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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미팅이 끝난 후, 서연은 뒤늦게 고맙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무슨 의도로 커피를 건넨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그냥 자신이 조금 우울한 기색이 보여, 위로하려 했던 게 아닐까 추측할 뿐.
하지만 그걸 떠나서.
'커피만 날름 받고 말았는걸.'
커피만 받고 한 말이라곤 '왜 여기 있는 거예요?'하고 물은 게 다니까.
마침, 박정우에겐 볼일도 있으니, 나중에 밥이라도 한 번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한 김에 바로 연락하자.
- 미쳤냐?
그런 답변이 돌아왔다.
여배우와 둘이 만났다가 무슨 스캔들이 터질까 두렵다나.
심지어 미성년자.
절대 단둘이 있는 모습이 목격되면 안 된다는 게, 우리 박정우 배우님의 의견.
'어쩔 수 없지.'
그럼 밥은 나중에 사야겠다.
박정우도 더 답하지 않았기에 나는 신경을 껐다.
사실 박정우에게 밥을 굳이 사려고 한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민세희 작가님에 대해 좀 물어보려 했는데.'
현재 을 촬영하는 만큼 대화하고자 하면, 굳이 박정우를 통해서가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좀 어색해서.
친분이 있는 박정우에게 좋아하는 게 뭔지 물어보려 했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혹시 눈치챘나?'
역시 배우답게 눈치가 빨랐다.
부탁할 게 있는지 귀신같이 눈치챈 게 아니었을까.
박정우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아무튼.
이번 팬 미팅은 서연에게도 여러모로 영향을 끼치긴 했다.
설마 거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
확실히 그걸 생각하면 여러모로 생각이 복잡해졌지만.
'우선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서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돌렸다.
현재 서연은 매니저, 박은하의 자동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바로, 오늘.
의자 브랜드 '에이디즈'와의 미팅이 잡힌 날이었으니까.
"안녕하세요, 에이디즈 광고기획실 팀장, 곽현우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배우 주서연입니다."
그리 마주 인사를 하자, 상대가 자신을 살피는 기색이 느껴졌다.
서연에겐 꽤 익숙한 종류의 것이었다.
이전부터 서연에게 저런 시선을 보내는 부류는 상당히 많았으니까.
이유는 안다.
우선 서연이 어리기 때문에.
그리고 예전에는 몇 없는 경력 때문에 실력에 의심했기에.
대략 그런 느낌이었지만, 지금 또 다른 종류의 의심이었다.
마침, 서연은 저런 의심을 한 번 받아본 적이 있었다.
'켰으면 왕까지 PD님이 딱 저런 시선이었어.'
대충 말하자면 '이놈이 왜 여기 온 거지?'라는 마음이 가득 담긴 시선.
하지만 그때와는 좀 다른 게, 그때는 '이런 배우가 왜 여기에?'에서 그쳤다면.
지금은 '이런 배우가 왜 여기에? 대체 얼마나 받아먹으려고?'라는 느낌이었다.
'그야 에이디즈는 브랜드 평판에 비해서 비싼 모델을 쓰지 않으니까.'
비싼 모델을 써봐야 그리 효과가 없었다는 모양이다.
참고로 이건 전생의 기억으로 알고 있던 건 아니고, 순수하게 최근 인터넷 기사에서 본 내용이었다.
그에 반에 최근 사업은 확장 중인 상태.
다만 현재 국내 의자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탓에, 조금 활로를 찾는 느낌.
"최근 TV에서 많이 봤습니다. 이전에 찍으신 에클라 에투알 광고도 아주 좋더군요."
우선 미팅룸에 들어가자, 곽현우는 먼저 그런 말을 꺼냈다.
먼저 칭찬.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우선 상대를 기분 좋게 해야, 좀 더 의도를 파악하기 쉬웠으니까.
곽현우는 현재 서연의 생각처럼 여러모로 상대를 살피고 있었다.
'왜 우리 회사에 온 거냐.'
그리 대놓고 물을 수는 없는 노릇.
심지어 실제로 눈앞에서 본 서연은 가볍게 농담으로 물을 만한 인물도 아니었다.
'분명 이제 고등학생, 곧 열여덟이 된다고 하던가.'
배우로선 무척 어린 나이였다.
하지만 그 외모나 분위기는 절대 어린 배우의 것이 아니었다.
우선 표정 변화가 없어 생각을 읽기 어려웠고.
붉은 기가 감도는 눈동자는 고요해서, 마치 이쪽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지금 곽현우가 열심히 서연이 출연했던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도 머리만 끄덕끄덕.
그 외에 다른 반응은 크게 보이지 않아, 점점 더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매니저는 배우를 많이 믿는 것 같고.'
모든 의사 결정은 배우 본인이 한다는 것처럼, 매니저는 가만히 이야기를 경청하고만 있었다.
보통 어린 배우면 매니저가 홀로 미팅하는 경우도 많은데 좀 이례적인 경우.
