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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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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런 사정이 있었나."

묘하게 자신의 취급이 박하긴 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긴 했다.

오늘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이상수 배우에게 건으로 이야기해 보기 위함.

갑작스러운 배우의 하차는 꽤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것 때문에 제작에 딜레이가 생기는 경우도 흔했고.

하지만, 백민 감독처럼 바로 배우를 구하기 힘든 위치라면, 꽤 치명적인 문제일 수도 있었다.

"백민 감독님은 본래 까다로운 편이지."

이상수 배우는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하는 입장에서 민망한 말이었으나, 어찌 됐든 백민 감독이 이상수 배우의 연기를 보고 오케이 사인을 보내야만 촬영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마땅한 배우를 구하기 애매한 상황임에도.

"고집도 있고. 물론 나는 나쁘게 보지 않아. 젊은 감독이니 적당히 고집이 있는 편이 좋지. 너무 배우의 눈치를 보는 것도 좋지 않거든."

물론 적절한 선을 지키는 수준에서.

백민 감독은 그것을 귀신같이 잘 지키는 인물이었다.

'다만.'

이상수는 서연의 제안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예감을 가지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영화계로 나를 불러들일 배우라.'

솔직히 이상수는 여전히 해외 진출의 충격에서 벗어난 게 아니었다.

그런 이상수의 표정을 보던 송광민 배우는 이내 한숨을 쉬었다.

그런 이상수 배우의 생각을 대략 짐작했기 때문이다.

"서연 양, 함부로 그런 배역을 선배 배우에게 부탁하는 건 무척 실례되는 일이야."

물론 그런 서연도 알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버리고 간 배역을 이상수에게 권한 꼴이니까.

도와주실 수 있나 싶어 묻더라도, 받아들이는 쪽은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누가 봐도 탐날 배역도 아닌, 미래가 불투명한 배역.

심지어 악역이다.

작중 메인 악역.

서연이 를 찍으며 깨달은 것이 있다면, 악역의 중요성이었다.

드라마에서, 그리고 영화에서.

악역의 조형이 얼마나 매력적이냐에 따라, 극의 몰입감이 달라지는 것이다.

서연이 '차서아'로 극찬을 받았던 것도 그런 이유.

그러니, 악역은 중요하다.

물론 에서도 서연은 악역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다만 완전한 악역은 아니다.

그녀를 조정하는 인물이 있었고, 그 인물이 바로 의 메인 빌런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고토 이사무.

그것이 에서 모든 일을 꾸민 배후.

"자자, 서연 양도 이상수 배우님께 사과드리고, 우리 낚시나 합시다."

송광민 배우는 웃는 얼굴로 가볍게 그런 말을 던졌다.

물론 진심으로 사과하는 말은 아니고, 적당히 분위기를 넘기려는 의도였다.

'괜찮을까?'

지연도 솔직히 뭐라 말을 꺼내기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서연이나 지연은 이상수나 송광민에 비하면 그 경력은 일천했다.

여기서 함부로 더 말을 꺼내도 될지.

아니면 좀 더 매달리는 게 좋을지 망설여졌다.

오히려 지연의 입장에선 서연이 무대포처럼 이 상황을 끌어낸 것이 당혹스러웠다.

솔직히 좀 더 조심스럽게.

혹은 은밀히 물어볼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설마 낚시하는 곳에서 다짜고짜 사정을 이야기할 줄이야.

'이상수 배우는.'

하지만 서연은 알고 있다.

이상수 배우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었다.

다만, 등을 떠밀어 줄 이가 없었을 뿐이었다.

서연이 그것을 아는 건, 앞으로 몇 년 후 이상수 배우가 은퇴를 결심했을 때 마지막으로 했던 인터뷰 때문이었다.

"갑작스러운 은퇴라, 딱히 그런 건 아닙니다."

쓴 미소를 지으며, 이상수 배우는 그리 말했다.

"저는 겁쟁이였을 뿐입니다. 제가 몇 년을 쉬었죠? 거의 5년? 아니 7년? 엄청 오래 쉬었습니다."

이상수 배우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으며 시간을 세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저는 주변에 민폐를 끼쳤지요. 곁에서 제가 마음을 추스르길, 언젠가 다시 영화계로 돌아오길 기다려주는 사람들에게요."

이상수 배우, 자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언제나 자신이 돌아오길 기다려주는 팬이 있었다.

그리고, 믿어주는 배우들이 있었다.

하지만, 전부 그저 기다려줄 뿐이었다.

"우스운 말입니다만."

