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2 KiB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살라흐는 지금 팬드래건을 향해 테러를 감행할 셈이었다.
아사신.
그 꺼림칙한 까마귀들을 움직인다는 건 그런 뜻이다.
허나 살라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그가 다스리는 술탄국은 강력한 힘을 얻게 된다.
그것도 어쩌면.
-초월의 신비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아이린 윈들러를 비롯해 남부에는 노릴 값어치가 천문학적인 신비가 가득하다.
그중 몇 개만 가질 수 있다면 전쟁이 난다 할지언정 감수할 수 있다.
-피를 좀 흘리고 힘을 얻는다.
미래를 생각하면 충분한 이득이었다.
분명 그럴 터였는데….
“아이린, 아이린 원들러. 부디 나의 후궁이 되어주지 않겠는가?”
“…?”
술탄의 뇌리에는 신비나 전쟁은 더는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평생 찾아다니던 반쪽이 드디어 나타난 기분.
이 기분을 감히 어찌 표현할 수 있으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술탄이라 불리는 그조차 한 명의 여성에게 구애하는 무수한 수컷 중 하나에 불과하였다.
자신이 그녀를 납치해야 한다는 것조차 잊은 채 그는 그대로 홀리고 만 것이다.
“아, 그대에겐 무례한 제안이었는가? 혹 술타나(여성 술탄)가 되고 싶은가? 하하, 확실히 갈라하드의 힘을 가진 그대라면 충분히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저기, 아까부터 좀….”
아이린은 무어라 말하려고 했다.
소극적인 성격이지만 그래도 말해야 할 땐 화끈하게 말해야 하는 게 아니겠는가?
특히.
‘뭐 이런 미친 인간이….’
대화가 통하지 않는 미친놈이라면 더더욱.
아이린은 정중하게 ‘꺼져주면 안 될까요?’나, 혹은 ‘정신적으로 어딘가 문제가 있으세요?’ 하며 물을 셈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타악.
“술탄. 참고자 했으나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군요. 아이린 양에게 이 무슨 무례입니까!”
“마법사, 네놈이야말로 무슨 짓이지? 감히 내게 손을 대다니….”
아이린이 따지기도 전에 술탄을 공격적으로 대하는 금발 머리가 있었다.
휴이 드 베이런.
마탑의 대제자였고, 그가 분노에 찬 모습으로 술탄에게 따지자 살라흐의 낯빛이 싸늘하게 굳어갔다.
“마법사. 나는 그녀와 대화하는 중이다. 한데 왜 주제도 모르고 끼어드는 건지 모르겠군.”
“하, 대화? 제가 봤을 땐 그저 일방적으로 주접을 떨고 있을 뿐인데 말입니다.”
“주접? 지금 감히 나에게 주접이라 했나 마법사!”
“그것이 무슨 문제라도.”
“이놈!”
살라흐가 분노했다.
감히 제 주제를 모르고 술탄에게 건방을 떠는 천한 마법사를 향해서.
허나 상대 또한 만만치 않다.
“주제라, 하! 마탑이 어지간히 우습게 보였나 보군.”
마법사가 예의를 던졌다.
오만불손한 술탄에겐 더는 차릴 예의 따윈 없다는 듯이.
마탑은 마법사들의 상아탑.
그 상아탑의 힘은 드넓은 중앙 대륙의 4할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마음만 먹는다면 술탄국 두세 개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메이지 아이린은 마탑의 귀중한 인재가 되어야 할 마법계의 보물이다. 그런 그녀에게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말도 안 되는 수작을 벌인다면 마탑은 결코 경시하지 않을 것을 알아야 할 거다. 기억해라 이국의 제후여.”
“네놈-!”
술탄이란 지위는 실상 왕을 뜻하는 것이거늘, 그런 그를 제후로 한정하는 듯한 발언에 살라흐는 어느 순간보다 열이 올랐다.
특히 호감이 가는 여성의 앞에서 망신을 당한다?
이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퍼억!
살라흐가 바로 휴이의 멱살을 잡았고, 휴이 또한 참지 않고 그의 멱살을 잡았다
일촉즉발.
언제라도 투쟁을 벌일 두 사내였다.
그리고 이를 보며.