"……혹시 이번 미팅을 잡고자 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결국 곽현우는 먼저 그런 말을 꺼냈다.
아무튼 광고라면 거절해서 돌려보내야 하는 것이다.
방금 좋게 좋게 칭찬도 해주었으니, 딱히 악감정을 품지는 않겠지.
서연을 앞으로도 모델로 쓸 생각은 없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되도록 인간관계는 전부 좋게 좋게 풀어야 하는 법이다.
잠시 그런 곽현우를 바라보던 서연의 입이 열린 건 그때였다.
"먼저 말씀드리면, 에이디즈의 광고 모델에 조금 관심이 있어요."
역시.
서연의 말에 곽현우는 속으로 그러면 그렇지 라고 생각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거절의 말을 전할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자.
"."
"?"
"현재 에서 협찬 브랜드를 찾고 있어요. 최근 공고도 올라갔죠."
그걸 왜 우리에게 말하지.
왜 드라마 협찬을 배우가?
하지만 협찬 자리가 비었다 해도 의자 광고는 영 넣기가 애매했다.
그보다 그는 이 어떤 드라마인지도 몰랐다.
그야 업계 관계자도 아니었으니, 아직 대중에 공개되지 않은 드라마의 내용이 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드라마예요. "
정확히는 사교육, 그리고 학벌을 풍자한 내용.
그러니, 당연한 말이지만 학생들이 공부하는 장면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 편이었다.
학교에서, 그리고 집에서.
그쯤 되니, 곽현우도 슬슬 관심이 좀 생겼다.
서연이 왜 의 이야기를 꺼냈는지 알 것 같았으니까.
'하늘 정원에 협찬을 넣으면 효과가 있을 거란 이야기겠지.'
하지만 서연은 굳이 그 말을 입에 담지는 않았다.
드라마에 협찬해달라는 말은, 배우가 할 말은 아니었으니까.
대신.
"제가 이번 의 주인공을 맡게 되었거든요."
"……주인공이요?"
"네."
곽현우는 잠시 머릿속으로 자신이 아는 정보를 취합했다.
'분명 주서연은 현재 주인공을 맡은 적이 없다.'
가장 최근 있었던 영화 오디션에서 주연 자리를 따냈다는 말을 들었다.
그 결승이 무척 화제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연 자리를 따낸 거지, 주연으로 영화에 출연한 건 아니었다.
여태 서연이 출연한 영화는 전부 '주인공'이라고 부르기엔 미묘했다.
하나는 악역이었고.
다른 하나는 분류는 주연이었으나, 솔직히 비중은 주연이라 할 정도는 아니었다.
주연급 조연이라면 몰라도.
'그런데 이번에 주인공이라.'
확실히 최근 잘 나가는 배우라고 하더니, 작품을 출연하는 속도가 비범했다.
지금 1년에 대체 몇 작품을 찍는 거야?
대충 그런 생각.
하지만 또 잘나가는 배우라면 동시에 방송 3사 드라마에 전부 출연하는 경우도 있으니, 서연만 특별한 건 아니긴 했다.
'의 주인공과 그 드라마에 의자를 협찬한다…….'
확실히 메리트가 있긴 했다.
그게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문제지.
"그런데 그런 걸 저희에게 말해도 괜찮나요? 함부로 배역이 누군지 이야기하면."
"어제 공개되었으니 괜찮아요."
아, 그래?
슬쩍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확인하면, 확실히 의 기사가 떠 있었다.
주인공은 주서연으로 낙점.
정말 기사가 크게 실려있었기에 딱히 숨길 것도 아닌 모양.
협찬 광고도 이미 공고로 올라갔다고 하니, 이것도 딱히 은밀한 정보는 아니고.
서연은 전부 알려진 정보를 말했을 뿐이었다.
도리어 이쯤 되면 이걸 전부 몰랐던 자신이 당황스러웠다.
'타이밍이 공교롭네.'
이게 마침 에이디즈에서 학생용 의자를 출시할 예정이었다.
이미 개발은 완료되었고, 출시 날짜만 고민하던 상황.
당연히 광고 모델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확실히 이번 상품이 중요하긴 해.'
최근 한국 의자 시장은 포화 상태다.
심지어 해외 브랜드도 가득 찼을 정도.
이런 상황에서 에이디즈는 활로를 찾고자 했고, 본래 사무용 의자가 주력이었던 만큼.
이번에 학생용 의자 쪽으로 초점을 맞춰보고자 한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은 분명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하물며 그 주연인 주서연은 말할 것도 없지.
'하지만…….'
곽현우는 고민이 깊어졌다.
역시 굳이 비싼 모델을 써야 할까 하는 의문.
서연은 그런 곽현우의 얼굴을 살폈다.
'다행이네.'
고민하는 기색이 느껴져, 서연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에 대해 서연이 아는 건 정말 몇 되지 않았다.