이상수 배우는 말했다.

"만약. 그때 누군가, 저를 억지로 판으로 끌고 간 이가 있었다면. 조금 이기적으로, 멋대로 구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랬으면 어땠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겁쟁이.

이상수 배우 자신은 겁쟁이라고 말했다.

한 번의 큰 실패에서, 스스로의 발로 걷지 못하게 되었다.

너무 늙어, 도전을 두려워하는 몸이 되었다.

젊었을 적 무모했던 패기는 사그라졌고, 그저 방구석에서 썩어갈 뿐인 노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는 걸 저도 압니다. 그러니, 이제는 미련 없이 은퇴하는 것이지요."

허허, 웃으며 이상수 배우는 웃었다.

당시 서연은 그런 이상수 배우의 웃음을 구분할 수 없었다.

그는 뛰어난 배우였기에, 아마 그때도 연기를 했던 건지도 모른다.

실제로, 인터뷰 후에 실린 기사는.

[모든 것을 털어낸 이상수 배우의 맑은 웃음]

그런 기사가 실렸으니까.

모든 미련을 버리고, 말끔한 마음으로 은퇴했다고.

그저 그렇게 적혀있었다.

'아니야.'

하지만 서연은 안다.

감정을 알게 된 지금은 알 수밖에 없었다.

전생의 자신이 보았던 게 무엇인지.

서연은 감정을 모사하기 위해, 수많은 이를 보았고.

많은 작품을 보았다.

거기엔 이상수 배우가 출연한 것도 몇 개나 있었다.

감정을 몰랐기에, 그 웃음에 전혀 공감할 수 없었기에 볼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정말 모든 걸 털어낸 사람은 그렇게 웃지 않는다.

미련은, 은퇴하던 그 순간까지 남아있었다.

'이건.'

라는 작품을 떠나, 서연이 이상수라는 배우에게 진심으로 권하는 배역이었다.

비록 예능에서 만난 인연이었지만.

지금은 잊을 수 없는, 이 기억 때문에 더욱 또렷하게 떠오르는 그의 인터뷰 때문일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이건, 그의 미련을 해소 시켜줄 배역이었다.

분명.

"……서연 양."

"네."

"내 사정은 알고 있겠지?"

"네. 알고 있어요."

갑자기 말을 꺼내는 이상수 배우의 말에, 송광민 배우가 굳었다.

설마 이상수 배우가 저리 진지하게 답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거절하지 않으실 거라는 것도요."

그런 서연의 말에, 이상수 배우는 푸핫.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눈치가 귀신이네. 그래, 거절하지는 않을 거야."

"진짭니까?"

오히려 곁에 있던 송광민이 더 놀랐다.

이지연의 눈도 동그랗게 떠졌다.

그야, 방금 이상수 배우의 얼굴만 보면 당장이라도 거절할 것 같았으니까.

'애초에, 이 낚시를 받아들인 시점에서 거절할 생각이 없었을 테니.'

서연은 짐작하고 있던 대답이다.

애초에 서연은 전화로 이상수 배우에게 단순히 낚시만이 아닌, 배역에 관한 일로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이상수 배우와 같은 원로 배우라면 서연이 무슨 의도로 자신을 불렀는지 알 것이다.

그런데 이 낚시에 나온 시점에서, 이상수 배우는 거절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싫었다면, 애초에 서연이 전화를 한 시점에 약속을 잡지 않았을 테니.

"대신."

너털웃음을 짓던 이상수는, 이내 진지한 눈으로 서연을 보며 말했다.

"내가 연기를 할 때, 서연 양이 받아주면 해."

"네?"

"그야, 빈 배역은 서연 양과 깊은 인연이 있지 않나."

그 말대로, 이번에 빈 배역인 고토 이사무는, 서연이 맡은 카스가야마 유이나의 하인.

정확히는 집사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러니, 유이나를 조종하여 상황을 이끄는 자이고.

"백민 감독이 말했지. 연기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이상수 배우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때, 자신의 연기를 받아줄 사람이 서연이 되어 달라고.

오디션 아닌 오디션.

그것을 서연에게 맡기고 싶다는 뜻이다.

그 말은 송광민도, 이지연에게도 당황스러운 말이었다.

원로 배우인 이상수 배우가 저런 말을 서연에게 할 줄은 몰랐으니까.

그런 그의 말에, 서연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것은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뭔가 기대감을 품는 것 같은 그런 눈이기도 했다.

"네, 백민 감독님께는 그리 말씀드릴게요."

