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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오늘 가왕전은 정말 어렵네요."
의 MC 송병수가, 너스레를 떨며 말하자 패널들도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이미 를 촬영한 지도 몇 년 차.
이미 리액션을 하는 것에는 도가 튼 상태였으니까.
"저는 잿빛 까마귀입니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가왕이 나오지 않은 지 이제 거의 반년 째죠? 이제 한번은 나와야죠."
"아, 근데 만렙 래빗의 실력도 보통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요."
말은 박빙처럼 연출 되었지만, 실상은 대부분 잿빛 까마귀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태 보여준 만렙 래빗의 색깔이 일관적이었기 때문이다.
기교가 필요한 노래는 피하고, 대부분 감성을 덧댄 노래들.
물론 그것만으로 충분히 훌륭했지만, 아무래도 슬슬 물리는 타이밍이었다.
결승에서 무언가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잿빛 까마귀의 승리.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게 실시간 방송이었다면, 반응이 좀 궁금한데.'
송병수는 그리 생각하며, 무대에 오른 둘을 보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반응도 잿빛 까마귀가 우세.
하지만 만렙 래빗의 손을 드는 이들도 있었다.
"그럼, 가왕에게 도전할 만렙 래빗! 노래 실력도 만렙! 오늘은 어떤 노래를 준비해 왔는지 함께 듣겠습니다!!"
송병수는 그리 말하며, 먼저 만렙 래빗.
말하자면 서연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제발, 너무 띄워주지 않았으면.'
서연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솔직히 결승까지 올라올 줄은 몰랐던 무대였다.
거기에 나름대로 편곡도 열심히 했지만…….
'아니.'
약한 소리는 하지 말아야지.
그래도 결승까지 올라왔는데.
관중석을 바라보면, 엄마와 수연이가 손뼉을 치는 게 보였다.
옆에 앉은 아빠는 하품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응원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최근, 나름대로 고민이 있음에도 티를 내지 않는 거겠지.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하지만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였다.
그 탓에, 상대적으로 에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변했다.
아무래도 낯선 곡이었기 때문일 것일까?
아니, 워낙 편곡이 많기에, 간주만 듣고 서는 알 수 없는 노래가 많았다.
표정이 변한 이유는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만화 노래?'
'와, 여기서?'
서연이 선택한 노래는 추억의 노래.
한국에서 오리지널로 집어넣은 어떤 애니메이션의 주제가.
과거에는 수입한 애니메이션에 그런 식으로 오리지널 주제가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서연이 선택한 노래는, 그런 주제가 중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것이었다.
그러니 대중에도 어느 정도 익숙한 노래.
다만, 그것을 설마 가왕전에 들고 나올 줄은 몰랐을 테지.
가만히 듣던 송병수도 깜짝 놀랐다.
물론,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를 편곡하여 가져오는 경우가 없던 건 아니다.
그런데 그걸 가왕전에서 꺼낼 줄은 몰랐다.
심지어 만렙 래빗은 그동안 감성적인 노래를 주로 선택했기에 더더욱.
여름 소녀가 편곡한 이 노래는 「고요」라는 곡이다.
이 노래는 본래 한국에서 유명한 록커가 부른 노래.
'분명, 총 쓰는 애니메이션이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록은 아니며, 드물게 감성적인 주제의 노래였다.
단순히 곡만 듣는다면, 누구도 만화 주제가로 쓰였다고 짐작도 못 하는 곡이었다.
물론 서연은 본 적은 없는 만화라 잘 모른다.
들은 것이라곤 수아에게 들은 게 전부였으니까.
서연은 입가에 마이크를 대며, 관중의 수아를 보았다.
관중석의 수아와 영빈은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설마 서연이 이 노래를 선택할 줄은 몰랐다는 듯이.
그 모습을 보니, 가슴에 가득 들어찼던 긴장감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당시, 엄마는 게임 동아리에 있었거든."
그때, 수아는 이 노래를 설명하며 말했다.
게임 동아리는 총 세 명이 있었다고 한다.
"엄마의 친구, 그리고 어쩌다 보니 들어오게 된 아이 하나."
본래는 세 명 정도 더 있었지만, 엄마의 친구가 게임 만들기에 진심이라 버티지 못하고 다 나갔다던가.
"아마 게임을 하는 동아리라 생각하고 들어온 모양이야."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니라, 하는 동아리.
하지만, 수아의 친구는 게임을 만드는 것에 진심이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그리고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할지 지지부진.
"친구는 글을 잘 참 잘썼…… 는지는 모르겠는데 스토리는 참 잘 짰거든.,"
근데 그것을 게임으로 만들려고 하니 잘 구현이 되지 않았다.