전생에 학생용 의자를 런칭했으며, 하필 비슷한 시기에 나온 의자 브랜드에 완전히 밀려서 큰 손해를 보았다는 정도.
왜 완전히 밀렸냐, 라고 하면 바로 때문이었다.
에서 협찬받은 의자가 학생용 의자로 브랜드 메이킹을 아주 제대로 한 탓에, 에이디즈는 말 그대로 쪽도 못 쓰고 박살 나고 말았다.
'하지만 그 브랜드는 좀.'
우선 앞으로 3년 후, 중국제 부품을 싸게 수입하다 적발되기도 했고.
갑질 논란도 있어, 해당 광고에 출연했던 모델들도 죄다 갑질 이미지를 쓰고 말았다.
그러니 서연은 에이디즈가 그 자리를 차지해 주길 바랐다.
참고로 에이디즈는 전생에 서연이 쓰던 의자이기도 했다.
겨우겨우 취업해서 다니던 직장에 있던 의자.
'만약 그 자리에 에이디즈가 들어가도 문제 될 건 없을 거야.'
오히려 에이디즈가 들어가는 게 이미지상 더 맞다.
성능도 실제로는 더 좋다는 평이었고, 애초에 이번 론칭할 의자는 대놓고 '학생 전용' 의자.
어쩌면, 전생보다 더 큰 파급력이 있을지 모른다.
서연은 그리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
"계약금은 많이 받을 생각 없어요."
고민하는 곽현우에게 서연은 쐐기를 박듯 말했다.
"지금 광고로 내보내시는 모델만큼만 주시면 돼요."
"예? 그게 정말입니까?"
곽현우의 눈이 커졌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만약 그렇다면 어? 고민이고 뭐고 바로 써야지.
까지 갈 것도 없이 그냥 바로 계약해야 마땅했다.
"대신."
"아, 네."
대신이라는 말에, 곽현우는 침착해졌다.
역시 조건이 붙겠지. 터무니없는 거면…….
"아주 예쁘게 찍어주세요."
"……네?"
"특히 지적이게."
"……??"
곽현우는 농담인가 싶었다.
하지만 한없이 진지한 서연의 얼굴을 보자니, 아무래도 진심인 모양이었다.
"그, 다른 조건은 없고요?"
"네."
"그럼."
"정말 예쁘게 찍어주셔야 해요."
"물론이죠."
대체 몇 번을 강조하는 건지.
'근데 정말 이게 다인가?'
곽현우는 당황스러웠다. 예쁘게 광고를 찍어 달라니.
아니, 그럼 광고인데 당연히 예쁘게 찍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아, 예예. 알겠습니다. 물론 그래야죠."
아무튼 최근 대세를 싸게 쓸 기회.
이건 곽현우가 병신도 아니고,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서연은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되도록 서연은 에이디즈가 에 협찬을 해주길 기대했다.
'분명 그 자리는 마지막에 채워진 걸로 아니까.'
뉴스로도 떴었다.
의자 협찬이 없어서, 그냥 아무거나 쓰려다가 마지막에 들어왔다던가.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대박이 났다는 기사.
그때 이후로 학생 브랜드는 전부 그때 협찬한 브랜드가 차지하게 되었으니.
그런 기대를 품고 을 촬영하고 있던 어느 날.
"아, 협찬이 또 들어왔네요."
다만 민세희 작가는 영 고민 되는 얼굴로 말했다.
서연이 바란 것처럼 얼마 후에 에이디즈가 협찬으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어차피 PPL은 내가 연출할 거니, 너무 각본에 신경 쓰지 마요."
김일수 감독은 호방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PPL이 있으면 작중 등장을 해야 하다 보니, 각본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작가도 많았다.
그런 건 감독이 연출로 어떻게든 커버하는 편.
'다행이다.'
서연은 그런 주변의 대화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에이디즈가 서연의 말대로 제대로 PPL을 넣었으니까.
"이거 의자 광고, 서연 씨가 나오기로 했잖아요."
"아, 네."
"최근 포스터도 봤어요. 아주 예쁘게 찍혔던데?"
김일수 감독이 그리 말하며 웃었다.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가 광고에 출연하는 경우는 제법 많았다.
"아, 그래서 PPL이 들어왔구나."
민세희도 뒤늦게 납득한 모양.
하기야 좋은 기회이긴 했다.
물론 드라마가 잘 된다는 전제에.
하지만, 민세희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잘 될 수 있을까.'
자신이 쓴 각본이 잘될 거라는 확신이 부족했다.
다들 좋다고 말했지만, 아무래도 공중파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으니까.
"하아."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자.
묘한 시선이 근처에서 느껴졌다.
"……?"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서연의 얼굴.
언제 다가왔는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민세희는 정말 화들짝 놀랐다.
아니, 기척이라도 좀 내주었으면.
"민세희 작가님."
"네, 네?"
"……혹시 조금 대화할 수 있을까요?"
그 말에, 민세희는 얼어붙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