“대박이군…!”
“한 여성을 두고 마탑의 대제자와 서부의 젊은 술탄이 싸우다니, …내일 기삿거리는 정해졌네요.”
“아이린 공녀님도 죄가 많군요, 허허.”
사람들은 즐겁게 관람할 따름이었다.
권력자들의 치정극이라니, 이런 걸 볼 기회가 어디 있으랴.
자극에 굶주린 귀족들과 젊은 청춘들은 눈을 반짝이며 한 여성을 두고 벌어지는 치정극에 흥분했고, 그 중심에 있는 소녀는.
“…그냥 다 꺼졌으면 좋겠다.”
[동감.]
줘도 버리고 싶다는 심정을 아주 솔직하게 드러내는 아이린이었다.
“…흠.”
한편, 이러한 촌극을 구경 중인 어느 회색 머리 소년은 고개를 긁적였다.
뭘까, 이 웃기지도 않은 촌극은?
볼수록 어딘지 말도 안 되는 광경이었고, 회색 머리 소년 데릭은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금발 머리 소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약간 미안하고 엿보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스테이터스.”
확인은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띵-.
━
이름 : [아이린 윈들러]
종족 : [반요정]
특성 : [대마법사의 요람(Lv.5), 요정의 아이(Lv.4), 경국지색(Lv.6), 개복치(Lv.5), 병약 미소녀(Lv.3)]
대마법사의 요람: 대마법사의 재능을 가진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성. 마법에 대한 압도적인 재능을 가지게 되며, 강한 마력과 우월한 마력회로를 가지고 태어난다.
요정의 아이: 요정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성. 신비종족 요정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았기 때문에 신비한 힘을 다룰 수 있으며, 자연의 사랑을 받는다.
경국지색: 나라를 기울게 하는 미모를 타고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특성. 권력자를 비롯한 높은 지위에 있는 이들을 빠져들게 하는 미모이다. 악한 마음만 먹는다면 정말 나라를 기울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개복치: 허약하다 못해 체력이 노인보다도 안 좋은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후천적 특성. 운동 부족이 극심한 상태인지라 병약하기 그지없다(노력 여하에 따라 지울 수 있다).
병약 미소녀: 개복치 특성과 경국지색 특성을 가진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특성. 타인에게 동정을 사기 쉬우며, 돈이 많은 부호나 왕족에게 호감을 사기 쉽다.
━
“……왜 저 인간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지 바로 이해가 가네.”
데릭은 소녀의 특성을 관찰하며 어처구니가 없었다.
‘대마법사의 요람’이나 ‘요정의 아이’ 특성과 같은 유니크 특성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저거야 이미 예측하고 있던 거니까.
도리어 그의 눈에 들어오는 건 ‘경국지색’과 ‘개복치’, 그리고 ‘병약 미소녀’였다.
저건 개발진이 장난처럼 넣은 특성이며, 저 세 개의 특성은 그냥 정말 웃자고 만든 것이니까.
개복치의 경우 체력 수치가 2이하, 그러니까 돌잔치가 막 지난 갓난아기가 가지고 있을 뿐인 특성이고, 병약 미소녀는 세뇌 계열 특성과 다름없다.
특히 부자이거나 권력자일수록 잘 먹히는 세뇌 계열인데, 가끔 드라마에 나오는 병약 계열 여주인공을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국지색, 저 특성은….
‘저러니까 술탄이나 마법사가 다 넘어가는 거지.’
남자를 홀린다.
특히 오만하고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놈일수록.
“…진짜 끔찍한 조합이네.”
어떻게 저런 극악의 특성들만 가지고 있는 걸까 싶다.
특히 개복치 저건 알고 있어도 획득하기가 힘든 건데….
‘개, 개복치가 있으면 페널티 판정 받고, 추가 능력 보정이 주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절대 가지고 싶지는 않네.’
데릭은 저 소녀를 이해하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가지라고 해도 가질 수 없는 특성으로 무장한 소녀였고, 덕분에 저 두 명의 ‘빌런’을 붙잡아두고 있으니 말이다.
뭐, 술탄이 있는 이상 아사신이 있을 확률이 높긴 하겠지만….
“…불나방인가?”