애초에 프로그램을 만질 수 있는 사람도 없어서, 그림을 그리는 수아가 어쩌다 보니 그 일도 도맡게 되었다.
좀처럼 거절을 못 하는 수아의 성격이었기에, 더 그랬던 것도 있다.
"그런데, 한 명이 더 있어야 한다고 선생님이 말하셔서……."
이대로면 동아리를 유지할 수 없다고 경고가 나왔다.
그래서 각자 사람을 찾던 중, 수아는 우연히 한 남학생과 얽히게 되었다.
"그게 너희 아빠였지."
게임을 좋아하면, 분명 만화도 좋아할 거다!
라는 생각도 있었고, 아무래도 같은 주제로 말하기 편할 거라는 생각에.
수아는 나름대로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던 것이다.
"근데 엄마는 그 만화의 원곡을 말한 거였는데, 영빈 오빠는 한국에서 편곡된 노래였던 거야. 그때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어쩐지 서로 대화가 따로 놀더라니.
아무튼, 그렇게 우연한 계기지만 영빈은 수아를 따라 게임 동아리에 들어오게 된다.
당시 할 것도 없고, 나름 재밌어 보였던 모양.
"그리고 너희 아빠, 들어와서 엄청 싸웠어."
이게 전부냐느니, 목표도 없고 그냥 게임만 만들면 끝이냐느니.
할 거면 진심으로 해야지.
대충 그런 말.
그렇게 하다 보니 어찌어찌, 여러 일이 있었지만 정말로 게임을 만들었다.
수상도 했고.
정말,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 잘 모르겠다.
"이 노래는, 엄마랑 아빠가 가장 처음에 얽히는 계기가 된 노래야."
그만큼 소중한 노래.
그리고, 아빠의 꿈이 시작된 노래.
"아마 이 노래를 들을 때는 아빠도 지금처럼 될 지 몰랐겠지."
작은 계기.
어떠한 계기로 일을 시작할지 모른다.
서연은, 수아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아마, 서연이 맡은 이유주라는 배역.
그리고, 서연이 드라마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하는 말이겠지.
영빈도, 돌이켜보면 타인의 권유에 우연히 일이 시작된 경우였다.
"하지만 이유주랑은 다르다고 생각해."
이유주는 그것 밖에 볼 수 없는 인물이었다.
배운 것도 그것뿐이었고, 다른 선택지를 선택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수아는 서연이 맡은 이유주가 무척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연이는 어렸을 적부터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했잖니?"
처음에는 배우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다르다는 걸 서연이 성장하며 깨달았다.
"지금 배우를 하고 있는 건,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는 거겠지? 다만, 서연이도 그 이유를 알지만…… 그게 올바른지 모르는 거고."
계기.
서연이 배우 일을 하게 된 계기는, 수아의 권유로 시작된 일이다.
아버지인 영빈과 같다.
하지만, 영빈은 그 권유로 자신의 미래를, 그리고 꿈을 결정했다.
자신도 그런가?
'배우를 결정한 건, 정말 엄마의 말 때문일까?'
잘, 모르겠다.
대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은 건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먹게 된 계기를, 그 이유가 올바른지 조금 흔들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결국 그건 '주서연'의 꿈인가? 라고 하면 잘 모르겠다.
과거의 자신이 남긴 유산이 아닐까.
수아는 이유주와 서연이 다르다고 말했지만, 그 말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주서연과 이유주는 같다.
과거에 얽매이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물론 계기는 다르다.
이유주는 그것 밖에 볼 수 없었기에.
주서연은 과거에 보았던 그것을 도저히 잊을 수 없어서.
이유주처럼 자연스레 그것밖에 생각할 수 없기에, 그런 게 아닐까?
그래서 쉽사리 못하는 거다.
전생에 그토록 바랐던 일이기에, 그것을 선택하면 주서연이 아닌 과거의 자신이 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이 노래를 선택한 거지만.'
서연이 이 노래를 선택한 건, 단순히 수아와 영빈 때문은 아니다.
고요.
이 노래의 제목은 마치 자신의 전생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제목이었으니까.
무엇 하나 제대로 얻는 것 없이 끝난 삶이기에.
그때 보았던 빛나는 것들, 그 미련이 지금까지 자신을 붙잡는 거라고.
그 고요함이. 그런 고독함이.
짙은 감성이 서연의 입을 타고 흘러나온다.
청량한 성량이 관중들을 매료시키며, 무대에 울려 퍼졌다.
'이렇게, 잘했나?'
의 MC 송병수는 마른침을 삼켰다.
본래 만렙 래빗은 노래를 잘하긴 했다.
그러니 결승까지 올라왔지.
