자리에 앉자, 무대에 올라오는 펭귄 옷을 입은 남성이 보였다.
저게 누구인가 싶어 빤히 보고 있자, 함께 온 친구인 민지가 입을 열었다.
"저 펭귄이 하라라 마스코트야."
"……저게?"
"저건 탈을 써서 그런 거지. 애니메이션에선 귀여워. 연극에선 펭귄이 그려진 판만 흔들 거야."
그런 민지의 말에 다현은 슬쩍 그녀를 보았다.
얘 왜 이렇게 잘 알아?
혹시 너 하라라 보니?
"어린이 친구들! 오늘도 하라라와 함께 놀 준비 됐나요?!"
펭귄의 외침에 아이들이 '네!' 하고 소리치는 게 보였다.
다현은 그런 아이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참고로 하라라 티셔츠를 입은 아저씨들도 함께 외쳤다.
그건 조금 기분 나빴다.
'그래도 애들은 귀엽네.'
다현은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
그런데 그 아이들 틈에, 묘하게 눈에 띄는 인물이 끼어있다는 걸 깨달았다.
'응? 서연이 동생 아냐?'
이후로 너무나 유명해진 서연의 여동생.
아마 이름은 주수연이었던가.
그런 수연이의 옆에는 서연이나, 서연의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성이 있었다.
'누구지?'
그런 의문 속에서 밝았던 주변이 어두워지며, 본격적으로 연극이 시작되었다.
「으으, 어쩌지. 또 실패하면 마왕님에게 혼날 텐데.」
밝은 조명이 하나 켜지며, 무대 위에 검은 옷을 입은 소녀가 혼잣말을 하는 것으로 극이 시작되었다.
그녀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그 얼굴을 알아본 연극의 앞 열에서 묘한 감탄이 들려온다.
"조서희다, 조서희가 제로로 역이야."
"조서희? 진짜?"
"연예인 온다고 홍보만 하고 누가 온다곤 왜 말 안 했지?"
"공개는 첫 공연 후에 한다고 했어."
연예인이 온다고 했지, 누가 온다고 홍보는 안 했다.
아마 첫 공연 후에 이슈를 만들고, 이후 본격적으로 홍보를 하려는 게 분명했다.
왜냐하면 홍보지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으니까.
첫 공연에만 비공개라고.
연극에서 첫 공연에선 보통 이벤트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이용한 것이다.
「하라라의 주먹이 제일 아파. 요술 봉은 왜 들고 다니는 거야?」
그런 투덜거림, 귀여우면서 묘하게 귀한 집 아가씨 같은 발성이었다.
그것을 본 다현은 내심 감탄했다.
조서희가 나오는 영화는 이미 몇 번이나 보았다.
하지만, 이렇게 연극으로 보는 건 달랐다.
전혀 색다른 느낌.
놀이공원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아, 그래. 그게 좋겠어. 이번에는 쉽지 않을걸!」
양 주먹을 꽉 쥐면서, 제로로에게 닿아있던 불이 툭 꺼졌다.
이윽고, 조명이 밝아지며 무대 위가 환히 비쳤다.
그리고, 작은 인형 같은 펭귄을 어깨에 얹은 여학생이 무대 위에 선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엑."
"아니, 진짜?"
순간 뭐라 말도 못 한 다현을 대신하여 다른 친구들이 작은 소리로 경악이 섞인 말을 중얼거렸다.
그야, 같은 학급의 친구가 갑자기 무대에 나타나면 누구라도 놀랄 테니까.
'주서연?'
서연이가 하라라라고?
다현은 도무지 서연의 하라라 연기를 상상할 수 없었다.
「음~, 날씨 좋다. 어제 제로로를 더 때려줄 걸 그랬어.」
하지만 그 상상은 금방 부서졌다.
주서연, 아니 하라라의 목소리는 평소 그녀가 아는 인물과 전혀 달랐다.
새침했던 눈매를 크게 뜨고, 굳은 일자를 고수하던 입가에는 빙그레 미소를 지은.
활발한 소녀가 무대 위에 있었다.
「그치~?」
마치 관객석의 아이들에게 동의를 구하듯 하라라가 빙글 몸을 돌리며 무대 위를 보았다.
그러다, 정확히 다현과 눈이 마주쳤다.
그건 정말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