‘Lv.8 클래스 영웅’이 지키는 곳을 들어온다?
이건 뭐….
“데릭! 딴 생각하지 말고, 빨리 춤이나 춰요!”
“…죄, 죄송합니다, 카린. 그, 그런데 벌써 다섯 번째 아닌가요…?”
“그래서 쉬려고요?”
“…아니요.”
“그럼 빨리 춰요.”
“……네에.”
데릭은 안타깝게도 생각을 이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파트너를 더는 화나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아사신.
어쌔신의 어원이 되는 단어이며, 암살 조직이기보단 종교 단체에 더 가까운 이들.
어떻게 보면 이단 심문관과 비슷한 부류이며, 자신들의 교리를 어기거나, 타 종교를 믿는다면 곧장 죽음을 대접하는 사신들.
하여 아사신은 서부에서도 두려움의 대상이다.
술탄조차 아사신을 함부로 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확고한 신념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이며, 또한 그들의 손속이 너무 잔혹하기 때문이다.
한번 손을 쓰면 목표물만 제거하는 게 아니라, 관계없는 사람마저 모조리 다 학살하고 납치하고 고문한다.
그들의 잔인함에는 술탄들조차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는 뜻이기도 했으며, 길들일 수 없는 야생의 얼룩말처럼 여긴다는 것이 맞을 터.
즉, 지랄 맞다는 거다.
길들이는 것조차 안 되는데, 썼다간 도리어 자신이 물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서부에서도 아사신은 잘 쓰이지 않는 검이었다.
그들에게 일을 맡긴다는 건 어떤 화를 불러일으킬지 모를 재앙과 같기에.
다만.
“-·-·2-.”
“-·-33-·-.”
“-2-·-.”
실력만큼은 대륙 최고를 논해도 된다는 해도 과언이 아닐 집단인 것은 분명했다.
대화조차 자신들이 만든 암호로 대화를 나누며, 그들 대부분이 아사신에서 전해지는 대법을 통해 온몸이 개조된 인간이었다.
전투능력은 물론이며, 특이한 체질과 능력마저 갖춘 집단.
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든 죽일 수 있…-.
“-출입 허가증은 있냐?”
“──.”
멈칫….
아사신들의 몸이 굳었다.
언제부터 거기 서 있던 걸까?
지붕 위에 걸터앉아 달을 구경하는 그는 고요한 시선으로 아사신을 보았으나, 아사신의 시선은 사내의 발아래에 구르는 자들을 향해 있었다.
분명 먼저 자신들보다 먼저 숨어든 동료 아사신이었다.
약 열 명, 허나 그 실력은 기사 단장조차 쉽게 척살할 실력자임이 분명한데, 그러한 실력자를….
“아, 얘들이 신경 쓰여서 그래? 너희 친구야? 데려가고 싶으면 데려가. 막지 않을 테니까.”
“…….”
“…안 데려가? 의리 없는 놈들.”
스릉.
“안 뽑는 게 좋을 텐데.”
수십 명의 아사신은 특이한 형태의 칼을 뽑았다.
쿠크리(खुकुरी).
마체테형의 도검으로 최강의 용병 구르카를 상징하는 도검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도검을 뽑아든 무리가-.
“-·1-!”
사내를 향해 쏟아졌다.
자신들을 방해하는 대상은 기필코 제거하겠다는 필사의 각오를 선보이며.
사각! 사각!
수십 명의 아사신이 선보이는 칼날의 향연은 그야말로 빠져나갈 곳 없는 칼날의 쇠창살과 다름없었고, 틀림없이 위기임이 맞았으나.
-사르륵.
“……?”
상황에 맞지 않게 피어난 꽃은, 아니 ‘매화’는 그러한 위기를 위기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숭겅!
흩날리는 매화의 꽃잎들이 도검을 비롯한 아사신의 살갗을 파고들고 있나니….
푸화아아악!
매화와 함께 피분수가 터지며 그것은 마치 꽃잎과 같이 보일 따름이었다.
- 매화혈우(梅花血雨).
매화가 피의 비와 같으니.
“조용히 끝내자 조용히. 괜한 소란 일으키지 말고.”
애들 노는 걸 방해하면 쓰나.
그의, 이한의 나지막한 타박이었다.