하지만, 이번 상대가 비교적 약했다는 것도 작용했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실력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본래 실력을 내보일 수 없는 곡을 선곡하거나.
그러니 어느 정도는 어부지리로 올라왔다고 판단했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다.
관중들도 만렙 래빗의 노래에 홀린 것처럼 듣고 있었다.
엄청난 기교는 없지만, 그 어느 때보다 노래의 감성에 사람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노래에 녹아든 감정에 동화들 수 있도록.
"……."
서연의 입가에서 마이크가 떨어지며 노래가 끝나자.
일순.
무대에 정적이 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상, 만렙 래빗의 무대였습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송병수의 외침과 함께 관중석에서 갈채가 들려왔다.
함성과 박수 소리.
"최고다!!"
함성에 섞인 말이었지만, 서연의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살짝 눈물을 닦는 수아, 그리고 박수를 치며 최고라고 외쳤던 영빈.
서연은 그것을 보며 가면 아래로 웃었다.
그래도, 이렇게 노래로 표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리고.
'……아니, 비겁하잖아!!'
여기 미련에 빠진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이 곡은 본래, 부모님의 첫 만남의 계기가 된 노래라고 해요."
노래가 끝난 후, 변조된 목소리로 만렙 래빗이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며, 잿빛 까마귀.
여희는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아니, 알지.
알고말고!
모를 리가 있나.
아무튼, 그와 별개로 관중석에 앉아 있는 여희의 매니저인 아람이 애처로운 시선을 보내는 게 느껴졌다.
마치, 미련을 잊지 못하는 여자를 보는 눈.
대충 사정을 알고 있으니, 저런 눈으로 자신을 보는 게 분명했다.
'부모님의 추억의 노래라네요.'
'그렇지.'
'그럼 저 추억에 언니도 있는 거 아니에요?'
'그렇겠지.'
'추억이 되어버리셨네요…….'
'…….'
대략 그런 느낌이 드는 시선의 교환이었다.
뭐, 자신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매니저가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건 사실.
'저거, 정말 내 정체 알고 있는 거 아냐?'
여희는 변조된 목소리로 관중에게 곡이 끝난 후, 짤막하게 인터뷰하는 서연을 보았다.
그와 별개로, 이쪽도 뭔지는 몰라도 미련이 철철 넘친다.
아직 어리니, 무언가 고민되는 게 있는 걸까?
'근데 뭘 저렇게나 고민하는지 모르겠는걸.'
하기야 저 나이라면, 세상만사 고민이 가득할 수 있다.
자신도 그러했으니까.
지금도 하고 있고.
하지만, 그건 사람인 이상 당연한 거다.
여희는 관중을 본다, 서연을 향해 무언가 외치는 영빈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충 최고라거나 뭐라고 하면서 떠드는 것 같았다.
보기에 따라선 굉장히 유쾌한 모습이나, 여희는 대략 알고 있다.
이전의 대화를 들었기에, 저 유쾌함 속에 숨겨진 고민을 알고 있다.
'우습네.'
솔직히 말해, 여희에겐 낯선 모습이다.
자신이 아는 그는, 깊은 고뇌와는 동떨어진 인물이었으니까.
머리가 깨져도 부딪치던 인간이, 대체 언제부터 저런 망설임을 가지게 되었을까.
'시간이 흘렀다는 거지.'
자신은 여전히 어린애지만.
영빈이나 수아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 모습에 서글픔을 느끼나?
천만에.
"이야, 이거 스토리가 멋지네요. 부모님의 추억이 담긴 노래라. 이거 잿빛 까마귀라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때 송병수가, 다음 순서인 여희를 돌아보며 말했다.
마치 그 얼굴은, 아무리 너라도 이번에는 쉽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런 무례한 감정을 나타낼 만큼 송병수는 어리숙한 MC는 아니지만.
"가왕의 자리를 코앞에 둔, 마지막 가왕전!! 강적인 만렙 래빗을 상대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그리 말하며 마이크를 건네주는 그에게, 여희는 가면 아래로 피식 웃었다.
뭐, 오늘 서연이 잘하긴 했다.
자신의 장점을 백 퍼센트 살린 노래.
솔직히 여희도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쳤을 정도.
"뭐."
하지만, 미안하게도.
절대로 지고 싶지 않았다.
"제 추억이 이겨요."
적어도, 오늘은.
그런 말과 동시에, 여희가 등 뒤로 손짓하자 지잉- 하는 전자 기타음이 들린다.
이어 준비하고 있던 밴드가 반주를 시작하는 순간.
'……!!'
무대 아래로 내려오던 서연이 등을 돌아보았다.
지금 시작되는 노래의 전조는.
최근 서연이 들은 적이 있는 곡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