그 태연한 대답에.

이상수 배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면 알 수 있을 테지.'

백민 감독.

그의 영화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평가가 높은 경우가 많았다.

이 에 대한 소문도 당연히 들었다.

이 업계는 무척 좁다.

원로 배우인 이상수에겐 당연히 귀에 들어온 이야기도 여럿 있었다.

백민 감독의 영화치고, 상당히 투자자가 빠르게 결정되었다거나.

조서희와 주서연 같은 쟁쟁한 젊은 여배우들이 투입된 동성애 영화라는 것도.

국내에선, 마땅한 평가를 받기 어렵겠지만.

애초에 해외 시장을 노린 영화라고.

'해외라.'

그가 일찍이 젊은 시절부터 꾸었던 꿈.

어쩌면, 이것은 꿈을 향한 재도전이 될지도 모른다.

"아, 물론 대본부터 보내주게. 우선 보고 결정해야지."

서연이 자신의 마음에 식어있는 연기의 불씨를 피울 수 있을 때의 이야기지만.

그래, 그의 마음속에 남은 열망은, 이제 타다 남은 잿더미가 되어 있었으니까.


그렇게 이상수 배우가 서연의 제안을 수락하자, 당연히 백민 감독도 크게 놀란 눈치였다.

상당히 무례한 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그였으니까.

하지만 그가 요구한 건, 연기를 펼칠 때 그 상대로 서연을 지목했을 뿐이었다.

마치 그런 테스트는 당연히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 것처럼.

"우선 날짜는 결정되는 대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백민 감독은 상당히 신중했다.

이상수 배우가 자신의 영화에 출연함에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 얼굴.

아마, 그건 이상수 배우가 상당한 공백기를 가진 배우라는 것도 있을 테고.

'헐리우드에서 실패한 후, 열정이 식었다는 말도 있으니.'

대충 연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

서연도 그런 백민 감독의 태도가 딱히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영화는 그 혼자 찍는 게 아니었으니까.

"서연아, 다음에 그런 건 매니저인 언니에게도 말해야 해?"

"네."

물론 매니저인 박은하의 입장에선 기겁할 일.

어느 정도 다른 배우들과 친분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상수 배우와 그렇게까지 친해졌을 줄은 몰랐다.

심지어 이번 이상수 배우를, 캐스팅을 위해선, 서연이 함께 연기를 펼쳐야 하는 것이다.

'부담스럽지도 않나?'

오히려 매니저인 박은하가 피가 마를 지경이었다.

이상수 배우는, 대한민국에서 한 손에 꼽히는 연기파 배우다.

그런 배우가 이번 테스트에서 자신을 상대로 지목했다고 한다면, 부담감에 잠도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서연은 지금 뭘 하고 있냐면.

'노래를 듣고 있네?'

이어폰으로 계속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뭔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다.

"뭐 들어?"

"네? 아, 오늘 예고편이 공개 되잖아요."

"아, 그랬지?"

물론 박은하도 해당 예고편은 이미 보았다.

완성된 것을 제작진 측에서 보내왔기 때문이다.

영상은 아주 좋았다.

최근 예능에서 보여주던 서연의 모습과 달리, 오랜만에 날카로운 서연의 이상을 제대로 보여주는 느낌이었으니까.

"그거 삽입된 노래도 좋던데, 그게 여름소녀에서 작업한 건가?"

그런 박은하의 말에, 서연의 입가가 묘하게 씰룩였다.

'응?'

예전이라면 서연의 표정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을 박은하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의외로 자세히 보면 서연만큼 표정을 읽기 쉬운 인물도 없었다.

저건, 말하자면 자랑하고 싶은 게 있을 때의 얼굴이었다.

"……설마, 그 노래."

"네, 제가 부른 거예요."

"진짜?!"

박은하는 진심으로 놀랐다.

서연의 노래 실력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많이 늘었다고?

서연이 의 OST에 참여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도저히 이 노래와 매칭이 되지 않았다.

"마법사랑, 나희 언니가 많이 도와줬거든요."

서연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이제, 에서 어설픈 노래를 불렀던 자신은 없다.

여름소녀의 메인 보컬인 차나희도 엄지를 치켜들었을 정도니까.

'빨리 자랑하고 싶다.'

오늘 예고편 나가면 자랑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서연은 KMB로 향했다.

오늘 예고편 공개 전, 의 메인 PD인 이민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예고편에 포함된 노래, 서연 양이 부른 거 숨기지 않을래요?"

"……네?"

이건 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제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